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60
760화. 황폐한 산의 밤비
허칠안은 관을 잠깐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고 이영소를 보며 말했다.
“밖에 가서 장작을 좀 주워오게. 오늘 밤에는 사찰 안에서 버티자고.”
이영소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아주 좋지 않았다.
허칠안은 물건을 비축하는 비단 주머니에서 장포 두 벌을 꺼내 바닥에 깔아 모남치가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그녀가 잠시 기다리니 이영소가 땔감을 안고서 돌아왔다.
양은 충분했다.
사찰 안에서 곧 모닥불이 타기 시작하며 추위를 몰아냈다. 허칠안은 냄비를 받치고 걸쭉한 고깃국을 끓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고기 향이 풍겼다. 모남치도 더는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그릇을 받친 채 고기 탕을 즐겼다.
흰 여우도 한 그릇 놓고 신나게 핥아먹었다.
이때, 허칠안은 귓바퀴를 움직여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사찰 문 입구에서 두 사람 형체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로 그중에 한 남자는 유삼을 입고 유관을 썼으며 책 상자를 짊어졌다. 그는 지식인인 듯했다.
다른 한 남자는 허리에 긴 칼을 차고 검은색 경장을 입고 있었다. 차림새를 보니 무예를 연마하는 자였다.
여인의 경우, 외모가 비교적 괜찮았다. 그녀는 단정하고 간편한 복장이었으며, 긴 머리는 남자처럼 높이 묶었는데 어깨와 등 그리고 목덜미에 꾸밈이 없어 오히려 더욱 섬세하고 약해 보였다.
지식인이 공수하고 읍하더니 말했다.
“형님들, 산길을 찾기 어려운데 우연히 찬비까지 맞닥뜨렸습니다. 사정을 봐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영소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편할 대로 하시오.”
두 남자와 한 여인은 즉시 옆으로 걸어와 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그들은 비를 무릅쓰고 서둘러 온 탓에 몸이 축축했다. 검은색 경장의 남자는 패도를 벗고 구석에 있는 오래된 관을 보면서 궁금해했다.
“사찰 안에 뜻밖에도 관이 있군요. 마침 잘 됐습니다. 저걸 패서 땔감으로 쓰시지요.”
젊은 서생은 안색이 약간 변해 말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왕 형, 불길합니다. 죽은 자를 존중해야 해요. 괴롭히면 안 됩니다.”
모남치는 그 말을 듣더니 작은 손을 털며 소리쳤다.
“내 말이. 쓸데없이 무슨 관을 베나요? 화를 자초하는 것도 아니고.”
곧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졌다. 황폐한 산의 낡은 사찰 안, 모닥불이 사찰 안의 차가운 바람에 휩쓸려 끊임없이 흔들렸고, 사람 형체는 비틀려 벽에 기형적인 윤곽을 그렸다.
검은색 경장의 젊은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무슨 상관이오!”
그는 돌아서서 동료를 향해 중얼거렸다.
“관에 죽은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치도 않잖나.”
이때 용모가 수려한 여인이 말했다.
“죽은 사람이 있든 없든 불길합니다. 왕 형, 우리는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으로 혈기가 왕성하여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저 려 형이…….”
지식인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괜찮네, 괜찮아.”
여인은 고개를 젓더니 일어서서 허칠안 일행 앞으로 걸어가 읍하며 말했다.
“형씨들, 저희가 함께 불을 좀 쬘 수 있겠습니까?”
“앉으시오!”
모남치가 곁눈질로 주시하는 가운데 허칠안은 세련된 태도를 유지할 뿐, 훈남의 웃음을 짓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모닥불 옆에 앉았다. 허칠안은 그들이 솥 안에 든 고깃국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알아차렸다.
“개의치 않는다면 우리가 썼던 그릇을 사용하시오.”
허칠안은 그들의 앞에서 자신에게 물건을 비축하는 법기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식인은 크게 기뻐하여 연신 읍하였다.
성깔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검은색 경장의 남자도 이 말을 듣더니 얼굴빛이 좀 부드러워졌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은 고기탕을 크게 한 모금 마시더니 소매로 입술을 닦고 말했다.
