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21
721화. 천종 성자
천종 성자 이영소는 연신 읍하며 유감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건 대협의 능력을 타진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만약 이 일로 대협께서 위험에 처한다면 오늘 밤에 저는 도움을 청하러 오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청 누님은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쌍방이 원수지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그녀는 낮에 그쯤에서 멈췄을 겁니다.”
“알아차렸습니다.”
허칠안은 탁자에 앉았다. 그는 본래 차를 한 잔 따르고 싶었지만, 갑자기 이게 꿈이라는 점이 떠올라서 그만두었다.
이영소가 말했다.
“2년 전, 저와 사매가 산에서 내려와 떠돌며 속세의 진리를 탐구했지요. 도중에 동해군(東海郡)을 돌아다니다가 동방(東方) 자매와 사귀게 됐습니다. 그녀들은 동해용궁의 대궁주와 이궁주입니다.”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의 도시 동해군이군요.”
동해와 인접한 동해군은 일찍이 대봉에 속했다가 나중에 무신교에게 점거되었고, 그 이후에는 다시 대봉이 빼앗아왔다……. 쌍방이 여러 해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대봉과 무신교의 묵계하에 결국에는 혼란의 도시로 변했다.
동해군은 운주처럼 혼란 지역이었다. 하지만 후자는 더 질서가 없었고 강호 세력과 산인 그리고 무신교와 대봉의 지명 수배범으로 가득했다.
“동해용궁은 동해군에서 손에 꼽는 세력이지요?”
허칠안은 동해군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영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동방완용(東方婉蓉)이라고 하는데 4품 전봉 주술사입니다. 여동생은 동방완청(東方婉淸)이라고 하며 4품 전봉 무사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그녀들을 건드렸던 건 순전히 제 사매의 잘못입니다. 그녀는 왕성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어요. 산에서 수행할 때는 환경이 단순했습니다. 접하는 사람이 모두 동문 사형, 사매이지요. 허, 우리 천종은 늘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깨끗하게 비웁니다. 설령 동문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해도 하기 귀찮아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그 당시 우리는 그녀의 강한 정의감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 그녀는 점차 본성을 드러냈지요. 무릇 못마땅한 일은 모두 개입해야 했습니다. 귀하께서는 강호를 거닐고 있으니 틀림없이 비연 여협객의 명성을 들어보았겠죠. 그녀가 바로 제 사매입니다.”
허칠안은 천종 성자의 빈정거림에 마음속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한 번은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다가 저희 사형, 사매가 동방 자매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기회와 인연이 교묘하게 일치하여 저와 그녀들은 두터운 우정을 맺었지요…….”
‘과정을 자세하게 말할 수 있나? 배우기 좋아하고 적극적인 아이를 좀 가르쳐봐…….’
그는 입꼬리를 치켜올려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그녀 둘과 동시에 잘 됐나요?”
천종 성자는 다소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은 속으로 쩐다고 생각했다. 4품 전봉이면 어느 체계든 전부 우뚝 서 있는 인물이었고, 범인 영역의 최고 존재였다.
이런 자매가 뜻밖에도 한 남자를 함께 사귀길 원하다니!
그는 눈빛에 어느 정도 공감을 내포한 채 천종 성자를 쳐다보더니 침음했다.
“그쪽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그녀 자매 둘이 그쪽에게 푹 빠진 것이 맞는데 왜 그쪽은 도망치고 싶어하지요?”
천종 성자가 이 말을 듣자 울적해했다.
“대협께서는 수련 경지가 깊으니 천종을 아시겠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허칠안을 보더니, 천종을 소개하느라 일장연설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희 천종이 수련하는 건 감정에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무엇이 감정에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감정이 동하지 않는 존재는 잊힌 자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감정에 움직이지 않으면 정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이해했습니다. 정을 잊는 건 정이 없는 게 아니고, 정이 있어도 정에 이끌리지 않고 정에 얽매이지 않으면 초연히 굽어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겁니다. 천지에 동화되면 소위 하늘의 이기심은 지극히 공평하게 쓰입니다……. 이 단계에는 깨달음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무사가 화경 그리고 ‘의(意)’ 전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처럼요.”
