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61
761화. 혈시(血尸)
‘남, 남편을 잃었다고? 네가 조적(*曹賊: 중국 인터넷 소설 주인공)과 뭐가 다르니?!’
허칠안은 깜짝 놀랐다.
“나중에 그녀가 말하길 장주에 천절곡(千絶谷)이라는 골짜기가 있다더군요. 골짜기에 이상한 짐승 한 쌍이 있대요. 암수가 지금껏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들의 우리 근처에는 ‘백수(白首)’라고 불리는 기이한 꽃이 자라고 있는데 만약 이 꽃을 얻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서로 의지하며 백년해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제가 그 꽃을 꺾어올 수 있다면 그녀가 저와 함께 술을 마시겠다고 했지요.”
허칠안은 여기까지 들었을 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 꽃을 얻어 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성자는 고개를 저었다.
“천절곡에는 확실히 이상한 짐승 한 쌍이 있었는데 흉악하기 짝이 없었죠. 신마의 혈통이 있어 5품은 둘째 치고 4품 고수도 가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암수의 우리 근처에도 그런 꽃은 없었고요. 그녀가 절 속인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가서 흉악한 짐승 두 마리와 한바탕 대전을 치러 그들의 꼬리털을 뽑고 중상을 입힌 뒤 도망쳤습니다. 제가 그녀를 찾아가 꼬리털을 그녀에게 건넸고 그런 뒤 갔습니다.”
‘이렇게 갔다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군…….’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후에는?”
이영소는 ‘헤헤’ 소리 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그녀가 쫓아와서 제게 묻더군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자기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골짜기에는 소위 기이한 꽃도 없었고, 그녀가 저를 속인 것도 확실히 알면서 말이죠. 그런데 왜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는지요. 저는 ‘아름다운 낭자, 낭자와 사랑에 빠진 건 제 평생 변치 않을 마음입니다. 낭자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 제가 꿈속에서도 바라는 소망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 감정은 하류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리 없고, 높은 산이 무너진다고 해서 묻힐 리도 없습니다. 설령 낭자는 농담이었다고 해도 저는 목숨을 바쳐 시도하길 원합니다. 다만 애석한 것은, 제가 낭자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라고 말했지요. 그녀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제 품속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것 참, 실례지만 천종이 아직도 제자를 거둡니까? 제가 가서 몇 년 연수하고 싶네요…….’
허칠안은 쌀쌀맞게 전음으로 말을 끊었다.
“충분하네, 본론을 얘기하게.”
이영소는 아직 흥이 다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전음으로 말했다.
“그 시현을 저는 몇 번 만난 적 있습니다. 천성이 선량한 사람이지요. 의붓아버지를 죽이는 악행을 저지를 나쁜 놈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어쩌면 다른 속사정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허칠안은 머릿속이 온통 아버지를 죽였다는 생각에 차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하게.”
“저 시가에 가서 그녀를 좀 보고 사건의 경위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이영소는 상대를 떠보았다.
그가 보기에 서겸은 온화함 속에 도회적인 기운이 묻어 있는 사람이었다. 서겸이 쓸데없는 참견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기에, 이영소는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짐작할 수 없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을 넘기면 안 되네.”
‘그가 승낙했다니…….’
이영소는 속으로 기뻐했다.
* * *
밤이 점차 깊어지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사람들은 가부좌를 틀거나 옆으로 누워 처량한 밤에 휴식을 취했다.
모닥불이 어두워지면서 시뻘건 숯이 열을 발산하며 한기를 몰아내려고 애썼다.
고요한 밤, 희미한 불빛에 그림자가 일그러졌다. 남쪽 담 모퉁이, 그 오래된 관의 판이 소리 없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젖혀졌다.
검푸른색의 손이 관 속에서 나오더니 새까만 손톱으로 관 가장자리를 눌렀다.
콰당!
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관 뚜껑이 갑자기 젖혀지더니 바닥에 묵직하게 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한 사람 형체가 관에서 꼿꼿이 일어났다. 그는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는 듯했다.
