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1
751화. 의심
“그것의 봉인을 풀려면 틀림없이 어렵겠지요.”
허칠안은 감정을 추스르고 상대를 떠보았다.
탑령 승려는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500년 전, 감정과 불문이 이 탑을 운반체로 삼아 흉물을 봉인하는 진법을 설치했습니다. 부도보탑은 법제 보살의 법보로 1층에는 살생하지 않는다는 계율이 있어 3품 이하 어떠한 체계의 수사가 그 속에 들어가도 함부로 전투할 수 없습니다. 2층에는 금강법상이 36개 세워져 있는데 ‘진옥(鎭獄)’이라고 불립니다. 2품 고수를 제압하여 죽일 수 있지요. 대적할 때 법보 주인은 진옥의 힘을 동원하여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3층의 두 금신은 법제 보살이 수행한 대지혜법상과 약사법상으로 원 법상의 7할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고, 사람을 구할 수 있지만 대적할 수는 없지요.”
‘지능을 발달시킨다고? 우리 집 영음한테 이게 필요한데…….’
허칠안은 동계(童髻)를 튼 자신의 어린 여동생을 떠올렸다.
만약 대지혜법상으로 영음의 지능을 발달시키고 시야를 넓힐 수 있다면, 어리석은 아이는 ‘갓 태어났을 때 본성이 원래 선량한’ 열등생이었을지라도 삼자경을 막힘없이 줄줄 외는 우등생으로 진화할 것이다.
‘억누를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고,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지능을 발달시킬 수도 있다니 이 부도보탑 너무 강한 거 아니야? 역시 1품 보살의 제련(祭煉) 법보답군. 하긴, 불문이 신수를 제압하는 데 그걸 사용하기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지위가 충분히 높고 충분히 강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니까. 내게 만약 이렇게 강한 법보가 있었다면, 애당초 원경제를 죽일 때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허평봉과 패를 깔 때 그렇게 허둥대지는 않았을 거야.’
그가 온갖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탑령 노승이 또 물었다.
“귀하께서는 감정의 봉인을 풀 능력이 있으나 제 봉인은 풀지 못하는군요.”
‘그가 안다. 그는 뭐든지 다 알아…….’
허칠안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허칠안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할 때 노승이 양손을 합장하고 온화하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7층 불탑을 쌓는 것보다 낫다고 하셨습니다. 빈승은 시주님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시주님이 봉인을 풀고 그걸 풀어주는 걸 허락하지요.”
허칠안은 경악했다.
노승은 그의 막연하면서도 궁금증 어린 얼굴을 보자 합장하며 말했다.
“출가인은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허칠안은 여전히 믿기지 않아 물었다.
“정말 제가 그걸 풀어주는 데 동의하십니까?”
탑령 승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악의를 내뿜으며 끊임없이 봉인을 들이받는 왼팔을 보았다.
‘물불 가리지 않고 우선 신수를 풀어주고 삼화사를 뛰쳐나온 뒤 다시 생각하자. 용기는 아주 중요하니 불문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돼……. 안 돼. 나는 지금 아직 신수의 단수를 부릴 수 없다고. 일단 그걸 풀어주면 분명히 제어하지 못할 거야. 그때 가면 뇌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고…….’
마치 소인 둘이 격하게 부딪치며 싸우는 것처럼, 허칠안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허칠안은 손에 쥔 발찌를 꽉 쥐었다가 놓고, 놓았다가 다시 꽉 쥐었다. 그는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한 뒤 목소리를 낮추었다.
“됐습니다.”
탑령 노승은 대견한 웃음을 지었다.
“선악은 한 끗 차이입니다. 시주님께서는 시험에 통과하였으니 오늘부터 시주님이 바로 부도보탑의 주인입니다.”
그가 말하는 사이 손을 들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옅은 금빛이 허칠안의 품에서 날아갔다.
금빛은 지서 파편에서 비롯되었다.
탑령 노승은 손바닥을 뻗어 금빛이 자신의 손바닥에 떨어지게 했다. 그건 불문이 새겨진 동패였다.
허칠안은 본래 대승불법 때문에 탑령 승려가 이런 말을 내뱉은 건 아닌가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불패(佛牌)를 제대로 보는 순간 갑자기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괴이해졌다.
