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서겸의 진짜 신분
결국에 허칠안은 이소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뭘 묻고 싶지?”
이소운은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한참을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 생각에 너는 산수 연습 문제집이 필요해…….’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본래 ‘내가 대지혜법상으로 자네의 지능을 발달시켜주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저속한 진무 장군이 그 자리에서 불쾌한 얼굴을 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충동을 참았다.
허칠안은 이소운 등을 보낸 뒤, 창가에 서서 뇌주 무사들이 어두운 밤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배웅하였다.
그리고 그는 즉시 돌아서서 손현기를 쳐다보았다.
“이사형, 그전에 뭐라고 말하려 했지요?”
모남치의 반들반들한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는 그가 천기술을 이용해 부도보탑을 숨겼다고 말했어.”
“성자는요?”
“성자는 그를 견디지 못하고 2층으로 도망갔어. 자신이 손현기의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까 봐 그렇다네.”
* * *
여명이 비추는 시간이 되었다. 삼화사는 무너진 담벼락이 도처에 널렸다.
다행히 승려들이 거주하는 선방은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도난 금강은 선방의 부들방석 위에 앉아 두 눈을 약간 감고 있었다. 그의 아래쪽 좌측에는 정심, 정연 등 서역에서 데려온 승려가 있었다.
우측은 반룡 주지를 필두로 한 삼화사 장로들이었다.
무신교의 이이포는 쌍둥이 둘을 데리고 삼화사를 떠났다.
모든 승려의 앞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고,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천기를 차단하는 강약은 인과와 얽힌 깊이와 반비례했다. 인과가 깊을수록 차단하기 어려웠다.
부도보탑은 삼화사에 수백 년간 우뚝 솟아 있었고, 탑 안에는 신수의 단수가 봉인되어 있었다. 삼화사의 승려든 서역 아란타에서 온 도난 승려들이든 모두 지극히 깊은 인과 관계가 있었다.
금란전이 사라짐으로써 경성에 강렬한 분열을 가져다주었듯이, 부도보탑의 소실은 한동안 도난 금강을 포함한 삼화사의 승려를 기만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부도보탑의 존재를 떠올렸다. 또한 그러면서 그들은 사건 전체의 전 과정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그들은 순환이라도 하듯이 또 빠르게 잊었다. 결국에는 식견이 넓은 도난 금강이 바로 사람을 시켜 종이에 관련 정보를 적어 시시각각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면 기억 착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었지만, 가장 좋은 추적 기회도 놓쳤다.
천기술 차단을 없애는 거라면, 세 사람 이상의 삼화사 승려가 다시 부도보탑을 보게 해야 했다.
반룡 주지가 말했다.
“이이포가 점을 쳤으나 부도보탑의 위치를 헤아릴 수 없었네. 우리 이 지보를 철저하게 잃었어.”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조사할 중점은 서겸이라는 인물이네. 뇌주 상회 문인 시주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자는 그녀가 마음에 둔 낭군 이영소를 따라 뇌주에 온 것이라더군. 구체적인 신분은 그녀도 알지 못하고. 하지만 문인 시주가 말하길 이영소는 이 서겸에게 깍듯하고 심지어는 좀 두려워하기도 한다더군. 이 자의 진짜 정체는 단순하지 않아. 이영소 본인도 잘 모르고, 그저 상대가 몇백 년을 산 인물이며 감정이 그와 대련하여 졌다는 것만 안다네. ‘감정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어찌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없겠습니까?’ 이게 이영소의 본래 말이네.”
사후, 삼화사 승려들은 뇌주 상회 문인천유에게 직접 물었다. 그 여시주는 아주 협조적이라 질문에 다 답해 주었다. 반룡 주지는 내용의 진위를 검증한 뒤에는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자리에 있던 불문 승려들의 표정이 아주 이상하게 변했다. 정연 무승은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수련 경지는 저만도 못합니다. 전부 고술의 변화무쌍함에 의지하고 있어요.”
반룡 주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는 확실히 큰 의문이네. 그리고 소식은 바로 그 서겸이 퍼뜨린 것이었어. 소위 비연 여협객은 이영소가 역용한 것이고.”
한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영소는 배경이 뭡니까?”
