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28
728화. 빙이원군(冰夷元君)
사람들은 양 회장의 안내를 받아 상회로 들어가 대당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은 뒤, 양 회장은 여종에게 차를 내오라고 분부한 뒤 말했다.
“장주 현지의 백차(白茶)입니다. 세 분께서 맛보시지요.”
세 사람은 찻잔을 들고 시음하였다. 이영소와 허칠안은 눈이 반짝이더니 입을 떼 칭찬하였다. 모남치는 한 모금 홀짝이더니 가볍게 내려놓았다.
양 회장은 처세에 능한 사람답게 세밀하게 관찰하여 이를 알아차렸으나 못 본 척했다.
“백차는 마시는 방법이 두 가지라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깨달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필요 없다던데 저는 이 차가 좋다는 생각만 드는군요. 어느 쪽에 속하는지요?”
이영소는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그는 허칠안과 모남치에게 전음하였다.
“양유덕은 차를 좋아합니다. 제가 비록 뇌주 상회의 아가씨와 연고가 있지만, 적미열응은 상회의 밥줄입니다. 패가 없으면 빌리기 어려워요.”
따라서 이는 ‘비즈니스 접대’였다.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건 내가 아주 자신 있지. 전생에 신분을 속이고 쇼핑몰에 섞여들거나 경성에서의 관리 사회 접대나 이건 내 영역이야.’
애석하게도 그는 고수 컨셉을 고려해야 했다. 만약 그가 지나치게 실제만 좇으며 이익만 챙기려고 한다거나, 예전에 드러냈던 풍과 괴리감이 너무 심하면 그 컨셉은 무너질 터였다.
‘아우, 상사를 모시고 술 마시는 일은 네게 맡기겠다…….’
양 회장은 역시나 웃음을 보이며 물건을 볼 줄 아는 이영소에게 백차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영소는 얼추 이야기를 나누자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양 회장님, 이번에 온 이유는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양 회장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 도사님께서 무슨 요청이 있으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목숨을 돌보지 않고 반드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는 적미열응 세 마리를 빌리고자 합니다.”
“…….”
양 회장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방금 한 말을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이건…… 이 도사님, 적미열응은 우리 상회의 밥줄입니다. 전부 거금을 들여 산 것이지요. 설령 저라고 해도 사사로이 밖으로 빌려주면 엄벌을 받을 것입니다.”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압니다. 그래서 이번에 양 회장님을 찾아온 건 물건 하나를 유아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하러 온 겁니다.”
“물건이요?”
“맞습니다. 이 물건이 바로 저입니다.”
이영소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적미열응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제한이 있지요. 두 사람을 싣고 비행하면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게다가 한 시진에 한 번씩 쉬어야 하지요. 저는 세 마리를 빌리고자 합니다. 관리, 감독 차원에서 회장님께서 열응 한 마리를 더 동원하여 저희를 따라 뇌주에 가셔도 됩니다.”
두 사람을 싣고 비행하는 것과 두 사람을 싣고 달리는 건 다른 개념이었다.
양 회장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미열응은 영수입니다. 주인만이 사육할 수 있지요. 외부인은 단독으로 탈 수 없습니다.”
허칠안이 바로 말했다.
“이 점은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네가?’
양 회장은 그를 주시했다. 중년 남자는 망설였다.
비록 이 도사와 아가씨는 보통 관계가 아니라지만, 그저 개인적인 친분일 뿐이라면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만약 영수를 잃어버리면 그는 본부의 처벌을 받을 것이었다.
아무런 이익이 없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겉모습이 완벽한 이 젊은 도사는 아가씨와 무슨 관계인지 애매하였다. 아가씨가 앞으로 상회의 정책 결정층에 들어갈 건 확실한데 이런 때에 그녀의 미움을 사면 수지에 맞지 않았다.
이때 모남치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저희에게 영수 세 마리를 빌려주면 제가 꽃차 세 포를 선물해드리지요.”
‘꽃차?’
양 회장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는 이 여인이 순진하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어리석다고 말해야 할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적미열응 한 마리 가격은 3,200냥인 데다가 실거래도 없었다. 적미열응을 키우고 훈련하는 데 들이는 돈과 노력, 그리고 그 자체의 희소성은 은자로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는 막 거절하려다가, 평범하게 생긴 이 여인이 마찬가지로 외모가 평범한 남자에게 희고 보드라운 손을 내미는 걸 보았다.
