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20
720화. 꿈에 들어온 자
왕비는 아주 얌전하게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살고자 하는 욕구는 언제나 뛰어났기에 절대 일을 방해하지 않았다.
도도한 여인은 막지 않고 모남치가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몇 걸음 빠르게 돌진하며 발밑의 푸른 벽돌을 밟아 균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잔영으로 변해 허칠안에게 달려들었다.
허칠안은 다시 그림자 도약을 사용해 처마 아래에 나타났다. 형체가 막 나타났는데 뜻밖에도 도도한 여인이 한발 먼저 위치를 눈치챘다. 거센 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는 사이, 청아한 미인은 더할 나위 없이 사납게 손을 썼다.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인정사정없이 무릎을 날렸다.
허칠안은 아무런 내색 없이 왼쪽 손바닥으로 무릎을 누르려 했다가 오른손으로 발을 잡았다. 청아한 여인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본래 도도한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지더니 주먹을 쥐고 그를 냅다 때렸다.
탁!
허칠안은 거꾸로 날아가 곧 방문에 부딪혀 방 안으로 치고 들어갈 참이었는데 그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무 그늘 아래 사람 형체가 거꾸로 날아왔다가 다시 사라졌다.
탁자 아래, 사람 형체가 거꾸로 날아왔다가 다시 사라졌다.
검은 장포 뒤의 그림자 속, 사람 형체가 거꾸로 날아왔다가 다시 사라졌다.
허칠안의 형체가 뜰 안의 그림자에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는 거꾸로 나는 모습을 보이며 십여 차례 연속으로 번쩍인 뒤에 마침내 청아한 여인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녹여버렸다.
쿵쿵쿵……. 허칠안은 연신 뒤로 물러나 마지막 힘을 죽였다. 그는 처마 밑의 그 푸른 치마를 바라보면서 표정이 점점 엄숙해졌다.
‘4품 무사, 아니 4품 전봉이다. 양연과 강율중에 뒤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무사다. 작은 평주에 어떻게 4품 전봉 무사가 나타나지? 게다가 내가 마주치다니! 더 뭐 같은 건 뜻밖에 나와 마찰이 생겼다는 점이야…….’
허칠안은 속으로 남몰래 재수 없다고 욕을 퍼부으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냉혹하고 차분하게 처마 밑의 청아한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등을 검푸른색으로 물들였다. 검은 기운이 하얀 피부를 감돌며 위로 퍼져나가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그녀의 피부 아래에는 검푸른색의 혈관이 도드라졌다.
뜨거운 기기가 독소를 몸속에서 밀어내려고 했다. 검푸른 기운과 뜨거운 기기가 양보 없이 대치하였다.
“청 누님, 괜찮아요?”
검은 장포의 부귀한 젊은이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는 여인을 끔찍이 아꼈다.
“오지 마!”
청아한 여인은 호통친 뒤 부드러운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 독은 아주 위험해.”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동안 그는 미라를 연화하는 독을 삼켜 독고가 아주 높은 단계로 진화하였다.
4품 전봉을 독살하는 일엔 분명히 충분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였다. 그는 지금처럼 그녀가 어쩔 수 없이 기운으로 독을 몰아내게끔 핍박하였다.
그리고 그가 무사의 위기 경보를 속일 수 있는 이유는 법술이 신묘한 천고의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검은 장포의 남자는 허칠안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저 용(蓉) 누님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싸우지 않겠어요.”
청아한 여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에 아주 거부감이 드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가렴.”
그녀 역시 허칠안을 보지 않고 곧장 떠났다.
비록 그녀는 맹독에 감염됐지만, 기껏해야 좀 번거로울 뿐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고 생명이 위급한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는 외모가 평범한 이 청의 남자가 두려운 게 아니었기에 그쯤에서 멈추었다.
우선 상대는 그녀가 존중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뜰 하나를 위해서라도 진짜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두 번째, 이곳은 객잔이었다. 평주성에서 정말 거리낌 없이 사투를 벌이고자 한다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쌍방은 사실 줄곧 견제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그 여인이 방으로 돌아가게 내버려두었으며, 청의 남자 역시 기회를 틈타 이랑을 기습하지 않았다.
