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15
715화. 물에 뛰어들다
허칠안은 알약으로 다 빚은 뒤 하나씩 탁자 위에 두고 자연 건조시켰다.
공기 중에 독소가 충만했다. 보통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면 15분도 채 되지 않아 독으로 사망할 것이 틀림없었다.
모남치는 창가 옆에 앉아 눈을 희번덕이며 그녀가 번화가에서 산 심심풀이 책을 보고 있었다.
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심부름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두 분 나리가 손님을 찾습니다.”
‘나를 찾는다고?’
허칠안은 어리둥절하여 차분한 어조로 심부름꾼에게 대답했다.
“누구인가?”
심부름꾼이 말했다.
“그들 중 한 분은 공손향양이라고 했고, 한 분은 뇌정이라고 했습니다.”
‘공손향양, 공손가의 사람? 뇌정은 또 누구야…….’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그들에게 들어오시라고 해라.”
그는 공손향양이 공손가에서 향렬이 아주 높은 사람이거나 공손 가주라고 짐작했다.
법칙에 따르자면, 득도한 지 800년이 된 숨은 고수가 이곳에 있었다. 일개 강호 세력인 공손가가 찾아오려고 한다면, 분명히 가족 중에 덕망과 명성이 높은 자를 보낼 터였다.
아랫사람이나 가족 중에서 변변찮은 인물을 보낼 리는 만무했다.
아무리 못해도 공손수처럼 가족 후계자여야 했다.
뇌정에 관해서라면, 허칠안은 이 인물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공손가와 함께 온 이상 아마 명예와 위신이 있는 인물일 터였다.
“내가 병풍 뒤로 숨어야 하나?”
왕비는 눈을 치켜뜨고 쳐다봤다.
“아니요, 가서 빗장을 푸세요.”
왕비는 입을 삐죽이더니 젊은 부인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엉덩이를 흔들면서 입구로 걸어가 빗장을 풀었다.
이내 두 발소리가 문밖에서 멈추더니 뒤이어 중후한 목소리가 공손하게 말했다.
“선배님, 소생 공손 가주 공손향양입니다.”
허칠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문 열려 있습니다.”
비단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방문을 밀어젖히더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들어왔다. 눈가의 주름살이 선명한 걸로 보아 습관적으로 웃어서 생긴 주름이었다.
체격이 건장한 다른 노인은 대도를 메고 있었다. 그는 대머리에 기질이 사나워 흉악하고 사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었다.
“용신보 보주, 뇌정입니다.”
대머리 노인은 공수하였고, 목소리는 힘차고 쟁쟁했다.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어 의사를 표했다.
“앉으십시오.”
이 순간 그의 눈빛은 온화했다. 그는 두 눈에 세월에 씻긴 풍파를 머금었으며, 태도는 소탈했으나 자연스러운 위엄이 배어 있었다.
애석하게도 양쪽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했다.
공손향양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은 채 방을 훑었다. 시선이 대봉 제일 미인을 스치고 가더니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앉았다.
뇌정은 매우 건들건들해 보였다.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는 눈빛이었다.
그는 이미 지하 궁전에 갔었지만, 그저 밖을 한 바퀴 돌았을 뿐이었으며 결국에는 주묘에 들어갈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공손향양의 말에 시종일관 반신반의하였다.
“수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는 감사드립니다. 공손가에서 어떻게 보답드릴지 모르겠습니다. 남산을 잘 수호하여 아무도 무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공손향양 역시 처음으로 고수를 만났기에 호기심이 뇌정보다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은근슬쩍 몇 번 훑어보았으나 이 고수에게서 어떠한 특출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점점 더 공손해졌다.
뇌정은 상대를 떠보았다.
“선배님, 그 지하 궁전 안의 시체는 정체가 뭡니까?”
허칠안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변변찮은 놈일 뿐입니다.”
‘변변찮은 놈이라. 적어도 3품인 강시가 그의 눈에는 보잘것없는 놈이라니…….’
