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67
767화. 시현 (2)
밭두렁, 밀림, 황무지를 지나 드디어 전방에 작은 촌락이 하나 나타났다. 촌락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암흑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송장을 조종해서 이렇게 오래 갈 수 있다니. 조종자의 수련 경지가 낮지 않군…….’
허칠안은 본체가 바로 시고 전문가인 입장으로서 속으로 남몰래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 그는 이런 실력이 없었다.
산송장은 익숙하게 질퍽질퍽한 오솔길을 따라 한 가정집의 마당 밖에 이르렀다. 마당 안에는 우뚝 솟은 짚더미가 두 개 있었다.
산송장은 손을 들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황토집 문이 열리고, 누군가 초롱을 들고 깡충깡충 뛰어나왔다. 그 사람은 키가 크지 않은 걸로 보아 어린아이인 듯했다.
아이는 마당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오는 산송장을 맞이하였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다시 마당 문을 잘 잠그고 집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창에 불빛이 새어 나왔다.
“현 숙부, 시람(*소람(小嵐)의 본명) 언니를 찾았어요?”
목소리가 부드럽고 낭랑한 것으로 보아 여자아이 같았다.
“아니!”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갈색 고양이는 즉시 성벽 위로 뛰어올라 마당에 웅크리고 앉아 대화를 엿들었다.
“그럼 어떡해요? 괘씸하네요. 도대체 누가 현 숙부를 모함에 빠트린 거예요?”
여자아이는 불평했다.
그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고, 한참 뒤 점점 더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모르겠구나. 시간이 늦었으니 둘째야, 얼른 자렴.”
“아!”
여자아이는 한 마디 대답하였고, 촛불이 꺼진 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 숙부, 시람 언니, 시부에 잠입한 산송장…… 시현이다!’
황갈색 고양이는 즉시 판단을 내렸다.
* * *
허칠안은 상주 성 안 객잔에서 눈을 떴다.
그가 갑자기 일어나 앉자 이불 속에 웅크려 속삭이던 모남치와 흰 여우가 깜짝 놀랐다.
“방금 나를 때렸소?”
허칠안이 화를 냈다.
“쟤가 때렸어.”
“그녀가 때렸어요.”
모남치와 흰 여우는 동시에 책임을 떠넘겼다.
“나중에 혼을 내주겠어.”
허칠안은 중얼거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잠시 나갔다 올 테니 먼저 주무시오.”
모남치도 묻기 귀찮아 손을 뻗어 흰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작은 친구가 함께 있으면 그녀는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허칠안은 그림자가 되어 떠났다.
* * *
황갈색 고양이가 작은 촌락을 슬그머니 떠나 본체가 오기를 기다리려 했다.
“친구, 알고 보니 손님이었는데 어찌 급히 가려고 하는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갈색 고양이는 옆에 있는 짚더미에서 전해지는 움직임을 감지했다. 네 형체가 짚더미를 뚫고 나왔다.
어슴푸레한 달빛, 무표정인 네 사람의 옷차림은 남루하고 활기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고요한 눈으로 황갈색 고양이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발각됐다……. 내가 이 자리에서 귀여운 척하면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입에서 사람의 말을 내뱉으며 가볍게 웃었다.
“시현?”
황토집 문이 열리더니 무명옷을 입은 남자가 초롱불을 들고 걸어 나왔다.
그는 이목구비가 번듯했으며, 키는 180m에 기질이 온화하고 함축적이며 미간 사이에는 풀기 어려운 멍울이 맺혀 있었다.
허칠안은 이자를 본 순간 머릿속이 ‘쿵’하고 진동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끝없는 기쁨과 놀라움이 솟구쳤다.
이 자는 주변에 금빛이 맴돌았으며 몸 표면에는 용의 그림자가 은은하게 노닐었다. 기개가 범상치 않았다.
그는 용기의 숙주였다!
그에게 단칼에 머리를 베인 현령과 비교하자면, 이 용기는 몇 배 더 짙은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는 가장 중요한 아홉 가지 용기 중 하나였다.