반룡 주지가 대답했다.
“이 자는 천종 성자로, 이묘진의 사형이네.”
‘천종 성자가 뇌주 상회 아가씨 문인천유가 마음에 둔 낭군이라고? 천종이 수행하는 건 태상망정 아닌가?’
승려들은 마음속에 의혹이 번쩍였다.
이때 정심이 말했다.
“이영소가 이묘진으로 역용했다면 일찌감치 발각됐을 겁니다. 왜 그의 역용술을 간파한 자가 없었지요? 고품 강자를 속일 수 있는 특수한 역용술이 아니고서야 말이지요.”
반룡 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그 서겸 역시 역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군.”
정심 승려는 자신의 조사 결과를 얘기하였다.
“제가 두 동방 여시주에게 자세히 물었는데 서겸이 일찍이 도중에 그녀들과 우연히 맞닥뜨렸고, 남색인지 그녀들이 마음에 둔 낭군인 이영소를 납치해갔다고 합니다. 이 자를 처음 봤을 때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는데 수법이 기이하고 헤아릴 수 없어 막으려야 막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동방 여시주가 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꿈속에 있을 때 저희가 그와 충돌이 생겼고, 동방 여시주가 실수로 붙잡혔지요. 그자는 분명히 원신이 약한데 그 강인함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는 득의양양하여 자신이 3품 원신이라고 말했지요.”
그는 이렇게 문인천유의 말을 따라 했다. 이 자는 확실히 다른 신분이 있었다. 게다가 속세를 초월하는 단계의 인물이었다.
“잠깐!”
반룡 주지가 수상쩍게 생각했다.
“자네 방금 이영소가 두 동방 여시주가 마음에 둔 낭군이라고 말했는가?”
정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모든 승려의 머릿속에 다시금 의혹이 번쩍였다.
“천종이 수련하는 건 태상망정 아닌가?”
정연 무승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저 생각났습니다. 2층에 있을 때 항음이 이 자를 죽이려 했는데 법기가 상대의 신체를 관통할 수 없더군요. 그는 무사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토론하며 서겸의 신분을 남몰래 추측했다.
도난 금강이 눈을 뜨더니 총정리를 했다.
“역용은 사천감과 큰 관계가 있네. 법기가 있고 화통이 있으며 용기 때문에 왔다는 건 3품 초범(超凡) 무사, 실질적인 수련 경지는 4품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봉에 어떤 인물이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정심과 정연 등 서역에서 온 승려들은 호흡이 갑자기 가빠졌다.
정심은 숨을 깊이 들이쉬어 출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도난 사숙, 사숙의 말씀은 그가…….”
도난 금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부도보탑이 왜 그를 따라갔는지는 몰라. 그 외 문제에 있어서라면, 본좌는 거의 이 자의 정체를 단정 지을 수 있겠네.”
정연 무승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그가 감히 나와서 강호를 거닌다고요? 그를 죽이고 싶은 자들이 수두룩한데 정말이지 간덩이가 크군요.”
서역 무승들은 흥분한 표정이었다. 설령 정심 같은 선사라고 해도 방금은 하마터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뻔했다.
삼화사 승려들은 판단력을 잃고 아리송해졌다. 반룡 주지는 정심과 정연을 쳐다보더니 다시 호법금강을 보고 물었다.
“도난 사숙은 이 자를 알아보신 듯합니다만?”
도난 금강은 나지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모두 물러가게, 가까이 다가오면 안 되네.”
승려들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말없이 일어서서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선방을 나섰다.
모두가 물러나자 도난 금강은 가사에서 뒷면에 금강노목이 조각된 구리거울을 꺼냈다. 그러더니 그는 구리거울을 옆에 있는 부들방석 위에 두었다.
그는 입술을 떼고 소리 없이 주문을 외웠다. 이내 구리거울에서 부드러운 금빛이 뿜어져 나와 대들보를 쳤다.
금빛 속에서 약간 허구처럼 보이는 법상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이 법상은 온몸이 금색으로 마치 황금으로 주조한 듯 수염, 눈썹, 머리카락이 없었다. 근육이 잘 붙어 있어 힘이 넘쳤다.