공손향양이 깜짝 놀라 마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현기증과 두통이 동반되었다. 그는 깜짝 놀라 일어서서 말했다.
“독, 독이 있다…….”
뇌정도 마찬가지로 일어서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은 탁자 위의 검은색 환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게 뭐지? 내뿜는 냄새만으로도 감당할 수가 없어…….’
공손향양은 깜짝 놀랐다.
5품 화경이 이르면, 세상의 대부분 독약은 강한 간 기능에 의지하여 해독할 수 있었다. 눈앞에 이 독약은 설사 한 알이라도 5품을 독살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유감의 뜻을 내포한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제가 직접 독약을 몇 알 만들었습니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지금 바로 처리하지요.”
그는 말을 마친 뒤 환약 한 알을 집어서 입에 털어 넣고 곱게 음미하였다.
‘먹, 먹었다…….’
공손향양은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섰다. 표정은 굳었으며 등줄기에서는 오한이 났다.
뇌정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수축했다. 그는 온몸의 솜털이 전부 곤두섰다. 공포가 순간 폭발하였다.
두 5품 고수는 허칠안을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그의 입, 그의 목구멍을 주시하였다. 목젖이 굴러가는 건 환약을 배로 삼켰다는 의미였다.
‘공손향양이 나를 속이지는 않았군…….’
뇌정은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얼른 자신의 태도를 돌이켜보더니 이전 자신의 오만불손함에 걱정하고 괴로워했다. 그는 자신이 얼핏 온화해 보이는 고수의 불만을 유발했을까 봐 두려웠다.
“됐습니다!”
허칠안은 옥병을 품 안에 거두었다.
사실 진짜 전투력을 논하자면 그는 5품을 이길 수 없었다. 그에게 5품 고수의 배 속에 직접 독약을 주입할 방법이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는 독을 제외하면 동피철골을 효과적으로 쳐부술 수단이 부족했다.
물론 무사 역시 그를 이길 수 없었다. 칠절고의 수법은 변화무쌍하여 불패의 위치에 설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독약을 전부 소화하면 아마 5품을 이길 수 있겠지…….’
허칠안은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
“마침 좋습니다. 두 분이 오지 않으셨다고 해도 제가 찾아뵐 계획이었거든요.”
공손향양과 뇌정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전자가 얼른 공손하게 물었다.
“제가 무슨 능력으로 선배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칠안은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온화하고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두 분께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만, 옹주 무림대회를 열어주십시오. 시간은 한 달 반 뒤로 정하겠습니다.”
이는 그가 얼마 전에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무작정 용기 숙주를 찾을 바에는 차라리 그들을 불러모을 방법을 생각하여 일망타진하는 편이 나았다.
비록 무림대회는 강호 인사를 대상으로 하긴 했지만, 함께 모여 즐기는 인류의 천성으로는 분명히 가정 형편이 넉넉한 인사도 성대한 모임을 즐기러 올 터였다.
공손가와 용신보에게 이 일을 주도하라고 한 이유는 우선 자신을 내세우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는 허평봉의 후수를 방비해야 했기에 배후에 숨어 있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시간을 한 달 반 뒤로 정한 건 소식의 전파와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옹주 각지 인사가 소식을 받고 다시 옹주에 오려면 틀림없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이건……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공손향양이 상대를 떠보았다.
……허칠안은 본래 옹주 군웅의 ‘기세’를 빌려 미라를 제압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아주 있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명색이 득도한 지 800년이 된 고수가 미라를 제압하는데 옹주 군웅의 도움이 필요하겠는가.
이건 그 자체로 아주 저급하고 격조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공손향양과 뇌정은 순간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림대회를 소집하려면 반드시 사람을 끌 만한 술수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희 두 집안이 연합하여 웅주 무림 100강 명단을 정하겠습니다. 옹주 각지의 호걸을 초청하여 필기시험을 치르고 순위를 정하시죠. 이건 명성을 좋아하는 강호인들에게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거금의 상금도 있어야 합니다…….”
