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39
739화. 불경(佛境)
동방완용은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본래 ‘어풍주’라고 불리는 법기를 장악했다. 그 법기는 어풍 진법과 방어 진법만 있어 대형 비행 법기로서 사용했다.
이렇기에 어풍주는 주술사의 12법기 중 하나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하늘에 떠 있는 포대는 어풍주와 같은 등급이 아닌 게 분명했다.
어떤 면으로 술사라는 체계는 확실히 좀 변태 같았다.
하지만 동방완용의 판단에 의하면 비슷한 법기는 정제 대가가 너무 커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었다. 그랬으면 대봉은 일찌감치 구주를 통일했을 것이다.
“손현기!”
사찰 깊은 곳에서 호법금강의 우레와 같은 소리가 전해졌다.
손현기가 담담하게 말했다.
“응!”
그는 말하는 동시에 또 손에 든 글자를 높이 들어, 자신이 농담하는 게 아님을 나타냈다.
포대의 화력으로 몇 차례 걸치면 삼화사는 폐허가 될 것이었다. 호법금강은 당연히 이 화력이 밖으로 나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찰 안의 승려들과 수백 년 된 고찰은 보존하기 어려웠다.
원의는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대인께서는 감정의 이제자이자 3품 술사인 손현기?”
뇌주 도지휘사의 고귀한 신분이라면 당연히 손현기라는 인물을 알 터였다.
도지휘사는 한 주에서 실권이 가장 큰 인물로 대봉 전체에 이런 인물은 13명뿐으로 진정한 국경 장군이었다.
“응!”
손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상징적인 백의에 근거하여 술사 신분을 어렴풋이 짐작해냈으나 뜻밖에도 감정의 이제자인 3품 술사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말을 아끼는 술사로, 곳곳에 고수의 풍채와 도량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인물은 그 청의 고수가 소환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한순간 허칠안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추측과 호기심이 좀 더 더해졌다.
이 자는 또 정체가 뭘까?
‘그가 막 소라를 불었고 뒤이어 백의 술사가 나타났다…….’
입술을 오므린 류운의 시선은 청의 남자를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영소는 눈을 부릅떴다. 실망인지 충격인지 또 아니면 두 감정이 다 있는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쉽게 손현기를 부르다니! 그날 감정과 대련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 진짜임을 증명했다……. 손현기를 소환한 건 금강과 영혜사는 그가 나설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인가…….’
천종 성자가 남몰래 추측했다.
“허한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사찰 깊은 곳에 있는 금강이 말했다.
허칠안은 이 모습을 보자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손현기의 협박은 진작에 상의한 대책이었다. 그는 밖에서의 호응을 책임졌다. 하지만 만약 허칠안 혼자 부도보탑에 들어가면 이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보탑에 들어가면 무신교와 불문 고수에게 저격당하기 쉬웠다. 때문에 소식을 퍼뜨려 강호 호걸을 끌어들이는 대책이 생긴 것이었다.
그는 필부들 틈에 숨어 겸손하게 일을 처리했다. 설령 방금 조작 때문에 표적이 되더라도 강호 인사는 조력자 역할을 맡을 수 있으니 혼자만으로 이루지 못할 일은 없었다.
뇌주 호걸들은 불문이 막 타협하는 걸 보자 희색이 만면했으며, 허리가 순식간에 꼿꼿해졌다. 활기 없이 암담한 분위기가 구름 걷히듯 깨끗이 사라졌다.
“해독약!”
정심 승려가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를 던져라.”
정심 승려는 손바닥에 중년 무승의 등을 받치고 그를 허칠안 앞으로 가볍게 보냈다.
그가 손가락을 뻗어 중년 무승의 코끝에 대자, 하늘하늘한 검푸른색 안개가 솟구쳐 나와 손가락으로 빨려 들어갔다.
독기를 뽑아내자 중년 무승의 거무스름해진 얼굴빛이 점점 정상적인 혈색으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않았다.
“한 시진 후, 깨어날 거다. 그런 뒤에 며칠 몸을 수양하면 완쾌될 수 있다.”
허칠안은 그를 도로 던졌다.
정심 승려는 손을 뻗어 중년 무승을 받더니 양손을 합장했다. 뒤이어 그는 삼화사 승려를 거느리고 사찰 안으로 물러갔다.
진무 장군 이소운은 긴 창을 받쳐 들고 흥분하여 말했다.
“원 대인, 가시죠, 저희 들어가시죠.”
그는 발걸음을 내디뎌 앞장서서 절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 * *
세 측은 대전을 지나 이내 목적지에 도달했다. 사찰의 깊은 곳에 거대한 불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흰 벽에 검은 기와, 얼핏 보면 전혀 법보 같지 않고, 일반적인 불탑에 더 가까웠다.
유일하게 이상한 부분은 100m 높이가 족히 되는데 탑에는 창문이 세 개밖에 없었다는 거였다. 이는 그곳이 3층 건물임을 상징했다.
그리고 탑 문은 어두운 금색으로 황금으로 주조한 듯했다. 그 문은 문고리도 열쇠 구멍도 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세 측은 부도보탑 밖에 모여 말없이 대치했다. 뇌주 현지 사내들은 자꾸만 고개를 들어 하늘색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왕년에 부도보탑이 열렸던 시간을 몰래 헤아렸다.
점점 가까워졌다, 점점 가까워졌다…….
우르르 쾅쾅!
탑이 묵직하게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어두운 금색의 탑 문이 천천히 열렸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문 내부를 들여다보았지만 어둠만 보일 뿐이었다.
“아미타불!”
정심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고 부도보탑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예를 갖춘 뒤 앞장서서 탑 안으로 걸어갔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가사가 흔들렸다.
“아미타불!”
