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66
766화. 시현 (1)
또 다른 무승이 말했다.
“나는 정심 사숙이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고 생각하네. 자네들 잊지 말게. 며칠 전에 산적이 시골에 재난을 일으킨 일에 그가 함께 개입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용기를 얻은 그 산적 우두머리를 만나지 못했을 걸세. 헤, 지금 그는 무기를 내려놓고 개과천선하여 우리 불문에 귀의하였지……. 누가 그곳에 있는가?”
무승이 갑자기 소리쳤다.
이와 동시에 문틈이 벌어진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황색 빛이 문턱 옆에 있는 황갈색 고양이를 환하게 비추었다.
“야옹~”
황갈색 고양이는 가볍고 부드럽게 울부짖더니 호박색 눈동자로 솥을 지긋이 주시하였다.
‘알고 보니 냄새에 이끌려 온 고양이었군!’
그 무승은 황갈색 고양이를 발견하자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름진 고기를 한 덩이 집어 문턱 옆에 내던졌다.
‘제기랄, 살코기를 줄 수는 없나…….’
황갈색 고양이는 달가워하지 않으며 기름진 고기를 입에 물고 몰아세우는 무승들 사이로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났다.
황갈색 고양이는 마당을 나와 몇 걸음 가기도 전에 갑자기 한 사람 형체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무표정을 한 건장한 남자였다.
황갈색 고양이는 그가 시부 사람인 줄 알고 개의치 않고 가까이 걸어갔다가 순간 굳었다. 이 자는 표정은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었지만, 심장이 뛰지 않고 호흡하지도 않았다. 마치 살아 있는 송장 같았다…….
‘시체다! 시가가 비록 시체 조종으로 유명하지만, 한밤중에 시체가 제멋대로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습관이 있는 자는 아마 없을 테지…….’
황갈색 고양이는 생각이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시체는 고양이 몸을 스치고 지나쳐 승려들이 거주하는 뜰을 돌아 안뜰로 걸어갔다.
‘따라가서 봐야겠다…….’
황갈색 고양이는 사뿐하게 뒤를 따랐다. 대략 일각 뒤 그 시체는 안뜰 어느 외진 마당에 멈추었다.
‘그’는 마당 밖에 잠시 멈추었다가 몸을 빳빳하게 튕겨 2m가 넘는 높이의 담장을 뛰어넘어 안뜰에 떨어졌다.
“누구냐?!”
마당 안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전해졌다.
다음 순간, 연이어 ‘쿵쿵’ 소리가 울리더니 둔탁한 신음과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동반되었다. 모든 것이 무사 평온했다. 황갈색 고양이는 밖에서 몇 분간 기다렸다가 갑자기 뛰쳐나와 평지를 밟듯이 담벼락을 가뿐하게 넘어 마당에 들어갔다.
이건 전적으로 황갈색 고양이 자신의 능력이었다. 심고는 IQ가 높지 않은 생물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고, 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었다.
‘내가 통제하는 게 고양이 한 마리라 다행이야. 만약 개였다면 이미 그 무승들 배 속으로 들어갔을지도 몰라…….’
그는 속으로 빈정대면서 호박색 눈으로 마당 안을 훑었다.
두 사람이 마당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않았다. 주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는데 칠흑같이 어둡고 음침하여 공포스러웠다. 황갈색 고양이는 의식을 잃은 두 사람을 재빨리 스쳐 지나가, 어두컴컴한 방으로 뚫고 들어갔다. 방 안의 장식은 단순하고 창가 쪽에는 검은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지하 깊은 곳까지 뻗어 있었다.
방금 누군가 돌로 된 덮개가 있는 이 동굴을 열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동굴 입구를 뚫고 들어갔다. 동굴 입구에는 계단이 세워져 있었는데 지하를 향해 뻗어 있었다. 미약한 빛이 지하에서 솟구쳤는데 그건 등잔이 내뿜은 빛이었다.
미약한 빛을 따라 황갈색 고양이는 소리 소문 없이 계단을 걸어갔다. 몇 분 뒤, 고양이는 계단 끝에 다다랐다. 진부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거슬리는 악취가 동반되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고양이의 후각은 인류의 수십 배이기 때문이다.
