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26
726화. 풀 수 없는 모순 (2)
“부도탑 안에 봉인한 단수에 틀림없이 잔혼이 한 가닥 있을 거야. 두 잔혼이 결합하면 신수는 더 많은 일을 생각해낼 수 있겠지…….”
허칠안은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고 물었다.
“왜 전에 이 일을 제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손현기가 붓을 들어 글을 썼다.
“스승님께서는 바둑 두는 사람이네.”
‘이 말뜻은 바둑돌인 내가 미리 정보를 알 자격이 없다는 거야?’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댔다.
“제가 듣자 하니 무신교도 뇌주로 사람을 보냈다던데요.”
손현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문득 깨달은 기색을 보이더니 붓을 들어 글을 썼다.
“부도보탑은 여는 방식이 두 가지네. 하나, 불문과 스승님이 힘을 합쳐 연다. 둘, 일갑자에 저절로 한 번 열린다. 후자의 개방 시한이 곧 다가오네.”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
“그해 그 2품 우사가 부도탑에 보내진 게 감정과 불문이 손을 합쳐서입니까?”
음, 산해관전역 때 불문과 대봉의 관계는 비교적 견고한 편이었다.
손현기가 썼다.
“나는 확실하지 않네. 그때 나는 아직 소년이었거든. 자네가 무신교가 납란천록의 영혼을 구하고 신수의 단수를 가지고 나가려는 걸 막는 두 가지 일을 하고자 한다면, 내가 자네를 돕겠네.”
“감정은 왜 직접 나서지 않나요?”
“그해 진법을 설치할 때 스승님은 불문과 천지의 법칙을 증거로 맹세를 하셨네. 봉인을 깨는 일을 해서는 안 돼.”
“이해했습니다.”
허칠안은 웃었다. 동방 자매는 4품 전봉이지만, 손현기는 3품 천기사였다. 게다가 자신이 보조한다면 그녀들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음, 어쩌면 삼화사의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이 진도 괜찮은데. 재료, 용기 그리고 신수 단수를 질서정연하게 수집하고 있어……. 감정이 내게 소라를 준 이유가 손현기더러 내가 용기를 수집하는 걸 도우라는 건 줄 알았는데, 여기에 복선이 있을 줄이야.’
손현기는 그를 쳐다보더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썼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되네. 위연이 정산성을 함락한 뒤, 무신교의 원기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위험을 무릅쓰고 부도탑을 노리는 걸세. 그들이 영혜사를 파견해 나설 가능성이 아주 커.”
‘영혜사라…….’
허칠안은 눈동자를 수축했다.
그가 말하길 기다리지 않고, 손현기는 다시 적었다.
“며칠 전 뇌주에 다녀왔네. 망기술로 호법금강을 관측했어.”
허칠안은 입을 크게 벌렸다.
“삼화사를 호법금강이 지키고 있습니까?”
‘그럼 어떻게 놀아?’
손현기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붓을 들어 글을 썼다.
“그해 멸불한 뒤, 4품 이상의 불자는 전부 중원에서 물러났네. 삼화사에는 주재하고 있는 금강이 없는데 이 금강이 있다는 건 내가 추측하기에 용맥의 령을 찾으러 온 것 같네.”
‘용맥의 령을 위해서라…….’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건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가 계속해서 용기를 수집한다면 이 금강과 마주칠 것이 자명하다는 의미였다.
“불문이 뭐하러 용기를 수집하지요?”
허칠안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용기를 잃으면 중원은 대혼란에 빠질 걸세. 용기를 얻으면 중원을 통치할 가능성이 생기지. 이런 점에서 불문과 무신교는 전혀 다르지 않아.”
손현기는 그를 쳐다보더니 계속 써 내려갔다.
“용기가 있는데 부도탑 내에 종속되어 있네. 게다가 매우 중요한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지.”
청천벽력!
허칠안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그는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하니 손현기를 쳐다보았다.
