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65
765화. 쓰레기 남자의 자아 수양
고양이는 네 다리에 두툼한 발바닥을 지녔기에 평지에서 달려도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설령 귀와 눈이 영민한 고수라고 해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황갈색 고양이가 달리는 기척을 포착할 수 없었다.
물론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를 신경 쓸 리는 없었다.
허칠안은 시부에 반나절 머물렀기 때문에 시행의 거처에 대해 대략적인 위치만 알 뿐이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아무런 목적 없이’ 안뜰에서 걷다가 서기를 반복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시행의 규방인 사합원을 찾았다. 주실의 곁채 안에서 촛불이 흔들렸다.
황갈색 고양이는 처마 밑에서 천천히 걸어 문 옆으로 다가가 귀를 쫑긋하고 주의 깊게 들었다.
“이랑, 사실대로 제게 말해주세요. 상주로 돌아온 게 정말 저 때문인가요?”
촛불이 환하게 비추는 침실 안, 행아의 도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당연하지!”
이영소는 나지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소. 걱정하는 이가 있으면 멀리 갈 수 없다고. 설령 아득히 먼 곳에 있다고 해도 조만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 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오.”
“그럼 제게 맹세하세요. 앞으로는 저를 떠나지 않겠다고요.”
“행아, 내가 방랑자인 걸 알잖소…….”
이영소는 말투를 연약하게 바꾸었다.
“하지만 그대가 만약 나와 함께 가길 원한다면 나는 평생 절대 그대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소.”
‘거짓말!’
황갈색 고양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쓰레기 같은 남자는 상대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시가를 버리고 그와 함께 아득히 먼 곳으로 멀리 떠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기에 일부러 그렇게 얘기했을 터였다.
황갈색 고양이는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다. 고양이의 키는 창문에 오르기에 부족했고, 구멍을 뚫고 염탐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에 엎드려 몰래 보는 이 광경 자체도 너무 이상했다.
지금은 바보라도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황갈색 고양이는 문 앞에 우아하게 엎드려 귀를 쫑긋 세우고 계속해서 몰래 엿들었다.
시행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이랑, 시가가 이런 변을 당했는데 제가 어떻게 이랑을 따라갈 수 있겠어요?”
이영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이곳에 남아 그대를 기다릴 수 있소. 시가의 일이 해결되면 우리 함께 강호를 떠돌아다닙시다.”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행이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 저는 이랑과 아득히 먼 곳을 떠돌고 싶지 않아요. 만약 평안하게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뭐하러 유랑하나요? 시가가 비록 큰 재난을 겪었지만, 저희한테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어요.”
“그대, 무슨 뜻이오?”
이영소의 목소리가 변했다.
“제 큰오라버니에게는 아들이 셋뿐인데 장자는 요절하였고, 차남은 평범하고 능력이 없지요. 막내아들은 부잣집 자식으로 복을 누릴 줄만 알고요. 지금 시현이 대역무도하게 이런 악행을 저질렀으니 시가 가주는 앞으로 저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시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 제게 유일하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아이가 없다는 거예요. 상주에 남으면 안 되나요? 장차 저희 아이가 바로 시가의 가주예요.”
이영소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행아, 내게 알려주시오. 시현의 일이 정말 그대와 무관하오?”
“저를 믿지 않으시나요?”
시행의 어조가 변했다.
“나는 당연히 그대를 믿소. 그저 이 사건에 수상한 점이 너무 많소.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으니…….”
이영소가 아직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행은 말을 끊고 차갑게 말했다.
“저 피곤해요.”
이영소는 탄식하더니 바로 말했다.
“푹 쉬시오. 먼저 방으로 돌아가겠소.”
몇 초 뒤, 문밖의 황갈색 고양이는 갑자기 ‘콰당’하며 물체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누군가 넘어진 듯했다. 그런 뒤 충격받은 성자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행아, 그대…….”
황갈색 고양이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중독됐다는 걸 알았다.
