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59
759화. 영흥(永興) (2)
류홍면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애석하군. 듣자 하니 허칠안 이 자는 풍류가 대단하고 여색을 좋아하여 경성 교방사의 단골손님이라던데. 만약 그였다면 내 미인계는 십중팔구였을 거야.”
허원상이 비웃었다.
“어리석긴, 그가 여인을 보느라 길을 잘못 들 사람인가?”
류홍면은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요염하고 매혹적이었다.
“내가 그의 무언가를 도모할 필요는 없어. 나는 그와 잠자리를 갖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엇, 원상 동생이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네. 언니가 이해했어. 알고 보니 너도 허 은라를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있었구나.”
퍽!
허원상이 탁자를 치고 일어나 화를 냈다.
“뭐라는 거야!”
이 객경들은 허칠안의 신세를 전혀 알지 못했다.
회현은 웃으며 야유하였다.
“홍면 낭자가 허칠안과 자고 싶다면 경성에 그를 찾으러 가도 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옹주에 다녀와야 해요.”
“옹주?”
초엽 도사가 반문했다.
“옹주에서 조만간 무림대회를 열 겁니다. 듣건대 현지 강호 대세력, 공손가와 용신보가 연합하여 개최하여 옹주 고수들의 순위를 매긴다더군요. 무릇 명성을 떨치고 싶은 사람은 전부 옹주에 갈 겁니다.”
회현이 말했다.
초엽 도사는 문득 깨닫고 수염을 어루만지며 크게 웃었다.
“그때 가면 이 사람들 중에서 용기가 몸에 붙은 자들을 선별할 수 있겠군요.”
* * *
양천환은 사천감 지하의 어느 방 입구에 앉아 뒤통수로 방 안에 있는 종리를 겨누며 나지막이 말했다.
“종 사매, 사매와 함께 있지 않겠네. 스승님께서 이미 나를 내보내겠다고 약속하셨어.”
머리가 산발인 종리는 어리둥절하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 사형은 군주를 시해하겠다는 생각을 버렸나요?”
양천환은 콧방귀를 뀌었다.
“잠시 황제 놈이 며칠 득의양양하도록 놔두겠어. 추후에 만약 원경의 전철을 다시 밟는다면 나 양천환이 반드시 경성 삼백만 백성 앞에서 그를 금란전에서 벨 것이야.”
그는 자신이 굴복했기 때문에 스승이 빠져나갈 길을 주어 그를 석방하는 거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어제 태자는 이미 제위에 올랐고, 연호를 ‘영흥’으로 바꾸었다.
“경성 백성들은 금란전을 볼 수 없는데요…….”
종리가 작은 목소리로 삑삑댔다.
“뭐라고?”
양천환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종리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럼 목표를 잃은 것 아닙니까? 나가면 또 무슨 의의가 있나요?”
양천환은 등을 돌린 상태에서도 그녀를 째려보는 기색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어떻게 명성을 떨칠지 진작에 다 생각했고, 상세한 계획도 생겼어. 허칠안 이 자식이 경성에 있지 않으니 절호의 기회야. 이때 궐기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더 기다리겠는가. 그가 나중에 경성으로 돌아오면 경성 백성들은 이미 허 은라를 기억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는 오직 양천환만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양 사형의 어조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종리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상세한 계획이요?”
양천환이 천천히 말했다.
“그동안 반성하면서 나는 드디어 나와 허칠안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네.”
“그 차이가 무엇인데요?”
종리는 표준에 들어맞는 만담의 보조역 같았다.
양천환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종 사매는 허칠안이 언제부터 백성들의 추대를 받았는지 기억하는가?”
종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축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밝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녀는 가볍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 때 큰 사건을 연달아 해결하면서?”
그때 종리는 건물 밑에 ‘진압’된 가련한 사람으로서 아직 허칠안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그녀는 차차 허칠안의 과거를 이해하게 됐다.
“아니네. 경찰 때 그는 한껏 자신을 내세웠지만, 관리 사회에서만 명성이 퍼졌고 시정 백성들은 약간 들은 바가 있을 뿐이었지. 추대를 논할 수는 없었네.”
양천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생동감 있게 얘기했다.