손현기는 차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이럼 피할 수가 없잖아. 만약 부도탑에 신수의 단수만 있다면, 나는 아직 먼저 용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아니면 나머지 몸뚱이를 찾는 방법도 있고. 하지만 지금 아홉 개의 용기 중 하나가 삼화사에 종속되어 있어 3품 금강을 끌어들였다. 게다가 신수의 단수는 아주 곤란하다고. 혹시 협상이 가능할까? 불문이 나한테 서역에서 불자를 하라고 부탁하려고 하지 않았나? 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 세상의 모든 현상이 공허하면 죽지 못해 사는 거니까.
불문에 왜 용기를 수집하려는 거지? 중원을 집어삼킬 생각이 있는 건가? 어쩌면 용기를 빌려 다시금 중원에 포교하겠다고 협박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불문은 이미 이쪽으론 손해를 봤으니 실패를 다시 되풀이할 리는 없어…….’
허칠안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는 깊은 밤에 약간 서늘한 기운을 감지했다.
“호법금강과 영혜사 모두 3품인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성기의 저라면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허칠안은 양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물었다.
“4품이 넘는 자는 부도보탑에 들어갈 수 없네. 이건 법보 그 자체의 금제(禁制)이자 스승님의 진법이지. 아니었다면 구미호가 이미 탑에 난입하여 신수의 단수를 가지고 나왔을 게야.”
손현기가 썼다.
허칠안이 종이를 주시하는 눈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더니, 희망의 빛을 내뿜었다.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너무나 막연하여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구체화할 수가 없었다.
“이렇다면 내가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데. 시간을 좀 들여서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겠어…….”
허칠안은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또 일이 있습니까?”
손현기가 썼다.
“나는 준비를 좀 해야 하네. 자네는 내일 뇌주로 떠나게. 그때가 되면 소라로 연락하면서 계획을 세우자고. 나는 보탑에 진입할 수 없지만, 외부 세계의 압력 수습은 도울 수 있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 사형도 데려올 수 있습니까? 그는 분명히 이런 장소를 좋아할 겁니다.”
손현기는 표정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글을 썼다.
“양 사제는 또 스승님께 밟혔네.”
“왜 ‘또’라는 글자를 쓰지요?”
“자네가 경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지하에서 나왔는데 암암리에 태자를 조사하였네.”
“태자를 조사했다고요?”
“그의 말에 의하면, 태자가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으며 조정의 대신과 결탁하였으며 궁녀를 모욕했다는 죄증을 이미 수집했다더군. 태자가 제위에 오르기만을 기다린다고 했지…….”
방 안이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남치의 평온한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참 뒤, 허칠안은 간곡한 얼굴로 말했다.
“저 대신 감정께 꼭 건강 챙기시라고 안부 전해주십시오. 너그러움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손현기는 ‘응’하고 대답했다.
그가 일어나서 떠나려는데 허칠안이 황급히 덧붙여 말했다.
“방금 한 말은 꼭 종이에 쓰셔야 합니다.”
불 난 데 부채질해서는 안 됐다.
……손현기는 그를 쳐다보았고, 발밑의 진문이 반짝이더니 사라졌다.
허칠안은 잠시 기다렸다가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확신하자 그제야 촛불을 끄고 이불 속에 움츠러들어 잠을 청했다.
* * *
이튿날, 이른 아침에 허칠안과 모남치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한 뒤 객잔 대당에 이르러 아침 식사를 했다. 마침 화려한 검은 장포의 이영소가 객잔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손에 약재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기름종이로 쌓여 있었다.
이영소는 슬그머니 보따리를 뒤로 숨긴 채 얼굴 값하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모 왕비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죽을 먹었다.
허칠안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녹용, 쇄양, 황정, 불초근, 검은 깨…….”
전부 양기를 북돋고 보신하는 약재였다.
모남치는 고개를 들어 이영소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천종 성자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제 발 저리는 듯 좌우를 둘러보더니 황급히 말했다.
“입, 입 밖으로 내뱉지 마세요.”