남자는 비단 주머니를 그녀의 손바닥에 두었다. 이 비단 주머니는 애당초 사촌 형 희겸을 죽일 때 빼앗아 온 것으로 안에는 십여 가지 법기 대포와 상노가 있었다.
모남치는 비단 주머니를 열어 잠시 뒤적이더니 기름종이로 포장한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네모난 종이 꾸러미를 세 개 잡았다.
그녀는 꽃차 세 포를 양 회장 손 옆에 있는 찻상 위에 두었다.
“낭자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엇?”
양 회장은 종이 꾸러미를 보면서 코를 훌쩍이자 은은한 꽃향기를 맡았다. 오래가는 달콤함으로 모공이 넓어지고 마음이 탁 트였다.
양 회장은 평생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를 맡은 적이 없었다.
그는 의아해하며 종이 꾸러미를 열었는데 달달한 향기가 점점 짙어졌다. 안에는 쪼글쪼글한 꽃잎이 있었다. 검붉은색, 황백색, 짙은 자주색……. 색깔이 각기 다른 꽃잎이었다.
그것들은 자신의 향기를 지닌 채 서로 섞이고 융합되었다. 양 회장은 꽃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듯 눈을 감았다. 마치 꽃의 바다에 온 듯했다.
이영소는 깜짝 놀라 코를 실룩이며 말했다.
“이, 이것들은 무슨 꽃입니까?”
양 죄장은 약간 흥분한 듯 물었다.
“제가 맛봐도 될까요?”
그는 자색이 평범한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자 즉시 여종을 불러 그녀에게 꽃차를 우리러 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하더니 말을 바꾸었다.
“아니, 여기서 우려라.”
그는 여종이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몰래 마실까 봐 두려웠다.
여종은 명을 받들고 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리 주전자를 받치고 들어왔다. 그녀가 찻주전자를 기울이자 가늘고 긴 물줄기가 찻잔에서 솟구쳐 자백(瓷白)의 잔 벽을 따라 선회하고 들끓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꽃향기가 빽빽한 증기를 따라 대당 전체에 가득 찼다.
양 회장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찻잔을 받친 뒤 한 모금 불어 가볍게 맛보았다. 그는 눈이 반짝였다. 그러더니 그는 서서히 눈을 감고 말없이 즐겼다.
한참 뒤, 그는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이건 내가 마셔본 중에 가장 좋은 차다, 가장 좋은 차야…….”
* * *
교외 어느 산속에서 기병 부대가 널찍한 산길을 따라 산꼭대기로 질주하니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산속에는 열 장(丈)마다 초소가 있어 수비가 삼엄했다. 그들은 길을 따라 7~8개 관문을 넘은 뒤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눈에 들어온 건 건축물뿐이었다.
양 회장은 말을 부하에게 맡겼다. 그는 허칠안 일행을 데리고 활짝 열린 채문(寨門)을 지나쳐 소개하였다.
“적미열응은 몸집이 방대하고 무수한 수가 평지에서 날아오릅니다. 흐르는 공기의 도움을 빌리거나 높은 곳에서 날아올라야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상회는 적미열응을 산에서 키웁니다.”
‘기류를 빌려야 한다니, 음,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면 그 자체로 기류를 빌리는 건데. 보아하니 응장(*鷹醬: 중국 만화의 한 역할)은 저급 영수인가 보군…….’
허칠안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웅장하고 힘찬 울부짖음을 들었다.
그가 안으로 일각 걸어가니 2장 높이의 독립된 목조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목조 가옥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기에 가옥 내부에 거대한 독수리가 선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키가 3m에 가까웠으며 외관은 보통 독수리와 비슷했지만, 꼬리털이 적색이었다.
거대한 독수리의 발에는 단단한 족쇄가 감겨 있었다.
“매일 한 시진마다 바람 쐬는 시간을 줍니다. 그들을 사육하는 기수들은 독수리를 타고 비행하는데 비바람에도 끄떡없어요. 만약 독수리들이 비상하지 않는 날은 매우 거칠어집니다.”
양 회장은 열정적인 주인처럼 걸으면서 말했다.
“장주는 대봉의 식량 창고 중 하나로 토지가 비옥하지요. 본부는 여기에서 적미열응을 열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사육하는 데는 거액의 지출이 들어가지요. 이 영수들이 너무 잘 먹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한 시진 동안 바람을 쐬면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사냥하는데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말을 하는 모습이 TV에서 나오는 대량 양식업자랑 매우 흡사한데…….’