거대한 울림이 황량한 사찰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을 깨웠다. 검은색 경장의 남자 왕준, 그리고 간편한 옷차림의 민첩한 풍수가 가장 먼저 깨어나 무의식적으로 곁에 있는 무기를 쥐었다.
째쟁!
칼과 검이 동시에 칼집에서 나왔다.
모남치는 며칠 동안 장거리를 바쁘게 오가느라 매우 지친 상태였다. 그녀는 시끄러워 잠에서 깬 뒤 눈가를 비비더니 눈을 떴다.
왕준과 풍수는 무기를 쥐고 사람들을 등진 채 남쪽의 관을 쳐다보았다. 그 섬뜩한 관에서 한 사람 형체가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 숨어 대략적인 윤곽만 제대로 보일 뿐이었다.
쌍방이 대치하는 듯했다.
이때 관에 있던 사람 형체가 천천히 관을 뛰어넘었다. 그가 도약하는 자세는 아주 이상했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지 못하는 듯 뻣뻣하게 뛰었다.
불빛이 그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흰 눈동자에 검푸른색 피부는 다 짓물렀고, 머리카락은 성겼다. 그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고 몸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게 어디 사람인가. 그는 분명히 움직일 줄 아는 시체였다.
모남치는 눈동자가 약간 풀어지더니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몇 초 뒤, 높은 데시벨로 비명을 질렀다.
“악……!”
“꺄악!”
흰 여우도 앳된 여자아이의 비명 소리를 내더니 사람처럼 일어나 앞발로 허칠안의 종아리를 끌어안고 벌벌벌 떨었다.
비명 소리가 시체를 자극한 듯 시체는 입에서 섬뜩한 비명을 지르더니 두 다리를 튕겨 사람들을 덮쳤다.
“끄악!”
서생 려위가 비명을 지르더니 놀란 나머지 구석으로 도망쳤다.
“혈시(血尸)다!”
검은색 경장의 왕준은 나지막이 외치더니 장도를 세워 혈시를 반으로 가르려 했다.
“혈시는 산 사람의 정혈을 삼켜 생존하는 부정한 물건입니다. 혈시 위가 철시(鐵尸)인데 철시의 방어력은 6품 동피철골에 버금갑니다. 그해 시가 선조가 바로 철시 13구에 의존하여 상주를 무적으로 제패한 거죠.”
이영소가 전음으로 설명했다.
혈시는 두 손을 모아 칼날을 잡았다. 왕준은 힘껏 몇 차례 뽑았지만 뜻밖에도 뽑지 못했다.
이 시체의 역량은 그의 상상을 훨씬 능가했다.
“아이고!”
풍수는 귀엽게 책망하더니 빠르게 걸어가 혈시의 가슴 정중앙을 그대로 걷어찼다. 퍽! 먼지가 일었다.
혈시는 몸이 새우처럼 굽어졌지만, 두 다리는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내 혈시는 몸을 내밀어 풍수를 날려 보냈고, 뒤이어 몸을 가로로 한 채 팔을 흔들어 왕준을 쓸어버렸다.
풋내기 두 젊은 남녀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넘어졌고, 고통으로 신음이 그치지 않았다.
왕준은 혈시에게 팔을 맞아 팔뚝뼈가 부러졌다. 그는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한편으로는 힘을 모아 완화시키고 한편으로는 패도를 집어 계속해서 전투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다리가 풀리더니 단전이 칼처럼 뒤틀렸다.
“아…….”
다른 한편, 풍수도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 듯했다. 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무력해졌다.
‘중독됐다…….’
왕준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문득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왕형, 풍 낭자, 역시 명문파 출신의 고수답군요. 내 연근산(軟筋散)에 중독됐는데 이제야 발작하다니요.”
구석에서 서생 려위가 빙그레 웃으며 그림자에서 걸어 나와 모닥불 옆으로 왔다.
그는 여전히 용모가 빼어났지만, 전과 같이 온화하지는 않았다. 불빛에 비친 모습은 심지어 좀 흉악하기까지 했다.
“당신이야?!”
