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34
734화. 바람과 구름 같은 세찬 변화
영롱하고 정교한 여우는 목에 작은 가죽 가방을 걸고 있었다.
‘사람 말을 할 줄 안다고? 호요군……. 내 진짜 정체를 안다니…….’
허칠안은 하마터면 ‘대위천룡(大威天龍)’ 손바닥을 날릴 뻔했다. 그는 창밖을 한 차례 둘러보더니 말했다.
“들어와서 얘기하지.”
여우는 히히 웃더니 짧은 네 다리를 뻗어 창턱에서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허칠안의 시선은 이 호요를 쫓았다. 그는 호요가 우아한 사지를 내디뎌 탁자 옆으로 걸어가더니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호요는 탁자 위로 뛰어오르지 못하고 아랫배를 탁자 가장자리에 부딪쳤다.
“아이고!”
호요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더니 뒷다리를 마구 뻗어 드디어 탁자에 기어올라 웅크리고 앉았다. 새까맣고 또렷한 눈에 호기심과 흥분으로 번쩍이며 허칠안을 관찰했다.
‘너무 약골 아닌가…….’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댔다.
“어머니가 가라고 했어요.”
여우는 은방울 같은 여자아이 목소리를 냈다.
‘역시나!’
허칠안은 속으로 남몰래 말했다. 요도, 게다가 그의 신분을 아는 건 아마 만요국의 요괴일 터였다. 이렇기에 그는 방금 요괴를 없애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그래서?”
그는 탁자에 서서 털이 덥수룩한 귀여운 여우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에 몰래 잠입했는데 발각될까 봐 두렵지 않니?”
여우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속도와 잠수는 내가 잘하는 영역이에요. 아니고선 어머니가 어찌 저를 보냈겠어요. 야희 언니가 말하길 허 은라는 귀신같이 알아맞히고 사소한 일까지 빈틈없이 살핀다던데 어떻게 이렇게 단순한 이치조차 납득하지 못해요?”
“추리는 충분히 많은 단서와 사물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예컨대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니 나는 네가 경솔한 호요인지 아닌지 판단할 도리가 없거든. 또 예를 들면 너는 나이가 많지 않으니 내가 네가 능력이 뛰어나지 않고 조심성이 부족하다고 의심할 테지.”
허칠안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여우는 문득 크게 깨달은 듯 흑진주 같은 눈을 반짝이면서 발을 들고 탁자를 툭툭 치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보니 그렇군요. 역시 허 은라답습니다. 말에 정말 일리가 있고 논리정연해요.”
“네가 말하는 야희 언니가 누구지? 그녀가 나를 아나?”
허칠안은 탁자에 앉아 차를 따랐다.
“어서, 어서, 저한테도 한 잔 주세요.”
여우는 탁자를 툭툭 치며 재촉하였다.
허칠안은 경미한 물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한잔 가득 따라주었다. 여우는 희고 부드러운 코를 갖다 대더니 혀를 내밀어 핥고 또 핥고 핥고 또 핥았다.
“너 변신할 줄 모르니?”
허칠안은 의아해했다.
“아직 할 줄 몰라요.”
여우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너는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능력치가 없어. 만요 공주가 너를 뭐하러 보낸 걸까…….’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여우가 몇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야희 언니는 제 셋째 언니예요.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그녀는 저보다 376년 먼저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네 야희 언니가 도대체 누구냐고!’
“그녀는 예전에 경성에서 일하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저한테 허 은라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들려주었죠. 허 은라는 정말 대단해요.”
‘부, 부향…….’
허칠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기쁜지 아니면 서운한지 아니면 화가 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다.
그는 오랜 친구의 소식을 다시 듣자 기뻤다. 한편으로 그는 둘이 만나려면 기약 없이 아득하다는 점에 서운했으며, 버젓한 대봉 야경꾼이 그녀 때문에 무참하게도 대봉 미라로 변했다는 데 화가 났다.
‘그녀가 부향의 여동생이군. 알고 보니 부향의 진짜 이름이 야희였구나…….’
허칠안은 약간은 부드러워진 표정을 하고 물었다.
“너희 어머니가 뭐하러 너보고 가라고 한 거니?”
“상황을 보고하러 가라고요.”
여우는 기뻐하며 말했다.
‘너나 보고해…….’
잠시 뒤, 허칠안은 그녀가 말없이 동경하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조했다.
“상황 보고?”
“어머니께서 허 은라에게 불문의 상황을 얘기하라고 했어요.”
말하는 사이, 여우는 탁자를 곁눈질로 힐끗 보았다. 그녀는 이미 계화꽃떡을 아주 여러 차례 곁눈질로 힐끗 보았다.
“먹고 싶으면 먹어.”
허칠안은 탄식하였다.
여우는 즐거워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계화꽃떡을 감싸 안고 깨물었다.