공손향양과 뇌정은 쉴 새 없이 토론하였고, 허칠안은 차를 마시며 미소를 머금은 채 얘기를 들었다.
반 시진 후, 두 사람은 상의를 끝낸 뒤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고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모남치는 그를 쳐다보면서 일침을 가했다.
“자네 방금 위연을 연기했지?”
허칠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희 내일 옹주성을 떠나 옹주 각처를 좀 둘러보시지요.”
* * *
암말은 주인에게 이끌려 부양현(富陽縣)을 다그닥다그닥 걸었다.
모남치는 말 등 위에 앉아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이 마을은 아주 부유한 편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리하지 않은 거리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가옥이 모두 이 점을 명시했다.
행인의 옷차림 역시 화려하지는 않았다. 양식과 옷감 모두 평범한 편이었다.
하지만 부양현의 황주는 옹주 전체에서 유명했다.
허칠안이 이번에 온 건 술을 마시기 위함이었다. 왕비 역시 술 마시는 일을 좋아해서 아주 기쁘게 동의하였다. 두 사람의 말은 다그닥다그닥 강호를 걸었다. 가는 곳에서 먹고 마시면 되었다.
가는 길에 강이 있었다. 강 위에는 흰 벽에 검은 기와로 된 돌판 다리가 끊임없이 늘어졌다.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미인이 기름 우산을 쓰고 있다면 완벽할 듯했다.
허칠안이 암말을 끌고 돌판 다리에 올랐는데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깜짝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누가 물에 뛰어들었어요!”
그와 왕비가 동시에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강의 상류에 한 부인이 강물을 따라 물에 잠겼다 떠올랐다 하고 있었다. 상황이 매우 위급했다.
양쪽 강기슭에 있는 행인은 손가락질하거나 대나무 장대를 찾아 부인에게 내밀어 구조를 시도했다.
부인은 물을 몇 모금 내뿜더니 일그러진 얼굴로 열심히 발길질하며 스스로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세고, 수영할 줄도 모르니 발버둥 칠수록 먹는 물이 더 많아졌다.
그녀는 점점 기력이 빠졌다.
“살려주세요, 어서 살려주세요…….”
먼 곳에 있는 백성들은 다리 위에 누군가 있는 걸 보자 즉시 고함을 질렀다.
‘몸을 훌쩍 날려 다리로 뛰어내린 뒤, 부인의 어깨를 잡고 발끝을 수면에 재빨리 대어 가뿐하게 기슭으로 되돌아온다…….’
허칠안은 머릿속으로 일련의 과정을 그린 뒤 몸을 훌쩍 날려 뛰어내렸다.
풍덩!
그는 차디찬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힘을 내어 부인을 향해 헤엄쳐 갔다.
칠절고의 7가지 힘 중에 비행 능력은 없었다.
주변에 백성들이 너무 많았다. 허칠안은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암고를 이용해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때로는 저속한 무사도 다른 체계보다 더 우아할 수 있거든…….’
그가 물에 빠진 부인을 건지려는 찰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솟구쳤다.
“젊은이, 대나무 장대를 잡게!”
한 노인이 기슭에 서서 허칠안에게 대나무 장대를 내밀었다.
허칠안은 노인과 행인의 도움을 받아 대나무 장대를 잡고 부인과 함께 끌려와 기슭에 올랐다.
부인은 사레들려서 정신이 혼미했다.
그녀는 얼굴은 창백했으나 이목구비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자태의 부인이었다.
허칠안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툭 쳤다.
“욱…….”
부인은 물을 뱉어냈고, 혼미했던 정신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구사일생했다는 기쁨도 없이 오히려 통곡하기 시작했다.
“죽게 놔두세요. 깨끗하게 죽겠어요. 여러분, 제발…….”
그녀는 얼굴을 감싼 채 흐느꼈다.
“장 절름발이의 마누라 아닌가?”
“잘 있다가 왜 물에 뛰어든 거지?”
“에휴, 참 불쌍한 사람이네…….”
주위의 백성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왈가왈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