불호를 외는 소리 사이로 체구가 우람한 젊은 무승 정연 및 수좌 항음이 뒤따랐고, 두 사람 뒤에는 무승 9명, 선사 9명이 있었다.
‘선사 둘, 무승 하나, 다른 18명의 수련 경지는 높낮이가 있군…….’
허칠안은 그들을 훑어보고는, 탑으로 들어온 이 21명의 승려가 바로 자신이 이따가 맞서야 할 경쟁 상대라는 걸 알았다.
“너는 들어오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거야. 들어오면 내가 장담하는데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야.”
요염하고 아름다운 동방완용은 고개를 돌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문인천유를 쳐다보았다.
동방 자매는 동해용궁 문하생들을 거느리고 보탑에 들어갔다.
이영소는 이 말을 듣더니 한참 동안 입을 일그러뜨렸다. 머리통이 아팠다.
“내가 자네를 도와 이 자매를 죽여줄 필요가 있는가?”
허칠안은 농담조로 전음하였다.
“자네가 매일 이리저리 숨어다니지 않도록 말일세.”
이영소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전음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선배님, 차라리 저를 죽이는 게 낫겠네요.”
‘그냥 말해봤을 뿐이야. 4품 전봉 둘을 나는 죽일 수 없다고…….’
허칠안은 원의와 이소운이 부하들을 데리고 탑에 들어가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강호 무사들 틈에 섞여 탑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들어가요, 우리도 들어가요!”
여우는 모남치의 품에서 발버둥 치며 나오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유혹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그를 따라 들어가서 놀자고요.”
“너도 감히 불문의 장소에 들어가게?”
모남치는 호기심이 왕성하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여우를 쳐다보았다.
여우는 생각하더니 동족들이 불문에 관해 말했던 무시무시한 전설이 떠올라 약하게 이야기했다.
“그, 그래도 너무 가고 싶단 말이에요.”
그녀는 머리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슴에 기댄 채, 초겨울의 햇살을 쬐며 낭랑하면서도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이모는 그, 그와 무슨 관계예요?”
“별 관계 아니야.”
“아!”
여우는 갑자기 마음이 놓였고, 모남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인은 허 은라에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능과 미모를 다 갖춘 여우만이 허 은라에게 어울렸다.
“그는 교방사에 자주 가지요?”
여우가 다시 물었다.
“너 교방사도 아니?”
모남치는 깜짝 놀랐다.
“제가 비록 인류의 성지에 있지는 않았지만, 보고 들은 건 많아요. 예를 들면 인류의 여인은 자신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주로 여우라고 부르더라고요. 여우는 인간 세상에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여인의 상징이에요.”
흰 여우는 아주 그럴싸하게 자신의 지식을 뽐냈다.
“누가 네게 알려주었니?”
모남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족인이요.”
‘호족스러워…….’
모남치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인류 여인 눈에는 어쩌면 여우가 가장 예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인류 남자 눈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딱 한 명뿐이야.”
“누군데요?”
흰 여우가 물었다.
“대봉 제일 미인인 진북왕비지.”
모남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본래 ‘모남치’라고 말하려다가 그러면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하는 셈이라는 생각에 더 통속적인 호칭으로 바꾸었다.
흰 여우는 인간적이고 우러러보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모남치는 삼화사의 늙은 주지가 가사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을 한 알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구슬 안에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정심 등의 모습을 비추고, 휘황찬란한 대전을 비췄다.
“좋군!”
이이포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부도보탑은 외부 세계의 정탐을 단절시켰다. 이 경수의 눈물방울은 쌍방의 ‘우정’을 유지하는 관건이었다.
* * *
부도보탑에 발을 들인 뒤, 허칠안은 사방을 둘러보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널찍한 대전 안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대전은 둥근 천장이 없었다. 고개를 올려 보니 운무가 감돌고 있었다.
대전의 끝에는 십여 장 높이의 금불상이 있었는데 마치 작은 산 같았다.
이 부처는 자비롭고 인자한 얼굴에 위엄이 서렸다. 귓불이 두껍고 머리 위의 구부러진 뾰루지가 중앙을 차지했다.
설령 예불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찰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부처!
부처 좌측에는 금신 13기가 있고, 우측에는 금신 14기가 있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머리 뒤에는 양식이 다른 고리가 있었다. 어떤 건 화염이고 어떤 건 연속적인 선이 그려져 있어 마치 태양을 간략하게 그린 놋쇠 쟁반 같았다.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았다.
재미있는 건 그중에 금신 9기의 얼굴이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허칠안은 냉정하게 둘러보았다. 이 대전의 널찍한 정도는 부도보탑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적어도 외관상으로 보면 부도보탑 내부는 이 대전을 수용할 수 없었다.
‘불경(佛境)이라…….’
그는 이 낯익은 광경을 보니 그날 불문과 두법할 때 도액 나한의 그 금사발이 떠올랐다.
금사발 안에 불경이 숨어 있었다.
“불문은 이런 신통한 재간에 아주 능하다. 내가 운주에서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20년 전 산해관전역을 꿈꿨는데 어느 불문 고승의 손바닥에서 천군만마가 도약해 나온 광경이 있었지. 아마도 그 당시 고승 손에 비슷한 금사발 법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군대가 불경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런 현지 토착민은 아주 냉정해.”
뇌주의 강호 호걸들은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하였으나 전혀 놀랍지 않은 듯했고, 상대적으로 냉정했다.
“참, 문인천유가 부도보탑은 매년 한 번씩 열리는데 보탑의 시험을 통해 삼화사에 들어가 불문 성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을 거치지 못한 그자들은 나간 뒤에 분명히 탑 안에서 보고 들은 걸 널리 퍼트릴 것이다.”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