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29
729화. 문인천유(聞人倩柔)
그녀는 안뜰 안에서 예닐곱 살짜리 여자아이를 보았다. 작은 꼬맹이는 그녀보다 몇 배나 큰 돌 탁자를 들고 정원 안에서 천천히 배회하며 기력을 연마하는 듯했다.
여자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옅은 두 눈썹은 세웠다. 구부러진 두 짧은 다리는 끊임없이 떨렸다.
옆에는 밀색 피부에 푸른 눈의 남강 소녀가 견과류를 먹으며 박수를 쳤다.
또 매우 아리땁고 농염한 부인이 근심 가득하여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조심해, 조심해…….”
빙이원군이 마당에 내리자 세 여인의 주의를 끌었다.
“누구세요?”
숙모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예쁜 도사를 자세히 살피고 있었는데 상대가 마치 감정이 없는 조각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도는 천종 빙이원군입니다.”
감정 없는 조각상이 도례를 갖추더니 말했다.
“이곳이 허 은라의 집인가요?”
숙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수 없는 조카놈이 또 예쁜 낭자를 건드렸군.’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그쪽이 이묘진 도사의 동문인가요?”
빙이원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사가 제자입니다.”
숙모는 순간 친절해지더니 알은체하며 말했다.
“도사님, 안으로 드시지요.”
* * *
쌍방은 안방으로 들어왔다. 숙모는 수행 시녀 녹아에게 차를 내오라고 일렀다.
빙이원군은 숙모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흔들리지 않는 유리색의 눈,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제자가 저택에 없군요.”
숙모는 차를 마시며 말했다.
“이 도사는 며칠 전에 경성을 떠났습니다.”
“어디로 갔나요?”
“모르지요. 그저 강호를 떠돌아다니러 간다고만 말했습니다.”
빙이원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께서 빈도에게 못된 제자가 경성에서 했던 일에 대해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숙모는 즉시 이묘진을 한바탕 추켜세웠다. 마치 이웃집과 수다 떨 때 상대방의 아이를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도사는 선행을 즐기고, 의협심이 강하지요. 제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정직하고 가장 열성적인 협객입니다. 아이고, 천종은 정말 명문 정통답습니다. 가르쳐낸 제자의 품성이 나무랄 데 없더군요. 작게는 죽을 나눠주어 빈민을 구제하였고, 크게는 제 조카가 아둔한 군주를 죽이는 데 도움을 주었지요. 좋습니다, 정말 좋아요!”
빙이원군의 냉담한 얼굴에 점점 더 표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일어나 작별 인사를 고했다.
“빈도가 일이 있어서 오래 머물기 편치 않습니다.”
“제가 도사님을 배웅하지요…….”
숙모는 그녀를 내청까지 배웅한 뒤 상대방이 비검을 밟고 허공을 가르고 가는 걸 지켜보았다.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숙모는 중얼거렸다.
* * *
빙이원군은 바로 경성을 떠나지 않고 검을 부려 영보관에 갔다.
그녀가 막 황성에 날아들어 영보관에 다가갔다. 그러자 영보관 깊은 곳에서 갑자기 번쩍이는 검광이 비쳤다.
빙이원군은 유리 같은 눈동자가 약간 굳어지더니 검광이 자신이 비행한 궤적을 스쳐 지나가게 했다. 다음 순간 그 검광은 저절로 궤도를 이탈하여 하늘을 향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빙이원군은 영보관 깊은 곳의 소원에 떨어졌다.
뜰 전체의 화초가 시들시들했으며, 석가산은 외롭고 쓸쓸하게 서 있었다. 잔잔한 연못에는 빼어난 외모의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연화관을 쓴 채 장포를 입었으며 미간 사이의 주사는 구천 위의 선녀 같았다.
속세에 물들지 않은 도도함과 아름다움이 배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미모의 도사로 어여쁜 자태가 각기 달라 서로 어우러져 빛났다.
“낙 사매, 천존이 네게 말을 전하라고 부탁했어. 네게 3년을 주면 1품으로 승직할 수 있니?”
