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2
742화. 꿈나라
“아미타불!”
이때 뒤에서 불호를 외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거기 있는 사람은 도액 나한이 아니라 정심, 정연, 항음 등 삼화사 승려들이었다.
그들이 드디어 2층에 도착했다.
삼화사의 승려들은 망연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몰라 당혹스러운 듯했다.
정심 승려가 허칠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주님, 방금 뭘 보았습니까? 여기는 어디죠?”
허칠안이 헤아렸다.
“이곳은 아마도 20년 전 산해관전역의 전장인 듯합니다. 저희가 처한 건 환상이거나 납란천록의 꿈일 겁니다. 4품 주술사를 ‘몽무’라고도 하는 걸 고려했을 때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납란천록의 꿈이라…….’
정심 승려는 문득 깨닫더니 말했다.
“아마도 그런 듯하군요. 도난 사숙께서 부도보탑 2층에 납란천록의 힘이 침투해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2층 전체에 납란천록의 힘이 침투했다고?’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삼화사 수좌인 항음 승려는 허칠안을 주시하며 물었다.
“시주께서는 방금 뭘 보셨습니까?”
“납란천록이 죽기 전의 장면입니다. 그는 위연과 불문 고승의 포위 공격에 죽었습니다.”
그는 납란천록이 도액 나한이 가담한 포위 공격에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가 도액 나한을 알고 있다는 일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삼화사의 승려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무승 정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형, 우리가 어떻게 꿈에서 벗어나야 하죠?”
정심은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알아도 내 앞에서 말하길 원치 않는 듯하군. 하긴, 불문과 무신교가 결탁하여 납란천록의 봉인을 풀 작정이니…….’
허칠안은 승려들을 자세히 살폈다. 한편으로 그의 시선은 정심 승려의 텅 빈 양손에 머물렀다.
“정심 대사, 손에 있던 그 구슬은요?”
허칠안이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이전에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 구슬에서 부도보탑 1층의 모습이 비치는 걸 똑똑히 보았다.
예상대로 구슬의 역할은 부도보탑 내부의 상황을 외부 세계에 보여주어 영혜사 이이포와 도난 금강이 탑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었다.
‘비록 쌍방이 협의를 하였다고 하지만, 동시에 서로 의심하고 있는 거군. 구슬은 그들이 협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다리였어…….’
“이곳은 꿈이니 구슬은 당연히 가지고 들어올 수 없지요.”
정심 승려는 변명하였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금 진짜 몸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납란천록의 꿈에 들어온 거군…….’
허칠안은 아래턱을 어루만졌다.
한참 지나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2층에 도착했다.
우선 원의, 이소운, 탕원무 그리고 동방 자매 등의 4품 고수였다. 그들의 자질이라면 어떠한 세력에서도 튼튼한 기둥이었다.
불문에게 3품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무사는 당연히 ‘불성’이 있는 자였다.
뒤따라서 온 이들은 뇌주 현지 강호 호걸들로 인원수가 2/3로 줄었다.
그들이 1층에 들어갔을 때는 거의 5~600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20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야?”
“역시 불문의 지보답군. 스스로 세계를 이룬 건가?”
“이곳의 흙은 전부 진짜네. 돌 역시 진짜고…….”
군웅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은 심지어 흙을 한 움큼 집어 입에 넣고 맛본 뒤 ‘퉤퉤’하고 내뱉었다.
류운은 재빨리 동문, 문주 탕원무와 모인 뒤 인파 속을 두리번거리다가 드디어 그 청의를 보았다.
그녀는 이 남자에게 관심이 지대했다. 이는 무슨 여인의 심사(心思)와는 무관했고, 순전히 신비로운 고수를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수좌 항음 승려는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 시주님, 이곳은 납란천록의 꿈속입니다. 바로 20년 전 산해관전역으로, 눈앞의 광경은 불문 고승이 납란천록을 에워싸 죽인 상황이지요.”
‘내 앞에서 내 정보를 인심으로 바꾸다니…….’
허칠안은 항음을 쳐다보았다.
“알고 보니 그랬군!”
“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사.”