“소녀는 풍수(馮秀)로, 매화검파(梅花劍派)의 제자입니다.”
그녀는 검은색 경장 남자를 쳐다보더니 소개하였다.
“그는 왕준(王俊)으로 송운종(松云宗) 제자입니다. 저희 두 사문은 대대로 사이가 좋지요. 이 려 형은 저희가 산에서 우연히 만난 벗입니다.”
지식인은 화제를 이어받아 말했다.
“소생 려위(吕韋)로 청산군(靑山郡) 인사입니다. 새로운 군주가 제위에 올라 내년에 은과(*恩科: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실시하던 과거)가 열릴 테니 유학할 작정으로 경성에 가고 있습니다.”
‘태자가 제위에 올랐군…….’
허칠안은 멍했다.
이는 대봉에 좋은 일이었다.
원경이 도를 닦는 유일한 장점이 바로 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황자들이 황위를 다투어 정세가 더 혼란스러워지고 더 나빠졌을 터였다.
이영소가 참견했다.
“두 분은 한패가 되어 강호를 누비는 겁니까?”
풍수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곧 그녀는 온유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시가 고고(姑姑)의 부름을 받아 도마대회(屠魔大會)에 참가하러 상주에 온 겁니다.”
* * *
빗물이 처마 끝을 따라 흘러내려 띄엄띄엄 물발을 형성하였다가 찬 바람이 불면 휘청대면서 들어갔다.
상주는 서남쪽에 위치하여 겨울철에는 한랭하고 건조한데 비가 올 때는 음침하고 습하여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모닥불에 둘러앉았다. 충분한 땔감과 맹렬한 불길이 비 오는 밤의 처량함을 몰아냈다.
“시가 고고(姑姑)가 소집한 도마대회?”
이영소는 표정이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캐물었다.
“도마대회? 누구를 도살합니까? 시가에 무슨 일이 발생했나요?”
허칠안은 모닥불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왜 천종이 성자와 성녀를 함께 잡아가려는 건지 이해했다.
이묘진이 행하는 의로운 일은 천종의 눈에 꼭 잘못은 아니었다. 그녀의 진정한 잘못은 부푼 정의감과 ‘정’에 얽매이는 데 있었다.
같은 이치로 이영소의 진정한 잘못은 그가 여기저기서 여인과 잠자리를 하는 데 있지 않았다. 성자가 만약 잠자리가 끝난 후 무정하게 굴었다면 어쩌면 천종은 그의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귀찮아했을지도 몰랐다.
모든 것을 쏟아 내어 주고받은 여인에게 전부 감정을 품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과연 이 자식은 시가와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형씨는 장주 인사가 아닌가 보네요?”
풍수는 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상주는 장주에서 관할하는 주다. 그녀가 바로 장주 인사가 아니라는 걸 짚어냈다는 건 소위 도마대회가 이미 상주에 국한되지 않고 장주 전체가 다 알고 있다는 의미인가?’
허칠안은 추측을 한 뒤 이영소가 웃으며 대답하는 말을 들었다.
“저희의 이번 목적지는 옹주입니다. 가는 길에 상주를 지나칠 뿐이지요. 이 지역의 일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합니다.”
풍수는 문득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이영소의 더할 나위 없이 준수한 얼굴을 몇 차례 훑더니 말했다.
“시가에서 보름여 전에 큰일이 났습니다. 가주인 시건원(柴建元)이 저택에서 살해당했는데 살해한 자는 그의 양자 시현(柴賢)이었습니다. 이 자는 그에게 태산과 같은 은혜를 베푼 의붓아버지를 죽인 뒤 또 저택에서 수십 명을 미친 듯이 연달아 죽였습니다. 그렇게 죽이고 나가더니 그 후로는 소식이 끊겼습니다.”
“시현…….”
이영소는 중얼거리며 이 이름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그는 마치 이 자가 낯설지 않은 듯했다.
허칠안은 장작을 한 덩이 추가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낭자의 말뜻을 들어보니 이 시현이 아직 떠나지 않고 여전히 장주 관내에 있다는 것이오?”
‘이 자는 아주 예리하군…….’
