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19
719화. 자매를 품에 안고
나흘 후, 두 사람은 평주(平州)라는 관내에 도착했다.
허칠안은 암말을 끌고 관도 위를 걸었다. 오늘 햇빛은 찬란하고, 허칠안의 기분은 화창하였다.
모남치는 말 등에 앉아 《대봉지리지(大奉地理志)》를 들춰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평주는 좋은 곳이야. 광산이 풍부하고, 자기가 많이 생산되는군…….”
그녀는 주변을 보다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애석하게도 맛있는 음식이 없네.”
‘맛있는 음식이 없다니…….’
허칠안은 갑자기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주의 젊은 여인이 특히 생기발랄하대. 요염하면서도 속되지 않고 정이 많다는군.”
모남치는 뒤이어 덧붙였다.
‘다정하다는 말은 남자를 묘사하든 여자를 묘사하든 침대 위로 꼬시기 아주 쉽다는 의미인데…….’
허칠안은 눈을 빛내더니 머릿속에 기루와 청루가 스쳤다.
‘좋은 곳이구나!’
“봐봐, 내가 그냥 해본 말인데 바로 힘이 솟는 거 봐!”
모남치는 그에게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 속인 건가…….’
허칠안은 갑자기 모든 게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 * *
두 사람은 점심 시간이 가까워 올 때 마침내 성에 들어왔다. 허칠안은 길가의 아가씨들을 주시하다가 갑자기 대부분 자색이 매우 평범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반면 모남치는 이곳에 오니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갑자기 두 사람은 피리 소리를 들었다. 연주 소리가 아주 리드미컬한 악곡이었다. 이따금 둔탁한 소리를 동반하기는 했지만, 마찬가지로 아주 박자감이 풍부한 북소리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대오의 인마(人馬)가 천천히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앞에는 깃발을 높이 들고 있었다. 동해용궁(東海龍宮)!
대오 중심에는 가마가 있었는데 지붕은 없고 휘장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짐승 가죽과 푹신한 베개가 깔린 의자 위에는 두 여인과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요(*嫐: 두 여자 사이에 있는 남자를 형용하는 한자)!
그는 얇은 휘장 사이로 젊은 남자의 수려한 이목구비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젊은 남자는 양손으로 각각 여인을 끌어안은 채 입으로는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양옆에 여자를 낀 감각을 아주 즐기려는 듯, 시시때때로 그녀들과 고개를 숙이고 귓속말을 하였다.
여기서 가장 사람의 시선을 끄는 요소는 가벼운 옷차림에 풍만한 몸매가 보일락 말락 하는 그 두 여인이었다.
그녀들은 여자가 가장 매력적일 때의 나이였다. 별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짙고 긴 눈썹, 정교한 이목구비.
그녀들은 거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 명은 얼음처럼 차갑고 한 명은 나른하면서도 어여뻤다. 둘 다 반쯤은 남자의 품에 기대어 달콤한 표정을 지었다.
잘 익은 복숭아 두 개 중에 아무거나 하나 집어도 전부 뛰어난 미인이었다.
일단 짝을 이루기만 하면 그 의미는 매우 달라졌다.
허칠안은 냉정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미워하는 주변 행인들의 감정을 날카롭게 눈치챘다. 물론 그가 이런 감정을 눈치챌 수 있는 이유는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미워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해용궁이 어떤 강호 세력이지? 쌍둥이인가…….’
허칠안은 중얼거리면서 차마 다시 보지 못하고 암말을 이끌고 재빨리 멀어져갔다.
* * *
두 사람은 물어가며 나아가서 평주에서 가장 큰 객잔에 이르렀다.
평주는 매우 부유했다. 부유한 철광과 자기, 게다가 성 밖의 조운 부두를 등에 업어 상업이 발달하였다.
모남치는 《대봉지리지》를 다 본 뒤 여기에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번화가에는 각종 점포가 특산물과 먹을거리를 팔았다.
성안에서 가장 큰 재원객잔(財源客棧)은 호화로운 3층짜리 본관이 있었다.
뒤에는 아원(雅院)이 몇 개 더 있었으며 이는 재력이 있는 손님에게 제공되었다. 예를 들면 허칠안 같은 거물급 말이다.
이 객잔에는 아주 큰 특색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아원에 묵는 손님은 입주할 때 심부름꾼이 성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루인 ‘청자각(靑瓷閣)’ 낭자의 초상화를 바친다는 점이었다.