방금 상대가 용기 숙주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그의 본체 그리고 지서 파편 역시 부재한 상태였기에 용기를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직접 이자를 본 순간에야 용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시현이 용기 숙주? 이걸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우연히 찾다니……. 불현듯 영감이 떠올라 상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을 접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상주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을 테지……. 아니, 이건 운이 아니야. 이건 용기와 나 사이의 연결 효과라고…….’
허칠안은 깜짝 놀라고 기쁜 나머지 하마터면 ‘야옹’하고 소리 낼 뻔했다.
“귀하께서는 누구십니까?”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일개 협객일 뿐입니다.”
시현은 황갈색 고양이를 자세히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곳은 대화를 나누기 편치 않으니 저를 따라오시지요.”
* * *
두 사람은 마당을 나서서 외진 골목에 이르렀다. 허칠안은 자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상주 시가의 일을 들었는데 이 일에 아주 호기심이 생겨 한밤중에 시가를 염탐하다가 마침 그대와 마주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시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요?”
허칠안은 조금도 꺼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저는 이미 사건의 경과를 파악하였습니다. 당신이 아버지를 시해한 일은 의문점이 너무 많더군요. 아마 표면적인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겠지요.”
시현은 좀 의외이며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귀하께서 의문점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디에 많은지 말씀하셔도 무방합니다만.”
“가장 큰 의문점이 바로 ‘아버지 시해’입니다. 비록 이 세계에 확실히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는 부친이 있기는 하지만, 시가 가주께서는 당신에게 잘한 편입니다. 설사 당신이 아무리 시가 소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녀를 데리고 가버리면 그만이지요. 구태여 일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철저하게 악인이라 굳이 은혜를 원수로 갚아야 하여, 사람도 죽였고, 죽마고우인 여인도 데려갔으면 진작에 멀리 달아났어야 하는 게 맞는데 왜 하필 또 상주에 머물며 떠나지 않을까요?”
황갈색 고양이는 분명한 사고의 방향대로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시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탄식했다.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귀하처럼 똑똑한 자가 너무 적습니다. 의붓아버지는 제가 죽인 게 아니고, 시람 역시 제가 납치해 간 게 아닙니다. 제가 상주에 남은 건 배후에서 저를 음해한 사람을 확실히 조사하고 싶어서고요.”
“오? 말씀해보시지요. 뭘 알아내셨습니까? 누구를 의심하나요?”
황갈색 고양이는 기꺼이 시간을 끌며 본체가 어서 오기를 기다렸다.
시현은 즉시 대답하는 대신, 잠시 어휘를 고른 뒤 말했다.
“저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의지할 데가 한 곳도 없어 상주에서 구걸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습니다. 나중에 의붓아버지가 저를 거두셨고, 저에게 아주 잘해주셨지요. 심지어는 친아들보다도 더 신임하셨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삼형제 모두 저를 미워하고 증오하였습니다. 유독 시람만 저에게 진심으로 대했습니다. 지금껏 제 과거로 저를 무시한 적이 없었지요…….”
시현은 여기까지 말을 마치더니 마치 여러 해 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 잠시 아련해졌다. 날씨가 찌는 듯한 한여름, 온몸이 더럽고 냄새나는 한 거지를 시부에서 거두었다. 병풍 뒤에 숨은 소녀가 머리를 내밀고 그를 슬그머니 훑어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열등감에 고개를 숙였다.
소녀의 웃음은 빛나고 매력적이었다.
허칠안은 시현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아련해져서 위연이 떠올랐다.
상관 황후가 그해 밝은 빛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던 소년 위연의 삶을 비추었더랬다.
