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6
746화. 기대
황폐한 광야 위, 청포를 입은 남자가 온화한 눈빛으로 납란천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자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죽을 것이네.”
동방완용은 동해용궁의 문하생과 불문 승려를 데리고 황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이 광경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 여기에서 나를 기다리렴.”
동방완용은 주술사 장포를 입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납란천록에게 다가가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한참 뒤 납란천록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약간은 공허해 보이는 눈으로 동방완용을 쳐다보았다.
“너…….”
“스승님, 접니다.”
납란천록은 잠시 침묵하더니 몽유병에 걸린 듯 말했다.
“이렇게…… 컸다니…….”
동방완용은 이 말을 듣자 희비가 교차하였다. 산해관전역이 발생했을 때 그녀는 고작 13살로 천진난만한 나이였다.
“스승님, 스승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영혼이 불문의 부도보탑 안에 억눌렸습니다. 지금 이미 23년이 흘렀어요.”
동방완용은 아주 빠르게 말했다.
“제자가 스승님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녀는 무신교와 불문의 ‘거래’를 한 차례 얘기한 뒤에 말했다.
“지금 저희가 스승님의 꿈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불문 사람이 3층에 올라 탑령과 소통하여 잠시 부도보탑을 장악하면 스승님의 봉인을 풀 수 있어요.”
“23년이라…… 지금 외부 세계는 어떠한가……. 위연, 위연은 또 어떠하고…….”
납란천록은 잠꼬대하는 듯 물었다.
이 순간 그는 반은 깨고 반은 깊이 잠든 상태였다.
‘위연은 죽었습니다…….’
동방완용은 감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승님이 자극받아 되살아날까 봐 두려웠다. 일단 그가 깨어나면 꿈은 당연히 산산이 조각날 터였다.
그렇다면 뇌주의 강호 인사들도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얘기는 말하자면 깁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 곤경에서 벗어나시면 말씀드릴게요…….”
동방완용이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녀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리니, 동해용궁의 한 문하생이 아무런 조짐 없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동방완용은 과감하게 나서서 문하생을 제지하더니 버들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너 뭐하는 거니?”
그 문하생은 표정이 멍했다.
정심 선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정신과 지혜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납란 우사의 의식을 본 뒤에 즉시 큰소리로 부르짖어 경고를 보내 그를 통제하는 사람에게 알린 겁니다.”
“나,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문하생은 놀랍기도 분노하기도 억울하기도 했다.
동방완청은 눈살을 찌푸린 채 짙은 안개의 깊은 곳을 쳐다보았다. 안개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한 형체가 뛰쳐나와 날카로운 화살처럼 동방완청을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양팔을 교차하여 가슴을 막았다.
퍽!
동방완청의 두 발이 미끄러졌다.
정심 선사는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웠다.
“살생을 금하니라.”
습격한 그 형체는 갑자기 굳더니, 동방완청을 기습하는 데 실패했다. 이 자는 피부가 까무잡잡하며 표정이 사납고 오만했다. 그는 바로 진무 장군 이소운이였다.
이와 동시에 정연 무승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주먹으로 이소운의 가슴을 내리쳤다. 그러자 그는 거꾸로 날아갔다.
사람들 뒤로 짙은 안개가 다시금 흔들리더니 또 두 형체가 뛰쳐나왔다. 목표는 명확했다. 동방완청이었다.
탕원무는 동해용궁 문하생이 뿔뿔이 흩어져 원의를 위해 통로를 내주는 걸 저지하고자 했다.
동방완청을 붙잡아 둔 건 허칠안이 세운 계획이었다.
무사는 꿈속 세계에서 너무 수동적이었다. 몽무 동방완용을 통제하여 그녀가 허칠안 일행을 데리고 꿈을 떠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방완청을 붙잡아두는 것이었다.
이영소가 동방 자매는 어릴 적부터 서로 굳게 의지하여 감정이 깊고 두텁다고 말한 적 있었다. 여동생의 목숨으로 동방완용을 협박하면 그녀가 응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수좌 항음은 양손을 합장하고 계율로 원의와 탕원무의 행동을 제한하였다. 선사의 계율은 본래 원신에 의지하는 것이지 육신과는 관계가 크지 않았다.
