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32
732화. 호법금강
먼 곳의 작은 산 위, 열두 대 화포가 일자로 늘어진 채 산꼭대기의 삼화사를 조준했다.
옷차림, 외모 모두 평범한 청년이 손에 횃불을 들고 빙그레 웃으며 정심을 쳐다보았다.
“쯧쯧…….”
허칠안은 웃으며 말했다.
“불문이 유가와 같은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절개를 지키며 죽을지언정 비굴하게 목숨을 보전하지는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나요?”
정심은 천천히 말했다.
“시주께서는 조정 사람인지요?”
“대사께서 그러하다면 그렇지요.”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정심은 그의 어깨를 누르던 순을 거두었다. 그는 침묵하며 상대의 몸을 스치고 갔다.
허칠안은 먼 곳에 있는 이영소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돌계단을 따라 하산하였다. 후자는 향낭을 열고 화포를 거두었다.
“방금 무슨 일이 발생한 거야?”
“전,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그 형씨는 조정 사람인가?”
“물론이지, 그렇지 않고서 화포 12대가 어디서 나겠어.”
먼 곳의 강호 인사 몇몇은 깜짝 놀라 멍하니 있었다. 화포로 승려를 위협한 이 행동을 이해한 것 빼고, 앞서 한 행동은 전혀 오리무중이었다.
* * *
다른 한편, 허칠안과 이영소는 산밑 패방 옆에서 만났다.
“선배님, 조정 사람입니까?”
이영소는 비단 주머니를 허칠안에게 건넸다.
허칠안은 비단 주머니를 받아 품에 거둔 뒤 반문하였다.
“이 법기들 때문에?”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주머니 안에 화포, 상노, 차노 그리고 화통과 군노를 제외하고는 전부 중형의 살상 법기였다.
대봉 정예부대만이 이런 규모의 법기를 갖출 가능성이 있었다.
이영소의 이글거리는 시선에 허칠안은 먼 곳을 바라보며 가뿐하게 말했다.
“그해 감정과의 바둑에서 이겨 얻은 것이네. 장난감일 뿐이야. 만약 자네가 좋다면 선물해줄까?”
‘감, 감정과 바둑을 둬서 이겼다니…….’
이영소는 믿기 어려운 마음에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
“괜, 괜찮습니다!”
그는 연신 손사래 치면서 마음속으로 서겸의 신분과 수련 경지를 다시 평가하였다. 몇백 년을 살았으니 최소 3품이었다. 게다가 그는 감정과 대련하면 그의 손에서 이렇게 많은 법기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아니지. 이, 이런 일은 3품이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이후에 종문으로 돌아가면 천존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청해야겠어. 어쩌면 천존이 이 서겸의 내막을 알지도 몰라. 구주에 전봉급 인물은 많지 않으니 서로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존재는 알 테니까.’
성자는 남몰래 생각했다.
‘후! 철들었네. 만약 정말 뻔뻔하게 받는다면 나도 번복하기 부끄럽잖아!’
허칠안은 앞으로 컨셉을 설정할 때는 신중해야겠다고 남몰래 결정했다.
“선배님, 방금 그 승려의 수련 경지가 낮지 않더군요. 그가 어떻게 선배의 뒤에 나타난 건지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선배님은 어찌 된 일인지 아십니까?”
이영소가 말했다.
‘나도 아예 보지 못했는데…….’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보잘것없는 재주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3품이 부도보탑에 진입할 수 없다면 불문에서 그 정심 승려를 파견해 탑에 들어가게 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다만 정심 외에 다른 4품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할 뿐이었다.
정심은 무승이 아니라 선사였다. 이는 아주 좋지 않았다. 무승이라면 허칠안이 상대할 방법이 많은데 선사는 정고, 독고 그리고 심고를 억제했다.
또한 삼화사는 문을 닫아걸고 방문객을 사절하는 데다 3품 금강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니 이쪽에서 거기로 억지로 쳐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면 사찰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가?
참, 무신교도 부도보탑에 들어가길 원하니 분명히 서로 충돌할 텐데 이용할 수 있을까?