손님이 누군가를 고르면 객잔은 그자 대신 그 낭자를 불러왔다.
‘아, 객잔의 주인과 청자각의 주인이 같은 사람이군.’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모남치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아쉬운 마음 가득 담아 심부름꾼에게 초상화를 도로 내던지며 말했다.
“필요없다. 용모가 평범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객잔의 심부름꾼은 황급히 초상화를 받쳐 들고 얇게 겹치더니, 내친김에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그럼 손님 편할 대로 하십시오.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 뜰 밖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돌아서서 입을 삐죽였다.
‘고작 아주머니 용모 가지고. 청자각의 어떤 낭자든 저 아주머니보다 열배 백배 낫지 않겠어? 이 손님은 아주 젊어 보이는데. 비록 외모가 평범하다고 해도 씀씀이가 사치스러운데 어째 나이도 많고 아름답지도 않은 여인을 마음에 들어 할까?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물론 그에게 어떤 버릇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객잔 심부름꾼은 말쑥하고 품위 있는 청년을 좋아하는 나리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밤에 뜰 밖에서 지킬 때 말쑥하고 품위 있는 청년이 가슴 찢어지듯 처참한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이지 항문을 콱 조이게 하는 비명이었다.
허칠안과 대봉 제일 미인은 뜰 안에 앉아 황주를 마시며 점심 식사를 즐겼다. 그는 발밑에 작은 화로를 둔 채 생강채와 향료를 담근 황주를 데웠다.
“이럴 때 토종 달걀이 있으면 좋을 텐데. 황주에 두드려서 넣고 같이 끓이면…….”
허칠안은 갑자기 전생에 할아버지가 황주를 마실 때의 기호가 떠올랐다.
이때 남색의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동의 없이 마당 문을 밀어젖혔다.
그녀는 한 바퀴 훑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형씨, 우리 집안 주인님께서 이 뜰에 묵고 계신데 형씨가 미련을 버리길 바란답니다.”
그녀는 표정과 태도가 거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 처리에는 규칙이 있었다. 그녀는 소매에서 금괴를 한 덩이 꺼냈다.
“이건 저희 집 주인님께서 보상하시는 겁니다.”
허칠안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알았다. 그녀는 바로 얼마 전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해용궁’ 깃발을 든 대오였다.
용궁 궁주(宮主)로 추정되는 그 남자가 쌍둥이 자매를 좌우에서 포옹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모남치를 쳐다보더니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
모남치는 고개를 젓더니 아름답게 웃었다.
그녀는 허칠안이 언제나 자신을 가장 많이 존중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모든 일에 그녀의 의견을 구하고자 했다. 모남치에게 있어 이는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중시 받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녀는 그와 함께 지낼 때 두 사람이 종속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사이가 된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바쁘게 오면서 고생하는 바람에 장소를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허칠안은 남색 긴 치마의 여인을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그녀는 고운 미간을 찌푸리더니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남색 긴 치마 여인은 그대로 금괴를 도로 거둔 뒤 돌아서서 가려 했다.
“오늘 형씨가 옮기지 않아도 옮겨야 합니다!”
갑자기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동해용궁 궁주로 추정되는 그 준수한 남자가 문턱을 넘어 우쭐댔다.
그는 검은색 바탕에 금실, 은실이 수놓인 장포를 입고 패옥을 단 채 부유하고 고귀한 기세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허칠안은 한 번 훑었다. 그의 몸에는 적어도 세 군데 이상 규칙을 넘어선 점이 보였다.
‘내가 지금 아직 은라였다면, 너는 이미 사라졌어…….’
그는 남몰래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 ‘궁주’의 태도에 반감이 들어 담담하게 대답했다.
“옮기지 않으면 또 어쩔 건가?”
준수한 남자는 입가를 조금씩 치켜올리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죽아(竹兒), 그를 혼내주렴.”
남색 긴 치마의 여인은 조금도 공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 나서서 두 암살 무기를 허칠안을 향해 휘둘렀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이 아름다운 소녀는 민첩한 동작으로 자유분방한 주먹을 허칠안 앞까지 질렀다.
권경(拳勁)이 휙휙 소리를 냈다.
갑자기 그녀는 주먹이 절반쯤 닿았을 때 몸에 맥이 빠진 듯 발걸음을 비틀거리며 안정적으로 서 있지 못했다.
“연기 전봉에 좀 모자르군.”