검은 장포의 남자가 허칠안을 노려보더니 발뒤꿈치를 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청 누님, 아파요? 제가 누님 대신 독을 빨아줄게요.”
* * *
두 사람은 한참 걸어가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뜰로 들어갔다. 이 뜰은 더 컸으나 정교함이 부족했다. 배경과 도구 등 방면으로는 평범한 남자가 묵는 아기헌(雅器軒)보다 못했다.
널찍한 침실 안에서 연기 없는 숯이 활활 타올랐다. 눈부시도록 붉은 불꽃이 춤을 추었다.
부드러운 평상 위, 요염한 여인이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가벼운 면옷 차림이었으며, 허벅지까지만 오는 흰 속바지를 입었다.
요염한 여인이 여동생의 검푸른 오른손을 보더니 깔깔깔 애교스럽게 웃었다.
“오늘 네 점을 쳐봤거든. 그래서 네게 일이 생기리라는 걸 알았지.”
청아한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독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언니가 하얗고 긴 다리로 준수한 젊은이의 허리를 잡은 모습을 보았을 때 불쾌함을 드러내며 경고하였다.
“오늘 밤에 그는 내 거야.”
요염한 여인은 비웃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 나와 청아(淸兒)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지?”
검은 장포의 남자는 왼쪽을 쳐다보고 또 오른쪽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손바닥이든 손등이든 전부 살이에요.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지요,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돼요.”
요염한 여인은 어여쁜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짜증을 냈다.
“교활하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준수한 남자의 품에 기대어 여동생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뜰에 묵는 게 누구니?”
청아한 여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부리는 건 고족 수법인데 중원 사람이야.”
요염한 여인은 새빨간 입술을 오므리더니 침음했다.
“고족의 고술은 지금껏 밖으로 전해진 적이 없어. 설령 7대 유파라고 해도 한 파벌 간의 견해가 아주 엄중해. 하물며 중원 사람은.”
청아한 여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가 이번에 나온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잖아. 최대한 상관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말자고.”
검은 장포의 남자는 언니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허리를 끌어안고 여동생을 보면서 말했다.
“그저 ‘같은 길’일까 봐 무섭네요.”
* * *
허칠안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모남치를 데리고 장을 구경하며 유약을 반질반질 바른 자기를 샀다. 그는 자신을 용기 검색기로 삼았지만 오후가 지나도록 용기 숙주를 찾지 못했다.
그는 다소 실망하였다.
황혼 전, 두 사람은 객잔으로 돌아왔다. 모남치는 아직 흥이 다하지 않아 기력이 왕성하였다.
원래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방에서 잤다. 왕비는 낮에 발생한 그 충돌로 인해 상대방이 밤에 보복하러 올까 봐 다시 허칠안과 같은 방을 썼다.
그들은 침상을 분리해 잤다.
그녀는 햇빛을 쐰 이불을 두르고 머리를 내민 채,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탁자에 앉아 말없이 침음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주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모남치는 탁자에 앉아 생각하는 그를 바라보는 일을 좋아했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천천히 꿈나라로 빠져들면서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 작은 안정감을 가슴속에 숨기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 못된 여자는 언제까지 나를 몰래 훔쳐보는 거야……. 내 정고가 또 발작하겠어……. 아니면 밤에 청루에 다녀와야겠다. 안 돼. 동해용궁 세력이 바로 지척이잖아…….’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정고를 견디면서 전생의 어느 고단한 나날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드디스크 안의 마누라를 삭제했으며, 언제나 야사를 보내는 모든 친구 그룹에서 나와 금욕하였다.
그는 오늘 자태가 뛰어난 자매를 보니 마치 그 야사를 보는 듯했다. 억눌렀던 생각이 갑자기 번개 치듯 솟구쳤다.