“납란천록이 누구지?”
뇌주 현지의 강호 인사들은 문득 깨우침을 얻고 쉴새 없이 묻기 시작했다.
항음은 바로 납란천록의 신분을 모두에게 알렸다.
“2품 우사라고?”
“2품이라…….”
“불문은 확실히 강하군.”
강호 인사들은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들은 감개무량해하거나 놀라거나 꺼렸다. 2품 우사는 그들의 눈에 바라볼 수는 있으나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로, 신선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인물이 뜻밖에도 불문에 의해 이곳에 억눌려 있었다.
동방완용은 눈을 감고 있다가 한참 뒤 눈을 뜨고 전음으로 말했다.
“사부님께서 이곳에 계신지 감지되지가 않아. 이건 그가 자아 의식이 없다는 걸 의미해. 여기는 확실히 꿈속이야, 그의 꿈속.”
동방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정세를 깨지?”
동방완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 더 보자, 좀 더 보자…….”
그가 말을 하는 사이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큰 막사 안에 있음을 발견했다. 흰 머리에 흰 수염을 하고 피풍의를 두른 주술사가 다리가 긴 탁자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탁자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허칠안은 이 사람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는 노이혁가였다!
“남요와 북방 요족 및 오랑캐가 결탁하여 만요국을 다시 찾으려고 하네. 남방 고족은 이 기회를 틈타 대봉의 국운을 뒤흔들고자 하고. 서역 불문과 요족 및 오랑캐는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어 수수방관하지 않을 테지. 대봉은 불문과 분명히 손을 잡을 것이네.”
납란천록은 막사 안의 모든 주술사를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무신교에게 이는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네. 우리가 전쟁에 참전하여 대봉과 불문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기만 하면 요족, 고족 그리고 오랑캐와 구주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정국 국군 하후옥서가 물었다.
“왜 남쪽 국경에서부터 대봉을 침략하지 않지?”
노이혁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대봉 군대는 군사를 두 길로 나누었네. 하나는 산해관 관내에 집결하고, 하나는 동북 3주 국경에 병력을 배치했지. 막는 게 바로 우리야. 산해관 전쟁은 기세가 맹렬하여 요족 및 오랑캐와 고족이 열세에 처해있네. 우리가 단기간 내에 대봉의 절반을 뚫고 지나가 경성까지 쳐들어가야만 하네. 그렇지 않고서 일단 산해관 전쟁이 잠잠해지면 대봉과 불문이 병력을 추려 우리와 대치할 시간이 생기거든.”
납란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산해관에서 대봉, 불문과 싸워 승패를 가려야 하네. 그해 대봉이 우리에게 진 빚을 갚을 때가 되었어.”
한 주술사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봉의 군대 통솔자가 위연이라고 불리는 환관이라는군요. 헤, 중원에 부를 자가 없습니까?”
모든 주술사와 장군들이 크게 웃었다.
그 당시 위연은 요족과 오랑캐를 물리친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구주 각 세력이 참여한 대규모 전역과 비교했을 때 그 승리는 그저 보잘것없는 승리였다.
뇌주 강호 인사들은 이 회의를 옆에서 들으며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하지 못했다.
“정말 산해관전역이군.”
그들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산해관전역은 20년 전에 발생하였다. 그들에게는 규모가 방대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요원한 전쟁이었다.
이 순간 그들은 무신교 고위층의 회의를 직접 목격하니 역사가 삶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황당함이 드는 동시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산해관전역의 부분 내막을 알았다.
인류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처참했던 전쟁 중 하나였다. 본질적으로는 구주 각 세력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었다.
남요는 갑자탕요 때 멸망한 나라를 되살리길 기도했고, 고족은 대봉 기운을 뒤흔들고자 했으며 무신교는 대봉에 빚을 독촉하였다.
“이 납란천록이 말한 우리 대봉이 무신교에게 졌다는 빚이 무슨 빚이지?”