허칠안은 가볍게 탄식하였다.
이내 양 회장은 적미열응 네 마리를 골라서 나왔으며, 그것들을 사육하는 자가 옆에 함께하였다.
어떤 적미열응은 머리를 높게 치켜들고 허칠안 일행을 하찮게 여겼으며, 어떤 놈은 사고하는 새의 모습으로 45도 각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떤 놈은 거대한 양 날개를 펼쳐 위협하는 자세를 취했으며, 어떤 놈은 날개로 주인을 가볍게 툭툭 쳐 친구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허칠안 일행은 상대하지 않았다.
양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렇습니다. 그것들을 사육하는 사람만 알아보지요. 그들의 눈에 사육자는 그들의 노비고 그들을 보살피는 고용인입니다.”
적미열응은 끊임없이 날개로 사육자를 툭툭 쳤다. 허칠안은 큰형이 아우를 억누르는 건방진 자세를 취한 그 거대한 독수리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보이는군요.”
‘그래서 네가 어떻게 적미열응에 올라탈 작정인데?’
양 회장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청의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허칠안은 손을 들고 검지를 구부려 입술에 대고 청량한 소리의 휘파람을 불었다.
거대한 독수리 네 마리가 동시에 시선을 거두고 머리를 흔들더니 금빛 찬란한 독수리 눈으로 허칠안을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다음 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눈만 크게 뜬 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거대한 독수리들은 자신의 사육자를 버리고 걸음을 내디뎌 허칠안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양 날개를 펼치고 곁에 있는 동료를 확 밀쳤는데, 마치 총애를 받으려고 서로 다투는 듯했다.
“이건…….”
양 회장은 충격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는 고품 수사가 폭력을 이용해 적미열응을 굴복시킨 모습은 본 적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이렇게 손쉽게 휘파람 한 번으로 영수 네 마리가 일제히 무릎을 꿇고 핥게 만든 건 본 적이 없었다.
사육자 넷은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마누라가 바람이라도 피운 듯이 슬퍼했다.
“각하, 이건 고족의 수법입니까?”
양 회장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명색이 상회 회장으로서 각지를 돌아다녀 경험이 풍부했다. 장주는 서남쪽에 있었기에 남강 고족 역시 상회의 무역 판도 안이었다.
허칠안은 대답하지 않고 이 일을 정중하게 부탁했다.
“양 회장님, 제 애마는 잠시 회장님한테 두겠습니다. 반드시 농후사료를 먹여야 하고 다른 사람이 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영수를 빌려주시고 말을 보살펴주시는 비용은 제가 합해서 계산해드리지요.”
“좋습니다!”
양 회장은 즉시 승낙했다.
* * *
더없이 아름답지만, 감정이 부족한 빙이원군(冰夷元君)은 검은색 장포를 입고, 머리에는 연화관을 쓰고 비검을 몰아 경성 밖에 멈췄다.
그녀가 구름에서 내려다보니 아래쪽의 인부, 민병, 석공들이 빽빽하게 성벽을 수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허 은라가 황제를 시해한 사건이 한 달이 지났다. 그들은 여전히 성벽을 수리하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유리색 눈동자를 지닌 원군은 시선을 거두고 사천감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직 경고를 받지 않은 그녀는 비검을 몰아 넓은 하늘을 가르고 팔괘대에 내렸다.
팔괘대 탁자에는 백의와 노란색 치마가 앉아 있었다.
노란 치마의 소녀는 우걱우걱 견과류를 씹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 술잔을 받치고 과일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상쾌한 꺼억 소리를 냈다.
백의 감정은 말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감정을 뵙습니다.”
빙이원군이 도례(道禮)를 갖췄다.
노란 치마의 소녀는 깜짝 놀라서는, 뒤늦게 불청객을 발견한 듯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았다.
감정은 나이 들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성에는 뭐 하러 왔는가.”
“빈도는 제자 이묘진을 찾고 있습니다.”
“황혼 전에 경성을 떠났네.”
감정은 말을 마친 뒤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
빙이원군은 다시 예를 갖추고 비검을 몰아 나섰다.
그녀는 비검을 밟은 채 경성 안의 살피는 ‘시선’을 무시하였다. 이내 빙이원군은 세 채가 딸린 대원에 시선을 고정한 뒤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비검을 눌러 쏜살같이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