무표정의 빙이원군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3년 안에 네가 1품에 들어설 수 없으면 천겁에 죽는 길뿐이야. 차라리 천겁으로 죽는 것보다 천존의 손에 죽는 게 낫잖아.”
만약 천종 도사의 덕을 아는 게 아니라면, 낙옥형은 빙이원군이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낙옥형은 담담하게 말했다.
“빠르면 석 달, 길면 1년에 저는 천종에 다녀올 겁니다.”
빙이원군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
“도겁할 자신이 있니?”
낙옥형은 속내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저 이미 도려를 찾았어요. 머지않아 그와 쌍수할 거예요. 매월 7일에 쌍수하면 반년 내에 천겁을 건널 수 있어요.”
“너무 좋다!”
빙이원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 제자가 어디로 간 줄 아니?”
“모르겠어요. 사저의 그 제자는 정의감이 매우 투철해요. 만만치 않아요. 그녀를 감정에 움직이지 않게 하는 건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요.”
낙옥형은 다소 희롱하는 어조로 말했다.
“세상 사람 모두 천종 성녀는 몰라도 비연 여협객은 알지요. 차라리 그녀가 천종 대통을 계승하길 바라는 것보다는 성자에게 기대는 게 나을지도요.”
빙이원군이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묘진은 확실히 길이 엇갈렸지. 하지만 성자는 나쁜 길로 들어섰어.”
“이 말이 무슨 의미지요?”
빙이원군은 대답하지 않았다.
빙이원군이 경성에서 못된 제자 이묘진을 찾을 때, 현성 도사 역시 실제로 그 여러 해 동안 못된 제자 이영소와 잠자리를 한 낭자를 찾아갔다.
* * *
뇌주는 서쪽에 있어 서역과 인접해 있는 대봉 가장 서쪽의 주(州)였다.
뇌주가 차지하는 면적은 광활하여 옹주 두 개를 붙여놓은 것만큼 충분했다. 하지만 알칼리성 토지가 너무 많고 반쯤은 가문 지대에 속했기 때문에 토지가 전혀 비옥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마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또 뇌주는 대봉과 서역 상업과 무역이 왕래하는 중추이기 때문에 부유한 지역과 풍부한 기름이 조성되어 있었다. 돈이 없는 지역은 손에 옥수수 찐빵을 먹었다.
이 지역은 빈부 격차가 극심했다.
뇌주 상회의 본부는 뇌주 주성에 있었고, 성의 인구는 80만이었다.
허칠안과 모남치는 푹신한 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모남치는 여우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걸친 채 허칠안에게 바싹 붙어 아주 따분하게 아래쪽의 뇌주성을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입은 옷은 추위를 막아주고 물과 불을 막는 법의(法衣)였다. 허칠안이 경성을 떠날 때 빼앗은 사천감 창고에 보관하던 법기 중 하나였다.
그들은 열흘 동안의 분주한 움직임 끝에 마침내 뇌주에 도착했다. 처음에 모남치는 성을 내려다보면서 흥분에 겨워 ‘와와’ 소리를 질렀지만, 나중에는 점차 익숙해지면서 일곱 번째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적미열응 네 마리가 뇌주성을 스쳐 성 밖의 어느 산봉우리를 향해 날아갔다. 적미열응은 길을 알고 있는 듯 기수의 조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 산봉우리는 바로 뇌주 상회에서 적미열응을 가두고 사육하는 곳이었다.
이영소는 안정적으로 착륙하자 상회 ‘양식장’에 주재하는 책임자를 찾아가 말했다.
“빈도는 이영소로 문인천유의 가장 친한 벗입니다. 번거롭겠지만 그녀에게 제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통지해주시지요.”
책임자는 뒤따라온 분회 기수의 확인을 받은 뒤 즉시 사람을 보내 뇌주성 아가씨에게 통지하러 갔다.
“자네 방금 그 아가씨 이름을 뭐라고 했는가?”
허칠안은 이영소를 불러 물었다.
“문인천유요.”
