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38
738화. 충돌 (3)
동방완청이 말을 하는 사이 휘장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그녀는 검은 그림자로 변해 나와 문인천유를 향해 돌진했다.
이영소가 안색이 크게 변하여 막 뛰쳐나가 저지하려 했으나 문인천유 곁에 있던 4품 객경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는 몇 걸음 내달려 두 손바닥으로 힘껏 밀쳤다.
퍽!
기기가 충돌하는 소리는 마치 우렁찬 천둥 같았다. 순식간에 먼지가 일고 주위의 수목은 강풍에 눌린 듯 허리가 구부러졌다.
영웅호걸들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문인 집안 4품 객경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더니 뒤이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피를 억지로 삼켰다.
반면 동방완청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하늘하늘 가마로 돌아갔다.
4품 역시 강하고 약한 부분이 있었다.
“또, 또 4품인가?”
“보아 하니 뇌주 상회의 4품 객경보다도 강한데.”
“씁…… 이 자매는 무슨 이유로?”
“뇌주의 강호 고수는 아니네.”
사람들은 동방 자매의 실력을 눈치채자 가슴이 무거워졌다. 이 자매는 삼화사 진영의 고수임이 확실했다.
이렇게 보니 양측의 4품 고수 숫자가 비등해졌다.
세 명의 4품 고수인 원의, 이소운 및 쌍도문주는 얼굴이 굳었다.
“알고 보니 삼화사에 일찌감치 맹우가 있었군. 어쩐지 이렇게 포악하더라니. 믿는 구석이 있어 두려움을 모르는군.”
도지휘사 원의가 담담하게 말했다.
정심 승려가 돌아서서 사찰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합장하더니 말했다.
“도난 사숙께서 이 한가한 이들을 쫓아내 주시길 바랍니다.”
동방완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이포 장로께서 무관한 사람들을 내쫓아 주시길 바랍니다.”
이 두 사람이 갑자기 입을 열자 뇌주의 영웅호걸들은 망연해졌으며, 동시에 또 본능적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때 무시무시한 기운 두 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한 기운은 삼화사 깊은 곳에서 비롯되었으며, 한 기운은 좌측의 밀림에서 비롯되었다.
두 기운을 감지한 찰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우러나왔다.
초범!
범인을 초월한 기운이었다.
그들 대다수는 한평생 3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수준을 알았다.
4품 이상의 초범 영역에 다다른 존재는 평범한 사람과는 달랐다.
“삼화사 50리 밖으로 물러나거라.”
사찰 안에서 우렛소리 같은 포효 소리가 전해졌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가슴에서 기혈이 솟구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불문 사자후, 3품 무승이 시전한 불문 사자후였다.
이는 그래도 상대가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 만약 온 힘을 다해 포효한다면 6품 이하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4품 이하는 정신에 혼란이 생겼다.
다른 기운은 입을 떼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져다주었다. 신체적, 정신적인 이중 압박이었다.
뇌주의 영웅호걸들은 전전긍긍하였고, 원의 등 4품 고수 역시 멀쩡하지는 않았다. 4품은 어떤 주(州)에서라도 대왕급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범인 영역을 초월한 3품 앞에서는 중저급 수사와 차이가 없었다.
캑캑 대는 벌레와 캑캑 대는 쥐일 뿐이었다.
삼화사 승려들은 뇌주 무사들의 창백해진 안색과 놀란 기색을 보면서 미소를 머금고 여유롭게 양손을 합장하였다.
“이, 이…… 두 분은 3품?”
“아이고, 우리는 보물과는 인연이 없나 보군. 됐네.”
“3품은 필적할 수 없지, 필적할 수 없어.”
이 감정과 이 상황, 자리에 있는 영웅호걸들은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
3품 둘은 둘째치고 한 명이라고 해도 그들 모두를 쓸어버리기에 족했다.
보물을 빼앗는 일은 희망이 있어야 싸웠다. 불가능한 일임이 명백해졌는데 뭘 싸운단 말인가? 목숨을 부지한 뒤 청루에 가서 여인들과 잠자리를 하는 게 더 달콤하지 않은가?