풍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신이 시체를 기르는 사람이었다니. 어쩐지 방금 내가 관을 내리찍지 못하게 했던 게 아직 독을 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까?”
왕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칼을 짚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려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내 이 혈시는 아직 대성하지 않았지요. 비록 당신 둘을 죽이는 데는 문제 없지만, 당신들이 만약 도망치고 싶다면 혈시는 쫓아가지 못할 겁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지?”
풍수의 수련 경지는 아직 왕준만 못했기에 그녀는 이미 일어설 수 없었다.
려위가 마침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모닥불 옆에 가부좌를 틀고 무력하게 움직이던 청의 남자가 말을 이어받았다.
“당연히 혈시를 제련하여 수련 경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오.”
려위는 그를 몇 차례 자세히 살피더니 그가 그저 보통 사람임을 확신하고선 위협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허칠안이 또 말했다.
“그래서 그대가 서생으로 위장하여 근처를 배회하다가 길을 지나던 행인을 속인 것이오? 이전에 모닥불을 태우고 남은 재가 적지 않은 걸 보니 사람을 많이 해쳤겠군.”
풍수와 왕준은 안색이 순식간에 보기 안 좋아졌다. 그들 둘이 바로 속은 행인이었다.
려위는 미소를 지으며 청의 남자를 다시 자세히 살폈다.
“이 길에서 자주 인명 피해가 생기는데 관아에서 관리하지 않습니까?”
이영소는 모닥불을 가지고 놀며 물었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 시현이 도처에서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달구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쑥덕거리고 있지요. 우리 같은 산수는 그저 그의 뒤를 따라 탕을 마실 뿐이지. 어쨌든 죄를 그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입니다.”
려위는 음침한 눈빛이었는데,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길 원치 않는 듯했다.
“먼저 당신들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제사를 지내야겠습니다.”
그는 혈시를 조종하면서 이영소를 향해 걸어갔다.
‘왜 첫 번째로 죽는 사람이 나지? 설마 내가 너무 잘생겨서?’
이영소는 약간 화가 났다.
“평범한 사람의 정혈은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 날을 거듭하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있지요. 제가 보니 여러분은 건강해서 보통 사람 중에 기혈이 아주 왕성한 편입니다.”
려위가 말하는 사이 혈시는 이미 이영소 앞까지 튀어 올라 냄새가 코를 찌르는 입을 벌렸다.
이영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옆으로 돌려 피했다. 그는 내친김에 일어서서 머리를 묶는 옥잠을 벗어 가볍게 내던졌다.
옥잠이 전기처럼 발사되어 혈시의 얼굴 반쪽을 관통했다. 옥잠 끝에는 시고가 꽂혀 있었다.
혈시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더는 기척이 없었다.
“뭐야?!”
려위는 눈동자가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했다. 그가 여러 해 동안 고생하여 제련한 연기경보다 더 강한 혈시가 뜻밖에도 이렇게 단순하게 상대방에게 제거당했다.
충격, 경악, 믿기 어려움 등의 감정이 가장 먼저 치밀어 올랐고, 뒤이어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식은땀이 솟구쳤다.
그는 자신이 진정한 고수를 맞닥뜨렸다는 걸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아마 다음 순간, 그는 혈시처럼 완벽하게 시체로 변할 것이었다.
풍수와 왕준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다시 살아나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망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순전히 구사일생했기에 기쁨으로 가득 찬 왕준에 비해 수려한 풍 낭자는 이영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그가 이렇게 강했구나…….’
허칠안은 손을 흔들어 옥잠을 빨아들이더니, 비녀 끝의 고충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변이한 시고는 전형적이지 않지.”
그가 말을 할 때 려위의 표정에 일련의 변화가 생겼다. 그는 마침내 결심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려 시도했다.
슉!
옥잠이 휙휙 소리를 내며 서생 려위의 가슴을 관통하였다. 그가 검붉은 색의 선혈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려위가 지푸라기처럼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풍수와 왕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셔 가슴속에서 복받치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깍듯한 어조로 말했다.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