‘수준 낮고 유치하고 내숭 떨고, 교만한 기운이 있어. 꿀밤 한 대면 아주 오랫동안 울 것 같은 여우야…….’
허칠안은 속으로 판단을 내렸다.
허칠안은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뒤 물었다.
“더 먹을 거니?”
“좋아요, 좋아요. 감사합니다.”
“……먼저 어머니가 네게 전하라고 한 일부터 얘기하고.”
‘식탐!’
허칠안은 속으로 꼬리표를 더 달았다. 하지만 아이는 전부 게걸스럽기에 이상하지는 않았다.
여우는 아쉬워하며 시선을 거두고 얌전하게 웅크리고 앉아 말했다.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시작할게요. 불문에서 가장 강한 건 초품인 불타이고 그음으로 4대 보살이지요. 당대 보살은 네 분인데 각각 ‘금강법상, 불동명왕법상(不動明王法相)’을 장악하고 있는 가나수 보살, ‘대륜회법상(大輪回法相), 대자대비법상(大慈大悲法相)’을 장악하고 있는 광현 보살, ‘대지혜법상(大智慧法相), 약사법상(藥師法相)’을 장악하고 있는 법제 보살 그리고 ‘행자법상(行者法相), 무색유리법상(無色琉璃法相)’을 장악하고 있는 유리 보살입니다.
불문은 역사상 아홉 명의 보살이 나타난 적 있었는데 500년 전에 일곱 명, 갑자탕요 이후 다섯 명, 무종이 황위를 찬탈했을 때 또 초대 감정에게 한 명이 죽어 지금 네 분만 남았습니다. 그런 뒤 9대 나한인데 세상에 남아 있는 건 두 분뿐입니다. 수타환(須陀洹) 과위 도정(度精), 아나한 도액입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과위가 응집한 뒤에는 바꿀 수 없다더군요. 그렇기에 기나긴 세월 동안 많은 나한이 다시 태어나 불도를 다시 수행하는 걸 선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나한은 주태지혼(住胎之昏)이 있고, 보살은 격음지미(隔陰之迷)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한은 윤회 중에 사라지지요. 불문 역사상 나한이 18명 있었는데 이 나한 중에 일부는 다시 태어나 윤회하러 갔고, 일부는 갑자탕요 때 죽었습니다. 마지막은 호법금강으로 현존하는 건 여전히 두 사람뿐입니다. 각각 도난금강과 도범금강(度凡金剛)이지요. 불문이 전성기 때 금강이 얼마나 있었는지 어머니께서는 세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갑자탕요 때 3품 금강도 방패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허칠안은 달걀을 쑤셔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입을 벌렸다. 그는 사람 전체가 조각상처럼 멍해졌다.
‘전성기 때 보살 9명, 나한 18명, 약간의 호법금강이라……. 이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데……. 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저 시간이 쌓여 나타난 것뿐이잖아. 그 중원 역대 황조 대대로 3품, 2품, 1품 고수의 수도 아주 볼 만했다고……. 하지만, 하지만 4품 보살 넷, 나한 둘, 금강 둘이 현존한다. 이건 참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만약 대봉이 원경제의 화, 허평지의 기운 탈취를 겪지 않았다면 절대 3품 진북왕에 그치지 않았겠지. 적어도 위 공은 정상급 2품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고수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는 돌이켜보니 불문이 산해관전역 이후에 그야말로 더욱 왕성해져 무시무시한 정도까지 강성해진 점이 떠올랐다.
여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 대오를 거느리고 삼화사에 온 건 도난금강입니다. 4품 둘이 수행하였는데 법호가 정심과 정연이지요. 정심은 선사고 정연은 무승입니다. 허 은라께서는 주로 이 두 사람을 주의하면 됩니다.”
“참…….”
그녀는 쭈그리고 앉은 채 발을 내밀어 목에 걸린 작은 가죽 가방으로 뻗었다.
“어머니께서 제게 이걸 전해주라 하셨어요.”
그녀의 발에 잡힌 팔찌에는 녹슨 구리 방울이 6개 걸려 있어 시대감이 넘쳤다.
“팔찌?”
여우가 바로잡았다.
“어머니께서 이건 발찌라고 하셨어요.”
허칠안이 발찌를 받으며 물었다.
“네 이름이 뭐니?”
여우가 말했다.
“알아맞혀 보세요.”
“모르겠는데.”
“흥, 정말 쓸모없군요. 하나 제시해드리지요. 저와 야희 언니의 이름은 정반대예요.”
“일계(日鷄)?”
“백, 백희(白姬)라고요!”
여우는 앞발을 들어 탁자를 힘껏 두드려 화가 났음을 드러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허 은라가 약속을 성실히 지켜 신수 대사의 남은 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어요. 이 때문에 그녀는 허 은라를 감시하라고 절 보낸 거예요. 알려드리지요. 저는 속도가 빨라 하루에 수천 리를 갈 수 있어요. 게다가 잠행에 능하니 아주 쓸모 있지요.”
