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16
716화. 불공평한 일 (1)
다그닥다그닥…….
암말이 우아한 걸음을 디디며 왕비를 태운 채 가볍게 뛰어왔다.
암말은 투레질을 하더니 허칠안의 얼굴을 살며시 문질렀다. 허칠안은 쉴 새 없이 암말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위로하였다.
왕비는 말 등 위에 걸린 보따리를 풀어 청포를 잡아 허칠안에게 건넸다. 그런 뒤 그녀는 부인을 쳐다보고 약간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솜옷도 꺼냈다.
“입으세요. 풍한에 걸리면 사람을 구했어도 헛되이 구한 게 되니까요.”
늦가을, 옹주의 기후는 뼛속까지 시렸다. 이 사람은 방금 강물에서 건져졌으니, 제때 옷을 갈아입고 따뜻하게 하지 않았다가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죽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노인네 집이 바로 앞에 있으니 노인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시오.”
대나무 장대를 쥔 노인이 황급히 말했다.
허칠안은 깨끗한 청포와 솜옷을 안고 읍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즉시 말을 끌고 부인을 잡아끌면서 노인의 뒤를 따랐다.
주위의 백성들은 여전히 왈가왈부하며 손가락질하느라 바빴다. 그들은 다들 이러쿵저러쿵 속닥이거나 장 절름발이 마누라의 명줄이 길다며 개탄하였다. 수영도 잘하고 추운 날에 풍한에 걸릴까 상관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 구하길 원하는 자를 만났으니 말이다.
노인은 100m도 못 가서 아연석(鵝軟石)이 깔린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더니 검은색에 부패한 흔적이 가득한 나무문을 밀었다.
문 뒤는 작은 사합원으로 머리 위에는 사방이 천장이었다.
부인은 이때 이미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입술이 하얗게 질려 온몸을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만약 허칠안이 여전히 무사였다면 기기를 보내서 아주 쉽게 그녀 몸속의 한기를 내쫓을 수 있었다.
기기는 무사의 특허에 속했다. 중저품일 때 각 체계에서는 무사만이 기기를 시전할 수 있었다.
고품이 되면 다른 체계도 육신이 강해지므로 기기를 시전할 수 있긴 하지만 무사에는 한참 못 미쳤다. 역고부에선 리나의 단계에 이르면 자발적으로 연정화기(煉精化氣)를 할 수 있었다. 육신을 위주로 하고 기기를 보조로 삼으면 전투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가서 옷을 갈아입히세요.”
허칠안은 큰 보따리를 꺼내 모남치에게 내던졌다.
왕비는 보따리를 품에 꼭 안은 채 부인을 한 번 쳐다보더니 슬그머니 예쁜 솜옷을 보따리에 도로 쑤셔 넣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그다지 예쁘지 않은 솜옷을 꺼냈다.
그녀는 방금 너무 경솔하여 실수로 좋은 옷을 꺼냈다…….
허칠안은 두 사람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자 노인의 안내를 받아 아래채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어르신, 우선은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허칠안은 완곡하게 말했다.
노인은 어리둥절하더니 궁금해하며 말했다.
“왜지? 젊은이 쑥스러운가?”
‘아니, 저 때문에 놀라실까 봐 그렇죠…….’
허칠안은 유감의 뜻으로 웃더니 노인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노인은 깨끗한 수건을 탁자에 두고 방을 나갔다.
허칠안은 장포를 풀고 내의를 벗었다. 그의 배와 뒷등에는 피와 살을 파고든 못이 네 개 있었다. 상처는 검붉고 흉악하고 끔찍했다.
그의 머리 위 백회혈에는 원신을 봉인한 못이 하나 있었다.
봉마정이 그의 기력을 포함한 수련 경지를 봉인하였다. 현재 그는 3품 무사의 튼튼함이 있지만,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설령 튼튼한 육신의 특징에 의지하여 사람을 죽이고 싶어도 어려웠다.
허칠안은 보송보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노인과 남루한 대청 안에 앉아 난로를 쬐었다. 난로 위에는 황주가 한 주전자 얹혀 있었고, 두 사람은 한담을 나누었다.