허칠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들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부 헛소리 같았다.
그는 손을 들고 적기에 성자의 재잘거림을 끊은 뒤 미간을 찌푸렸다.
“이 양자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당연히 관계가 있지요.”
이영소는 탄식하더니 말했다.
“정을 잊으려면 반드시 먼저 사랑을 체험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상대가 문득 깨닫는 기색을 보이자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력이 신비로운 이 남자가 그를 비웃었다.
“그래서 그쪽이 그녀들을 농락하고 버렸나요?”
이영소는 표정이 굳더니 경악하여 큰 소리로 반박하였다.
“농락하고 버린 게 아닙니다! 그저 저는 사문의 임무가 있기에 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게다가 천종 성자든 성녀든 앞으로 천종의 대통을 계승해야 하지요. 제가 사문의 중책을 짊어지고 있는데 어찌 애정의 늪에 빠질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강호를 잊는 게 낫지요. 그래서 동해군을 떠나서 제 사매를 따라 아득히 먼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차라리 강호를 잊어라. 쓰레기 같은 자식아…….’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청 누님과 용 누님은 전혀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들은 제가 의리 없고 무정한 놈이라고 여겨요. 사랑으로 인해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딱 1년 전에 그녀들이 마침내 우리 사형, 사매의 종적을 찾아냈습니다. 제 그 사매는 동문의 우정을 고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수방관하였지요. 하여 저는 어쩔 수 없이 홀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종 성자는 상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그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제 수련 경지와 원신은 봉인되었고, 청 누님과 용 누님이 곁에 연금 중입니다.”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야…….’
허칠안은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투성이였지만, 그는 이를 어떻게 내뱉어야 할지 몰라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그쪽이 그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도록 나보고 도와달라는 건가요?”
천종 성자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허!”
허칠안은 웃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 능력 밖입니다. 그녀 둘은 4품 전봉이에요. 무사는 그런대로 괜찮다 칩시다. 그중에는 점괘에 능한 주술사가 있어요. 분명히 그쪽의 머리카락, 피부, 피, 살 등의 물품이 상대방의 손에 있을 거예요. 상대가 점을 치기만 하면 그쪽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셈할 수 있지요. 심지어 그녀들은 신의를 저버린 당신 때문에 다시금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그쪽에게 바로 주살술을 걸 겁니다.”
천종 성자는 당황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청 누님과 용 누님은 미련 없이 저를 죽이지 못할 겁니다. 이 점은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물론, 설령 그녀들이 주살술을 선택한다고 해도 저 역시 원망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그녀들에 대한 제 사랑은 진심이니까요.”
‘좌우로 껴안는 것도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나? 음, 내가 쓰레기를 뭐라고 할 자격은 없는 것 같군…….’
허칠안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핵심은 그쪽이 사지로 향할 각오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닙니다. 핵심은 그녀들이 어쩌면 그쪽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틀림없이 내게 화풀이할 거란 겁니다. 저는 4품 전봉 둘의 적수가 될 수 없어요.”
“이게 무슨 뜻이지요?”
천종 성자가 그를 살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쪽이 천고의 신묘한 법술 능력을 이용하여 내 기운을 차단할 수 있지 않나요? 그녀들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하면 아주 안전해요.”
‘그가 어떻게 나한테 신묘한 법술 수법이 있는 걸 알았지……?’
허칠안은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고, 하마터면 곧바로 전투 상태로 돌입하여 탁자를 엎고 태도를 바꿀 뻔했다.
하지만 천종 성자는 굳이 치자면 반쯤은 자기 사람인 셈이니 참았다.
“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일찍이 ‘신묘한 법술’의 능력을 본 적이 있고, 직접 체험한 적도 있습니다. 낮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저는 천고의 기운을 눈치챘습니다. 이는 직접 천고의 힘을 받아들인 자만이 알아차릴 수 있지요. 하지만 그쪽 몸에 있는 고는 정말 이상합니다. 천고 외에도 암고, 역고 그리고 독고를 사용하고 있어요.”