이 물건은 애당초 진북왕 부장군 저상룡을 해치우고 그의 몸에서 빼앗아 온 것이었다.
그 당시 허칠안은 그저 대충 살핀 뒤에 지서 파편 속에 던지고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더랬다.
“이건…….”
그는 노승의 손바닥을 주시하며 재량껏 떠보았다.
“이건 법제 보살의 신분을 상징하는 불패입니다. 이 패를 보는 건 보살을 만나는 것과 다름없지요.”
탑령 노승이 미소를 지었다.
‘보살의 신분을 상징하는 불패라…….’
허칠안은 깜짝 놀랐고, 머릿속에서 생각이 전환되었다.
‘법제 보살의 불패가 어떻게 저상룡의 손에 있는 걸까? 양자는 무슨 관계지? 내가 저상룡을 죽여서 법제 보살의 보복을 불러온 걸까?’
“시주님께서 법제 보살의 불패를 지녔으니 당연히 부도보탑의 주인이지요.”
노승은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 나지막이 덧붙였다.
“시주님께서는 언제 어디서 법제 보살을 만났습니까?”
허칠안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고, 속으로 말했다.
‘법제 보살이 설마 아란타에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어떻게 그를 만날 수가 있지? 잠깐! 저상룡은 분명히 아란타에 간 적이 없는데 그가 어떻게 법제 보살의 불패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허칠안은 머릿속에 이 생각이 스치자 고개를 젓더니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저는 법제 보살을 만난 적이 전혀 없습니다.”
탑령 노승이 설명했다.
“법제 보살이 사라진 지 360년인데 감감무소식이지요. 유리 보살조차 그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라진 지 360년이라…….’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보니 내가 후계자의 신분을 도용한 걸 폭로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군.’
그는 일부러 의심했다.
“생각났습니다. 이 불패는 방랑하던 노승이 제게 선물한 것입니다. 식사를 대접한 은혜를 갚는다면서 말이죠. 하, 하지만 저는 이렇게 진귀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법제 보살이 왜 갑자기 사라졌고 불문이 찾지 못하게 하는 거지요?”
이 말은 불패의 내력을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무고함’을 부각시켰고 내친김에 법제 보살이 사라진 내막을 떠보는 말이었다.
“옳지 않습니다!”
노승이 말했다.
‘옳지 않다고? 설마 법제 승려가 여자인가?’
허칠안은 하마터면 표정이 크게 바뀔 뻔했다.
노승은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며 주저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법제 보살이 불패를 시주님에게 하사한 건 식사 대접에 대한 은혜가 아닙니다. 시주님이 이 패를 얻은 건 1품 보살과 인과가 있습니다. 정상인에게 이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 시주님은 인과가 몸에 달라붙어 있어 인과가 더해져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각건대 법제 보살 역시 시주님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든 것 같습니다.”
퉤, 노승은 당신에게 ‘시주님은 연극 무대 위의 늙은 장군처럼 온몸에 깃발이 꽂혀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허칠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참, 감히 대사께 여쭙겠습니다. 만약 방금 제가 신수를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말 응하셨을 겁니까?”
노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봉인 해제가 바로 여러분이 죽을 때입니다. 신수가 여러분의 정혈을 삼키면 저는 다시 가두겠지요. 그런 뒤 아란타의 보살이 와서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겠지요.”
‘역시 노련해…….’
허칠안은 다시 신수 단수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이 손의 주인은 도대체 무슨 정체입니까?”
노승은 잠시 침음하더니 손을 휘둘렀다. 넓은 소매가 허공을 훑더니 허칠안만 볼 수 있는 그림을 쓸어냈다.
그림 속에는 불타 금신이 웅대하게 앉아 있었다. 불타 금신은 자비롭고 인자한 얼굴에 위엄을 깊이 간직했다.
불타의 좌우 양쪽에는 9대 법상을 상징하는 아홉 개의 보살과 열여덟 개 나한이 있었다.
이게 바로 부도보탑의 1층 정경이었다.
‘신수가 보살 속에 숨었나?’
허칠안은 마침 속으로 의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치켜 올라가는 ‘거울’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둥근 지붕의 짙은 안개 깊숙한 곳으로 높이 올라갔다.
다음 순간 보탑 1층의 온전한 화면이 그의 눈에 나타났다.