“어르신, 집에 어르신 혼자 사십니까?”
“그렇네만.”
“가족들은요?”
“마누라는 작년에 갔고, 아들딸이 있는데 딸은 타향으로 시집가서 여러 해 동안 나를 보러 오지 않았네. 아들은…….”
노인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소 혼탁한 눈에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몇 년 전에 수재로 농작물이 전부 죽었네. 가족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사냥꾼을 따라 산에 올라가 사냥하다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었어.”
순간 침묵이 흘렀다.
허칠안 자신이 큰 슬픔과 고통을 겪었던 사람인지라 ‘상심하지 말라’와 같은 류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때 노인이 술 주전자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술은 온도가 딱 좋게 데우면 되네. 끓으면 맛이 흩어지지. 젊은이, 맛보게.”
집안에는 여분의 잔이 없었다.
허칠안은 술주전자를 기울여 한 모금 마셨고 눈이 반짝였다. 맛은 신선하고 달콤하면서 순했는데 신맛, 쓴맛, 매운맛, 떫은맛이 다 있었지만 딱 들어맞았다. 술을 삼킨 뒤 입술과 이 사이에 짙은 향기가 오랫동안 머물렀다.
경성에 좋은 술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는 이런 술을 정말 처음으로 맛보았다.
‘탕 한 접시랑 땅콩 볶음이 있으면 좋은데…….’
허칠안은 아쉬웠다. 그는 객잔에 머물며 왕비와 날이 밝을 때까지 실컷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노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래 음미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젊은이의 말투를 들으니 옹주 현지인이 아닌 듯하네만.”
“경성에서 왔습니다.”
노인은 숙연한 마음이 들어 옷깃을 여미고 말했다.
“알고 보니 경성 인사였군. 어쩐지, 젊은이와 자네 아내가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더군.”
‘저기, 저기요. 어르신이 하신 그 말씀 양심에 찔리지 않으신가요……?’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바로 이때, 왕비와 부인이 나왔다. 부인은 여전히 얼굴이 창백했으며, 섬세하고 고운 몸은 추위로 약간 떨렸다.
노인이 두 사람을 불을 쬐라고 불렀다. 허칠안은 왕비의 표정에서 이상을 감지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분노를 억누르는 듯했다.
“왜 그러세요?”
허칠안은 술 주전자를 부인에게 건네 한 모금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라는 의사를 표한 뒤 고개를 돌려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노인은 탄식했다.
“장 절름발이가 또 도박을 하러 갔는가?”
부인은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끄덕였다.
노인은 이 모습을 보더니 평가했다.
“보아하니 더는 같이 살 수가 없겠군.”
부인은 고개를 저었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모남치는 을씨년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남자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는군…….”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는 건 완곡한 표현이었다. 일은 이러했다. 부인의 남편은 장유복(張有福)이라고 하는 절름발이였다. 불구라는 이유로 중노동을 할 수 없어서 가정 형편이 항상 곤궁했다.
하필 장 절름발이는 눈만 높고 능력은 없는 자여서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게 달갑지 않아 도박에 빠졌다.
몇 년 동안 본래 부유하지 않았던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는 도박을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졌다. 장 절름발이는 재능이 특출나지도 않았으므로, 도박에 져 집 재산을 다 날리고 산더미 같은 빚까지 졌다.
그중에 가장 큰 빚쟁이는 주이(朱二)라는 건달이었다.
주이는 도박장과 결탁하여 장 절름발이의 돈을 쥐어짠 뒤 그에게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자였다.
주이의 목적은 결코 돈이 아니었다. 그는 장 절름발이의 마누라, 다시 말해 눈앞에 있는 부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했다.
그는 빚으로 협박하며 장 절름발이에게 아내를 전당 잡으라고 요구하였다. 돈을 돌려줄 수 있는 날 아내를 다시 돌려주겠다며 말이다.
장 절름발이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마지못해 응하고 계약을 맺었다.
부인은 어제 주이에게 끌려가 강요에 못 이겨 그에게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아침 주이가 깊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도망쳐 나와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려고 했다.
노인은 말을 다 듣더니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치 장 절름발이가 조만간 이 지경에 이를 줄 진작에 알았던 듯했다.
