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0
740화. 불자
“아미타불!”
정심 승려는 불문 중들을 데리고 합장하며 예를 갖췄다.
그는 돌아서서 동해용궁과 뇌주 인사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에서 빚은 금신 중에 가운데 있는 건 대자대비 불타로 세상에 유일한 부처이지요. 좌측 셋, 우측 넷 금신은 불문의 아홉 보살이고요. 남은 건 열여덟 나한입니다.”
‘그것 참, 금강은 금신에 설 자격도 없단 말인가?’
허칠안은 소리 높여 말했다.
“스님, 왜 아홉 보살은 얼굴이 흐릿합니까?”
정심 승려는 질문에 답했다.
“이 아홉 금신은 단순히 어느 보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9대 법상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의에 빠졌으나 허칠안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정심 승려는 어리둥절하다가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며 아득하게 물었다.
“시주께서는 9대 법상을 아십니까?”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강노목, 불동명왕, 대륜회, 대자대비, 대지혜, 약사, 행자, 무색유리, 대일여래.”
삼화사의 승려들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심은 허칠안을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엇, 그의 말이 맞나? 삼화사 승려들이 반박하지 않는군.”
“진작에 불문에 9대 법상이 있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 아홉 개구먼. 이 자는 누구지? 불문을 이렇게 잘 안다니.”
“9대 법상에는 또 무슨 기이함이 있소?”
누군가 큰 소리로 물으며 허칠안의 대답을 기대했다.
이번에는 쌍도문주 탕원무, 류운, 도지휘사 원의 등의 고수가 잇따라 쳐다보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보살들이랑 맞붙어본 적도 없는데…….’
허칠안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행자법상은 현세에서 속도가 특출나 서역 모정산을 유람합니다. 무색유리는 사람의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 할 수 있습니다. 무념무상에 생각을 더디게 하지요.”
그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비웃더니 마치 계속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덧붙였다.
“다른 법상은 글자 그대로 생각하면 깨달을 수 있습니다.”
‘진짜야 가짜야…….’
사람들은 듣더니 무의식적으로 정심 등의 승려를 바라보았지만, 정심과 정연 그리고 삼화사 수좌 항음이 다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았다.
‘진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다.
“씁…….”
이소운은 창을 짚은 채 허칠안을 바라보며 입을 일그러뜨렸다.
“어이, 네 놈이 누군데 이렇게 많이 아는 게냐.”
원의가 일깨웠다.
“자네 선배일 가능성도 있네.”
다른 한편, 동방완용이 목소리를 낮추고 여동생에게 물었다.
“그야?”
동방완청은 고개를 저었다.
“단정할 수 없어. 이 자의 정체는 단순해 보이지 않아. 평주의 청의와는 좀 달라.”
동방 자매 둘은 방금 중년 무승이 중독된 걸 보았기에, 이 청의가 그날 평주에서 마주친 청의인지 의심하였다.
공통점은 그들 모두 독을 잘 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외모가 달랐고, 역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옆을 따라다니는 평범한 자태의 여인도 보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청의가 암고 수법을 시전하는 걸 시종일관 보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그녀들은 지금 시점에서 감히 확신할 수는 없었다.
동방완청은 계속해서 말했다.
“평주는 뇌주와 거리가 요원해. 이치대로라면 그들이 이렇게 빨리 뇌주에 도착하지 못했을 거야.”
요염한 언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너도 봤잖아. 이자는 사천감의 술사와 안면이 있어. 만약 그가 길을 안내했다면, 합리적이지 않아?”
동방완청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산 평주의 그 청포 남자가 사천감 술사와 아는 사이인지 증명해야 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여 말했다.
“엉터리 추측은 의미 없어. 이따가 기회 봐서 그를 시험해보자고. 그가 암고 수법을 사용하게 압박하자.”
허칠안은 동방 자매 둘의 속셈을 몰랐다. 그의 시선은 불타 외에 27기 금신에 고정된 채 온 힘을 다해 신수를 대표하는 그 금신을 찾느라 바빴다.
나한 금신 열여덟은 우선 배제했다. 나한들은 뚜렷한 얼굴을 지녔다. 허칠안은 신수의 모습을 본 적 있었기에 일단은 그가 그중에 없다는 걸 확인했다.
‘만약 신수도 그중에 있다면 아홉 보살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아, 아니, 그 아홉 금신이 대표하는 건 9대 법상이지. 단독적인 어떤 사람이 아니라……. 음, 적어도 신수가 나한이 아니라는 건 확인할 수 있어.’
정심 승려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스님들을 데리고 불타 금신을 향해 걸어갔다.
나한과 보살의 금신은 양측에 늘어선 채 그들을 환영했다.
그들과 첫 나한 금신이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지더니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3초간 멈췄다.
허칠안은 이 모습을 보았지만 그 내막은 몰랐다.
재기 넘치는 류운이 천천히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인, 이 부도보탑은 매년 한 번 열리고 무릇 삼화사에 입성하고 싶은 자들은 부도보탑의 시험에 들어서야 한단 걸 아셔야 합니다.”
허칠안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화사의 설법에 의하면 이를 측불성(測佛性)이라고 합니다. 불성이 있는 사람은 불문이 들어갈 수 있고, 불성이 없는 사람은 부처와 인연이 없습니다.”
류운은 정심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나한과 보살의 ‘주시’하에 백 보 전진하면 부처와 인연이 있는 자가 됩니다. 백 보 안에는 불성이 없지요. 부도보탑에 들어간 적 있는 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길은 걷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허칠안은 침음하더니 말했다.
“만약 무승이라면?”
무승과 선사가 걷는 건 다른 길인데 이 불성을 어떻게 정의를 내리겠는가?
류운은 입을 삐죽이더니 말했다.
