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48
748화. 중간에서 가로채기
정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들이 올라왔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발소리가 계단 어귀에서 들려왔다.
뒤이어 이소운 등 4품 무사를 필두로 하여 강호 인사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흥분하여 사방을 둘러보며 혈단과 혼단을 찾았지만, 금색 조각상, 적 그리고 기이한 팔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걸 발견하고 실망하였다.
“어르신께서 동문을 살려주세요.”
정심 선사가 양손을 합장하고 간청하였다.
몹시 마른 노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가능하지!”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손바닥이 옥병을 받친 남쪽의 금신이 미세한 금빛을 뿌려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었다. 강호 무사를 포함하여 모든 이의 상처가 바로 완쾌되었다.
정신이 혼미했던 항음은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뺨을 만졌다가 흉터가 남지 않을 걸 깨달아 문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나서서 이 악당들을 처벌해주십시오.”
항음은 뇌주 인사를 가리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악당들이 삼화사를 공격해 불문 제자를 죽였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어르신께서 이 악당들을 도화시켜 주십시오.”
노승의 형상을 한 탑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지혜법상은 지혜를 발달시키고, 약사법상은 사람을 구하네만 사람을 죽이는 건 빈승이 할 수 없네.”
정심은 탄식하였다. 그는 비록 탑령의 호의를 얻었지만, 결국에는 법제보살 그 자체가 아니었기에 탑령의 역량을 동원하여 이 뇌주 무사를 제압할 수 없었다. 더욱이 그는 탑령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할 수는 없었다.
정심은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여러 시주께서도 보셨습니다. 탑 안에는 소위 혈단과 혼단이 없어요. 여러분도 속은 겁니다.”
이소운 등의 안색이 변했다.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보물이 없는데 불문은 왜 평상시 태도와 다릅니까? 설령 혈단과 혼단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진귀한 보물이 있겠죠. 속히 내놓으시지요.”
“맞소. 어쨌거나 보물이 있는 거잖소.”
“두세 마디 말로 우리를 속일 생각 마시오. 사악한 승려들 같으니라고, 보물을 내놓으시오.”
“하도 숨겨서 그 보물이 빛을 발하지 않는 건 아닌가?”
군웅들은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또 그자군!’
수좌 항음이 허칠안을 주시하는 눈빛에 살기가 번쩍였다.
뇌주 무사들은 끊임없이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들은 노승을 두려워하였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원의가 갑자기 물었다.
“서쪽에 있는 저 손은 어느 신성인가?”
노승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불문에게는 아주 악한 사람이지요.”
‘악한 사람?’
사람들은 탑령이 이렇게 형용할 수 있다는 데에 가슴이 철렁했다.
허칠안이 기회를 틈타 물었다.
“어째 한 손만 있습니까? 나머지 부분은요?”
그는 일부러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져 노승한테서 신수의 나머지 부분에 관한 행방을 알아내고자 했다.
노승은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모르는 거야 아니면 말할 수 없는 거야?’
허칠안은 다소 실망했다.
정심 선사는 옆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노승을 응시하면서 합장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용기를 조종하여 용기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고 제 몸속에 들어오게 하실 수 있지요?”
‘용기? 무슨 용기?’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망연했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정심이 말한 용기가 바로 부도보탑에서 가장 큰 진귀한 보물이라고 생각했다.
노승이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
“가까이 다가와서는 안 됩니다!”
불문 계율은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런 뒤 그는 정심에게 대답하였다.
“빈승은 용기를 인도할 수 있을 뿐이네.”
수좌 항음이 이 광경을 보더니 마침내 가슴 속의 큰 돌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도탑은 우리 보문의 진귀한 보물이니 탑의 보물도 당연히 불문의 보물이다. 너희가 탑에 난입하여 보물을 빼앗는 건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일이지. 삼화사는 동의해도 탑령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불문 무승과 동방 자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우선 그들은 정심이 탑령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지금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 탑령이 원치 않으면 이 뇌주 무사들은 절대로 용기를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이번에 뇌주 무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들은 물러나려 해도 물러날 수 없었으며, 나아가려 해도 또 제압당했다. 삼화사가 이렇게 이 일을 엄중히 여길 수 있다는 건 이 ‘용기’가 대단하고 진귀한 보물임에 틀림없다는 반증이었다.
노승은 손을 들어 허공을 향해 잡았다.
거대한 허구 용 머리가 벽을 뚫고 나왔다. 노승의 동작을 따라 조금씩 뚫고 나왔는데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집이 방대하였다.
“이, 이건…….”
용기를 목격한 사람들은 다들 마음속이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마음속에 그것을 얻어서 자기 것으로 삼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정심은 멍하니 용 머리를 바라보며 어둠 속에서 마음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걸 얻으면 이로써 벼락출세할 것이고,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며 나한 과위를 얻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었다.
그는 이런 점을 생각하자 잔잔했던 마음에 물결이 일고 용기에 대해 강렬한 탐욕이 생겼다.
노승은 손끝으로 정심의 미간을 살짝 찍었다.
용기는 지시를 받아 거대한 몸집을 비틀어 정심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가려고 했다.
다른 한편, 인파 속에서 겸손하게 있던 허칠안은 일찌감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는 옥석경 뒷면을 가볍게 두드려 감정이 전수한 구결을 외웠다.
지서, 내부의 미약한 용기 그리고 이중으로 몸에 더해진 국운의 이끌림으로 그 거대한 허구 금룡이 갑자기 멈추더니 머리를 돌려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그런 뒤 금룡은 노승의 인도를 무시하고 몸을 비틀어 허칠안에게 달려들어 그의 품에 안겼다.
그건 바로 지서 파편의 위치였다.
중간에서 가로채기 성공!