‘냄새가 너무 센데…….’
황갈색 고양이는 휘청휘청하다가 똑바로 섰다. 한참 뒤에야 괜찮아졌다.
‘시체 썩는 냄새다!’
이 지하실은 전부 시체 썩는 냄새로 가득했다.
그는 지하실이 아주 크다는 걸 발견했다. 사방으로 통하는 지하실은 마치 지하 미궁의 축소판 같았다. 그가 잠시 조용히 걸으니 곧 복도 하나가 나타났다.
복도 양쪽에는 시체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남자도 여인도 노인도 어린아이도 있었다. 수의를 입은 자, 긴 치마를 입은 자, 유삼을 입은 자도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감았고 안색이 창백했지만, 또 언제든지 깨어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바닥에는 가발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 이 가발들을 본래는 시체 머리 위에 씌우는 것이지만, 지금은 누군가 벗겨낸 듯했다.
* * *
객잔 안, 모남치는 심심풀이로 읽는 책을 다 본 뒤 허리를 펴고 이불 속을 파고들어 잠을 청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다급한 숨소리를 들었다. 허칠안이 옆에 있는 평상 위에서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눈을 감고 거칠게 호흡했다.
“무슨 일이야?”
모남치는 깜짝 놀랐다. 그래도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많았다.
허칠안은 눈을 뜨지 않고 잠꼬대하는 듯 대답했다.
“인, 인간 세상의 천당인가…….”
‘꿈꿨나?’
모남치는 그를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한참 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문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못난 자식, 못난 자식…….”
그녀는 손을 뻗어 허칠안의 두피를 몇 차례 긁으며 한동안 통쾌해했다.
왕비는 슬그머니 오는 길에 푸대접받았던 불만을 발설하였다. 사실 이 자식은 자신에게 그런대로 잘하는 편이었다. 이따금 몇 번씩 황폐한 산에서 노숙하는 걸 제외하면, 그들은 대부분의 경우 가장 좋은 객잔에서 묵으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너무 서로간에 깍듯하게 대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저번에 약간 ‘과분한’ 행동을 한 걸 제외하면, 그는 평소에 기껏해야 그녀의 작은 손을 잡을 뿐이었다. 그녀가 설령 외모를 바꿨다고 해도 대봉 제일 미인인데 그렇게 매력이 없단 말인가?
“허 은라를 때리네요!”
침상 속의 흰 여우가 머리를 내밀고 또렷한 눈망울로 모남치를 주시했다. 흰 여우는 마치 큰 비밀을 발견한 아이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말할 거예요!”
모남치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기껏해야 너도 그를 한 차례 때리면 되잖니, 내가 말 안 할게.”
흰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아요!”
흰 여우는 민첩하게 따뜻한 이불에서 기어 나와 침상에서 뛰어내려 평상 옆에 와 힘껏 뛰어올랐다.
“아이고!”
흰 여우는 뛰어오르지 못하고 아랫배를 침상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쓸모없는 것, 이런 네가 하루에 몇천 리를 간다고?”
모남치는 입을 삐죽이더니 흰 여우를 안아 침상 위에 두었다.
“잠행과 속도는 제가 제일 아끼는 신통력이에요. 하지만 법력을 너무 소모해요. 저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 자체로 힘이 너무 약하다고요.”
흰 여우는 말을 하면서 허칠안의 몸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앞발을 좌우로 들어 그의 따귀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러면서 흰 여우는 귀엽게 호통쳤다.
“야희 언니랑 잠자리해놓고 은자도 안 주고! 야희 언니랑 잠자리해놓고 은자도 안 주고!”
흰 여우는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기세는 넘쳐났다.
모남치는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빙그레 웃으며 흰 여우를 안고 말했다.
“아줌마에게 얘기해보렴. 뭐가 야희 언니랑 잠자리해놓고 은자도 안 준다는 거니?”
그녀는 그저 야희가 흰 여우의 언니이지 허칠안의 옛 애인이라는 점만 알았다.
* * *
허칠안은 집으로 돌아온 뒤, 지하실 안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를 견디고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웠다.
