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33
733화. 드디어 만난 전설 속의 허 은라
노승 호법금강이 명상에 잠긴 채 말했다.
“허칠안은 이미 망가졌으니 고려할 필요 없다.”
‘앗! 허칠안이 망가졌다고?’
동방 자매는 놀랍고도 기뻐서, 아름다운 얼굴에 희색이 역력했다.
그녀들은 허칠안의 명성을 귀에 익도록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명색이 무신교 부속 세력으로서 이런 강적의 등장은 실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예전에 그 의리 없고 야박한 변심남이 시시때때로 그녀들 앞에서 허칠안을 추앙하였기 때문에 그녀들은 대봉 허 은라에게 약간 호감이 생겼더랬다.
하지만 허칠안이 옥양관에서 홀로 반란군 팔만을 막은 데다 경성에서 원경제를 베고, 대주술사의 음모를 꺾자 그녀들은 이 자를 마음에 들어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녀들은 그저 허칠안이 두피를 저리게 하는 적이라는 생각만 했다.
호법금강은 눈을 감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동방 자매는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춘 뒤 선방에서 물러났다. 차디찬 기류가 정면에서 다가오자 그녀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들이 몇 차례 숨을 깊이 들이쉬자 온몸이 홀가분해졌다.
* * *
두 사람이 떠난 뒤, 호법금강이 말했다.
“정연(淨緣), 정심을 불러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라.”
옆에 있던 우람한 체구의 청년이 양손을 합장하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선방에서 물러났다.
이내 그는 정심을 데리고 선방에 들어왔다. 후자는 합장하고 예를 갖췄다.
“도난(度難) 사숙.”
도난 금강은 눈을 감고 있었고, 목소리는 웅웅거렸다.
“정심, 너는 법제(法濟) 보살의 혈통으로 그의 법보와 일치하니 8일 뒤 반드시 3층에 올라 보탑의 령과 소통하여 법제 보살 혈통의 신분으로 보탑을 장악해야 한다. 납란천록이 2층에 봉인되어 있어 그의 힘이 2층 공간에 가득 차 있지. 보탑의 도움이 없으면 돌파하고 싶어도 납란천록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네가 먼저 무신교의 사람과 협력하여 납란천록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무신교가 번복하는 걸 막기 위해 경수(鏡獸)의 눈물방울을 가지고 탑에 들어가 내가 탑 안의 상황을 볼 수 있게 하거라. 정연, 너는 정심을 따라 같이 탑에 들어간다.”
“네!”
정연과 정심은 합장하였고 후자가 물었다.
“법제 사조(師祖)께서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까?”
도난 금강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도보탑은 법보 반열에 올랐으니 절세신병보다 한 단계 위였다. 그것의 주인은 법제 보살로 불문 4대 보살 중 하나였다.
360년 전, 법제 보살이 밖으로 나와 두루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아무런 소식 없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문의 유리 보살은 60년마다 밖으로 나가 한 번씩 찾았는데 360년 동안 총 6번을 산에서 나와 찾았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불문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아주 난처한 상황을 마주했다. 용기가 부도보탑 안에 붙어 있는데 부도보탑은 주인만 알아보고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았다. 3층에 도달하여 탑령(塔靈)과 소통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 용기를 빼앗으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하나는 보탑을 파괴하여 용기가 의지할 곳을 없애, 자연스레 이탈하게끔 하는 방법이었다. 불문은 직접 용기를 조종할 수 없지만, 그 자리에서 주인을 선택하게끔 유혹할 수는 있었다.
통제할 수 있는 숙주를 선택한 뒤 대기연을 지닌 자를 서역으로 데리고 가면 되었다.
하지만 법보는 훼손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1품 두 명이 나서야 했다. 그다음으로 법보를 훼손하면 불문이 감당하기를 원치 않는 손실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부도보탑을 훼손하는 건 신수의 단수를 풀어주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만요국이 만약 안다면 꿈에서라도 웃을 것이다.
둘째. 다른 두 층을 통해 3층에 도착하여, 정심이 법제 보살의 손제자 신분으로 잠시 보탑을 장악하여 보탑이 용기를 내뿜게 하는 방법도 가능했다.
보탑은 명색이 법보인지라 자발적으로 용기를 내뿜을 수 있었다. 뿔뿔이 흩어진 이 용기는 그것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쌍방은 인과 관계가 없었다.
