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3
743화. 꿈속의 의식
사람들은 잇따라 탕원무를 쳐다보았다. 누군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탕 문주가 사산노괴를 베어 이름을 날린 전투네. 이 전투로 4품에 들어섰지.”
“음, 생각났네. 그해 사산노괴가 뇌주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어. 연속으로 잘못을 범해 여러 차례 일가를 전멸시킨 사건이지. 조정에서 지명 수배를 내렸고, 탕 문주가 나서서 비로소 그를 베었네. 당시에 뇌주를 뒤흔들었지.”
“하지만 왜 탕 문주의 지난 일이 이곳에 나타난 거지?”
동방완용은 이 모습을 보더니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마치 마음속의 어떤 추측을 검증한 듯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의 원신이 사…… 납란천록의 꿈에 휩쓸렸기 때문이지. 몽무의 영향을 받아 모든 사람의 꿈이 지금 서서히 교차되고 있는 게지.”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지금 꿈을 꾸는 중이라는 뜻인가?”
원의가 나지막이 말했다.
탕원무는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
“출사(出師) 전투와 사산노괴를 벤 전투는 확실히 내 평생 가장 아슬아슬한 전투야. 설령 여러 해 흘렀다고 해도 나는 자주 꿈을 꾸지.”
“산해관전역의 과거를 볼 수 있고, 탕 문주가 사산노괴를 벤 지난 일을 볼 수 있으니 이번 여정이 전혀 헛되지 않군.”
“그러게 말일세. 이 경험은 말해도 믿는 자가 없을 게야.”
뒤이어 사람들은 연이어 여러 차례 꿈을 꾸었다. 진무 장군 이소운과 도지휘사 원의의 전쟁터 출정, 뇌주 강호 인사의 열혈한 싸움.
불문 제자의 시각으로 서역 고승이 설법을 외는 웅대한 장면도 목격하였다.
허칠안은 유달리 조용하게 인파 속에 섞인 채, 시종일관 동방 자매와 삼화사 승려를 응시했다.
‘불문과 무신교는 준비해서 왔다. 그들은 분명히 어떻게 꿈에서 벗어나고 어떻게 납란천록을 풀어주고 어떻게 용기를 얻는지 알고 있다……. 그들이 납란천록을 풀어주게 해서는 안 돼…….’
그는 마침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깜짝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고 깜짝 놀랐다.
상서로운 불산에 운무 속 금빛이 감돌고 있었다. 야경꾼 차복을 입은 한 청년이 대진 속에서 일그러진 얼굴로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쌌다.
이 화면은 실로 너무 익숙했고, 익숙한 나머지 그의 안색은 크게 변했다.
불문 두법!
팔고진!
‘제기랄, 내 꿈?!’
허칠안은 속으로 fucking이라고 수만 번 외쳤다. 그는 만약 꿈이 TV에 나온다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달려들어 막았을 것이다.
부도보탑 안에서 신분이 드러나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무신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를 죽일 것이고, 불문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를 도화할 것이다.
그때 가면 신수를 봉인하는 건 둘째치고, 용기를 빼앗겨 자신도 보호하기 어려울 것이다.
뇌주 인사든 불문 승려든 또 혹은 동방 자매든 전부 주의력이 ‘꿈’에 이끌렸다.
“이, 이게 뭐지?”
“불산, 야경꾼의 차복……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사람들은 당혹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겼으나 순간 반응이 오지 않았다. 뇌주는 경성에서 너무 먼 거리라 자리에 있는 자들은 대체로 불문 두법을 본 적도, 허칠안 본인을 본 적도 없었다.
“불문 두법이네. 저분은 허 은라고.”
쌍도문주 탕원무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불문 두법 때 경성에 있었다. 본래 그는 사실 천인 간의 전쟁 때문에 그리로 갔지만, 결과적으로 천인 간의 전쟁이 한 달 남짓 연기되어 도리어 명성과 위세가 드높았던 겨루기인 불문 두법을 목격할 기회가 생겼더랬다.
“와!”
갑자기 함성 소리가 일었다. 뇌주 군웅은 화면을 가리키며 의논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바로 허 은라군. 초상화보다 훨씬 영민해. 얼굴을 보니 뛰어난 인재임을 알겠군.”