그가 막 나타나자마자 실내에는 남성적인 기운이 가득 찼다. 높은 산처럼 중후하고 넓은 바다처럼 광활하였다. 이는 금강의 역량이 구현된 상태라기보다는 법상이 지닌 의의가 드러나는 것에 가까웠다.
“가나수 보살!”
도난 금강은 양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살짝 떨궈 예를 갖췄다.
가나수, 4대 보살의 우두머리였다.
금강법상, 불동명왕법상을 장악한 불문 전투력 일인자였다.
호칭은 방어무쌍의 금강신공으로 금강법상의 간소화 버전이었다.
“무슨 일인가?”
법상이 입을 떼지 않았는데도 허공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전해졌다.
“불자가 이미 나타났는데 어떻게 결정하시겠습니까?”
도난 금강은 용기를 쟁탈하다가 부도보탑을 빼앗긴 일을 있는 그대로 알렸다.
금강법상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일각 뒤에 나를 다시 부르게.”
금강법상은 말을 마친 뒤 사라졌다.
‘일각 뒤라…….’
도난 금강은 알았다. 가나수 보살은 불문 고위층을 소집하여 이 일을 상의하려는 듯했다.
아란타 성산에 실종된 지 삼백여 년 된 법제 보살을 버려두면 지금은 나한 둘, 금강 둘, 보살 셋이 있었다. 그중 금강 둘과 나한 하나는 가나수 보살과 소승불법을 확고하게 지지했다.
광현 보살과 도액 나한은 소승을 버리고 대승을 수련하자고 제창하였다.
유리 보살은 중립파에 속했지만, 대승불법에 더 치우쳤다. 그러지 않고선 그녀는 그날 직접 대봉에 가서 불자를 아란타로 데리고 돌아올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 * *
“아미타불!”
반룡 주지가 밖에서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말했다.
“정심 사질(師侄), 그 서겸에게 다른 신분이 있는 듯하네?”
그는 서겸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았다. 단지 그는 서겸이 숨기는 신분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몰랐다. 방금 정심 등의 대화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서겸의 진짜 정체를 이미 확실히 깨달은 듯했다.
반룡 주지는 방금 정심과 정연 몇 사람의 이상 행동을 다 보았다.
보통 사람은 4품 고수가 이렇게 이상 행동을 보이게 할 수 없었고, 더욱이 도난 금강이 모든 사람을 물리치게 할 리도 없었다.
정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누구일 수 있겠습니까? 서겸이 바로 허칠안입니다.”
‘허, 허칠안…….’
반룡 주지는 머리에 연달아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표정이 변했다가 또 변하고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양손을 합장한 뒤 계속해서 불호를 몇 차례 외웠다.
그는 놀라움을 완전히 가라앉힌 뒤 나지막이 말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소문을 듣자 하니 허칠안은 이미 3품 무사라던데. 만약 정말 그라면 부도보탑 안의…….”
정심은 고개를 저었다.
“주지께서 모르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몸에 봉마정이 있어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련 경지가 전부 봉해졌습니다. 본래는 불구가 돼야 했는데 고술을 수련했을 거라곤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설명이 되는군.’
반룡 주지는 중얼거렸다.
“어쩐지, 어쩐지 그래서 도난 금강이 그가 이미 불구가 됐다고 말했군.”
그는 봉마정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반룡 주지가 완전히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물었다.
“도난 금강은 방금…….”
정심이 말했다.
“아란타의 논쟁을 주지께서도 분명히 들으셨을 테지요.”
반룡 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 자가 대승불법의 이념을 언급했네.”
불문과 도문은 달랐다. 도문의 이념은 수행하는 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불문은 모든 존재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겼다.
일부 불문 사람이 보기에 허칠안이 언급한 대승불법의 이념은 불문 전체의 교의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듯했다.
대승불법은 선교에 더 적합했고, 소승불법보다 훨씬 더 전도유망했다.
정심이 말했다.
“이 자는 대승불법의 창시자로 불문과 인과가 매우 깊습니다. 그가 만약 불문에 귀의할 수 있다면 불문의 번성은 천명이 될 것입니다.”
하물며 이 자는 대봉 국운의 절반을 몸에 짊어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