불문 보살의 머리 위, 짙은 안개의 깊숙한 곳에는 거대한 칠흑 법상이 있었다. 그는 팔이 12개 있었고, 머리 뒤에는 이글대는 불의 고리가 타올랐으며, 이마에는 검은색 화염 자국이 있었다.
그는 흉악하고 사악한 얼굴을 한 채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웠다. 아래쪽의 부처, 보살 그리고 나한을 삼엄하게 내려다보았는데 마치 가장 맛 좋은 사냥감을 보는 듯했다.
전체 화면의 입체감이 살아났다. 아래층은 불기(佛氣)는 위엄 있고 상서로웠으며 위층은 마치 지옥처럼 음침하고 공포스러워 아주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허칠안은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조차 ‘쿵덕’하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한눈에 칠흑 법상이 신수임을 알아차렸다.
초주에서 진북왕을 죽일 때 신수가 혈단의 힘으로 비법을 시전하여 이 법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이 그림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 거지? 신수가 불문을 ‘식(食)’으로 삼는다? 신수는 불문 전체의 적인가? 그가 보살 나한 나아가 불타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그가 짙은 안개 깊숙한 곳에서 불문 전체를 노리고 있는 건가?’
그의 마음속에서 추측이 하나씩 터져 나오며 전율 같은 체험을 동반했다.
노승이 손을 휘젓자 화면이 흩어졌다. 그는 양손을 합장하며 말했다.
“이해했습니까?”
……허칠안은 입을 벌려 다시 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탑령이 불패 위에 ‘만(卍)’자를 그리더니 허칠안에게 건넸다.
“불패를 쥐고 있으면 1차로 부도보탑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시주님께서 보탑을 부려 뇌주를 떠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보탑으로 불문 제자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부도보탑을 부릴 수 있다고?’
허칠안이 막 답례하려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이소운의 질문이 들렸다.
“뭘 멍하니 계십니까?”
그는 꿈에서 깨어난 듯 문득 놀라 깼다. 손에는 근본적으로 발찌가 없었으며, 신수의 왼팔 역시 소생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손에 불패를 쥐고 있지 않았다면, 그전의 모든 게 꿈이었다고 의심했을지도 몰랐다.
허칠안은 무의식적으로 탑령 노승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가부좌를 튼 채 양손을 합장하며 조각상처럼 조용히 있었다.
“그를 볼 필요 없어요. 그는 아무 일도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더욱이 우리를 돕지 않을 거고요.”
이소운은 그의 눈빛을 따라 노승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제가 방금 그에게 우리를 내보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리고 이 승려는 셈이 아주 대단해요.”
‘셈이 대단하다고? 이 세계의 승려도 본과 학력을 요하는 건가…….’
허칠안은 속으로 농담하면서 슬그머니 불패를 거두고 물었다.
“뭘 말하고 싶은 겐가?”
이소운은 눈을 번뜩이더니 말했다.
“날이 곧 어두워지는데 손현기는 여전히 밖에 있는 적을 해결하지 못했어요. 내일 새벽녘까지 기다렸다가 저희가 여전히 나가지 못한다면 탑 내부에 갇혀 죽을 거예요. 모두가 너무 다급한데 선배님께서는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허칠안은 이내 불탑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에 석양이 이미 지평선까지 완전히 가라앉았다.
밖은 고요했다. 이따금 화포 소리가 들려와 전투가 멈추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탑 안의 뇌주 무사들은 낮에는 침착하고 냉정했지만 지금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들은 3품 강자 둘이 지키는 이상, 손현기도 자신들을 구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패망’의 길을 걷는 걸 면치 못할 것이었다.
“그 3품 술사가 포탄을 다 썼네.”
“포 쏘고, 포 쏘고. 하루 종일 승려한테 발포할 줄만 알다니. 다른 수단은 없는 건가?”
“역시나 술사의 전투력은 전혀 믿을 만하지 않구먼. 만약 허 은라가 여기에 있었다면 그 호법금강은 이미 윤회하러 갔을 것이네.”
“그러네. 허 은라는 백전백승이잖나. 가장 중요한 건 그는 무사네.”
마음을 졸이는 분위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조성되고 발효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삼화사에 와 나쁜 일에 가담한 걸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