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0
750화. 부도보탑
“아미타불!”
삼화사 주지는 사랑하는 제자이자 후계자가 죽는 장면을 직접 보더니 비통함을 참지 못했다.
“부도보탑은 60년에 한 번, 12시진 동안 열리지요. 때가 되면 대문은 저절로 닫힙니다. 도난 금강, 그들이 영원히 탑 안에 남아 나쁜 결과를 스스로 견디게 해도 무방합니다.”
이이포가 망토 모자를 써 얼굴이 반쪽만 드러난 상태로 웃으며 말했다.
“좋은 방법이라고 칠 수 있겠군.”
정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3품은 부도보탑에 진입할 수 없었지만, 1품인 보살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60년 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아란타가 일촉즉발의 형세에서 벗어나면 저절로 보살이 와 용기를 거두어갈 것이었다.
다만 그때 용기를 그에게 돌려줄지 아닌지는 말하기 어려웠다.
불문은 용기를 잃지 않았지만, 그는 확실히 대기연을 손해 보았다. 정심은 이를 생각하면 솟구치는 짜증을 피할 길이 없었다.
“아미타불!”
그는 즉시 목소리를 낮추고 불호를 외어 감정을 배제하였다.
마음을 수행하는 선사는 유심(唯心)의 길을 걸었다. 그는 무승처럼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고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조금도 거리낌이 없지는 않았다.
“심상치 않군.”
이영소는 ‘씁’ 하고 소리를 내더니 분석했다.
“금강과 영혜사가 탑문을 지키고 있으니 밖에서 호응하여 행동하려면 반드시 그들을 물리쳐야 합니다.”
하지만 술사의 화려함으로도 호법금강을 뒤흔들기란 불가능하다. 하물며 지금은 영혜사가 더 있지 않은가.
모남치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흰 여우를 감싸 안은 두 팔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맥…….”
이때 손현기가 또 한 글자를 말했다. 그런 뒤 그가 가볍게 발을 밟자 포대 위에 새겨진 진문이 차례대로 빛을 발했다.
‘뭐라는 거야?’
이영소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광주리 안의 포탄이 저절로 날아올라 장전을 완료하는 광경을 보았다.
뒤이어 ‘쿵쿵쿵’ 소리 사이로 15대 화포가 일제히 뒤로 물러나더니 포신에서 포탄이 한 알씩 발사되었다.
상노의 활시위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굵고 거친 가장자리에서 사람 높이만 한 화살이 발사되었다.
도난 금강의 몸이 번쩍하더니 탑문 밖을 막아섰고, 양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힘껏 밀었다.
그는 마치 파도와 같은 무형의 공기벽을 밀어내어 상노가 공중에서 끊어지게 하고,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하게 했다.
불빛 덩어리가 허공에서 폭발하여 마치 눈부신 불꽃 같았다.
쿵쿵쿵!
두 번째 공격이 뒤따랐으나 이 목표는 도난 금강 등이 아니었다. 포대가 어느새 탑 뒤에 나타나 아래쪽을 향해 화력을 퍼부었다.
모남치는 포대 가장자리에 굳게 서서 포탄이 부도보탑을 폭파하는 걸 바라보았다. 벽에 균열이 생기더니 벽의 표면이 조각조각 벗겨져 어두운 금색의 탑이 드러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보탑은 얼룩지게 변했다. 어두운 금색과 흰색 벽이 불규칙하게 교차하였다.
‘흰 벽과 검은 기와는 그저 장식이었군. 부도보탑은 그 자체로 법보였어, 1품 보살이 끝없는 세월을 온양한 법보. 이렇게 촘촘한 화력으로도 절반을 뒤흔들 수 없다니…….’
이영소가 속으로 막 개탄하던 그때,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포대가 다시 전송되었다.
본래 포대가 있던 허공에 이이포의 형체가 갑자기 나타났다. 손현기는 미리 위기를 감지하고 영혜사의 공격을 피했다.
쌍방은 공중에서 쫓고 쫓겼다. 손현기는 이이포를 전혀 상대하지 않고 아래쪽을 향해 발포하는 데 집착하였다.
그는 도난 금강이 나서기를 압박했다.
동방 자매와 삼화사 승려는 다시금 부도보탑 1층에 들어갔다. 손현기의 화포 위력은 탑 내부에서 화포를 내보내는 허칠안에 비해 몇 배 더 강했다.
