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8
758화. 영흥(永興) (1)
허칠안은 1:1 채팅을 마치자, 등을 돌리고 지서 파편을 거둔 뒤 돌아서서 공동묘지 밖으로 걸어갔다.
모남치는 암말 등 위에 앉아 있었고, 품에는 흰 여우를 안고 있었다. 허칠안은 말을 끌고 이영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갔다. 꼭두각시 항음은 앞에서 걸었다.
“천종의 태상망정은 어찌 된 일인가?”
허칠안이 갑자기 물었다.
‘전에 평주에 있을 때 내가 네 꿈속에서 말한 적 있지 않니……?’
이영소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잊힌 사람처럼 조용히 감정에 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말 같은 말을 하는 편이 가장 좋을 거야!’
허칠안은 그를 흘겨보았다.
“사실 간단합니다. 천종 경전의 기재와 제 자신의 이해에 따르면 태상망정은 ‘망(忘)’에서 비롯됩니다. 왜 ‘망’일까요? 잊는 건가요? 아닙니다. 무정인가요? 이것도 아닙니다.”
이영소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정이 있지만 정을 초월하는 겁니다. 정에 끌리지 않고 정에 묶이지 않으며 초연하게 굽어보는 단계에 이르는 거죠. 제가 예를 들겠습니다. 천하의 백성을 구하는 것과 한 사람을 구하는 것 중에 선배님은 어떤 선택을 하실 겁니까?”
‘갑자기 철학적으로 구네…….’
허칠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함부로 대답했다가는 자신의 성격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이영소는 잠시 기다리다가 곧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당연히 한 사람을 버리고 창생 구제를 선택할 겁니다. 만약 그 사람이 가족이나 벗,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창생을 버리고 한 사람을 구하겠지요. 왜? 그가 선택할 때 ‘정’에 얽매이기 때문입니다. 태상망정한 사람은 한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창생 구제를 택할 겁니다. 설령 이 사람이 가족이라고 해도요.”
허칠안은 생각하면서 말했다.
“그럼 이묘진이 정의를 바로잡고 천하의 창생을 1순위로 두는 게 어찌 태상망정이 아니란 건가?”
“아니죠!”
이영소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행하고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겁니다. ‘정에 얽매임’을 여실히 드러내죠. 그녀의 정의감은 그녀가 악당을 제거하도록 재촉합니다. 그리고 만약 사매가 정말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제가 감히 장담하는데 그녀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창생을 버릴 겁니다.”
“그럼 자네는 길을 제대로 걸은 거군?”
허칠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요!”
이영소는 아래턱을 치켜들었다.
뒤이어 그는 서겸의 눈빛이 약간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천종 성자는 간담이 서늘하여 물었다.
“선배님 무슨 까닭으로 저를 그렇게 보십니까?”
허칠안은 웃으며 말하지 않았다.
“선배님의 눈빛을 보니 저 굉장히 불안합니다.”
이영소가 캐물었다.
허칠안은 여전히 웃음 지을 뿐 달리 말은 하지 않았다.
만약 태상망정이 1+1은 몇인가 하는 수학 문제라면, 이묘진의 대답은 ‘3’이고 천종 성자는 옆에서 하하하 비웃으며 말할 것이다.
“멍청이, 분명히 9잖아.”
뒤에 있던 수학 선생님이 교편을 쥐고 사악한 웃음을 짓는지 전혀 모르고 말이다.
허칠안은 일단 시간을 끌어서 이묘진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는 칠절고가 한 단계 더 오를 때까지 시간을 끈 다음에 그녀를 어떻게 구할지 다시 고려하려 했다.
그는 일단 이영소를 잘 ‘통제’해서 천종 고수와 변죽을 울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천고의 ‘두전성이(斗轉星移)’ 능력은 천기 차단보다 더 강한 은폐 수단이었다.
그가 충분한 실력이 생기고 충분한 준비를 마치면 이영소를 내던져 미끼로 삼을 수 있었다.
‘만약 잘 조작한다면, 나는 천종의 힘을 빌려 불문과 무신교 그리고 허평봉에게 맞설 수 있어…….’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물었다.