쌍도문주는 탄식하였다.
원의는 느긋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보탑 안의 혈단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많고, 순도 높구먼. 숲속의 그자는 무신교 영혜사이겠지. 주술사만의 기운을 내가 잘못 볼 리 없거든. 무신교가 막 우리 대봉과 전쟁을 치르자마자 불문이 바로 무신교와 동맹을 맺었는데 대봉 조정에 우리가 안중에 있기는 한가?”
도난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봉 조정? 조정에 3품 무사가 한 명도 없으니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참 뒤떨어지지요.”
호법금강은 비꼬는 말을 내뱉으며 대봉에 관해 지극히 형편없는 소감을 드러냈다.
불문 고위층은 대부분 대봉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대봉의 이름난 똥개 때문이었다.
600년 전, 대봉 개국 황제가 똥개 노릇을 하여 무신교를 따끔하게 다스렸다.
300년 전, 유가와 조정이 또 똥개 노릇을 하여 중원에서 제멋대로 멸불하였다.
호법금강은 무승이었다. 그리고 무승은 성미가 거칠고 급하고 왔다 갔다 하였다. 못마땅하면 못마땅한 것이었다.
원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감히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현재 대봉의 국력으로는 감히 불문과 척질 수 없었다. 설령 안에 있는 그 3품 금강이 그에게 따귀를 날려 질척질척한 흙이 된다고 해도 조정은 기껏해야 비난하고 규탄할 터였다.
하지만 그는 3품 금강에게 이렇게 치욕을 당했으니, 화가 나고 전혀 달갑지 않았다.
류운이 참지 못하고 반박하였다.
“누가 대봉에 3품이 없다고 합니까? 우리 대봉의 허 은라가 만약 여기에 있었다면, 선배님께서 감히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
그 금강은 사찰 깊은 곳에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그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밀림 속, 냉소 소리가 전해졌다.
“허씨는 이미 폐물인데 어찌 두려워할 게 있겠는가?”
류운은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소리 높여 말했다.
“설령 선배님께서 무신교의 영혜사라고 해도 소녀는 허 은라를 헐뜯는 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뇌주 영웅호걸들은 태양이 지기 직전 잠시 빛나는 것처럼 항의하였다.
숲속의 영혜사가 웃으며 말했다.
“감히 칼을 뽑겠는가?”
재기 넘치는 류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녀가 두 손을 뒤로 내밀어 칼자루를 잡고 막 뽑으려는데 어찌 알았겠는가. 쌍칼이 마치 칼집 안에서 녹슨 듯, 그녀는 아무리 힘을 쓰고 얼굴이 새빨개져도 쌍칼을 뽑을 수 없었다.
“흥!”
영혜사는 콧방귀를 뀌었다.
류운은 벼락을 맞은 듯 두 무릎을 바닥에 꿇었고 ‘욱’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내뱉었다.
밀림 속 영혜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도난 금강, 자네가 만약 동맹 서약을 고려하여 나서기 불편하면 내가 대신 수고해주지. 이 잡어들을 말끔히 처리하겠네. 시체 병사로 만들어 정산성으로 데려가도 되겠군.”
와르르……. 군웅들이 연거푸 뒤로 물러섰다.
“우리를 전부 죽인다고? 자신만만하군! 일개 영혜사면서 자신이 무신인 줄 아는 건가?”
혼란 속 갑자기 비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려 마치 바보라도 보는 것처럼 그 청의를 보았다.
무신교의 영혜사에게 자극 요법을 쓰다니, 목숨이 길어 싫은가?
정말 그가 손을 쓰지 않을 줄 아는가?
무신교와 대봉은 원수이니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을 터였다.
‘죽고 싶은가 본데 우리가 말려들게 하지 마!’
이영소는 눈이 반짝였다.
‘왔다, 왔다 이 늙은 괴물이 폭발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은 어쩌면 3품 고수를 숭배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영소는 서겸, 이 늙은 괴물이 감정과 바둑을 두었던 숨은 고수라는 걸 알았다.
이 순간, 허칠안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쏠리는 듯했다. 특히 그중 두 시선은 그의 등을 찌르는 듯했다.
