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6
756화. 신수와의 소통 (2)
신수가 물었다.
“내가 봉인을 해제하는 걸 도우려 하는가?”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탑령을 쳐다보았다가, 그가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이쪽은 아랑곳하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전에 질문이 있다. 너는 봉마정을 아는가?”
“불타가 정제한 법기다.”
신수가 대답했다.
“그럼 네가 풀 수 있는가?”
“허, 사소한 일이지.”
허칠안은 이 말을 듣자 얼굴에 희색이 떠올랐다. 그런 뒤 그는 신수가 하는 말을 들었다.
“여기로 오면 알려주지.”
‘XX…….’
허칠안은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켰다.
“네가 봉마정을 묻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와는 관계없다. 네가 내 봉인을 풀면 내가 네게 봉마정을 사용하는 구결을 알려주겠다.”
신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네 봉인을 풀면 나는 사라지겠지……. 게다가 이 왼팔은 딱 보면 지종 도사 유형의 사도 사람인데. 그가 봉마정의 통제 구결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나를 속이는 건지 아닌지 누가 알겠어…….’
허칠안은 이에 연연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다른 신체는 어디에 있지?”
신수 단수는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다. 내 머리를 찾기만 하면 나는 저절로 봉인에 접촉할 수 있거든.”
“네 머리는 어디에 있지?”
허칠안의 눈이 반짝였다.
“아란타에 있겠지. 허, 불타가 직접 내 머리를 처단하지 않았으니 그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 점에 관해 알아보러 가도 된다. 만약 불타가 오백 년 전에 깊은 잠을 자기 시작했다면 내 머리는 분명히 아란타에 있을 것이다.”
‘아란타, 불타가 직접 처단했다라…….’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온통 ‘제기랄’이었다.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건 무신뿐이잖아. 1품 무사도 불가능하다. 그해 반보 무신이었던 만요 국주는 불타의 손에 죽었어. 내가 아란타의 사본을 밀어낼 실력이 있다면 널 쓸 필요가 있겠니?’
“불타는 신의를 저버린 소인배라고 말했는데 이건 어찌 된 일이지? 그리고 너와 만요국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그는 말을 마친 뒤, 숨을 죽이고 대단한 비밀을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
“귀여운 것, 네 수련 경지로는 이 단계의 일을 알기엔 부족하다. 나와 만요국의 관계라면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직접 그해 불문이 남요를 멸한 진상을 조사하러 가도 된다.”
사악한 신수의 웃음 소리가 갑자기 걸걸해졌다.
“물론, 만약 네가 지금 봉인을 해제하여 나를 내보낼 수 있다면 내가 알려주지.”
‘안녕!’
허칠안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없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갔다. 그는 탑령을 향해 합장하며 예를 갖췄다.
“대사님, 저 다 물었습니다.”
탑령은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꼬아 금빛을 튕겼다.
신수는 왼팔로 발버둥쳤으나 저항할 수 없어서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 * *
초원진은 중원 서북부 형주 관할 예양현(豫陽縣)에서 말 등 위에 앉아 있었다. 행낭 안에는 피로 물든 사람 머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왼쪽에는 장포를 입은 아름다운 미모의 이묘진이, 오른쪽에는 원한이 깊은 얼굴을 한 항원이 있었다.
뒤에는 예양현의 아역들이 따랐다.
아역들은 따라다니면서 현 안에 그 수가 많지 않은 말을 협객 셋에게 타라고 양보하였다. 그들은 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흥분한 표정이었다.
예양현 근처에 여러 해 동안 화를 초래한 악한 이리 소굴이 드디어 제거되었다. 이는 환호하고 축하할 가치가 있는 큰 경사였다.
악한 이리 소굴의 우두머리는 연신경 무사로 비할 바 없이 용맹하였다. 현의 시골을 자주 약탈하고 왕래하는 상대의 재물을 약탈하였다.
역임한 현령은 악한 이리 소굴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전설 속의 비연 여협객 그리고 그녀의 동료 둘이 현에 왔다.
비연 여협객은 정말 명성을 떨치는 대협다웠다. 그녀는 근처에 난을 일으킨 산적이 있다는 걸 듣자마자 바로 현령을 찾아가 자발적으로 비적을 토벌하라고 요구하였다.
불과 반나절만에 화를 초래한 예양현의 악한 이리 소굴은 철저하게 사라졌다. 산적 이백 명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죽였다.
초원진은 항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허칠안을 찾으러 나와 그가 용기를 수집하는 걸 도우려는 거 아닙니까? 왜 걷다가 영문도 모른 채 이묘진에게 도처로 끌려다니며 악을 없애는 거죠?”
항원은 어리둥절했다.
“아미타불, 빈승도 모르겠습니다.”
이묘진은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허칠안 이 개자식이 일부러 우리의 전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어요. 우리와 회합하고 싶지 않다는 걸 명백히 밝힌 거죠. 그럼 좋아요, 각자 갈 길 갑시다.”
초원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대의 명성이 너무 멀리 퍼져 그와 함께 가면 그의 신분이 드러날 것이오. 만일 그의 친아버지한테 감시당하면 어떡하오?”
세 사람은 관아에 이르러 사람 머리를 건네고 상금을 수령하였다. 이묘진이 말했다.
“저희 은자를 식량으로 바꾸어 성에서 죽을 베풀어요.”
“…….”
초원진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묘진, 나 장화 한 켤레 바꾸고 싶소만.”
이묘진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눈빛이 굳은 채 길가 어느 객잔의 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꽃잎 아홉 개 달린 연꽃 한 송이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건 우리 천종의 연락 암호입니다.”
이묘진의 눈빛을 반짝이더니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두 분은 조금 이따가 칠호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헤, 이 자식이 동방 자매의 손에서 도망쳤나본데?”