“현장에 있는 6품에 들어선 그 무사들은 대체로 다 ‘불성’이 있습니다. 불문에게 6품에 들어설 수 있는 자는 모두 자질을 갖춘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을 왜 원치 않겠습니까? 문전박대할 길이 없지요. 물론, 불법을 수행하는 자도 반드시 불성이 있습니다. 보세요. 삼화사의 승려들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걷지 않습니까?”
허칠안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이 순간 각 측 인마는 이미 ‘시험의 길’에 오른 상태였다. 단계도 뚜렷했다.
삼화사 승려들은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다음으로 동방 자매, 이소운, 원의, 탕원무 4품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뇌주의 강호 인사였다.
“귀하께서는 안 가시나요?”
류운이 물었다.
“나는 좀 더 보겠소.”
허칠안의 시선은 먼 곳을 향했다.
“소녀는 먼저 한 걸음 내딛겠습니다.”
류운은 말을 마치고 재빨리 대오를 뒤따랐다. 그녀의 분주한 발걸음은 첫 번째 나한 앞에서 갑자기 느려졌다.
그녀는 매번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십 초 가까이 간격을 두어 무척 어려운 상황에 빠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참 뒤, 삼화사 수좌 항음 대사가 사람들과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지던 중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양손을 합장하였다.
“여러분, 불타까지 걸어가서 앉은 뒤 합장하고 삼배를 하면 2층으로 갈 수 있습니다. 빈승이 그곳에서 여러분을 공손히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마치 사람들을 조롱하는 듯했다.
‘합장하고 삼배하면 2층에 들어갈 수 있다라…….’
허칠안은 문득 깨닫더니 더는 망설이지 않고 탐색적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머지않아 첫 번째 나한 금신과 몸을 스칠 때, 발걸음을 늦추고 탐색적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정체된 감각이 없었다.
그는 다시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마찬가지로 그는 나한이 ‘주시’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는 지금 평소에 걷는 것과 같았다.
‘내 불성 자질이 너무 좋은 건가? 아니야. 자질이 아무리 좋아도 압박감이 전혀 없을 리가 없는데. 정심 같은 4품 선사도 자유자재로 걷지 못하잖아…….’
일이 비정상적이니 허칠안은 도리어 전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질 문제가 아니라면 내 자체에 독특한 점이 있다는 건데. 하지만 나는 불문과 전혀 교집합이 없다고…….’
그는 갑자기 그와 불문 사이에 대인과(大因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인과는 대승불법의 이념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즉시 도액 나한이 그를 불자라고 칭했으며, 유리 보살 역시 그를 불문으로 데리고 돌아가 세상의 모든 걸 깨달아 추구함이 없는 불자로 삼으려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당시, 허칠안은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좋게 여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정말로 불자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대승불법 이념을 서술할 때 불문과 거대한 인과가 생겼다.
이것이야말로 유리 보살이 그를 잡아 불문에 들이려는 이유였다.
허칠안은 종종걸음을 시도해보았다. 그는 ‘평지를 걷는’ 듯이 제약을 받지 않자 즉시 불자의 일을 제쳐두었다. 그 유리 보살은 감정에게 맞아 2~3년 동안 아란타를 떠날 수 없었다.
호법금강, 나아가 다른 나한이 본인에게 위협적이라고 해도 우회하여 위험을 교묘하게 피할 줄만 알면 괜찮았다. 그렇다면 나한도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는 않았다.
이길 수 없다면 달리면 됐다.
류운은 힘겹게 걷다 이 보살 나한이 양쪽으로 도열한 길에 들어섰는데 엄청난 위압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 압박은 육신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조였다.
매번 한 걸음을 완성할 때마다 불문에 친밀감이 조금씩 더해졌다. 마치 느린 세뇌 과정을 겪는 듯했다.
지금 걷기 어려운 이유는 본래의 사상이 외부에서 전해지는 이념과 맞서기 때문이었다.
무릇 지혜가 있고 주관이 있는 백성은 세뇌에 본능적으로 저항하였다.
이런 상황은 그녀가 예측한 대로였다. 명색이 뇌주 현지 강호 세력으로서 그녀는 불문에 들어가길 갈망하는 ‘신도’를 적잖이 접했다. 이 신도들은 비록 결국에는 실패하지만, 부도보탑에서 나온 뒤에 더욱 경건해졌다.
“나는 이런 ‘주입’을 받아들이고 이 동질감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자 시도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내 속도가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그녀는 시도하고는 역시나 속도가 좀 빨라졌음을 알아차리고 놀라면서도 기뻤다.
류운은 이로써 결론을 내렸다. 자질이 좋고 마음을 써 불문의 이념을 받아들이면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아니었다. 그녀의 속도는 좀 빨라졌을 뿐, 상상만큼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류운은 적어도 핵심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이때 그녀는 곁눈질로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사람 형체를 보았다.
‘이렇게 빠르다고?’
그녀는 경악하더니 시선을 집중하여 보았다.
“내가 한발 먼저 가오!”
허칠안은 그녀가 주시한다는 걸 눈치채자,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멀어져 갔다.
류운은 멀어져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네 글자가 떠오를 뿐이었다. 한정신보(*閑庭信步: 조용한 뜰을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가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크게 벌리더니 눈을 부릅떴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그, 그는 어째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거지? 설령 불문의 승려라고 해도 제약을 받는 게 분명한데 그는 평소랑 완전히 똑같잖아.”
류운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이유를 알지 못했다.
허칠안은 뇌주 현지 토박이들을 하나씩 추월하였다. 그는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로 쏜살같이 나아갔다.
필부들은 전심전력으로 발걸음을 내딛던 중 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우리가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니야? 왜 그는 이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지?”
경탄한 사람들은 이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방관하며 의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