“참, 영사(令師)의 수련 경지는 어떠한가?”
“3품 양신이요.”
이영소가 말했다.
‘좋아…….’
허칠안은 웃었다.
그는 걷다가 갑자기 먼 곳에 무너져 내린 깊은 구덩이를 보았다. 그러자 그는 한편에서 꿈틀대는 악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나 가서 일을 좀 처리할 테니 먼저 객잔으로 돌아가시게.”
사람들은 의심하지도 묻지도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흰 여우는 모남치의 품에서 손을 뻗어 작은 발을 내밀고 흔들었다.
허칠안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뒤,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깊은 구덩이를 뚫고 들어갔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 *
청주 국경의 한 소도시, 광한군(廣漢郡) 성에서 가장 좋은 주루인 ‘향산거(香山居)’, 별실 안. 희현은 번데기 튀김 한 접시를 받친 채 아주 기쁘게 먹었다.
“맛있네. 보기에는 별론데 먹으니까 다른 풍미가 있어. 원상 동생, 한 접시 먹을래?”
허원상은 보기 좋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더니 한참 동안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방금 들은 말이 입맛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널찍한 별실 안에는 총 7명이 있었다. 미인 허원상, 습관적으로 정색하는 엄숙하고 냉혹한 허원괴, 그리고 이번 대오의 핵심 인물인 희현.
이 세 사람 외에 나머지 네 사람 중 가장 왼쪽에 앉은 이는 차례대로 풀을 먹여 하얘진 장포를 입은 초엽 도사였다. 그는 염소 수염을 기르고 머리가 희끗희끗하며 눈가의 주름살이 깊었다.
초엽 도사는 구름처럼 떠도는 도사로 산(山), 의(醫), 상(相), 명(命), 복(卜)을 전부 정통했다. 반평생의 정력을 전부 ‘사도’에 바쳐 자신의 수련 경지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강호에서 난잡하게 배우고 경험이 풍부한 노인네는 화경 무사보다도 강했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다채로운 빛깔이 알록달록 뒤섞인 장포를 걸친 몹시 여윈 남자가 있었다. 걸환단향(乞歡丹香)이라고 하는 이자는 심고부의 방랑 독술사로 운주에 있을 때 백성을 괴롭히는 향신을 우연히 마주치자 독고를 조종하여 온 집안을 소멸했더랬다.
그의 극단적인 성격만 보아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운주 관아에서 지명 수배를 내렸다. 그는 후에 우연한 기회로 잠룡성에 들어가 성주부 객경이 되었다.
걸환단향 왼쪽은 매우 아름다운 자태의 요염한 여인이 있었다. 갸름한 얼굴, 새빨간 입술, 초롱초롱하고 고운 왕눈은 마치 사람을 꾀는 듯했다. 그녀는 초겨울에도 어깨, 허리 그리고 다리를 드러낸 가벼운 망사 치마를 입고 성숙한 여인의 유혹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마지막 한 사람은 신분이 특수했다. 그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외형은 용감하고 힘이 세며 위엄 가득한 건장한 남자였지만, 본체는 백호 한 마리였다.
그는 국사 허평봉이 키운, 스물여덟 개 별자리 조직의 우두머리 넷 중 하나인 백호였다.
이 네 사람은 전부 몸에 남다른 재주와 뛰어난 수완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허원상이라는 술사의 존재가 덕택에 대오 전체에 거의 단점이 없었다.
심고사 걸환단향이 웃으며 말했다.
“청주 서부는 남강과 인접해 있어 이렇게 먹는 방법은 우리 남강이 전수한 것이지요. 허나 중원 사람이 더 중시하는 건 기름에 튀기거나 향신료로 비린내를 제거하는 거지요. 남강 사람은 이런 걸 먹을 때 대부분 날것으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삶아서 기껏해야 소금을 좀 더 뿌립니다.”
희현은 빠르게 한 접시를 다 먹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축이더니 개탄했다.
“자양거사는 역시 유가 정통답게 청주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리는군요. 잠룡성이 유가 정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대업을 어찌 걱정하겠습니까? 원괴, 국사께서 왜 유가를 찾지 않는 거니?”