“그날, 저녁 식사 이후 저택의 하인이 의붓아버지께서 저를 만나고자 한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저는 그가 시람의 일 때문임을 알고 있었어요. 그전에 저희는 시람의 혼사로 수차례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시람을 사랑하기에 의붓아버지께서 그녀를 제게 시집 보내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의붓아버지는 제 자체로 시부 사람이니 필히 시부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시람을 제게 시집 보내면 그저 금상첨화일 뿐이니 황보가와 혼인 관계를 맺는 게 가족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셈이었지요.”
황갈색 고양이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시현은 눈빛이 약간 암담해지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하인을 내쫓은 뒤, 저는 의붓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도중에 의붓아버지의 방에서 맞붙는 움직임을 눈치챘고 황급히 갔는데……. 제가 한발 늦었더군요. 도착했을 때, 의붓아버지는 이미 방 안에서 살해당한 뒤였고, 살인범은 행방을 감추었지요. 저는 슬피 통곡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고모께서 가족들을 데리고 뛰어왔습니다. 그녀와 가족들은 두말없이 제가 의붓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비난하면서 호적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백방으로 설명했지만, 그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고, 저를 믿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지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철시를 불러 사람들을 죽이며 시부를 뚫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의붓아버지를 죽인 건 아니었지만, 그날 밤 저는 두 손에 확실히 시가 자제들의 피를 적잖이 물들였습니다. 상주성을 도망친 뒤에 저는 이곳에 숨어 상처를 치료했어요. 그 사람들은 제 은혜를 입은 적이 있기에 한결같이 저를 믿길 원하고, 밖에 떠도는 유언비어로 제가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라고 확신하지 않았지요.”
황갈색 고양이가 말을 끊고 물었다.
“시람은 당신이 납치해간 것 아닙니까?”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사후에 저는 시람이 마음에 놓이지 않아 암암리에 몰래 시부에 잠입했지만, 그녀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적으로 시부 하인을 추궁했고 그제야 그녀가 의붓아버지가 죽던 그 날 밤 실종되었다는 걸 알았지요. 저는 그녀가 십중팔구는 좋지 않은 상황일 거라 의심합니다.”
황갈색 고양이는 생각이 번뜩였다.
“당신이 오늘 밤에 시체를 숨겨 놓은 지하실에 잠입한 게 시람을 찾기 위해?”
시현은 다행이라는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녀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황갈색 고양이가 다시 물었다.
“장주 관내 도처에서 살인 사건을 조장하여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달구는 악인은 누굽니까?”
“저는 모릅니다.”
시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으며, 어조와 표정에 한이 서렸다.
“누군가 제 모습으로 변장하여 곳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살인 사건을 조장하고 있어요. 이는 저를 궁지로 몰아넣어서 철저하게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겁니다. 먼저 행동을 개시하여 죽인 건 강호 인사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소집단이더군요. 지금은 이미 평민 백성들조차 놓아주지 않는 지경입니다. 이번 마도 대회가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결과이지요.”
황갈색 고양이는 상대를 떠보았다.
“당신은 왜 도망가지 않나요?”
시현이 반문했다.
“제가 왜 도망쳐야 하나요? 의붓아버지가 불분명하게 돌아가셨고, 시람의 행방도 묘연하며, 저를 모함한 살인범도 찾지 못했습니다. 밖에서는 저를 사칭하여 여기저기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제가 왜 도망가야 하나요?”
‘형씨 성격이 좀 과격한데…….’
허칠안은 갑자기 떠오르는 점이 있었다. 만약 배후에 있는 진범이 시현의 성격을 제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다면, 이 모든 일을 벌인 목적은 전부 그가 남도록 압박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는 음모와 공개적인 계획을 잘 썼다!
시현이 갑자기 탄식했다.
“그동안 저는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 배후의 진범을 추적하며 빈번하게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그 장소를 찾았지만, 붙잡은 건 전부 제 이름을 도용하여 민가를 약탈하거나 시체를 단련하는 나쁜 자식들이었습니다.”
황갈색 고양이가 말했다.
“당신 마음속에 분명히 의심하는 대상이 있겠지요.”
시현은 약간 망설이더니 말했다.
“저는 고모가 저를 모함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