“진정으로 경성 백성들이 그를 기억한 건 불문 두법과 운주행이야. 나중에 채시구에서 칼로 국공을 베면서 명성이 절정에 달했지. 하지만 이것들도 그렇고 나중에 옥양관의 전설 그리고 군주를 시해한 장거도 그렇고 사실 성질은 다 같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짙은 안개 속 배후의 진상을 폭로하는 어조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라는 인상을 덧씌웠네. 그러면 백성들은 자연스레 그를 추대하는 거지. 그가 원경을 죽였네. 아둔한 군주를 벤 거지. 내가 만약 영흥을 죽이면 나는 바로 간신일세.”
종리는 그 말을 듣더니 아주 감동했다. 양 사형이 드디어 깨달았다.
양천환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기에 나는 백성들을 위해 복지를 도모할 걸세. 경성 전체 백성들이 나에게 감지덕지할 게야.”
“그럼 양 사형은 어떻게 할 계획인데요?”
종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경성에 점포 몇 개를 차려서 무상으로 경성 백성을 도울 생각이네. 오랜 시일이 지나면 나는 허칠안을 초월하여 경성 백성들 마음속에 영웅이 될 수 있을 거야.”
양천환은 우렁차고 호쾌하게 말했다.
“양 사형, 정말 대단하세요. 이렇게 좋은 방법을 생각하다니요.”
종리는 그를 대신해 기분이 좋았다.
양천환은 종 사매의 인정과 칭찬을 받자 으스대며 갔다.
* * *
쌩쌩 부는 찬 바람에 잡초가 흔들렸다.
먼 하늘가에 무거운 먹장구름이 겹겹이 굳어졌다. 빠르게 휩쓰는 광풍 사이로 한 일행이 황폐한 산의 오솔길을 걸었다. 말 등 위의 모남치는 여우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꼭 감쌌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허칠안에게 말했다.
“나 좀 추워.”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막 겨울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처마에 이미 서리가 내렸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바닥을 암말의 복부에 대더니 기기를 끊임없이 주입하였다. 그는 지금 이미 정수를 정제하여 적잖은 기기로 바꿀 수 있었기에 8품 연기경이었다.
암말은 주인으로부터 비롯된 기운을 감지하자 유쾌하게 큰 소리로 울더니 고개를 돌려 허칠안의 얼굴을 쓸었다.
“허씨!”
모남치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는 그녀가 말 한 필만도 못하다는 뜻인가?
“추위도 괜찮은 체험입니다. 강호를 거니는데 너무 느긋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허칠안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손을 잡고 기기를 전달했다.
이영소는 두 사람의 상호 작용을 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부인이 별로 예쁘지 않으니 서겸 이 늙은이가 이렇게 싫어하는 거지.’
성자는 자신의 홍안지기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미인임을 떠올리니 약간 우월감이 들었다. 동시에 그는 서겸이 미색을 좋아하지 않는 게 여인과 사귀는 데 서툴러서 그런 건 아닌가 추측하였다.
그의 신분과 수련 경지로 어떠한 미인인들 얻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서 부인은 자태가 평범하기는 해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는 않지. 같이 지낼수록 그녀가 보통 여인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아마 서겸이 그녀에게 장가든 이유겠지…….’
이영소는 남몰래 생각했다.
기기가 하늘을 몇 바퀴 돈 뒤, 모남치는 온몸이 따뜻해지고 심지어는 나른한 졸음기마저 감돌았다. 그녀는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흰 여우를 말 등 위에 놓은 뒤 행낭에서 《대봉지리지》를 꺼내 몇 번 뒤적이더니 순간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슬그머니 침을 삼키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책에서 말하길 상주(湘州)에 두 가지 특색이 있는데 하나는 물귀신이고 하나는 강시래.”
그들이 있는 관내가 바로 장주 관할의 상주였다.
흰 여우는 그 말을 듣더니 두려움에 머리를 움츠리고 모남치처럼 못나게 말을 더듬었다.
“뭐, 뭐라고요? 물귀신이 많다니…….”
허칠안은 불쾌해했다.
“너는 요괴가 물귀신도 무서워하니?”
흰 여우는 한참을 쫄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귀신을 무서워해요.”
이영소가 말했다.
“상주에는 물줄기가 아주 많고, 수로망이 사방에 분포되어 종횡으로 뒤얽혀 있지요. 매년 익사하는 사람이 무수하니 물귀신이 많은 것도 정상입니다. 강시의 경우 말하자면 길어요.”