불문과 동해용궁의 문하생이 이소운 세 사람에게 견제당하는 틈을 타 허칠안은 류운을 데리고 짙은 안개에서 뛰쳐나와 동방완청을 기습하였다.
“완청, 이리 와!”
동방완용이 소리쳤다.
“너는 계속 납란 우사와 소통해. 내가 막을 수 있어.”
동방완청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부님, 어서 저희를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동방완용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꿈에서 뇌주 인사를 보복 살인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기척이 크게 일수록 강호 산인을 끌어들이기 쉬웠다.
이백 명 가까이 되는 세력은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위연을 물리치지 않았는데…….”
납란천록이 중얼거렸다.
* * *
류운은 날카로운 칼처럼 불문 무승 대오로 파고들어, 허칠안을 막으러 달려오는 지원병을 저지했다.
그녀는 5품 화경의 수련 경지로 원신이 강인했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저속한 무승을 상대하기는 힘들었지만, 적어도 주고받으며 싸울 수 있었다.
허칠안은 특수한 능력이 있기에 동방완청의 원신을 책임지고 상대하였다.
그는 두말않고 동방완청과 가까워졌을 때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었다. 그렇게 그는 심고의 능력으로 동방완청의 원신을 뒤흔들고 한동안 현기증이 나도록 유발하였다.
그는 손바닥으로 도도한 미인의 두정골을 내리쳤다.
그는 이 손바닥으로 적어도 상대의 혼력을 3할 삼킬 수 있었다.
혼력은 기력과 비슷하므로, 전부 삼키지 않는 한 원신은 본질적인 손상을 입지 않았다. 기껏해야 원신이 고갈되어 긴 시간 동안 수양해야 할 따름이었다.
“흥!”
동방완청은 짧은 현기증을 떨쳐낸 뒤, 무사답게 대응했다. 그녀는 주먹을 쥐고 허칠안의 손바닥을 때렸다.
주먹과 손바닥이 부딪혔음에도 소리가 나지 않았고, 다음 순간 동방완청은 영혼이 찢기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믿기 어렵다는 듯 자신의 팔을 보았다.
그녀는 팔 전체가 사라졌다. 팔꿈치 아래로 텅 비었다.
그리고 허칠안은 실이 끊어진 연처럼 거꾸로 날아갔다.
‘원신은 강하지 않아. 심지어 약해. 하지만 혼력을 삼킬 수 있다…….’
동방완청은 판단을 내렸다. 자신의 혼력이 좀 소모되긴 할 테지만, 그 전에 원신이 강하지 않은 이 자식을 혼비백산할 정도로 때릴 수는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잔영으로 변해 쫓아갔다.
* * *
동방완용은 인내심을 갖고 납란천록의 의식과 소통하였다. 그녀는 몽무의 능력을 보태 일정 정도 그를 인도하였다.
“스승님, 산해관전역은 이미 끝났습니다. 무신교도 여전히 있고 정산성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는 그저 스승님께서 통솔한 전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전쟁이 스승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산해관전역은…… 졌는가?”
“그렇습니다, 졌습니다.”
“마치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대봉이 이 전쟁에서 이겼군. 무신교는 더는 기회가 없군…….”
“아닙니다. 대봉은 지금 쇠약합니다. 용맥이 뿔뿔이 흩어져 바로 가장 취약한 때지요. 스승님, 무신교는 스승님이 필요합니다.”
“무신교가 내가 필요하다고? 맞다, 무신교는 내가 필요하지…….”
납란천록의 공허한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을 되찾았다.
동방완용이 기뻐하며 막 말을 하려던 참에 누군가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동방완용, 네 여동생이 혼비백산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우리를 데리고 꿈에서 벗어나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보더니 갑자기 경악과 분노가 교차했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여동생 동방완청의 원신이 상대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녀는 본래 튼실한 몸이었는데 이 순간은 무척 덧없어져 마치 바람 불면 흩어질 것 같아 보였다.
버젓한 4품 전봉의 원신이 이렇게 빨리 패했다고?
“내, 내 원신이…….”
동방완청은 원치 않는 발버둥을 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녀는 자신이 상대의 원신을 흩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 자는 원신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겨서 아예 흩뜨릴 수 없었다.