‘시행이 왜 성자를 독살하려는 거지? 내 본체는 객잔에 있어서 구하러 갈 여력이 되지 않는데. 참, 불문 승려를 찾아가 없애달라고 해도 되겠군…….’
그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사이, 시행이 느긋하게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랑, 변했어요. 예전의 이랑이었다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저를 안고 위로해줬을 거예요. 하지만 이랑은 지금 떠날 생각만 하고 있잖아요. 애당초 굳게 맹세했던 저희의 사랑을 잊은 건가요? 제 환심을 사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천절곡에 뛰어들었던 걸 잊었나요? 무엇이 이랑의 마음을 변하게 했나요?”
‘아니, 낭자, 그는 변심한 게 아니야. 그는 그저 성기능이 쇠약해졌을 뿐이라고…….’
허칠안은 빈정대면서 시행의 질문에 속으로 대답했다.
“그대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이오?”
이영소는 차분한 어조였다. 그는 그저 어쩔 수 없었을 뿐이었다.
성자가 우왕좌왕하지 않자 허칠안은 잠시 더 관망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서역 승려를 끌어들인 후유증은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영소의 신분이 드러남으로써 그의 신분이 드러날 것이다. 관건은 그는 지금 도난 금강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시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이랑의 아이를 낳고 싶지요. 하늘에서 이 순간 이랑을 저한테 보냈잖아요. 아주 적절한 안배예요. 저는 너무 기뻐요.”
“그럼 그대는 왜 구태여 독을 썼소?”
“왜냐하면, 그 전에 제가 세 가지 질문을 할 거니까요.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이랑의 목숨줄을 끊을 거예요.”
그녀가 말을 하는 사이, 허칠안은 가위를 서걱서걱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소리와 이영소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무슨 질문이오?”
‘아이고, 이 병신아…….’
황갈색 고양이 허칠안은 이를 드러내며 무의식적으로 두 다리를 얌전히 한데 모았다. 그는 갑자기 뒷이야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저를 사랑했나요?”
시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하오!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은 하늘과 땅이 증명할 수 있소. 만약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내가 평생 죄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시오.”
이영소는 큰 소리로 말했다.
“물론 내가 그대에게 푹 빠진 건 맞소만, 내가 한 말이 진심임을 그대가 어떻게 아시오?”
이영소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랑, 저를 떠볼 필요 없어요.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제가 방금 이랑이 마신 술에 정고를 넣었어요. 이랑이 작별 인사 없이 떠난 그 날, 저는 너무 상심한 나머지 직접 남강에 가서 정고부에게 정고를 달라고 했거든요. 만약 이랑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정고가 배반하지 않을 거예요. 이와 반대라면 너무 슬픈 나머지 죽고 싶은 생각뿐일 거예요. 그리고 모고가 제 몸속에 있어 제 질문에 이랑은 거짓말할 수 없어요.”
시행이 대답했다.
‘나, 내 평생 정고와 원진살인 건가…….’
이영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시행이 담담하게 말했다.
“두 번째 질문이에요. 이랑은 다른 여인을 사랑한 적이 있나요?”
‘후! 성자는 거기를 지킬 수 없겠구먼…….’
허칠안은 고양이 얼굴에 웃음기를 감추기 어려웠다.
어쨌든 그는 성자에게 생명의 위험이 없기만 하면 다른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남자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게 가장 좋은 벌이었다.
이영소는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시행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 왜 제게 대답하지 않나요?”
이영소는 탄식했다.
“나는 그저 슬플 뿐이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대를 본 순간 속으로 남몰래 그대가 장차 내가 지키고 총애해야 할 여인이라고 맹세하였소. 나는 마음의 의지에 따라 행하지 원인을 따지지 않았소. 나는 지금에야 알았소. 알고 보니 그대에게 부족한 게 안정감이었소. 바로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대를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었소.