그가 막 생각하는데 갑자기 이영소가 어느 지역인지 모를 사투리로 한마디 욕을 내뱉었다. 천종 성자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가 전방을 보니 한 무리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홉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지붕 없는 거대한 가마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늘어진 휘장 안에는 기질이 각기 다르나 용모가 같은 아름다운 여인 둘이 있었다.
그녀들은 동해용궁의 두 궁주였다.
각각 동방완용, 동방완청이었다.
이영소의 눈에 ‘성 기능 쇠약증’이라 불리는 고통이 반짝였으며, 입꼬리는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끌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선배님, 얼른 가요.”
허칠안은 ‘응’하고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말을 끌고 길가를 따라갔다. 그들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앞으로 걸어갔다.
‘겸손해, 겸손해. 나는 지금 그저 보통 사람이야. 그녀 자매 둘의 오만함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인을 주의하지 않을 거야…….’
이영소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심장 박동과 호흡을 억눌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은 그저 행인인 척했다.
지나치게 긴장한 감정과 광란의 심장 박동은 4품 전봉 무사인 청 누님에게 쉽게 걸려들었다.
쌍방이 막 스치고 지나가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뒤에 있던 서겸이 발을 들어 있는 힘껏 그를 차버렸다.
“!!!”
이영소는 비틀거리며 동해용궁의 대오 속으로 뛰어들었다.
“개자식!”
동해용궁의 제자가 벌컥 화를 내며 이영소의 목덜미를 붙들더니 바로 때리려고 했다.
“나리,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나리,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이영소는 손을 들고 막으며 한편으로는 쉰 목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무사의 덕목을 갖추지 않는 서겸을 남몰래 욕했다.
용서를 비는 건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동해용궁의 제자는 주먹으로 그를 때려눕혔으며, 이영소는 즉시 웅크리고 머리를 감싸더니 묵묵히 매 맞는 자세를 취했다.
다른 제자 한 명이 집단 구타 대오에 가담하여 감히 대오에 돌진한 놈을 혼내주었다.
동방완용과 동방완청은 이쪽의 움직임에 고개를 돌려 보더니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그들은 제자를 막지도 그렇다고 폭력을 보태지도 않았다.
두 제자는 한바탕 때리고 욕지거리를 한 뒤 대오를 쫓아갔다.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채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움츠린 이영소만 남았다. 그리고 말을 끌고 옆에서 눈팅하는 허칠안이 있었다.
“아주 위험했어, 아주 위험했어…….”
이영소는 허리를 문지르며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와 흙을 털고 입가를 실룩이며 말했다.
“선배님, 방금 왜 저를 해하려 했습니까?”
허칠안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역용의 효과를 시험해봤는데 지금 보아하니 괜찮군.”
……이영소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명색이 천종 성자답게 속세를 벗어난 지혜를 지녔다. 그러나 그는 서겸의 신분 때문에 자신의 판단력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서겸이 방금 고의였다고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이치대로라면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그의 미움을 사지 않았는데…….’
이영소는 마치 무언가 떠오른 듯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제 부인이 시시때때로 나를 훔쳐보는 걸 안다. 마치 바람 난 소녀처럼 말이야. 아, 나의 이 빌어먹을 매력…….’
‘시원해!’
허칠안은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고, 쓰레기 같은 남자를 미워하는 자신도 정의감이 풍부한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잠시 걸었다. 그런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허칠안의 어깨에 내려앉아 한참을 재잘재잘대더니 곧 다시 날개를 푸득이며 날아갔다.
이영소는 늙은 괴물 서겸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는 걸 보았다.
“동방 자매가 삼화사에 들어갔네.”
그가 말했다.
갑자기 이영소는 몇백 년을 산 이 늙은 괴물이 왜 감정이 급변했는지 깨달았다.
삼화사는 문을 닫아걸고 방문객을 사절하여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데, 어째서 명색이 무신교 세력인 동해용궁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쌍방 간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거래가 존재한다는 걸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암암리에 충돌을 일으키려고 의도했는데 어부지리 계획이 깨졌다고 선포해야겠군…….’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영소가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저는 용 누님이 무신교와 불문이 결탁했다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없습니다.”