‘칠호?!’
항원과 초원진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알고 보니 칠호가 정말 천종 성자였구나. 이곳에서 그를 우연히 마주칠 줄은 생각지 못했네…….’
초원진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칠호에게 약간은 흥미가 생겼다.
일찌감치 이묘진이 운주에 섞여들어 비적을 토벌할 때, 천지회 구성원들은 칠호가 그녀와 지극히 친밀한 관계라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고선 그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위급한 순간에 지서 파편을 이묘진에게 보관하라고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천종에는 성자와 성녀가 있다는 제도를 결합하면 그 관계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칠호는 천종의 성자일 가능성이 농후했고, 이묘진의 사형이거나 사제일 터였다.
하지만 이묘진 본인은 이 점을 깊이 감추고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기에 추측은 그저 추측일 뿐, 명확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초원진은 지금 이묘진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그제야 칠호가 바로 천종 성자임을 진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후, 드디어 정상적인 천종 성자를 만날 수 있겠군…….’
초원진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는 이묘진을 참을 만큼 참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악당을 없애면 그만이지, 그녀는 자기 재물을 내어 의로운 일을 행하는 것도 좋아했다. 강호를 거니는 데 의지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은자 두 글자 아닌가?
세 사람이 가장 비참할 때는 객잔에조차도 묵을 수 없었다.
이묘진은 이 점에 관해 ‘우리한테 노숙과 객잔에 묵는 게 차이가 있나요?’라고 변명했다.
초원진은 뜻밖에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허칠안이 더 좋았다. 만약 그와 함께 강호를 거닐면 분명히 술과 음식을 풍족하게 먹을 것이었다.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다 맛보고, 현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 볼 것이며 밤에는 청루나 교방사에 가서 기녀를 끼고 술을 마실 수도 있었다.
* * *
“가시죠!”
이묘진은 앞장서서 객잔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시각은 식사 시간이 아니라 대당 안에는 술손님 몇몇만 드문드문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곧장 객잔 계산대로 걸어가 주인장에게 물었다.
“점포에 아주 준수한 젊은이가 들어왔는가?”
이묘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속세의 찌꺼기 같은 외모의 주인장은 일단 보기만 한다면 어지간해서는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장은 생각하더니 다소 주저하며 말했다.
“아주 준수한 게 얼마나 준수한 겁니까?”
이묘진은 고개를 돌려 초원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보다 더 준수하네.”
주인장은 초원진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본 적 없습니다. 이 공자님은 품위가 넘쳐 세상에서 찾기 힘든데 어찌 그보다 더 준수한 남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초원진은 만족스럽게 장검을 거두었다.
이묘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근래에 객잔에 묵은 도사가 없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인가?”
주인장의 눈빛이 이묘진의 어깨를 스쳐 그녀 뒤를 향하더니 말했다.
“바로 손님 뒤에 있지 않습니까?”
이묘진이 깜짝 놀란 고개를 돌려 보니 세 사람 뒤에 어느새 차가운 기질의 미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몸에 우의를 걸쳤으며 머리에는 연화관을 쓰고 있었다. 길고 곧은 눈썹에 눈동자는 보기 드물게 옅은 유리색이었으며 이목구비가 조각처럼 정교하였다.
“사부님.”
이묘진이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였다. 그녀는 냉엄한 미인 앞으로 황급히 다가가 말했다.
“사부님, 어째서 하산하신 겁니까? 어찌 이곳에 계셔요? 2년 동안 보지 못해서 제자가 아주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인연입니다.”
빙이원군은 그녀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너를 추적해 온 것이다. 비연 여협객이 어디를 가든 명성을 떨치니 찾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희비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네 말만으로도 네게 3년 동안의 면벽(*面壁: 벽을 마주하고 좌선하다)이라는 벌을 내려도 지나치지 않겠구나.”
설령 10년 동안 떨어져 지낸다고 해도 천종 문하생은 만나면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해야 했다.
이묘진은 혀를 내두르더니 말했다.
“저는 지금 아직 수련하는 중이잖습니까. 저는 3품 전에 태상망정의 이치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황급히 사부에게 친구를 소개하였다.
“이 분은 인종이 기명한 제자 초원진으로, 본래 대봉의 장원랑이었습니다. 이 분은 청룡사의 무승 항원입니다.”
빙이원군은 냉담한 눈빛으로 그 둘을 쳐다보았다.
“검태(*劍胎: 막 만들어진 검을 일컫는 말)와 사리자군.”
네 사람은 탁자에 앉았고, 빙이원군은 담담하게 말했다.
“산에서 내려와 2년 동안 떠돌았으니 태상망정을 깨달았겠지?”
이묘진은 눈동자를 마구 굴리더니 말했다.
“아, 이건…… 아직 노력 중입니다.”
빙이원군은 냉담하게 말했다.
“손을 내밀어라.”
이묘진은 망연하게 하라는 대로 했다.
옅은 금색 빛이 빙이원군의 소매에서 나와 이묘진의 양손 손목을 단단히 동여맸다.
“박영삭(縛靈索)?”
이묘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렇게 전개될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해 경악했다.
“사부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빙이원군은 냉담한 표정이었고, 어조 역시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천존의 법지를 받들어 이묘진을 붙잡아 돌아가 천종 경전을 다시 연구한다.”
초원진과 항원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순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를 상태가 되었다.
“왜요?”
이묘진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빙이원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천종의 제자는 정을 잊고 욕심을 버려야 하는 법. 비록 속세에서 단련하지만, 너무 많은 인과를 물들이면 안 된다. 천존께서는 네가 천종의 교의를 빗나갔으니 다시 경전을 연구해야 한다고 여기신다. 확실히 깨닫는 때가 네가 풀려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