허칠안은 ‘허’하고 소리를 내더니 로우킥으로 죽아를 걷어차버렸다. 그녀는 벽에 묵직하게 부딪히며 허리를 감쌌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
연기경 무사는 그의 앞에서 반격할 힘이 거의 없었다. 그는 공기를 결합하여 호흡을 통해 무색무취의 독기를 뿜어내어 위기 경보 없이 연기경을 손쉽게 마비시킬 수 있었다.
독고는 환경에 따라 다른 독소를 만들 수 있었으며, 공기와 결합하여 무색무취의 독기를 생성할 수 있었다. 비록 이 독기는 마비시킬 수만 있어 효력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 그 정도여도 충분했다.
역고는 그의 힘을 매우 극대화했다. 그는 방금 사정을 봐주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는 로우킥 한 방에 허리를 절단했을 것이다.
검은 장포의 젊은이는 이 모습을 보고도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 대단해!”
이때 쌀쌀맞으면서도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랑, 또 소란을 피우셨군요.”
마당 문밖에 청아하고 매혹적인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청색 긴 치마에 대나무 줄기 무늬가 그려진 옅은 남색의 피풍의를 걸쳤다. 맑고 깨끗한 분위기는 금욕하는 젊은 부인다운 인상을 주었다.
“청(淸) 누님, 마침 잘 왔어요.”
준수한 남자가 금실, 은실을 수놓은 검은 장포를 입은 채 사람을 압도하는 호화로움을 흘렸다. 그는 멀리 허칠안을 가리켰다.
“죽아가 좋은 말로 뜰에서 나가 달라고 권하고 간청했는데 그는 원치 않을 뿐만 아니라 손을 써서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가련한 우리 죽아가 이렇게 아파하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 준수한 남자의 겉모습은 허칠안이 만난 남자 중에 최고라고 할 만했다.
‘정교함’을 논하자면 허신년만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청 누님’이라고 불린 여인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선 허칠안을 한 번 살피더니 말했다.
“대인께서는 왜 나서서 사람을 다치게 하셨나요?”
‘이거 보아하니 이 여인이 지존인 듯한데…….’
허칠안이 막 입을 열어 설명하려는데 누가 알았겠는가. 검은 장포의 남자가 도도한 여인의 귓가에 다가가 가볍게 한숨을 내뱉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제가 여기에 묵을 거예요. 여기가 더 조용하고 배경이 가장 좋거든요. 밤에 청 누님과 술잔을 들고 환담을 나누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어요!”
맑고 깨끗하며 고상하고 우아한 여인은 새하얀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그녀의 도도함 속에 요염함이 약간 더해졌다.
그녀는 확실히 타고난 미인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흘기더니 태도를 바꾸고 쌀쌀맞게 말했다.
“그쪽은 바로 여기서 나가세요. 사람을 다치게 한 일은 묻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허칠안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건데?”
강호의 의기가 호쾌하기는 했지만, 여기서는 걸핏하면 대판 싸움을 벌이는 현상도 보편적이라 매우 골치 아팠다.
재수 없으면 눈빛만 마주쳐도 불쾌하다며 대판 주먹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었다. 강호를 거닐 때, 무뢰한이 느닷없이 뛰쳐나와 트집을 잡는다면 그조차 기본 조작이었다. 때문에 그는 놀라지 말아야 했다.
허칠안처럼 경성에 숨어든 사람에게는 확실히 기후 풍토가 맞지 않아 적응할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도도한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열 수를 받고도 죽지 않으면 다시 얘기하시죠.”
그녀가 가느다란 손을 어깨에 눌렀다가 털었다. 화라락 바람 소리와 함께 대나무 줄기 무늬가 그려진 옅은 남색의 피풍의가 선회하면서 허칠안을 뒤덮었다.
피풍의는 하늘하늘 떨어졌지만 허칠안을 덮지 않았다. 그는 이미 한발 앞서 두 장 밖의 나무 그늘에 나타났다. 도도한 여인은 그가 원래 서 있던 자리인 모남치의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손을 뻗어 피풍의를 잡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무 그늘 아래의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예쁜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남강 고족 사람인가요?”
백회혈의 그 불정(佛釘)이 그의 원신을 봉인하여 그는 위기에 대한 무사의 직감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예측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도도한 여인이 손을 쓰는 찰나 그는 미리 그림자가 되어 도약하였다.
“남치, 방으로 가세요.”
허칠안은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