허칠안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걱정이 태산인 상태로 혼자 말을 끌고 갔다.
* * *
동방완용, 동방완청 두 자매는 삼화사 사찰 안 승려의 안내를 받아 선방(禪房)으로 들어갔다.
선방 안에는 금강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는 상반신은 옷을 입지 않았으며 하반신에는 호랑이 가죽을 휘감은 상태였다. 그는 피부가 옅은 금색이었으며 수염과 눈썹이 없어서 마치 금빛 물로 주조하여 만든 조각상 같았다.
그는 키가 1장으로 체구는 훤칠하지 않았지만, 힘이 넘친다는 인상을 주었으며 머리 뒤로는 불의 고리가 타고 있었다.
막 선방에 들어선 동방 자매는 바싹 마르고 덥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초겨울에서 후끈후끈한 여름철로 돌아온 듯했다.
3품 금강은 기운이 지극히 강하여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 선방에 온갖 사악함이 침투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호법금강의 오른쪽에는 청년 무승이 한 명 서 있었다. 터질 듯한 근육, 짙은 눈썹, 구리 방울 같은 눈, 생기 넘치는 눈빛을 지녔다. 그는 마치 노려보는 듯한 눈길로 사람을 바라보았다.
“호법금강을 뵙습니다!”
동방 자매는 고개를 숙이고 본분을 지키며 공손하고 얌전하게 말했다.
눈을 반쯤 뜬 채 호법금강이 천천히 말했다.
“이이포가 온 것이냐 아니면 오달보탑이 온 것이냐?”
상대방은 나름대로 온화한 말투를 구사했지만, 동방 자매 둘의 귓가에는 그 목소리가 우렛소리처럼 웅웅 울렸다.
이는 불문 사자후를 높고 깊은 경지까지 수행한 덕분이었다.
만약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바로 정신이 흔들리고 두려움에 불안했을 것이다.
간사하고 악한 자가 들었다면, 종말을 맞이하는 듯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동방완용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이포 장로입니다.”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이이포 장로께서 달려오는 도중에 사천감 손현기의 방해를 맞닥뜨렸습니다. 양측이 한판 붙은 뒤 각자 부상을 입었고요.”
호법금강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천감이 역시나 나섰군. 술사의 수법은 변화무쌍하여 막으려야 막을 수 없지. 주술사는 술사의 전신으로 영혜사가 나서고, 본좌가 탑 밖을 지키고 있으니 일이 안전하고 확실할 수 있는 것이다.”
동방완용이 말했다.
“무신교가 진심을 담아 왔습니다. 불문도 약속을 지켜 사존의 영혼을 풀어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출가인은 남은 속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용기를 취하면 자네들은 납란의 영혼을 가지고 간다. 다만 자네들이 자신의 신용을 어떻게 증명하지? 납란의 신용은 어떻게 증명하고?”
호법금강은 금빛을 녹인 눈을 떴다. 그가 눈을 뜨자 머리 뒤 불의 고리가 갑자기 맹렬한 불길을 뿜어냈다.
동방 자매 둘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 언니 동방완용은 숨을 내쉬고 말했다.
“사존의 영혼이 20년 동안 억눌려 원기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아도 아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이이포 장로에 관해서라면 그가 안배에 순종하겠다고 약조하셨습니다.”
호법금강은 다시 눈을 감았다.
동방완용이 천천히 숨을 내쉬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이이포 장로께서 말씀하시길 4품이 넘는 자는 비록 부도탑에 진입할 수 없지만, 대사께서는 잊으시면 안 됩니다. 사천감의 손현기가 허칠안과 손을 잡는다면…….”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똑바로 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허칠안은 신예지만, 진북왕보다도 강하고 무섭습니다.”
이 말은 그들이 허칠안의 상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불문 호법금강이었으므로, 그녀는 말을 너무 솔직하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불문을 깔본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