속세의 제왕처럼 기운과 너무 깊게 얽혀 나라를 멸하지 않으면 영원히 몸에 달라붙은 기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면 납란천록이라는 우사를 피할 수 없었다.
만약 용기가 부도탑 내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면 우사의 힘이 침투한 2층에 오를 자가 없었다. 그는 원신의 힘이 소멸될 때까지 영원히 벗어날 수 없었다.
정심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무신교와 비교했을 때 저는 감정이 더 걱정됩니다. 그가 불문이 이렇게 중요한 용기를 뺏어가게 놔둘까요?”
도난이 말했다.
“너는 바로 불문이 선정한 대기연자(大機緣者)다. 보탑이 용기를 내뿜은 뒤, 용기는 보탑을 떠날 수 없으니 너를 숙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감정은 그해 탑에 들어와서는 안 되고, 탑 안의 진법을 부숴서는 안 된다고 천지 법칙의 맹세를 했다. 네가 용기를 얻으면 탑 안에 남거라. 아란타의 일촉즉발 형세가 좀 누그러지면 보살이 알아서 너를 데리고 보탑을 나갈 것이다.”
정심은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도난 금강은 또 말했다.
“방금 사찰 밖에서 충돌이 있었느냐.”
정심이 대답했다.
“뇌주 관아 사람입니다. 아마 삼화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걸고 방문객을 사절하니 관아의 주의를 끌었나 봅니다. 사람을 보내 암암리에 살피러 온 것이죠. 허나 사숙, 안심하십시오. 여드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겁니다. 대봉 강호 인사가 반응해도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도난 금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동해용궁의 대오가 가마를 따라 천천히 떠났다. 동방완청이 널찍한 다리 위에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불문이 약속을 지킬까?”
“모르지.”
동방완용이 고개를 저었고, 몇 초간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야.”
“왜?”
“허, 못 알아챘니? 용기는 중요해. 불문은 우리 무신교처럼 중원에 꼽사리 끼고 싶은 거야. 용기는 좀처럼 얻기 힘든 좋은 기회지. 하지만 그들은 호법금강만을 보냈어. 나한과 보살은 한 명도 오지 않았지. 왜 그런지 아니?”
동방완용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동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이 반짝였다.
“아란타가 내분을 일으켰구나.”
동방완용은 깔깔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이 못난 승려 놈이 내분을 일으켰어.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의 싸움이 이미 매우 긴박한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아무도 감히 아란타를 벗어나고 서역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하지. 떠나자마자 상대방에게 이교도를 칠 기회를 주게 될까 봐 매우 두려운 거야. 철저하게 분열되지 않은 건 아마 불타가 아직 있기 때문일 거야. 불타가 지키고 있으면 보살도 분열을 일으킬 엄두를 내지 못하거든.”
동방완청의 도도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불타는 왜 냉정한 태도로 방관하는 거지?”
“내가 어찌 알겠니.”
어여쁘면서도 요염한 언니가 눈을 희번덕였다.
그녀는 즉시 개탄했다.
“연초의 불문 두법은 대승불법과 소승불법 다툼의 발단이었어. 아이구, 그 허 은라는 정말이지 하늘이 내린 천재야. 세상에 보기 드문 기이한 남자지.”
동방완청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남자는 우리에게서 너무 요원해. 아무래도 변심한 남자를 속히 잡아 와야겠어. 다행인 건 우리가 진작에 준비했다는 거야. 그의 정력을 다 짜냈잖아. 그러지 않았으면 그가 밖에서 한탕 뛸 때마다 또 수많은 자매가 생길 거라고.”
언니 동방완용은 이 말을 듣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 *
허칠안과 이영소는 박차를 가해 이튿날 뇌주성에 돌아왔다. 그는 옷을 갈아입은 뒤, 이영소를 데리고 함께 문인천유를 찾으러 갔다.
문인천유의 서재 안, 허칠안은 차를 받치고 침음하면서 말했다.
“문인 소저, 소저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소.”
“일단 말씀해보세요.”
문인천유가 말했다.
이영소는 옆에서 입을 삐죽였다. 그는 제 앞에 있는 이 몇백 년을 산 늙은 괴물과 호형호제하는 일은 수명을 깎는 셈이라는 걸, 그녀에게는 아직 미처 말하지 못했다.