풍수는 다소 의아해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귀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시현은 사람을 죽인 뒤 장주에서 도망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며 누군가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모함하는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고 큰소리쳤지요. 하지만 그 후에 장주 각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상주가 가장 심각했죠. 그가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달구는 걸 직접 본 사람도 있습니다. 먼저 죽인 건 전부 강호인이었는데 나중에는 평범한 백성들조차 그의 잔혹한 수단에 걸려 상주 관아가 이 일에 개입하였지요. 시 고고(姑姑)는 이 기회에 ‘도마대회’를 열어 장주 각지의 강호 인사를 상주로 불러 관아와 연합하여 함께 시현을 토벌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검은색 경장의 왕준이 콧방귀를 뀌었다.
“사악한 마귀가 백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했으니 누구든 그를 붙잡아 죽여도 됩니다.”
서생 려위는 말없이 침묵하면서 슬그머니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허칠안은 물주머니를 떼어 한 모금 마시더니 흰 여우의 그릇에 물을 추가했다. 흰 여우는 부드러운 혀를 내밀더니 말없이 핥았다.
흰 여우는 진중하고 우아했다. 여우는 털 색이 밝으며 조금의 티끌도 묻지 않았다. 게다가 조그마한 게 영롱하고 귀여워 여인의 마음을 구슬리는 데 가장 능했다.
풍수는 흰 여우를 뚫어지게 주시하면서 흐뭇해했다.
“아주 예쁜 흰 여우네. 제가 안아봐도 될까요?”
흰 여우는 고개를 들어 말을 하고 싶었다. 안 돼!
모남치가 한발 앞서 흰 여우를 안고서 내친김에 그것의 입을 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안 돼요!”
풍수는 실망한 얼굴을 했다.
검은색 경장의 왕준은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여인이 퇴짜 맞는 걸 보자 콧방귀를 뀌었다.
“여우 한 마리일 뿐인데 뭐 희한할 게 있다고. 풍 사매, 내일 비가 그치면 내가 산에 가서 한 마리 잡아 줄게.”
풍수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번거롭게 굴 필요 없습니다.”
그녀는 그저 흰 여우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안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한 마리를 키우려고 한다면 그럴 여력과 흥미는 없었다.
그녀는 말을 하는 사이 또 무의식적으로 이영소를 쳐다보았다가 상대방과 눈빛이 마주쳤다. 품위 있고 준수한 이 남자가 뜻밖에도 그녀를 향해 눈을 찡긋하였다.
풍수는 즉시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괜스레 가슴이 떨리고 얼굴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아이고, 이 빌어먹을 매력…….’
이영소는 마치 지위가 높고 권력이 센 절세 강자처럼 탄식하였다.
그런 뒤 그는 서겸의 전음을 들었다.
“그 시가 고고가 자네 정인인가?”
‘어떻게 알았지…….’
이영소는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못 했다. 하마터면 입을 잘못 놀려 반문할 뻔했다.
“제가 말했던 게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그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자네가 시가 살인 사건을 듣고 놀라기만 할 뿐 걱정하지는 않더군. 이는 자네가 자신의 정인에게는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는 걸 의미하지. 그래서 나는 그녀가 시가 고고라고 추측했네.”
허칠안이 말했다.
“선배님, 아주 날카로우시군요!”
이영소가 전음으로 말했다.
“자네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가?”
허칠안이 전음으로 물었다.
이영소는 회상하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제가 예전에 묘진 사매와 장주에 왔다가 우연히 시가 사람과 사귀게 되었지요. 그 당시 대오를 이끌던 건 자정향 같이 수색이 만연한 여인이었습니다. 불쌍한 마음이 들더군요. 장주는 물줄기가 발달하여 저희는 유람선에서 만났습니다. 그해 초봄, 살구꽃이 만개하고 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그녀는 녹색 긴 치마를 입고 기름종이 우산을 쓰고 배 가장자리에 서서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당시 남편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의기소침했어요. 저는 그녀에게 술을 마시고 온갖 시름을 잊자고 청했습니다. 그녀는 처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냉담한 태도를 취하더니 나중에는 귀찮았는지 악담을 퍼붓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