“그나저나 나는 확실히 청루와 교방사에 가서 돈을 물 쓰듯 해야 해. 정고를 늘 억누르고 있을 수는 없어. 칠절고는 하나인데 독고는 거의 정체기에 이르렀잖아.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으면 다른 여러 가지 고술이 반드시 리듬을 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독고와 시고가 계속 성장하기 어려워. 다행인 건 심고와 시고의 부작용이 그저 독술사가 동물 그리고 시체와 팀을 이루는 걸 좋아한다는 거니까. 시체 파티와 동물 광란회가 비탄력적 수요는 아니잖아……. 우선 작은 목표를 정하자. 3개월 내에 칠절고를 4품 고수와 싸울 수 있는 정도로 키워야겠어.”
허칠안은 목표를 정한 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미 깊이 잠들었다.
허칠안은 일어나서 탁자를 떠나 침상 곁으로 걸어가 대종 제일 미인의 평범한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침상 밑으로 뚫고 들어갔다.
후……. 그는 천천히 탁한 숨을 내뱉었다. 허 색마는 고향을 찾은 듯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음, 지금 총정리를 할 수 있겠어. 어떤 고술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단기간 내에 강화될 거야. 매번 리나가 왜 싸우고 나서 한 끼를 거하게 먹는지 깨달았어.”
허칠안은 눈을 감고 달콤한 꿈나라로 갔다.
* * *
멀지 않은 곳의 뜰안, 봄처럼 따뜻한 침실.
좌우에 각각 보드랍고 매끄러운 몸을 끌어안은 준수한 남자가 눈을 떴다. 그는 허리 쪽의 시큰한 통증에 엄살을 떨다 가볍게 탄식하곤 계속해서 단잠을 잤다.
* * *
혼미한 사이, 허칠안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문득 놀라 깼다. 그는 침상 밑을 기어 나와 원탁에 앉아 있는 준수한 젊은이를 보았다. 젊은이는 금색, 은색 실이 수놓인 검은 장포에 사람을 옥죄는 부유함을 지녔다.
그가 침상 밑을 뚫고 나오는 걸 보자 준수한 젊은이는 머리를 숙여 절했다.
“대협, 살려주세요.”
그는 말투가 아주 간절했다. 그의 지금 모습은 낮에 보여준 방자하고 오만한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 딴 사람 같았다.
‘이 자가 어떻게 들어왔지?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니…….’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만난 사이건만 대인께서 경솔하시군요.”
“대협, 어쨌든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검은 장포의 남자는 쓴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빈도는 천종 성자 이영소(李靈素)입니다.”
“???”
허칠안은 하마터면 자신의 표정을 통제하지 못할 뻔했다.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다.
‘천종 성자? 그가 이묘진의 사형이거나 사제라고? 악, 확실히 이묘진이 그녀에게 밖에서 떠도는 사형이 있다고 얘기했던 걸 들었던 거 같기는 해…….’
허칠안은 무관심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무슨 근거로 당신을 믿죠?”
이영소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쪽은 지금 꿈나라에 있습니다. 저는 원신 한 가닥의 힘으로 꿈에 들어온 겁니다. 묻겠습니다. 만약 제가 도문의 제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어쩐지 그가 들어오는 걸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게 알고 보니 원신이 꿈에 들어와서였군…….’
허칠안은 고집을 부렸다.
“주술사도 가능하지요. 게다가 더 능숙하고요.”
이영소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으나 즉시 탄식했다.
“제가 주술사라면 매일 제 스스로에 대한 점을 쳐서라도 그 자매들 손에 넘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허칠안은 미간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설마 그 두 미인이 당신의 정부가 아니라고?”
“오히려 제가 정부랄까, 그녀 둘은 확실히 제 홍안지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들 곁에 있으면 자유가 없고 즐겁지도 않아요. 심지어는 허리가 좀 아픕니다…….”
남자가 한탄했다.
‘너 누구한테 자랑하는 거니?’
허칠안은 얼굴을 실룩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 말해보십시오. 내가 그쪽을 도울지 말지 헤아려 볼 테니. 그리고 왜 나를 찾아왔죠? 그쪽이 낮에 일부러 도발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