사찰 깊은 곳, 3품 금강에게서 비롯된 그 시선은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이이포로부터 비롯된 시선에는 오싹함이 배어 있었다.
자리에 있던 강호 인사들은 말없이 거리를 벌렸다. 이 신비로운 고수가 3품 영혜사나 호법금강에게 ‘징계받을’ 때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가 까닭 없이 화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허 은라를 헐뜯는 무신교의 영혜사가 불만이었지만, 작은 목소리로 삑삑대며 약하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청의 남자처럼 뛰쳐나와 비웃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를 바 없었다.
쌍도문의 류운은 힘겹게 일어나 입가의 핏자국을 지웠다. 그녀는 누군가 나설 수 있어서 아주 기뻤지만, 또 평범한 외모의 이 청포 남자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이 자는 수법이 변화무쌍하며 행동거지가 거칠었다. 평소라면 그녀는 분명히 상대방에게 술을 마시자고 요청했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그저 상대가 어서 철수했으면 했다.
마음이 섬세한 류운은 속으로 가만히 생각하다가 청의 남자 옆의 동료가 조금도 당황하거나 겁먹지 않고 차분한 표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중에 평범한 모습의 남자는 두 눈을 반짝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심지어는 이어질 충돌을 기대하는 듯했다.
원의 등 4품 고수는 청의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동시에 3품 둘의 행동에 주목하였다. 그들은 이 청의 남자의 결말을 통해 3품 둘의 진짜 태도를 판단하고자 했다.
만약 청의 남자가 봉변을 당하면 그들은 과감하게 탑 안의 보물을 포기하고 삼화사를 떠날 생각이었다.
“아미타불.”
도리어 정심 승려가 솔선수범하여 입을 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인순 사형 몸에 있는 독이 아직 해독되지 않았습니다. 이 독을 먹으면 그만이 해독할 수 있지요. 도난 사숙께서는 사정을 봐주세요.”
도난 금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이포가 담담하게 말했다.
“정심 승려, 안심하게. 주술사의 혈영술 역시 독을 제거할 수 있네.”
정심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말이 나왔다. 이미 그 청의에게 사형이 선고된 듯했다.
“선배님, 그를 죽일 자신 있습니까?”
이영소가 약간 흥분하여 전음했다.
그는 서겸의 신분에 매우 관심이 많았으나 지금까지도 상대의 내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비록 이 망할 노인네가 고술에 정통했다고 해도 이영소는 고술이 상대방의 주요 수련 체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질 나쁜 모조품인데…….’
허칠안은 속으로 묵묵히 중얼대더니 사람들 앞에서 소라를 꺼내 입가에 대고 한참을 중얼거렸다.
‘그가 뭘 하는 거지?’
이 광경을 본 이영소, 주위의 뇌주 인사 및 먼 곳의 불문 승려의 눈에는 막연함이 깃들었다.
이내 그들은 깨달았다.
“어서 보게. 저게 뭔가?”
한 무승이 하늘을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허칠안을 포함한 이영소, 쌍도문, 뇌주 상회, 도지휘사 원의, 진무 장군 이소운 등은 잇따라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고공을 쳐다보았다.
철로 만든 새까만 강철 포대가 공중에 걸려 있었다.
12장 길이에 높이 3장인 중포 15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단단한 금속관이 포대에서 나오고 상노가 포대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다.
강철 포대 표면에서는 복잡한 진문이 빽빽하게 빛났고, 30개의 대진이 새겨져 있었다. 방어 진법뿐만 아니라 전송 진법, 부공(浮空) 진법, 취령(聚靈) 진법이 있었다…….
포대 중앙에는 이목구비가 평범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왼손에 글자 한 폭을 들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도 글자 한 폭을 들고 있었다.
“술, 술사인가?”
“이, 이건 무슨 괴물이지?”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명색이 강호 인사로서 경험이 풍부했지만, 시야에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술사는 보기 드물어 이전에 강호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이유로 뇌주의 영웅호걸들은 술사의 조작을 볼 수 없었다.
허공에 뜬 이 강철 포대는 그들의 눈에 그야말로 불가사의였다. 화풍이 현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