그리고 무사는 원신 영역에 특별한 능력이 없었기에 혼력을 삼킬 수 있는 수법을 마주하면 어쩔 수 없었다. 몇 차례 맞붙은 뒤에 그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로 전락하였다.
“3품 경지의 원신을 어찌 네가 흩트릴 수 있겠는가.”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성공했다…….’
이소운 등은 크게 기뻐하며 황급히 허칠안에게로 철수했다.
류운이 마침 몸을 빼려는데 수좌 항음 선사가 눈빛을 반짝이더니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깨달으면 극락입니다!”
류운은 몸이 굳더니 아무리 해도 발걸음을 내디딜 수 없었다.
우르르…… 무승과 선사들이 그녀를 에워쌌고, 정심과 정연도 달려와 류운을 저지했다.
항음 선사는 손바닥으로 류운의 머리 꼭대기를 누르며 말했다.
“시주님, 동방 이궁주를 풀어주시지요.”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원치 않는다면요?”
항음이 담담하게 말했다.
“빈승이 오늘 살생계를 깨도 탓하지 마시지요.”
“죽이려면 죽이시지요.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시고요.”
이소운은 욕지거리하였다.
“죽이면 안 됩니다!”
탕원무는 굳은 얼굴로 허칠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서 형, 사정을 봐주십시오.”
임시로 조성된 대오는 결코 견고하지 않았다. 류운은 쌍도문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이지만, 서겸 일행과는 무관하기에 그들이 류운을 위해 인질을 포기하길 원치 않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허칠안에게로 향했다.
류운은 입술을 꽉 오므렸다.
“좋습니다!”
허칠안이 손을 떼자 동방완청은 자기 편을 등진 채 그를 향한 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항음 선사는 이 모습을 보자 손을 거두었다. 류운은 서겸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재빨리 돌아갔다.
동방완용은 마음이 놓이자 소리쳤다.
“이리 와!”
그녀는 불문 무승과 동해용궁 사람들이 쏜살같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스승님, 어서 저희를 나가게 해주십시오.”
납란천록의 눈빛은 더는 공허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응시한 채 웃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 제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구먼.”
다음 순간 사람들이 꿈에서 사라졌다.
“제기랄, 이제 어떡하지?”
이소운이 욕을 퍼부었다.
“우리 어떻게 2품 우사의 꿈에서 벗어나지? 괜히 온 건 둘째 치고, 생사가 남의 손에 달렸으니, 2층에 ‘살생’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 모르지. 만약 살생을 윤허하면 우리는 끝장이야.”
그가 말을 할 때 꿈이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납란천록은 위연에게 머리가 잘렸고, 원신은 도액 나한이 금사발로 거두어갔다.
원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허칠안이 말했다.
“자발적으로 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돕게 해야지요.”
‘무슨 뜻이지?’
네 명의 4품 무사는 깜짝 놀랐다.
류운의 눈은 기대로 가득 찼다.
* * *
동방완용은 먼저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가, 자신이 지하 감옥 같은 환경에 놓였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빛이 어둡고 주변의 지면과 벽은 검은색 암석이 쌓여 있어서 음침해 보였다.
2층 공간은 크지 않았다. 눈을 부릅뜬 돌조각이 세워져 있었다. 어떤 이는 검을 들었으며 어떤 이는 몽둥이를 쥐었고, 어떤 이는 칼을 들었다…….
그녀가 잠깐 훑어보니 자신의 스승인 납란천록이 두 금강 사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왼쪽에 있는 금강은 검 끝을 납란천록에게 겨누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오른쪽의 금강은 돌망치를 언제든지 내리칠 수 있을 것처럼 높이 치켜들었다.
납란천록의 원신은 그다지 진실하지 않아 반은 흐릿한 상태로 보였다.
동방완용은 시선을 거두고 뒤에 있는 긴 통로를 보았다. 통로에는 이백 명 가까이 되는 뇌주 인사가 서 있었다.
그들은 조각상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슬픈 표정, 기쁜 표정, 초조한 표정, 난감한 표정 등, 그들의 표정은 끊임없이 변화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깨어날 수 없었다.
동해용궁과 불문 승려들은 눈을 떴다.
그들은 동방완용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왔다. 여기가 바로 2층이구나…….”
동해용궁의 문하생이 기뻐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