여우는 사람처럼 일어서서 득의양양하게 허리춤에 양손을 얹었다.
“하루에 수천 리를 간다라…….”
허칠안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사람을 등에 업을 수 있니?”
여우는 어리둥절하다가 자신의 작은 몸집을 보고 다시 허칠안의 큰 몸집을 보더니 주저하며 말했다.
“가, 가능하겠지요…….”
허칠안은 기뻐하며 여우를 껴안아 바닥에 내려놓고 냅다 엉덩이를 얹었다.
여우는 멍해졌다.
* * *
“아이고, 아이고. 울지 마. 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했잖니.”
허칠안은 침상 옆에 앉아 베개 위에 엎드려 엉엉엉 흐느끼는 털북숭이 여우를 쳐다보며 변명했다.
여우의 눈에서 콩알만 한 눈물이 떨어졌다.
“저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얘기할래요, 허 은라가 나를 괴롭혔다고, 엉엉엉……. 저 허리가 너무 아파요. 엉엉, 꺽…….”
그녀는 이렇게 크면서 아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었다.
허칠안은 여인을 달래는 데 아주 노련했다. 여우를 달래는 것……도 역시 아주 노련했다. 거짓말로 얼렁뚱땅 속이니 여우는 눈물을 머금고 그를 용서했다.
허칠안은 촛불을 불어 끄더니 말했다.
“그럼 이만 잘래?”
여우는 일어나더니 어둠 속에서 그를 경계했다.
“아니요, 야희 언니가 허 은라는 색마라고 했어요. 저는 그쪽이랑 자면 안 돼요.”
허칠안은 작은 여우의 몸뚱이를 쳐다보더니 말없이 얼굴을 가렸다.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야…….’
* * *
문인천유의 규방 안, 천종 성자는 술잔을 비비며 창가에 서서 말했다.
“서 선배님은 부인과 한 방에 묵지 않네?”
문인천유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었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며 ‘응’하고 대답했다.
그녀는 흰색 속옷을 입었는데 엉덩이는 동그랗고 허리는 가늘고 가슴은 풍만하여, 얼굴부터 몸매까지 전부 아주 출중한 여인이었다.
‘멀쩡한데 방을 나눠서 뭐 하려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유아 누이, 그 서겸 앞에서 좀 공손하게 굴어야 하는 거 잊지 마.”
“나는 이미 그를 은인으로 대해 왔다고.”
문인천유가 억울함을 드러냈다.
“아니, 나는 그 뜻이 아니야.”
이영소는 몇 초간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서겸은 늙은 괴물이야. 몇백 년을 산 늙은 괴물.”
“3품이야?”
문인천유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영소는 고개를 저으며 실소했다.
“예전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제 삼화사에서 한 가지 작은 일이 내 생각을 바꿨어. 음, 그가 내게 비단 주머니를 하나 줬는데 안이 전부 화포와 차노더라고. 한 대오의 군대를 무장하기에 충분했어. 뇌주 상회는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재화를 수없이 써야만 관아 쪽에서 군노와 화통을 바꿔올 수 있잖아. 하지만 그에게 이건 그저 보잘것없는 장난감일 뿐이야.”
문인천유는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그는 조정 사람인가? 조정의 3품 고수는 전에 진북왕이 있었고, 후에는 허칠안이 있었지. 그리고 사천감 술사지. 이 서겸은 누구야?”
천종 성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마 조정 사람이 아닐 거야. 그의 말에 따르면 화포와 차노는 감정과 대련할 때 얻은 장난감이라더군. 허, 이런 인물이 나를 속일 필요가 없잖아. 그렇지?”
‘감정과 대련해서 이겼다고…….’
문인천유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천종 성자는 곁눈질로 연인을 쳐다보았는데 그녀가 깊은 충격에 빠진 걸 보자 즉시 말했다.
“아, 내 수련 경지가 봉인되었으니 당연히 일찌감치 봉인을 풀어야 해. 유아 누이, 나 먼저 방으로 돌아가 수련할게.”
문인천유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버들눈썹을 곤두세운 채 탁자 위의 피백(*披帛: 몸에 걸치는 긴 장식)을 쥐고 손을 털더니 내던졌다.
긴 피백은 마치 채찍처럼 이영소의 목을 감아 그를 질질 끌고 왔다.
“이랑, 뇌주에 온 지 이틀짼데 나를 건드리지 않는 건 이미 싫증 났다는 건가? 아니면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생겼나?”
“아니야, 아니야.”
“흥, 믿지 않아.”
“정말 아니야. 나는 영원히 유아 거야!”
“그럼 오늘 밤에 어떻게 하는지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