그는 대당에 손님이 많지 않고, 주인장과 심부름꾼이 듣지 않은 걸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탁자에 앉아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좀 변명해야겠네요. 본 성자가 성욕이 과한 게 아니라 청 누님과 용 누님이 무절제하게 요구했어요…….”
성자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더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은 매일 저와 성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차례대로 출전하여 하루도 저를 쉬게 하지 않았죠. 그리고 그녀들이 이렇게 한 목적은 제가 곁에 있는 어여쁜 여종을 꼬실 정력을 없애기 위함이었다고요.”
성자는 비통한 감정이 솟구쳐올랐다.
“저는 지금껏 자발적으로 여종과 공모한 적이 없어요. 전부 여종들이 전력을 다해 저를 유혹한 거예요. 빌어먹을 나의 매력…….”
허칠안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꺼지게. 일각 뒤에 우리 출발할 걸세.”
이영소가 방으로 돌아가자, 허칠안은 자기 숟가락을 내던지더니 화를 냈다.
“따분하고 재미없군.”
왕비는 탁자에 엎드려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 * *
일각 뒤,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마을을 나섰다. 이영소는 입으로 양기를 북돋우는 약재를 음미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선배님, 저희 어디로 가나요?”
허칠안은 먼 곳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쪽으로 간다.”
‘서쪽으로 간다라…….’
천종 성자는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요?”
허칠안은 대답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뇌주에 간다.”
“절대 안 됩니다!”
이영소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자네는 떠나도 돼.”
‘정말이지 성격 안 좋은 선배야…….’
이영소는 속으로 비아냥거리면서 탄식하더니 말했다.
“선배님, 동방 자매도 뇌주에 가려 합니다. 저희 이번 행에 분명히 마주칠 거라고요.”
비록 천고부의 ‘신묘한 법술’의 역량으로 천기를 가릴 수 있었지만, 쌍방이 마주치기만 하면 동방 자매는 분명히 그를 알아볼 것이었다.
4품 전봉 고수 앞에서는 어떠한 역용술도 실속 없었다. 그녀들은 분명히 그를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때 허칠안이 말고삐를 잡아끌자 암말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속도를 줄이더니 종종걸음으로 바꾸었다. 이영소도 어쩔 수 없이 따라서 말의 속도를 늦췄다.
“자네가 보기에 그는 어떤가?”
허칠안은 길가에 있는 무뚝뚝한 표정에 이목구비가 평범한 사내를 가리켰다. 그는 두꺼운 솜으로 된 상의 차림으로 짐수레를 끌었다.
“?”
이영소는 멍했다.
십여 분 뒤, 이영소는 어느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잔잔한 호수에 그의 모습을 비추었다. 무뚝뚝한 표정에 이목구비는 평범하였다.
그는 바로 얼마 전에 우연히 마주친 짐수레를 몰던 그 사나이였다.
“놀라워!”
천종 성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탄복하면서도 깜짝 놀라 서겸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얼굴 가죽과 골격을 바꾸는 역용술도 있나요?”
고품 강자도 이 단계까지는 할 수 있었다. 예컨대 그는 양신을 집중적으로 단련시킨 후에 자기 마음대로 용모를 바꿀 수 있었지만, 이는 변화술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서겸이 드러낸 건 약물에 의존해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법이었다. 설령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용모를 바꿀 수 있었다.
‘그래도 잘 빚었군…….’
허칠안은 웃더니 소탈한 태도로 말했다.
“오래 살다 보면 엉망진창인 수법을 보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
모남치는 슬그머니 입을 삐죽거렸다.
‘역시 몇백 년을 산 늙은 괴물답군……. 설마 엉망진창인 사람을 가리키는 게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천종 성자는 감복했다.
“대단하십니다.”
허칠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열두 시진 후 약효가 사라지면 외모가 원래대로 돌아올 걸세. 그리고 겉모습은 바꿀 수는 있지만, 기질은 바꿀 수 없네. 자네는 동방 자매와 반년 동안 같은 침상에서 같은 베개를 벴으니 속내를 잘 알지 않는가. 만약 근거리에서 속이려면 시시각각 주의해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