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1
771화. 명확한 목표
입구를 지키는 시가 자제가 길을 내주었다. 이영소가 반쯤 열린 방문을 밀어젖히자 안의 정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지 않은 방에 양쪽으로 꼿꼿한 시체가 서 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가발을 썼는데 지금은 전부 적출하여 바닥에 내던져졌다.
두 줄의 시체 사이에 시행과 장로 세 명이 있었다. 한 사람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했고, 한 사람은 체구가 우람했으며 한 사람은 팔이 잘려 있었다.
‘이게 바로 철시?’
이영소는 시선을 옮겨 옅은 남색의 긴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정인을 바라보았다.
후자 역시 맑고 투명한 가을 못 같은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약간의 부드러움과 불만을 머금고 말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듣자 하니 어젯밤에 누군가 지하실이 침입했다고 하여 보러 왔소.”
이영소는 장로 세 명의 살피는 눈빛을 무시하고 시행 옆으로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
“뭘 잃어버리진 않았지요?”
시행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돌아서서 장로 세 명에게 말했다.
“도둑이 한밤중에 시부에 잠입하면서 수위를 놀라게 하지 않고 지하실을 지키는 족인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 그가 시부의 환경과 방위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한 한 장로가 침음했다.
“행아의 말은 시현이 한 짓이라는 뜻이냐?”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
시행은 냉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체구가 우람한 장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모든 산송장의 가발을 벗겼다는 건 역시나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것……. 그가 누구를 찾으려는 거지?”
팔이 잘린 장로가 담담하게 말했다.
“시람이 실종된 지 며칠이 지났네. 그가 설마 시람은 이미 죽었고 산송장으로 정제됐을 거라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이 자식 정말 정신이 이상해졌군.”
시행이 마침 말을 하려다가 곁눈질로 한 시체 앞에 서서 잠자코 살피는 이영소를 힐끗 보았다.
그 시체는 이목구비가 또렷했으며 서른 살쯤 되어 보였다. 생각건대, 살아 있을 때 준수하고 비범한 남자였던 듯했다.
“그는 제 남편이에요.”
시행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영소는 ‘음’하고 소리 냈고, 손을 들어 남자 시체의 어깨를 주물렀다. 확실히 이건 철시였다.
“숙부 세 분…….”
시행은 노인 셋을 쳐다보았다.
장로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잠시 방에서 물러났다.
나무 문이 닫히자 시행은 이영소 곁으로 걸어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그녀는 차분하게 남자 시체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랑에게 그의 일을 얘기한 적이 거의 없지요.”
“알고 싶지 않소.”
이영소는 돌아서서 갔다.
“이랑…….”
시행은 그를 붙잡았다. 작은 손은 얼음같이 차가웠으며, 그녀는 어조가 약간 다급하게 변해 말했다.
“이랑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녀는 이영소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설명했다.
“그해 큰 오라버니와 그가 외출하여 일을 처리하다가 도중에 원수에게 보복을 당해 중상을 입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죠. 큰 오라버니는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를 철시로 제련하였고 그제야 화를 피해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쳐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 일을 안 후, 큰 오라버니와 한판 싸웠어요. 그런 뒤, 집을 나서서 기분을 전환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랑을 만난 거예요. 제가 그에 대한 옛정이 가시지 않아서 그를 철시로 제련하여 곁에 둔 게 아니라고요.”
이영소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믿겠소.”
* * *
“시행의 전 남편이 시건원의 손에 죽었고 철시로 제련 당했습니다…….”
허칠안은 객잔 안에서 이영소의 ‘보고’를 듣고 있자니 가족 막장 드라마의 냄새를 맡은 듯했다.
이렇게 보니 시행이 배후의 진범일 가능성이 조금 더 상승했다.
그녀의 전 남편은 그 당시 중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웠다. 국면을 타개할 수 없어서 죽임을 당하는 것만이 유일한 결말이었지만, 결국 그는 시건원의 손에 죽어 철시로 제련되었다.
‘음, 바로 철시로 제련할 수 있었다는 말은 시행의 전 남편이 적어도 6품 동피철골이었다는 의미다. 시건원이 그를 철시로 제련했으니 원수 집안이 비열한 말로 욕을 퍼부었겠군. 어렵사리 한 놈을 해치웠더니 또 다른 방식으로 생기발랄해졌으니…….’
“시가 장로를 통해 그녀의 전 남편에 관해 알아보게.”
“그게 답니까?”
이영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네!”
허칠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소는 몇 초간 말이 없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만약 그녀가 정말 배후의 주모자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허칠안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형제를 죽이고 연이어 살인 사건을 저질렀으니 죽을죄를 지은 셈이지!”
이영소는 다소 보기 좋지 않은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그녀의 수련 경지를 폐하고 그녀를 천종으로 데리고 돌아가 평생 그녀가 하산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만약 선배님이 그녀를 죽이려거든 먼저 저를 죽이셔도 됩니다.”
그는 공수하더니 돌아서서 떠났다.
“쯧쯧, 이 천종 성자, 아주 재미있군.”
