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4
744화. 납란천록을 찾다
“어째, 대답하는 이가 없는가?”
항음 승려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한 마디 외쳤다. 이와 동시에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파를 훑었다.
정심과 정연은 무언가 떠오른 듯 표정이 약간 변했고, 역시나 무언가를 찾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파 속을 수색했다.
“언니, 몽무의 수법을 사용해서 꿈의 주인이 누구인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
이 순간, 본래 도도한 동방완청의 얼굴이 점점 더 진지해지고 차가워졌다.
“네 말뜻을 알겠어…….”
동방완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문 승려의 이런 표정을 본 뇌주 인사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즉시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들은 뒤로 물러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두리번거리고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허칠안은 이 광경을 보니 가슴이 철렁했다.
“탕 문주, 저는 쌍도문이 경성에 가서 두법 성회를 목격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만.”
누군가 소리 높여 물었다.
바로 시선들이 탕원무에게로 향했다.
탕원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 은라의 좌절과 실패를 직접 목격하여 다행이었지.”
동방완용이 말했다.
“하지만 때마침 두법의 장면을 꿈꿨네. 기억이 깊지 않은 이상 절대 불가능하지. 탕 문주가 시종일관 그 두 차례의 전투를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쨌거나 직접 경험한 것이니까.”
그녀는 ‘직접 경험’이라는 네 글자를 특히 또박또박 발음하였다.
‘큰일 났다. 그들은 이미 내가 인파 속에 섞여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 자리에 있는 불문 승려, 동해용궁 그리고 뇌주 현지 인사 모두 서로를 증명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데 유독 나 혼자만 타지인이니 내 꼬리를 잡기가 아주 쉬운데…….’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가슴 속에서 초조함이 솟구쳤다.
여기서 신분이 드러난다면, 모든 계략이 실패하는 건 둘째 치고 그 자신 역시 위험한 지경에 빠질 것이었다.
역시나 세상사는 변화무쌍하고, 인생은 곳곳에서 뜻밖의 일이 발생하는 법이었다. 그는 계획을 펼치기도 전에 납란천록의 꿈에 몰려 정체가 드러나게 생겼다.
바로 이때, 쌍도문의 류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제 꿈입니다.”
수좌 항음 선사가 그녀를 자세히 살피며 질문하였다.
“그대가?”
탕원무는 우선 어리둥절하였고 뒤이어 문득 깨달았다. 그는 아주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이 중시하는 제자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음, 운아도 당시에 경성에 있으면서 두법의 전 과정을 목격하였지.”
여기저기에서 애매한 웃음소리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일개 여인이 허 은라가 불문 두법한 과정을 자나 깨나 생각하며 잊지 않고 자주 꿈을 꾼다면 이건 뭘 의미하겠는가!
네 글자로 설명할 수 있었다.
소녀회춘(*少女懷春: 소녀가 이성을 그리워하다)!
한 강호 인사가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맞소. 우리가 너무 많이 생각했소. 허 은라는 일생에 수많은 전적을 올렸소. 운주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일이든 옥양관에서 홀로 반란군을 마주한 일이든 불문 두법보다 더 위험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지. 만약 허 은라가 여기에 있었다면, 꿈에서 보는 건 틀림없이 불문 두법이 아닐 것이오.”
이 말은 아주 일리가 있었기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동방완용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회춘, 불문 두법을 본 뒤 허 은라를 사모하는 건 너무나도 정상이었다.
같은 여인으로서 이심전심이었다. 만약 그녀의 마음이 이랑에게 있지 않았더라면, 허 은라 같은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수좌 항음은 정심을 쳐다보았고, 후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자 그제야 의심을 거두었다.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뇌주 여협객 류운을 몇 차례 쳐다보았다. 여기에서 자신을 흠모하는 여협객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이때 또 새로운 꿈이 떠올랐다. 높이 타는 붉은 초, 낮게 드리워진 휘장, 누구의 첫날밤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강호 인사들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조롱하기도 했다. 장면이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소운은 초반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안색이 살짝 변했다.
‘이 개자식들은 자신이 보탑에 들어와서 뭘 하려던 건지 잊은 거야?’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는 시종일관 불문 승려와 동방 자매를 눈여겨보던 중, 마침내 동방완용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더니 일정한 거리를 벌린 뒤에 돌아서서 재빨리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동방완청과 불문 승려들이 화급(火急)하게 뒤를 따랐다.
‘큰일났다!’
그들이 막 움직이자 몇몇 사람 그림자가 즉시 뒤따라가 추격하였다. 각각 허칠안, 탕원무, 이소운 그리고 원의였다.
“그들을 바짝 따르거라!”
원의가 소리쳤다.
강호 인사들은 한 박자 늦었지만, 이 순간 잇따라 깨달았고 꿈을 구경할 여유도 없이 다급하게 쫓아갔다.
동방완용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향해 입김을 불었다.
순식간에 어디서 온 지 모르는 짙은 안개가 온 하늘을 덮었다. 마치 짙은 안개가 자욱한 새벽녘에 있는 것 같았다.
“사라졌다!”
이소운은 돌아서서 사방을 둘러보더니 놀라고 화가 났다.
‘제기랄, 그들이 도망치게 뒀다니…….’
허칠안은 약간 초조해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문주!”
류운이 짙은 안개 속에서 달려 나왔다.
“방금 그 여인은 고품 주술사예요. 그녀도 꿈을 조종할 수 있었어요…….”
탕원무는 굳은 얼굴로 판단을 하더니 류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운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는 꿈에서 어떻게 나가죠?”