설령 4품 무승이라고 해도 선뜻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난 금강은 탑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금강신공이 몸을 보호하고 있어 화포의 위력은 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삼화사가 무너지면 무너지는 것이지, 다시 세우면 되네. 나는 자네 포탄과 화살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좀 봐야겠어.”
도난 금강의 목소리가 ‘웅웅’ 울려 퍼졌다.
“주살술!”
이이포는 다시 허탕 친 뒤 주술사의 간판 절기를 시전했다.
하지만 주살술은 공을 세우지 못했다. 지금은 매개가 없었기에, 원격으로 주살술을 시전하면 진법의 보호를 돌파하여 손현기에게 영향을 주기에는 강도가 부족했다.
오히려 이이포가 포탄을 맞아 다소 허둥대며 거꾸로 날아갔다.
이영소는 조금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의 시야에서 얼핏 보면 손현기는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우세를 점한 상태 같았다. 하지만 사실 불문이야말로 정말 끄떡도 하지 않고 있었다.
* * *
“바깥에서 싸우기 시작했네.”
“사천감의 술사가 우리에게 호응하고 있잖나. 뛰쳐나갈 셈인가?”
“죽으려고 작정했는가? 호법금강이 문을 지키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가?”
“지금은 그저 그 감정의 이제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겠네.”
뇌주 무사들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보물을 빼앗고 불문을 물리친다고 해서 일이 이미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안전하게 부도보탑을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상대편에는 3품 고수가 있고, 그들 편에도 있었다. 사천감 술사가 혼자서 적 둘을 상대하는데도 힘들이지 않고 여유가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다.
남쪽의 창가에는 이소운, 원의, 탕원무가 모여 있었다. 긴 창을 짚은 진무 장군이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청의 서겸을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못 나갈 것 같은데?”
탕원무는 엄숙한 표정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부도보탑은 12시진만 열립니다. 만약 그 전에 벗어나지 못 하면 우리는 이곳에 갇혀 죽을 겁니다.”
원의가 덧붙였다.
“손현기가 3품 둘을 이길 가능성은 없네. 더욱이 호법금강도 있지. 우리는 그에게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되네.”
이소운이 ‘쯧’하고 소리를 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제가 보기에 저 노승은 아주 상냥합니다. 차라리 그를 구해서 그가 우리를 내보내게 하면요?”
도지휘사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탑령을 흘겨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불문 승려조차 돕지 않는데 어찌 우리를 돕겠는가.”
“시도한다고 은자를 달라는 것도 아닌데.”
이소운은 창을 메고 걸어가 그럴싸하게 합장하더니 말했다.
“대사, 저희를 나가게 해주십시오.”
노승은 눈을 내리깔고 미소를 지었다.
“길은 시주님 발밑에 있으니 떠나셔도 됩니다.”
……이소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가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합장하니 슬픈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대사님, 우리 집에 위로는 아흔 셋 노모가 계시고, 아래로는 엉엉 울며 음식을 보채는 어린 자식이 있습니다. 한 가족을 키워야 하는 저를 봐서라도 저희를 내보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노승은 약간 동요하여 물었다.
“시주께서는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스물다섯입니다.”
“가족 중에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어요. 저희 이가는 몇 대에 걸쳐 독자만 있거든요.”
노승이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65세에 그대를 낳았습니까?”
……이소운은 안색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렸다. 그는 입을 벌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변명을 찾고 싶었으나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탑령이 뜻밖에도 셈을 할 줄 안다고?’
이소운은 욕을 퍼부으며 갔다.
그는 원의와 탕원무 옆으로 돌아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좋지 않습니다. 이 노승은 냉혹하고 무정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신통하게 셈을 하더군요.”
쌍도문주와 도지휘사는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제가 여러분의 눈에서 ‘저속한 무사’라는 글자를 본 것 같습니다만.”
이소운은 불쾌해했다.
“아닐세.”
“우리는 무사가 저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항상 여러분이 저를 은근히 비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요?”
이소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쌍도문주는 말하지 않았고, 원의는 고개를 돌려 서겸을 쳐다보았다.
“자네한테 달렸네.”
* * *
“지금이 바로 신수의 봉인을 해제하여 이 팔을 방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기왕 신수의 영혼을 긁어모으는 이상, 단수의 힘을 빌려 눈앞의 곤란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허칠안은 천천히 신수의 단수에 다가갔다. 그는 이 과정 중에 시종일관 탑령의 반응을 주시하며 상대의 임계점을 떠보았다.