“나는 그대가 소식을 퍼뜨려줬으면 하오. 삼화사에 진기한 보물이 있고 7일 후에 세상에 나오는데 이 보물을 얻는 자는 범상치 않은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고 말이오. 또, 그대가 뇌주 관아와 잘 얘기하여 그들이 나서서 이 일에 개입할 수 있길 바라오.”
이는 그가 길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계획이었다. 지종 요도가 일부러 소문을 내보내 강호 인사와 무림맹이 연밥 쟁탈에 개입하게 했듯이 말이다.
그 역시 상투적인 방법을 다시 써서 혼탁한 물을 교란할 수 있었다.
“이건……. 뇌주는 서역과 인접해 있어 관아 쪽에서 대부분 지나치게 개입하길 원치 않습니다. 조정의 통치 역량이 뇌주까지 미치지 않고, 불문이 바로 눈앞에 있지요. 또한, 이 일을 널리 퍼뜨리는데, 만약 믿음직스럽고 충분한 위엄과 명망을 지닌 사람이 증명하지 않는다면 믿는 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아마 잡어들만 끌어들일 것입니다.”
문인천유는 아주 지혜로워 한 마디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아 쪽이라면 그들이 불문과 적대시할 필요는 없소. 그다음 문제라면…….”
허칠안은 위아래로 이영소를 자세히 살피더니 헤아릴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영소는 그의 눈빛에 소름이 끼쳐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저, 저는 강호에서 지위가 딱히 없습니다만.”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에게는 강호에서 명성을 떨친 사매가 있잖나.”
“…….”
이영소는 믿기 어렵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 * *
그날 오후, 강호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비연 여협객이 장포 차림으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며 뇌주성으로 도망쳤다.
마침 그녀는 뇌주 상회의 아가씨와 마주쳤다. 비연 여협객은 많은 사람이 주시하는 가운데 뇌주 상회의 아가씨에게 안겨 마차에 올랐다.
뒤이어 뇌주 상회로부터 삼화사에서 진기한 보물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 보물을 얻은 자는 속세를 초탈할 수 있다는 정보가 전해졌다.
비연 여협객은 마침 보물을 쟁탈하려다가 삼화사의 승려에게 맞아 다쳤다.
뇌주 상회의 선전으로 뇌주 전체가 요동쳤다.
“듣자 하니 삼화사에서 보물이 세상에 나온다는데?”
“그렇다네. 내가 성을 지키는 병사에게 물으니 확실히 미모의 여도사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성 안으로 도망쳤다네.”
“어쩐지 요즘 삼화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걸고 방문객을 사절하더라니. 보탑이 곧 열릴 게 뻔한데 탑에 들어가 기연을 맞닥뜨리지 못하게 하더군.”
“불문은 불문이야. 나는 동족이 아니라는 거지. 평소에는 듣기 좋게 말하더니 정말 보물을 보니까 바로 문을 걸어 닫고 혼자 독식하려는 거잖나.”
“아, 비연 여협객, 이 이름 들어본 것 같은데.”
“형씨 정말 보고 들은 게 적구먼. 보아하니 바깥세상 일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골방 지식인도 아닌데 말일세.”
믿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더욱이 잘 알려진 강호 인사는 그날 비연 여협객을 살피겠다는 이유로 문인부를 방문하였다.
그들은 바라는 대로 비연 여협객을 만나 원하는 답을 얻었다.
그런 뒤 정확한 그들은 답을 가지고 소식통 노릇을 하며 널리 널리 퍼뜨렸다.
물론 남몰래 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물을 때는 심지어 소식의 진실성을 부인하였으나 암암리에 슬그머니 뇌주성을 떠나 삼화사로 향했다.
* * *
깊은 밤, 허칠안은 탁자에 앉아 의자에 기대어 혼란한 틈에 어떻게 한몫 챙길지 부도보탑에 어떻게 섞여 들어갈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성공한 후와 실패한 후에 어떻게 몸을 뺄지도 고민하였다.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똑똑’ 두 번 울렸다.
그는 일어나서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털이 덥수룩한 하얀 여우가 창턱에 웅크리고 앉아 흑진주 같은 밝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목구멍이 공기를 뒤흔들더니 은방울처럼 앳된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드디어 전설 속의 허 은라를 만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