성자는 그의 표정이 이상한 걸 보자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이영소에게는 대답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 이름이 아주 귀에 익었다. 마치 어디에서 들어본 것 같았지만, 그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이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뇌주 상회의 아가씨를 확실히 모른단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 내가 그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한 시진 뒤, 말발굽 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구불구불한 산길 위에 이따금 먼지가 일었다.
한 기병 대오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선두에 선 여인은 옅은 남색의 교령(交領) 유군 차림이었다. 그녀의 짙은 눈썹은 돌출된 부분 없이 상대적으로 평탄하여 전체적으로 아주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당연히 뛰어난 편이었다. 눈빛은 맑고 투명하며 입술은 탐스러우면서도 두툼하지 않았으며 코는 오똑하면서도 정교했다.
뇌주는 고지대에 속해 자외선이 비교적 강했기에 그녀의 피부는 보통 여인들보다 더 짙었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깎지 못했다. 그들은 이런 피부가 건강이 묻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옥의 티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한 미모의 여인이 헤어라인이 살짝 좀 높다는 것이었다.
“이랑!”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외치는 소리가 이미 멀리서 들려왔다.
말 등 위, 뇌주 상회 아가씨 문인천유는 뒤에 있는 시위를 내팽개치고 말 등에서 몸을 훌쩍 날려 십여 장을 가로질러 이영소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두 팔로 천종 성자의 허리를 꽉 감싸 안은 뒤 흐느껴 울었다.
“이랑, 헤어진 지 반년이나 지났어. 유아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사람들이 주시하니 이영소는 좀 난감했다.
‘이 빌어먹을 매력…….’
허칠안은 이 광경을 보자 저도 모르게 전생에 읽었던 소설의 레전드 브릿지가 떠올랐다. 남녀 주인공이 떨어져 지낸 지 이미 오랜데 남자 주인공이 갑자기 서프라이즈로 나타났으며, 여자 주인공은 몸을 돌보지 않은 채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더랬다.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남자 주인공의 신분에 남몰래 경악했고, 여자 주인공은 ‘무심결’에 남자 주인공이 허세 부리는 걸 도왔다.
이영소는 문인천유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나도 보고 싶었어. 이 반년 동안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목욕할 때도 심지어 좌선하며 도리를 깨우칠 때도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여전히 누나였다고.”
문인천유는 이 말을 듣더니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 그녀의 눈물에는 감동, 매혹, 사모 등의 감정이 모두 엿보였다.
그녀는 거리낌 없이 이영소의 온몸을 위 아래로 훑었다.
“그 동방 자매가 너를 쫓아오지 않았니?”
이영소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줄곧 도망 중이었기에 그녀들이 소원을 성취하지 못했지. 얼마 전에는 그녀들의 마수에 빠졌었는데 결국에는 그래도 도망쳐 나왔지.”
문인천유가 벌컥 짜증을 냈다.
“빌어먹을, 누가 너더러 이렇게 매력적이래.”
이영소는 우거지상을 하고 탄식했다.
“나는 그저 남자가 다 하는 잘못을 저질렀을 뿐이라고. 누나를 만난 뒤에야 무엇이 맞는지 알았어.”
문인천유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부친을 도와 상회를 질서정연하고 야무지게 경영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 앞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녀는 이 닭살스러운 애정 표현을 듣자마자 사람이 득의양양해졌다.
“그럼 이랑은 어떻게 도망쳐 나온 거야?”
“이건 서 선배 덕분이지.”
천종 성인은 즉시 허칠안과 모남치를 문인천유에게 소개하였다.
“유아 누나, 그들은 내 은인이자 친구야.”
문인천유는 느릿느릿 두 사람 옆으로 걸어와 예를 갖추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을 구해주신 두 분 은인께 감사드립니다. 크나큰 은혜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이게 바로 쓰레기 같은 남자의 자기 수양인가…….’
허칠안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사소한 노고요. 거론할 만한 것이 못 되오.”
동시에 허칠안은 판단을 내렸다. 그는 이 뇌주 상회의 아가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익숙했던 이유는 그저 이름이 그에게 짙은 기시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내 이 디테일에 더는 집착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모든 사람은 ‘나 여기에 와본 적 있는데’, ‘나 비슷한 일을 했었는데’ 와 같은 착각을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