특정한 물건과 수법 외에 세상에 용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이는 감정조차도 힘을 쓸 수 없는 영역이었는데 하물며 탑령은?
이러한 이유로 지서 파편과 감정이 전수한 구결 그리고 국운의 절반을 몸에 짊어진 허칠안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용기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였다.
이런 전제하에 허칠안이 하려는 일은 그저 불문이 용기를 약탈할 때 그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뿐이었다.
뇌주 무사 속에 용기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숨어 있을 거라곤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정심 역시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기에 그는 탑령이 용기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십중팔구 자신이 그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다.
용기가 지서 파편에 들어간 뒤에 즉시 거울 속의 작은 용을 삼켰다. 그런 뒤 용기는 지서 공간에서 맴돌며 굳어진 조각상으로 변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용기를 쫓는 시선이 허칠안에게로 쏠렸다.
뇌주 인사는 부러워하면서 질투하는 얼굴이었다. 불문 승려는 눈이 찢어질 듯 그를 노려보았다.
“너…….”
수좌 항음은 흉악한 표정으로 허칠안을 삿대질하며 포효했다.
“사악한 마귀, 사악한 마귀, 오늘 너는 의심할 여지 없이 죽을 것이다.”
이 자가 먼저 사찰의 무승을 때려 다치게 하고 교묘한 말로 뇌주 무사를 부추긴 뒤 사천감 술사 손현기를 소환하였다…….
이 자는 꿈속 세계에서 매복했다가 꿈에서 벗어난 후에는 또 자신을 공격하였다.
항음 선사는 갖가지 생각이 누적되면서 마음가짐이 깨졌다.
정심 선사는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이는 본래 그에게 속한 기회, 운명이어야 했는데 날것으로 빼앗겼다.
정연 무승이 소리쳤다.
“불문의 지보를 내놓으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허칠안이 비웃었다.
“보물은 덕이 있는 자가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를 선택한 겁니다. 불문이 가차 없이 빼앗는 일을 하고 싶습니까? 여러 형제분들, 함께 돌격하여 보물을 평등하게 나눕시다.”
이소운은 눈을 반짝였다.
“이 말 정말입니까?”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뇌주 무사들 역시 쳐다보았다.
“만약 내가 속였다면 여러분이 그때 나를 베면 됩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류운은 눈을 반짝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일리 있습니다. 우선 저 중놈들을 죽이고 부도보탑을 떠나 우리 보물을 균등하게 나눕시다. 보탑을 벗어나지 못하면 모든 게 헛소리가 됩니다.”
그녀는 지금 원칙 없이 서겸의 편에 서서 생명을 구해준 그의 은혜에 보답하는 중이었다.
뇌주 무사들은 잠깐 생각하더니 일리 있다고 여겨 즉시 화포 옆을 지키며 한 손에는 무기를 쥐고, 한 손으로는 화통이나 군노를 들고 불문 승려와 대치하였다.
항음은 화를 참지 못했다.
“누가 가차 없이 빼앗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건가. 자네 아닌가! 그 용기는 우리 불문의 보물인데 어찌 저속한 무사인 자네가 끼어들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용기를 내놓지 않으면 부도보탑을 떠날 생각하지 말아라. 동지들이여, 빈승과 함께 악마를 제압합시다.”
그는 제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양손을 합장하고 경문을 외웠다.
선사들도 모두 그를 따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양손을 합장하고 경문을 외웠다.
뇌주 무사들은 머리가 ‘쿵’하고 진동했다. 모기 울음 같은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맴돌았으며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들은 마음속의 악의를 말끔히 씻어버려 ‘불문에 귀의’하고자 하는 충동이 생겼다.
선사는 불문 체계 중에서 전투력으로 유명하지 않았다. 주요 공격 수법은 5품 율사의 ‘계율’에서 비롯되었다. 9품 사미는 전투력이 더해지지 않았고, 8품은 선사 체계에 속하지 않는 무승이었다.
7품 법사는 불법에 정통하여 망령을 제도시키고 산 사람을 세뇌시킬 수 있었다.
6품 선사는 선공(禪功)을 수련한 사람이었기에 좌선(坐禪)할 때 외부 마귀의 침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4품 고행승은 9품 사미와 같이 앞에 놓인 품계에 속하기에 부가 전투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2품 나한 전에 선사 체계의 전투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 점으로부터 불문이 왜 두 가지 체계가 있어야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무승은 선사의 보디가드에 더 가까웠다. 두 가지 체계는 과위를 얻기 전 장애를 없애 발전을 보장하는 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3품 금강의 별칭은 호법금강이었다.
수좌 항음은 모든 선사를 거느리고 경을 읽었다. 7품 법사의 능력으로 산 사람을 세뇌시켰다.
불경을 외는 소리가 2층 공간까지 울려 퍼져 뇌주 무사를 도화시켰다. 이소운 같은 4품 그리고 소수의 5품 무사를 제외하고 다른 사나이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얼굴로 저항하는 기색을 보였다.
비록 그들은 아직 불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전투력을 잃었다. 그들은 마음속에서 점점 더 강렬해지는 출가의 욕구에 맞서는 데만 정신을 집중할 뿐이었다.
다행히도 동해용궁의 문하생 역시 영향을 받아 전투력을 잃었다.
덜컹……. 허칠안은 냉정하게 화포를 꺼내 불문 승려를 조준하고 손끝으로 도화선을 비비 꼬아 불을 붙였다.
쿵! 화포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더니 포탄이 나와 수좌 항음을 향해 발사되었다.
무승 정연은 몸으로 맞서 모든 선사 앞을 가로막더니 주먹으로 화포를 박살 냈다. 불꽃을 동반한 폭풍이 공간의 1/3을 휩쓸었다.
화포는 널찍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거대한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