‘심고, 정고 그리고 시고도 있는데. 아니, 문제의 본질은 네가 뜻밖에도 천고의 신묘한 법술 역량을 받아들였다고?’
허칠안은 이 의문을 물었다.
“이, 이 일은 말하자면 깁니다.”
천종 성자가 말했다.
“그날 제가 동방 자매를 피하기 위해 남쪽으로 도망치는 길에 고족을 마주쳤는데 아름답고 활발하고 명랑한 낭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저를 아주 동정하여 저를 천고부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녀는 천고 할머니에게 신묘한 법술의 힘을 사용하여 기운을 차단하여 용 누님의 괘술 추적을 막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천고 할머니를 아시나요? 아주 강한 선배님입니다.”
허칠안이 물었다.
“그럼 그 후에 또 동방 자매가 당신을 어떻게 찾은 거지요?”
천종 성자는 이 말을 듣자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저는 그 낭자와 첫 만남에 의기투합하였습니다. 저는 달이 밝고 별이 성긴 어느 저녁에 모든 걸 고려하지 않고 그녀를 어루만졌고, 그녀 역시 모든 걸 고려하지 않고 저를 어루만졌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이별하지 말자는 맹세를 했지요…….”
허칠안은 정신이 번쩍 뜨여 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낭자는?”
천종 성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정고부의 낭자입니다.”
풉……. 허칠안은 하마터면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는 자신의 냉혹한 컨셉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어 동방 자매가 자신을 찾게 한 겁니까?”
천종 성자는 탄식하더니 말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도 정말 그녀를 좋아했어요. 그러나 그녀의 소유욕은 청 누님과 용 누님보다 훨씬 강했어요. 심지어는 제 몸에 정고를 심었죠. 차라리 용 누님과 청 누님을 따라가면 도망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족은 감시자와 고수가 너무 많고 수법이 변화무쌍하여 저는 절대 도망칠 수 없습니다.”
‘천종 성자의 기묘한 탐험기군. 세 여인과 얽히고설키다니…….’
허칠안은 두 손을 깍지끼고 탁자 위에 놓은 뒤 말했다.
“그쪽은 몇 품 수련 경지이고 실력을 몇 할 사용할 수 있습니까? 이건 내 계획과 관계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쪽을 구할 수는 있지만, 내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보수를 제시해야 할 겁니다.”
이영소는 놀라우면서도 기뻤고,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간절하게 말했다.
“저는 4품 원영을 드나듭니다. 그날 산에서 내려와 떠돌 때는 저와 사매 모두 음신경이었지요. 1년 뒤, 저는 이미 4품이었고, 그녀는 고작 5품이었습니다. 반년 동안 쫓기면서 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반년 동안 연금되는 바람에 제 수련 경지는 봉인되면서 나아가지 않고 멈추었지요. 저는 지금 기껏해야 7품 수준의 힘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7품 식기로 가까스로 법기를 좀 조종합니다.”
‘전투력 쓰레기네…….’
허칠안은 속으로 평가하였다.
이영소는 계속해서 말했다.
“보수라면 제가 지금은 빈털터리입니다. 제 땅…… 음, 모든 물건이 사매한테 있어요. 금은, 법기, 천지지보가 있습니다. 대협께서 저를 구해내신 뒤에 제가 대협를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겠습니다. 제 모든 저축의 반을 나눠드리지요. 허허, 적잖은 재산입니다. 대협께서 만약 저를 믿지 않으신다고 해도 비연 여협객의 신용과 명예는 믿으셔야 합니다.”
그는 ‘내 사매가 대빵이다’라는 자랑스런 표정을 했다. 이묘진은 강호에서는 확실히 거물급이었다.
허칠안은 한참을 헤아리더니 말했다.
“제가 그쪽을 돕도록 하지요. 하지만 꼭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즉시 두 사람은 목소리를 낮추고 상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