“그날 불문 두법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이런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네. 하하하하…….”
동방 자매도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은라 차복을 입은 그 젊은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그 이름을 익히 들었으나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런 기회에 그를 볼 수 있다니 오히려 괜찮았다. 어쨌거나 경성은 대봉 근거지로 그녀들은 갈 수 없었다.
구주에 널리 퍼져 있는 야경꾼 첩자는 각 세력을 아주 철저하게 조사했다. 경성에 간다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짓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들은 전설 속의 허 은라를 볼 희망이 거의 없었다.
“확실히 외모가 범상치 않네. 하지만 이랑의 준수함에는 미치지 못해.”
동방완용은 허 은라는 자세히 살피며 판단을 내렸다.
‘일개 진법으로 머리를 감싸고 비명을 질러대는데 그 당시의 허 은라는 전설 속의 영웅 기개가 전혀 보이지 않네.’
동방완청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한편, 무승 정연은 선사 정심을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자가 바로 나한과 보살들이 한마음으로 거두고 싶어 하는 불자라고?”
“응.”
정심은 대답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허 은라를 응시했다.
정연이 물었다.
“자네는 대승불법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정심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건 광기와 위험으로 가득 찼으나 그토록 그리는 문 같네. 도액 나한은 그걸 밀어서 열고 싶지만, 또 열기를 두려워하지. 가나수는 그걸 열고 싶지 않으면서도 또 그걸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고.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의 다툼은 현재까지 이어지네. 불타가 깊이 잠들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외에 보살과 나한들이 주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원인이지.”
무승은 선(禪)을 수행하는 자가 아니었기에 불법에 대해 대강 알면 됐지, 정통할 필요는 없었다. 무승의 눈에 대승이든 소승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무승은 자신을 헤아리는 소승불법에 더 치우쳤다. 무승과 무사의 길은 아주 비슷하여 모두 스스로를 수련하기 때문이었다.
두 승려가 중얼거리는 동안, 허 은라는 진법에 갇힌 채 난폭하게 굴었다. 그는 칼자루를 쥐고 뛰어난 솜씨로 칼을 내리쳤다. 자리에 있는 4품이 전부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팔고진은 그 자리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그런 뒤 허 은라는 불문 금강신공을 단칼에 베었고, 보리수 아래 노승과 도리를 논하다가 노승을 도화하였다. 그는 불문 정상에 오르고 거대한 법상의 위압에도 꿋꿋하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는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불러 불경을 격파하였다.
“너무 강한데. 알고 보니 허 은라가 불문 두법 때 이미 이렇게 강대했군.”
“그러게. 두법 때 그는 운주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었네. 다시 말해 운주에서 홀로 반란군 팔천을 막은 일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거지.”
“무슨 팔천인가? 이만 아닌가?”
“역시 허 은라답군. 어쩐지 후에 양손으로 하늘과 사람을 굴복시키더라니. 이러니 옥양관 수성전에서 혼자 칼 한 자루를 쥐고 무신교 적군 이십만 명을 죽일 수 있었던 게야.”
“그러게. 허 은라는 무도를 닦은 지 고작 십여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수십 년을 수행했어도 아직 4품에 들어서지 못한 우리 같은 폐물보다 훨씬 강하군. 진정으로 하늘에서 내린 인재네.”
뇌주 인사들은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하였다. 뇌주는 경성과의 거리가 요원하니, 허 은라에 관한 사적이 전해질 때도 사실과는 다르게 과장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뇌주 군웅들은 오늘 허 은라가 두법에서 드러낸 실력을 보니 운주에서 팔천, 아, 아니, 이만 반란군을 홀로 막았다는 사실을 완전히 믿었다.
그들은 그가 옥양관전역 때 홀로 이십만 적군을 모조리 죽였다는 신화적인 사적도 믿었다.
동방 자매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방금 했던 말을 거둬들였다.
그녀들의 이랑은 이 허 은라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부족했다.
꿈이 서서히 흩어졌고 사람들은 문득 의심이 들었다.