뜻밖에도 탑령 노승은 합장을 하고 눈을 떨군 채, 허칠안을 포함한 탑 내부의 모든 사람에게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허칠안은 3장 밖에 멈추어 신수의 단수를 자세히 살폈다. 단수는 왼팔이었으며 검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근육이 단단히 얽혀 있으면서도 선이 매끄러우며 비율이 완벽한 것이, 팔보다는 예술품에 더 가까웠다.
그건 손가락 굵기만 한 아홉 개의 어두운 금색 쇠사슬로 속박되어 있었고, 쇠사슬의 다른 편은 땅과 벽 그리고 기둥에 박혀 있었다.
“우선 깨워볼까…….”
허칠안은 탑령 노승을 곁눈질로 관찰하였으며, 그가 그렇게 담담한 걸 보자 약간은 기뻤다. 그는 지서 파편을 가볍게 두드려 백희가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보내온 발찌를 꺼냈다.
띵띵띵!
그가 발찌를 가볍게 흔들자 방울이 낭랑한 소리를 냈다.
방울이 계속해서 소리를 낸 지 십여 초 뒤, 허칠안은 그 단수의 왼손 집게손가락이 한번 움직이는 걸 보았다.
그는 이 화면을 본 순간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방울의 낭랑한 소리를 따라 손가락이 움직이는 폭이 점점 더 빨라졌다. 단수는 철저하게 살아 돌아왔다. 이 단수는 손가락을 발로 삼아 재빠르게 기어서 움직였지만, 쇠사슬에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 못 했다.
허칠안은 발찌를 쥐고 굳은 표정으로 조금씩 후퇴하였다.
그의 표정은 아주 보기 좋지 않았다. 그는 이 단수에게서 지종 도사의 것 못지않게 강렬한 악의를 감지했다.
신수는 결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건 일찌감치 알던 정보였다. 항혜에 빙의했을 때 드러낸 요사스러움이라든가, 우연히 나타낸 광기 성향이든 모든 정보가 허칠안에게 신수가 위험한 인물임을 알려주었다.
상백 밑의 오른팔은 선념의 비율이 높았지만, 뇌주에 봉인된 이 왼팔은 ‘사악’한 진영에 속하는 게 분명했다. 우호적인 오른팔과는 판이했다.
‘나는 지금 수련 경지가 봉인되었고, 신수(우)는 깊이 잠들었으니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해…….’
허칠안은 마음이 서서히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빌어먹을, 이런 나머지 사지는 풀어주면 안 돼. 내가 감히 단정하건대 일단 이 단수를 풀어주면 바로 나를 배반할 거야. 게다가 외부 세계에 있어 의심할 여지 없이 엄청난 재난이라고.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생명을 삼켜 정혈을 빼앗을 거야…….’
그는 팔찌를 꼭 쥔 채 실망하였고, 분노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그한테 이런 감정은 아주 보기 드물었다.
“아미타불!”
탑령 노승은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나 합장하며 미소를 지었다.
“선과 악은 종종 같은 생각 사이에 있지요.”
그가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걸자 허칠안은 깜짝 놀라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가 역시 나를 주시했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수를 주시하는 거지만…….’
허칠안은 슬그머니 팔찌를 숨기고 헤아리며 말했다.
“이 단수는 악의가 충만한데 그의 주인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탑령 노승은 나지막이 말했다.
“극단적인 사람으로 선악이 모두 양극이지요.”
“2품인 납란 우사가 2층에 억눌렸고, 이 단수는 3층에서 제압됐으니 주인이 지극히 무시무시한 인물임을 알 수 있지요. 만약 그것이 곤경에서 벗어나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요?”
허칠안은 신수의 정보를 알아내면서 도주할 좋은 계책을 고심하였다.
탑령 노승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백성이 도탄에 빠집니다!”
“…….”
원래 그의 계획에 부도보탑을 벗어날 비장의 수법은 신수의 단수였다.
오른손이 이렇게 강대하니 왼손도 분명히 부족하지 않겠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분명히 승려는 솔로일 것이다. 솔로가 수행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발달한 팔로 통상적으로 오른손이었다.
하지만 설령 왼손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도 너무 많이 모자를 리는 없었다. 바깥의 3품 금강에 맞서기에는 분명히 여유로울 것이었다.
결국 사람의 계획은 하늘의 뜻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도보탑 안에 억눌린 단수는 신수의 악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