생각건대, 내가 그날 작별 인사 없이 떠난 게 그대에게 아주 큰 타격이었겠지. 아이고, 백번 말해도 전부 내 잘못이오. 그대 말고 다른 여인을 본 적 있었소. 예를 들자면 내 모친이오. 행아, 나는 내가 이 시기에 돌아와 그대와 함께 시가의 시련을 마주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오.”
‘모친? 말을 제대로 해라, 이 자식아. 진심 어린 말에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을 섞으면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을 줄 아니?’
황갈색 고양이는 매우 화가 났다.
콰당!
가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뒤이어 시행이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랑, 이랑…….”
* * *
황갈색 고양이는 문밖에서 일각 동안 조용히 기다렸다. 여인의 헐떡이는 소리와 침대를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성자가 강제로 영업을 개시 당했다는 걸 알고 그제야 떠났다.
‘마음에 병이 있는 여인은 고약하구나. 그렇지 않았으면 성(誠) 형의 오늘이 곧 자네의 내일이 될 거야……. 시행의 혐의가 확실히 적지 않아. 범죄 동기에 따라 판단하면 그녀가 가장 큰 수혜자란 말이지…….’
그는 한편으로 불문 승려의 거처를 찾으면서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승려들이 있는 마당을 찾았다.
승려들은 규칙적으로 일하고 쉬었다. 마당에는 서쪽 방에 아직 등이 켜져 있는 걸 제외하고 나머지 방은 모두 캄캄했다.
황갈색 고양이는 소리소문없이 마당으로 들어갔고, 짙은 고기 냄새를 맡았다.
서쪽 곁채 문이 열려 틈이 벌어져 있었는데 체구가 우람한 몇몇 승려가 화로 옆에 앉아 있었다. 화로에는 큰 솥이 놓여 있었는데 솥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고기 냄새는 바로 안에서 피어올랐다.
무승과 선사는 달랐다. 무승은 규칙과 계율을 제대로 지킬 필요가 없었기에 술과 고기가 위장을 지나 부처의 마음속에 남았다.
그리고 무승은 무사처럼 정력을 써서 기운으로 바꾸는 길을 걷기 때문에 식사량이 어마어마했다.
허칠안은 문틈으로 들여다보았으나 4품 무승 정연을 발견하지 못했다. 방 안에는 선사도 없었기에 그는 마음이 약간 편해졌다.
“자네들 도난 사조께서 왜 중도에 떠났는지 아는가?”
한 무승이 입가가 온통 기름 범벅이 된 채 동문들을 힐끗 보았다.
“모르네!”
다른 무승이 고개를 저었다.
‘도난 금강이 자리에 없다고?’
황갈색 고양이는 기쁜 마음에 즉시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부도보탑을 되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지? 안에 신수의 단수가 갇혔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사실 나는 정심 사숙이 쓸데없는 참견하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생각하네. 우리는 최대한 빨리 옹주로 가야해. 그래야 가능한 한 속히 정보를 알아내어 그자를 덮칠 수 있네. 시간을 재면서 가는 건 기선을 빼앗긴 것이야.”
방금 말을 한 승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네, 괜찮아. 그자는 우리가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네. 게다가 이번에 도난 사조를 제외하고, 도정 나한과 도범 금강이 모든 동문들을 이끌고 돕지 않는가. 설사 그자가 날개를 단다고 해도 도주할 생각은 단념해야 해.”
한 무승이 고기탕을 먹으면서 ‘헤’하고 소리 냈다.
‘그자가 누구지? 도정 나한과 도범 금강이 불문 승려들을 거느리고 같이 출동한다라…….’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에 불문이 자신을 상대로 온 것이라는 추측을 내렸다.
그는 자신이 뇌주에 있을 때 폭로한 단서를 따져보았다. 불문이 그의 신분을 짐작해낸 게 비록 의외긴 했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나한 한 명, 금강 두 명이 출동했다니. 씁, 불문이 나를 정말 중시하는구나. 다행인 건 감정 노인네가 유리 보살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근본적으로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행자법상을 장악한 이 여보살이 속도로는 당대 일인자라고 칭할 수 있지.”
황갈색 고양이는 다행이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