두 사람과 여우 한 마리가 쳐다보자 이영소가 설명했다.
“대략 180년 전에 상주 서쪽에 갑자기 한 기인이 나타났는데 시체를 부리는 수법이 최고봉이라 강시 13구로 상주를 때려 부숴 적수가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상주에 종파를 세웠지요. 이를 지금까지 전수하고 계승하여 상주의 많은 강호 세력은 시체를 부리는 수법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세력이 시가(柴家)입니다. 시가가 주로 취급하는 게 바로 육체 노동용 강시 노예인데 타향에서 객사한 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무릇 시가가 인수한 시체는 썩거나 악취를 풍기지 않아요.”
허칠안은 암말을 이끌며 물었다.
“이건 무신교가 시체를 부리는 수법인가 아니면 시고부의 수법인가?”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시고부의 수법입니다. 그 기인은 상주 출신으로 젊었을 때 온 가족이 원수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그는 왜인지 몰라도 죽지 않아 원수가 남강에 노예로 팔았고, 고족에서 시체 부리는 법을 배운 겁니다. 수련 경지가 대성한 후로 남강에서 도망쳐 상주로 돌아와 복수하고 종파를 세웠습니다. 이자는 시사명(柴思明)이라고 하는데 바로 시가의 선조이지요. 허나 그가 시체를 부리는 수법에는 단점이 있어 5품 경지까지 수련할 수밖에 없지요. 후에 시가는 무도를 발전시켜 족인은 통상적으로 무사와 독술사 쌍수입니다. 당대 시가의 가주는 고작 5품이지만, 시가는 역사적으로 4품 가주를 여러 명 배출했습니다.”
허칠안은 의아해했다.
“자네 전에 상주에서 떠돈 적이 있는가?”
“아니요.”
“그럼 자네는 이 일들을 어떻게 알지?”
“왜냐하면 제 홍안지기가 마침 시가 사람이거든요.”
이영소는 승자의 웃음을 드러냈다.
‘쒯! 조심하지 않았더니 또 너한테 허세 부릴 기회를 줬군…….’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일이면 상주성에 도착할 수 있네. 시가를 찾아가면 딱 좋겠군.”
이영소는 안색이 약간 변해 슬그머니 허리를 감쌌다.
* * *
바람이 점점 더 세게 불고, 먹장구름이 머리를 내리눌렀다. 곧 폭우가 억수 같이 쏟아질 듯하자 일행은 속도를 냈다. 반 각을 걷다가 말 등 위에 앉은 모남치가 먼 곳을 가리키며 몹시 기뻐했다.
“저곳에 낡은 서찰이 있다.”
흰 여우는 기쁨에 겨워 덧붙였다.
“낡은 사찰이 있어요.”
* * *
낡은 사찰은 길가에 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걸어가니 산신당으로 면적이 꽤 컸다. 생각건대, 어마어마했던 때가 있었을 것 같았다.
썩어 문드러진 사찰 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밀면 무너질 듯했다.
허칠안은 모남치가 말에서 내리게끔 부축하였고, 세 사람과 말 한 필이 사찰로 들어갔다. 문턱을 넘으니 마당 가운데 마른 나뭇가지와 시든 잎이 가득 떨어져 있었고, 옅은 썩은 내가 났다.
사찰 안에 모신 산신 조각상은 기울어져 온통 금이 갔고, 거미줄이 쳐 있었다. 허칠안이 대충 훑어보니 눈짐작으로 이 사찰은 적어도 10년 동안 버려졌던 듯했다.
사찰에는 석탄 재가 몇 군데 있었는데 예전에 이곳에서 묵던 사람이 모닥불을 피운 뒤에 남긴 듯했다.
“아!”
모남치는 갑자기 나지막이 외치더니 남쪽 벽 구석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관, 관이…….”
남쪽 벽에 어두운 빛깔과 광택의 흑단 관이 놓여 있었다. 세월이 꽤 된 듯했다.
등한시한 낡은 사찰에, 오래된 관. 게다가 해 질 무렵에 먹장구름이 머리를 뒤덮고 광풍이 휙휙 소리를 내며 거칠게 부니 아주 섬뜩했다.
호요인 백희조차 영향을 받은 듯 자발적으로 모남치의 품에 안겼다. 두 암컷 생물이 한데 뭉쳐 서로 온기를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