갑자기 삼화사 수좌 항음이 소리 높여 말했다.
“왜 여기에 불문 두법 때의 정경이 나타난 건가?”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정신을 차리거나 불합리한 점을 의식했다.
그렇다, 불문 두법에 왜 이곳에 나타났을까?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건 꿈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꿈인가?
* * *
“엇, 그들이 어째서 선 채 움직이지 않지?”
모남치는 큰 눈을 가늘게 뜬 채 도난 금강이 손에 쥔 경수 눈물방울에 맺힌 진귀한 구술을 멀리서 엿보았다. 그녀는 구슬에 비친 화면이 정지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상하군. 어떤 환술에 걸린 듯하네.”
뇌주 상회의 4품 객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랑 네 생각은?”
문인천유는 사랑하는 남자의 생각을 물었다.
이영소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쩐지, 어쩐지 나…… 나 생각 좀 할게. 어쩐지 불문이 무신교와 협력하고자 했더라니. 알고 보니 부도보탑 2층이 납란천록의 힘에 침식되어 그랬군. 그들이 막 2층에 오르자마자 바로 납란천록의 꿈에 휩쓸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거야. 순조롭게 꿈을 통과하고 싶으면 반드시 납란천록의 협조가 있어야 해. 그렇지 않고선 이 자들은 2층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꿈속에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외부 세계에 있는 육신의 생명력이 끊길 거야.”
문인천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약간 걱정했다.
“보아하니 서 선배도 꿈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봐…….”
이영소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그는 이 괴팍한 늙은이를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분명히 남다른 신분과 수련 경지를 지녔으나, 항상 외모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련 경지만 드러냈다.
고의로 이렇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원인으로 그가 전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가?
“그가 어떻게 계획했는지 당분간 논하지 말자고. 사실 납란천록의 꿈을 깨는 건 어렵지 않아. 몇 품이든지 간에 몽무의 법술은 반드시 꿈을 매개로 해야 하거든. 이게 규칙이야.”
이영소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므로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 탑에서 납란천록을 각성시켜 꿈에서 벗어날 수 있어. 둘, 꿈속에 있는 납란천록의 의식을 찾고 소통하는 거야. 그와 소통하여 꿈에서 벗어나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지.”
이영소는 4품 몽무인 동방완용의 애인으로서, 또 원신만을 수련하는 도문의 고수로서 몽무의 수법을 아주 깊게 이해했다.
“꿈속의 의식?”
모남치가 반문하였다. 품속의 흰 여우는 머리를 내민 채, 새까맣고 또렷한 큰 눈으로 이영소를 호기심 어리게 쳐다보았다.
이영소가 말했다.
“의식이 없으면 꿈을 꿀 수 없어요. 꿈속에는 당연히 누군가의 의식이 존재하지요.”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탄식하였다.
“동방완용은 4품 전봉 몽무로서 납란천록의 그 의식을 찾는 건 너무 간단해요. 하지만 그녀가 왜 기회를 엿보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꿈속 세계에 머물러 있을까요?”
‘용 누님의 이름을 그냥 부르니까 정말 통쾌하군…….’
천종 성자는 남몰래 생각하였다.
자매 둘 중, 한 명은 도도하고 한 명은 요염했다. 얼핏 보면 동생 동방완청이 더 포악하고 적극적이지만 사실 아니었다. 침상 위에서는 요염해 보이는 언니가 마치 여왕처럼 더 포악하고 무지막지했다.
이영소는 생각하다 또 참지 못하고 허리를 문질렀다.
그는 동방 자매에게 연금된 반년 동안, 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여색에 점점 더 시들해졌고, 점점 태상왕정의 진리에 다가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그는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
‘사매, 사매여. 나와 함께 산에서 내려왔는데 지금 사매는 비연 여협객이 되었고 나는 점점 ‘정을 잊고’ 있네. 3년이라는 기간이 다 되면 분명히 사매는 부러운 마음에 눈에서 침을 흘릴 거라고. 허, 버젓한 천종 성녀가 의협심이 강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여협객이 되었다니. 사매는 사도를 걸었어.’
이영소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뜻을 이루어 득의양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