진무 장군 이소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동방완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봉 고조 황제가 건국할 때 수차례 실패하고, 한 번은 막다른 골목에 처해 무신교에게 20만 병사를 빌렸지. 대주를 전복시킨 뒤에 무신교를 국교로 받들겠다고 약조하면서. 누가 알았겠나. 대봉이 건국 후, 고조 황제가 이 말을 번복할 줄은!”
이 역사는 아주 비밀스러워서 설령 대봉 지식인이라고 해도 다 알 수는 없었다.
“개소리!”
이소운이 담담하게 반박했다.
“그러니까 무신교도 우리 대봉의 국교가 될 자격이 있다고?”
“대봉은 국교가 필요하지 않소. 설령 인종이라고 해도 그저 아둔한 군주의 놀이에 불과하지!”
“개뿔, 이 천것이 헛소리를 하는구나.”
뇌주 인사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동방 자매가 그들을 흘낏 쳐다보자 뇌주 인사들이 움찔했다. 원의는 손을 아래로 저었다. 그는 도지휘사의 위엄과 명성으로 강호 인사들을 진정시킨 뒤 삼화사 승려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많이 말해봤자 무익하지. 이 꿈을 어떻게 벗어나는가?”
정심 승려는 동방완용을 쳐다보았다. 이곳에선 그녀만이 4품 전봉의 몽무로, 주술사만이 주술사를 상대할 수 있었다.
동방완용은 잠시 침음하더니 그 말을 또 내뱉었다.
“좀 더 기다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 뜻을 이해했다. 화면에 다시 변화가 생기면서 산해관전역의 정경이 주마등처럼 사람들 앞을 스쳤다.
남요, 북방 요족 및 오랑캐, 고족, 무신교, 대봉 군대, 서역 불국…… 여러 측의 난투극이었다. 사람들은 납란천록의 시각으로 이 전역을 목격하였다.
납란천록이 위연의 설계로 죽임을 당해 시체와 머리가 분리되고 난 뒤에야 꿈이 끝나고 새로운 윤회로 진입하였다.
이 꿈을 통해 현장에 있던 자들이 가장 많이 느낀 건 ‘무능력’ 세 글자였다.
납란천록의 무능력이었다.
불문의 고수는 지나치게 변태적이고, 위연의 통솔 능력도 지나치게 변태적이었다.
전쟁이 발발된 후, 전역마다 연이어 패했다. 무딘 칼로 살을 에는 듯 전력이 소모됐다. 일부 전쟁은 승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퇴세를 만회하기는 어려웠다.
이소운이 냉소를 지었다.
“아주 뻔뻔하구먼. 산해관전역 때 알고 보니 불문도 졸개일 뿐이네. 납란천록을 포위하여 죽이도록 설계한 자가 설마 우리 대봉의 군신 위연이 아니란 말인가?”
그는 방금 납란천록의 공로를 불문으로 돌린 항음 승려의 언사를 비웃었다.
삼화사 승려들은 양손을 합장하였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뇌주 인사는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산해관전역이 아니라 낯선 환경이 나타났다.
낯선 꿈이었다.
꿈의 주인은 등에 쌍칼을 짊어진 소년이었다. 이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전방의 중년을 응시했으며, 그 중년 역시 등에 쌍칼을 메고 있었다.
중년이 쌀쌀맞게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는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네가 백 수를 버틸 수 있으면 다 배운 것이고, 버티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쌍칼을 등에 멘 소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헛소리 그만하시고, 사부님, 시작하시죠.”
이 전투는 매우 처참했다. 소년은 몸으로 36개 칼을 짊어져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 * *
화면이 다시 전환되었다. 꿈의 주인은 여전히 쌍칼을 등에 멘 무사였으나, 그는 이제 소년이 아니라 청년이 되었다.
적은 역시나 사부에서 포악함으로 가득한 노인으로 변했다.
노인이 호통쳤다.
“탕원무, 고작 네가 감히 노인네를 죽이겠다니. 네 사부는 늙었다. 이 몸이 어쩌면 좀 꺼리겠지만, 5품 화경이 나를 죽일 자격이 있는가?”
탕원무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산노괴(蛇山老怪), 너는 간음하고 약탈하며 갖은 못된 짓을 다 했지. 오늘 너를 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