처를 저당 잡히는 일은 대봉 남쪽에서 아주 흔했다. 삶이 태평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이곳에서는 일단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를 맞닥뜨리면 처를 저당 잡는 풍조가 몹시 성행하였다.
이런 풍조를 율법에서는 엄히 금지했지만, 관아는 이를 통상적으로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며 눈감아주었다.
허칠안은 다시 부인을 살폈다. 확실히 아름다운 용모와 연약한 기질은 남성의 소유욕을 자극할 만했다.
모남치는 허칠안에게 계속 눈짓을 보내 부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다.
“부인 남편께서는 그 주이에게 은자를 얼마나 빚졌소?”
부인은 고개를 젓더니 쭈뼛쭈뼛 그를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30냥이요.”
은자 30냥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에, 경성에서라면 일 년 동안 가족을 부유하게 할 만한 수입이었다. 그리고 부양현처럼 작은 도시에서 은자 30냥은 대저택을 한 채 사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노름을 통해 생긴 빚이라면 이렇게 계산할 수는 없었다.
만약 부인이 속인 게 아니라면 주이와 도박장이 내통하여 사기를 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은자 30냥은 사실 한 푼도 내지 않고 맨손으로 날강도 짓을 한 결과였다. 그들은 멀쩡한 집안의 아름다운 부인을 교묘하게 속였다.
노인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이는 현에서 악명이 자자한 건달이네. 현장(縣長)의 처조카와도 의형제를 맺고, 수하에는 수십 명을 거느리고 있네. 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전부 그에게 보호비를 내야 하고. 그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이 아주 많지만, 그를 두려워하는 자가 더 많네. 위로는 현장을 업고 있으니 그가 무법천지로 굴 수 있는 게지.”
‘게다가 아주 똑똑해. 합리적인 수법으로 남녀를 괴롭히니까…….’
허칠안은 속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좋은 사람이려면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라는 속담이 있소. 그대에게는 지금 두 가지 선택이 있소. 첫째, 그대 남편이 주이에게 빚진 30냥을 내가 그대를 대신해 갚을 테니 그대는 돌아가 남편과 계속 삶을 꾸리시오. 둘째, 계약이 율법에 어긋나니 내가 그대를 대신해 혼을 내주겠소. 하지만 그대는 남편과 헤어져야 하오. 사후에 그대에게 은자를 줄 테니 친정으로 돌아가도 좋고 다른 곳으로 가도 좋소. 마음대로 하시오.”
부인은 고개를 떨군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인데 어찌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저는 현지인인데 현을 나서면 어디로 가서 살길을 강구하겠어요?”
허칠안은 그녀가 첫 번째를 선택했음을 알았다.
그는 즉시 부인에게 30냥 은자를 남기고 암말과 모남치를 끌고 노인의 집을 떠났다.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현성에서 가장 좋은 객잔으로 와 나를 찾으시오. 어르신, 술 잘 마셨습니다. 정성껏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과 말 한 필은 골목을 나서 점점 멀어져 갔다.
노인은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돌아왔는데 경악하였다. 그는 그 젊은이가 방금 앉았던 곳에 관은 한 덩이가 놓였음을 발견하였다.
노인은 일평생 이렇게 값이 많이 나가는 은자를 본 적이 없었다.
* * *
험상궂은 얼굴의 주이는 세 채가 딸린 어느 대원(大院)의 대당 안에 앉아 어두운 얼굴로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계집을 잡아 와라. 보살펴 주는 것도 모르고 뻔뻔하게 굴다니. 앞으로 저택에 두고 형제들의 해소용으로 삼겠다. 마누라를 얻지 못하는 형제가 이렇게 많은데 마침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겠어.”
그는 그 젊은 여인의 맛을 보았다. 주이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옛것을 싫어하였다.
비록 계약은 그가 이렇게 처분하는 걸 허가하지 않았지만, 그 절름발이는 찢어지게 가난하여 30냥은 둘째치고, 은자 3냥조차 내놓을 수 없었다.
이 여인은 지금부터 그의 것이었다. 그가 처리하고 싶은 대로 처리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