그는 가발이 벗겨진 시체를 따라 허리를 굽힌 채 조용히 잠행하였다. 산송장 ‘그’는 무언가를 찾는 듯 끊임없이 시체의 가발을 벗겼다.
‘그가 누구지? 아니면 배후에서 그를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지?’
허칠안은 이런 의혹을 품은 채 인내심을 유지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시간은 슬그머니 흘러 이렇게 이각이 지났다. 그는 모든 시체를 자세히 살핀 뒤에 다시 어느 작은 문으로 들어갔다.
지하실 속의 지하실?
벽에 걸린 등잔이 어슴푸레한 빛을 내뿜었다. 허칠안이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는 찰나, ‘그’가 나왔다. 그는 문을 살짝 닫고 돌아서서 왔던 길을 향해 돌아갔다.
‘그가 가려나 보다…….’
황갈색 고양이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물러났다.
황갈색 고양이는 지하실을 떠나는 산송장을 따라가 소원을 뛰어넘어 마당 밖의 녹지대 가장자리에 잘 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형체가 마당에서 빳빳하게 튕겨 나와 타닥 하고 착지했다.
그런 뒤, ‘그’는 쥐 죽은 듯이 시행의 거처를 향해 잠행하였다. 마당 안에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기척을 옆에서 들은 뒤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났다.
이 자는 시부에 아주 익숙했다. 그는 저택의 자제들이 야간 순찰하는 걸 교묘하게 피해, 놀랐지만 위험한 일 없이 시부를 떠났다.
허칠안은 이 과정에서 줄곧 ‘그’의 뒤를 따랐다.
몹시 추운 밤, 산송장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는 큰 거리 작은 골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거리를 순찰하는 성방군(城防軍)을 계획적으로 피했다. 이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상주처럼 작은 군급 주(州)는 야간 순찰의 강도가 제한적이었다.
이들이 경성처럼 그렇게 엄격하게 순찰하기란 불가능했다.
허나 근래에 시현이 도처에서 사람을 죽인 탓에 관아는 순찰 강도를 강화했으며 황혼 후에는 성문을 닫았다.
황갈색 고양이는 산송장을 따라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마침내 강가에 이르렀다.
풍덩…….
물보라가 튀더니 산송장은 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그가 나를 발견했나? 아니야. 조종당하는 시체는 본체의 괴이함을 갖추지 못하는데. 이 시체가 본래 연신경이 아닌 이상. 하지만 이렇다면 그가 진작에 나를 발견했어야 맞는데…….’
황갈색 고양이의 시선이 하류를 따라 움직였다. 그는 먼 곳에 있는 우뚝 솟은 성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상대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는 강에 잠입하여 이 강을 따라 성을 나갈 계획이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강기슭을 따라 미친 듯이 질주했고, 성벽에 가까워졌을 때야 비로소 물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고양이의 체력이 물속에서 100m 이상 헤엄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후속 추적도 고려해야 했다.
강물은 살을 엘 정도로 매우 차가운 데다 혼탁하여 물체를 알아보기에 어려웠다. 황갈색 고양이는 물 밑에서 사지를 저어 순조롭게 성벽을 통과하여 성밖에 나타났다.
캄캄한 수면 위에서 물결이 잔잔하게 출렁였다. 황갈색 고양이는 힘껏 물을 헤쳐 강기슭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성을 가로지르는 수로 바닥에는 철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또 그런 구조가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시대 백성들은 위생 관념이 아주 열악해서 무슨 쓰레기든 전부 강물에 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철조망을 설치하는지 아닌지는 전부 현지 관아의 자각에 달렸다.
황갈색 고양이는 뭍에 오른 뒤, 고개를 살짝 들고 콧방울을 실룩였다. 그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시체 썩은 내를 맡았다.
황갈색 고양이는 날카로운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달빛 아래서 산송장의 형체를 보았다.
한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들은 한 시진을 걸었으며, 허칠안은 그 과정 중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여러 차례 멈추어 쉬었다.
고양잇과 동물은 속도가 빠르지만 지구력이 형편없었다.
황갈색 고양이는 장거리를 내달린 바람에 체력 소모가 심각했다.
만약 개였다면, 허칠안은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