융통성 없고 무정한 소년은 이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허원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대봉의 운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유가는 운명을 가장 중시하고, 운명에 대해 가장 잘 알지요. 유가가 나선다면 이는 왕조의 기운이 이미 다했음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그해 전종 대유가 대주 용맥을 부수고 대주의 마지막 운명을 끊었지요. 그해 무종 황제가 반역을 꾀했을 때 유가는 돕지도 않고 막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사실 좋은 일이에요. 이번에 유가가 마찬가지로 수수방관할 거라는 의미입니다. 외삼촌이 제위에 올라 대봉을 빼앗으면 유가가 우리를 위해 쓰이지 못할까 봐 두려운가요?”
회현이 엄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원상 여동생이 만약 남자의 몸이었다면 재상이 되는 것도 문제없지.”
허원상은 냉담한 표정을 내보일 뿐 말을 잇지 않았다.
회현은 아래턱을 문지르고 억지웃음을 짓더니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제 영위(影衛)의 밀고를 받았는데 첫 번째 용기가 뇌주 삼화사에 나타났다고 하네요. 부도보탑 안에 붙어 있었대요. 수일 전, 뇌주 강오 인사가 이 일로 삼화사와 충돌이 발생했고요.”
영위는 잠룡성에서 키운 밀정 조직으로 중원 13주(州)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전문적으로 정보 수집을 책임지고 있어 야경꾼의 첩자와 성질이 비슷했다.
허원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결과는 어떻고요?”
회현이 ‘쯧쯧’ 소리 내더니 말했다.
“이 일에 참여했던 뇌주 무사의 폭로에 따르면 용기는 사천감 손현기와 서겸이라는 자가 빼앗아 갔다더구나. 부도보탑도 같이 말이야. 음, 도난 금강과 이이포의 코앞에서 빼앗아 간 거지.”
손현기가 그 당시 없앤 건 부도보탑과 탑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존재’였다. 그러나 그 강호 인사가 떠나면서 사람들의 시야에 ‘노출’되었고 천기 차단 법술이 저절로 깨졌다.
그날 허평봉이 경성의 많은 사람이 주시하는 가운데 나타나면서 천기를 차단한 법술이 바로 효력을 잃었듯이 말이다.
초엽 도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가 예측한 대로 사천감이 용기를 수집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보다 진도가 더 빨라 이미 아홉 개 용기 중 하나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불문도 역시나 용기를 수집하고 있어요. 반드시 무신교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 물이 굉장히 탁하군요. 서겸은 어떤 인물입니까?”
만화루의 류홍면(柳紅棉)이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이 탁하면 물이 탁한 대로 장점이 있지요. 서로 다투는 틈에 어부지리를 얻는 겁니다.”
“홍면 낭자의 말이 맞아요.”
희현이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뒤이어 초엽 도사에게 대답했다.
“영위가 이자의 내력을 조사해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자는 독에 능하다는 것만 알지요. 아마 고족 사람일 겁니다.”
사람들은 즉시 걸환단향을 쳐다보았고, 심고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분명히 중원 사람의 이름입니다. 용모도 위장할 수 있지요. 하지만 3품 둘의 손에서 용기를 빼앗을 수 있었다니 이 자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신분을 추측해낼 수 있나요?”
회현이 물었다.
걸환단향은 고개를 저었다.
“고족의 고술은 비록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어쨌거나 예외는 있는 법이지요. 예컨대 정고부의 족인은 이민족 사람들을 괴롭혀 그들을 억지로 붙드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몸에 정고가 있는 자들은 스스로 원하거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고족에 남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고술을 익히게 됩니다. 일단 도망치면 고술도 각지에 전해지게 되지요. 4품 이하는 전부 가능성 있습니다. 고족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요.”
백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허칠안일 가능성은?”
허원상과 허원괴는 눈썹이 동시에 치켜 올라갔다.
회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거 없는 추측은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걸환단향이 덧붙였다.
“고술을 수행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릴 때부터 본명고를 심어야 하죠. 그 허칠안은 무사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고술을 수련하여 어느 정도의 소양을 지니기란 불가능해요.”
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