원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만약 예사로운 몽무의 꿈이라면 우리의 원신 강도로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 걸세. 하지만 2품 우사의 꿈은 설령 우리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마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아닐 걸세.”
탕원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그 여인은 고품 주술사입니다. 여기는 꿈이고요. 그녀가 가려고 한다면 우리가 막을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열세에 빠진 거예요.”
허칠안은 여기까지 듣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역시 도난 금강이 우리가 들어가는 걸 동의한 이유입니다. 불문과 무신교는 승리를 쥐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겁니다.”
갑자기 여러 4품이 집중하자 원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설령 몽무라고 해도 우사의 꿈에서 벗어나려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그녀가 구태여 우리와 쓸데없는 말을 이렇게 많이 나누었을까요? 바로 꿈에서 벗어나 3층에 오르면 되는데요. 제가 추측하기에 그녀는 지금 분명히 꿈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안개가 짙은데 어떻게 찾지요?”
이소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속한 무사는 머리를 굴릴 줄 모르는 건가…….’
허칠안이 말했다.
“방금 그녀의 행동으로 적어도 우리는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우선, 그녀는 우리와 정면으로 맞붙는 게 아니라 안개를 불어 우리의 시선을 홀리는 걸 택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빌려 쓸 수 있는 꿈의 역량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4품과 맞설 수 없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요. 혹, 꿈에도 계율이 있어 탑 내부에 있는 사람이 나설 수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다음으로 이곳은 납란천록의 꿈입니다. 그녀가 꿈을 벗어나고 싶으면 아마 납란천록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겁니다. 그녀가 바로 꿈에서 벗어나지 않고 꿈 구경을 선택했다는 게 가장 좋은 증명이지요. 꿈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납란천록과 소통할 방법을 찾았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도지휘사 원의가 침음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납란천록을 찾으러 간 것이다?”
류운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녀가 이미 꿈에서 빠져나간 게 아닐까요?”
허칠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만약 꿈에서 벗어났다면, 방금 안개로 우리를 홀리지 않았을 것이오. 바로 사라졌겠지. 하지만 그대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소. 그녀는 지금 언제든지 꿈을 벗어날 수 있소.”
4품 무사 셋은 이 말을 듣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허칠안은 그들의 얼굴을 훑더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여전히 기회가 있습니다. 그녀가 만약 납란천록을 찾으러 갔다면 어디로 찾으러 갔을까요?”
원의는 눈이 반짝였다.
“납란천록의 꿈!”
이소운은 답답해했다.
“하지만 이곳이 꿈 아닙니까?”
“아니!”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우리 모든 사람이 뒤엉킨 꿈이네. 더는 납란천록만의 꿈이 아니지.”
이소운은 반복적으로 그를 훑어보더니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형님, 아주 치밀하십니다. 대단해요.”
‘대봉의 사건 해결 귀재 허 은라를 좀 이해해봐…….’
허 은라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웃음을 지으며 소탈한 컨셉을 유지하였다.
* * *
다른 한편, 동방완용은 불문 승려와 동해용궁의 문하생들을 데리고 짙은 안개 속을 드나들었다. 그녀는 마치 두 눈으로 짙은 안개를 꿰뚫을 수 있다는 듯 조금도 막막해하지 않고 듬직하게 걸었다.
“동방 시주님, 우리 지금 어디에 가는 겁니까?”
정심 선사는 양손을 합장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면서 말했다.
동방완용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저희 사부님의 의식을 찾으러 가는 거지요.”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
수좌 항음이 물었다.
“집념의 가장 깊은 곳이요.”
동방완용은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다시 말해서 위연에게 참수당한 곳이지요.”
모든 승려는 문득 깨달았으나 무승 정연은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왜 그와 소통하지 않았지요?”
동방완용이 곰살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희 스승님 한 사람의 꿈만 있고, 모든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소통합니까? 저는 일부러 모든 사람의 꿈이 사부님의 꿈과 교차될 때까지 기다렸어요. 모든 사람의 꿈이 한데 교차되면 마치 미궁처럼 모든 이를 갈라놓지요. 이때 사부님을 다시 만나러 가면 주목하는 사람이 없죠.”
* * *
허칠안, 이소운, 원의, 탕원무, 류운이 안개를 누비며 한참을 걸으니 눈앞에 화면이 나타났다. 높이 타는 붉은 초, 눈에 보이는 것 모두 기쁨의 붉은색이었다.
꿈은 이미 신방에 들어가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납란천록의 꿈을 마주치다니. 전부 엉망진창인 꿈들만 만났어…….’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빨리 지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침상 위의 신랑 신부의 대화가 들려오자 그들은 발걸음을 늦췄다.
“낭자, 어떻게 부부 관계를 해야 하오?”
신랑은 어조가 다소 급했다. 그는 지금껏 여인을 건드린 적이 없는 듯했다.
신부는 질문을 듣자 어리둥절해하더니 한참 이따가 대답하였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이, 이걸…… 어찌 부군께서는 제게 물으시나요. 소첩이 또 어찌 알겠어요.”
신랑은 불쾌해했다.
“하지만 내가 듣기로는 여인이 출가할 때 집안의 부인이 경험을 전수한다고 들었소만.”
……신부는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주 간단해요.”
“아, 낭자가 내 허리는 뭐하러 사이에 끼는 것이오?”
“말, 말씀하지 마세요……. 비록 부군께서 첩을 두지는 않았다고 해도, 설마 여종을 첩으로 둔 적도 없으셨나요? 설마 기생집도 가본 적 없으셔요?”
신부는 모기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청루에 간 적도, 여종을 첩으로 둔 적도 없소. 여인은 내가 무예를 연마하는 데 지장을 줄 뿐이오.”
신랑은 이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