모남치가 웃으며 말했다.
“태상망정을 목적으로 그렇게 많은 여인을 건드렸는데 최종 목적이 결국 그들을 잊기 위함 아닌가? 결과적으로 모든 여인에게 마음이 끌린 듯하네.”
‘그래서 천종이 저품질을 회수하려는 거구나. 성자가 사도를 걷고 있으니…….’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모남치는 탁자 아래에서 그를 가볍게 걷어차더니 간사하게 말했다.
“방탕하고 정이 많은 허 은라, 만약 자네가 이영소라면, 큰 죄를 범한 이런 홍안지기가 있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허칠안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
“만약 모남치라는 홍안지기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저는 반드시 공정하게 원칙적으로 처리할 겁니다.”
“뭐라는 거야!”
모남치는 크게 화를 내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허칠안을 갈기갈기 찍어 죽이려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얼굴의 분노가 난처함으로 대체되더니 얼굴을 붉히며 볼멘소리를 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누가 네 홍안지기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놈!’
쿵쿵쿵……. 그녀는 탁자 밑에서 그의 발등을 마구 밟았다.
허칠안은 그녀가 화를 다 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방금 저는 이영소를 무성의하게 대했습니다. 아무렇게나 그에게 할 일을 던져주었죠. 우리한테 사건 조사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용기를 얻는 것이 관건이지요.”
사건은 급하지 않았다. 시현은 어쨌든 이렇게 오랫동안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니 이 짧은 기다림에 개의치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심, 정연 이 승려 무리 역시 상주에 있었다. 그야말로 영역 안에 맹호 한 마리가 있는 꼴이었다.
위협이 실로 너무 컸다.
그는 부도보탑의 탑령과 간단한 규약을 맺었으며, 그걸 이용하여 불문 제자에게 맞서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는 예컨대 부도보탑 안에 움츠러든다거나 보탑을 부려 도망쳐 스스로를 지킬 수는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허칠안은 기껏해야 자신이 패하지 않게끔 지킬 수는 있어도 상대와 정면으로 맞설 실력은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만약 시현이 1:1로 정심 일행과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는 시현이 용기 숙주라는 일을 절대로 속일 수 없었다.
불문이 기왕 중원에 들어와 용기를 얻으려 하는 이상, 틀림없이 용기 숙주를 판별하는 방법이 있을 터였다.
때문에 지금 진정으로 급한 건 사건이 아니라 시현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참, 구색 연뿌리 재배는 어떠한가요?”
“흥.”
모남치는 거만하게 콧소리를 내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 아래턱을 치켜올렸다.
“석 달 안에 완전히 여물 수 있고, 6개월 후면 연밥을 맺을 수 있어.”
‘역시 화신답군. 진도가 아주 빠르단 말이지. 연밥의 일은 오히려 급하지 않으니 우선 연뿌리를 잘라 무림맹 늙은 필부에게 주어 그가 관문을 깨고 2품에 들어서도록 도와야겠다…….’
허칠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했다.
“며, 며칠 더 지나면 국사께서 아마 저를 찾으러 올 겁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음, 그때 가면 저는 아마 그녀와 며칠 떠날지도 모릅니다.”
모남치는 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러?”
“그, 그러니까 일을 처리하러요…….”
“응?”
‘그냥 일 처리라고요. 내가 얘기했잖아요…….’
허칠안은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셨다.
모남치는 의심스럽게 그를 쳐다보더니 중얼거렸다.
“비밀스럽기는, 무슨 일인지 얘기하면 되잖아. 그녀 같은 사람은 사귀기가 어렵다고. 그리고 나는 그녀와 아주 사이가 좋으니 너희 사이에서 중재할 수 있다고.”
“그런가요?”
‘아, 이, 왕비마마. 이런 일은 모두가 친해지면 시도하시죠…….’
허칠안은 아무렇게나 얼버무린 뒤 화제를 전환했다.
“저 나갔다 올게요.”
허칠안은 평범한 솜 장포로 갈아입고 객잔을 나왔다.
그는 시현이 마도 대회에서 시행과 대치하도록 종용할 작정이었다. 시현은 틀림없이 직접 나서지 않고 아마 산송장을 조종할 것이다. 하지만 산송장을 조정하려면 거리에 제한이 있었다.
현재 용기에 대한 허칠안의 감지 범위는 부도보탑이 공중에서 내려다보게끔 부릴 정도만 필요했다. 때문에 시현이 몸을 숨긴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 * *
불문 승려가 잠시 머무는 시부 뜰에서, 시행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했다.
“정심 대사, 내일 마도 대회에 대사께서 나서서 정의를 주장해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바른길을 걷는 보통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고 배은망덕한 시현 이 자식을 제거하자고 호소해주세요.”
장주는 대봉 곡물 창고 중 하나였다. 상주처럼 빈곤한 편인 지역도 있었지만, 대체로 살림이 넉넉한 셈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풍요로운 지역일수록 현지 사람의 전투력은 더 약했고, 불모지일수록 난폭하고 사나운 백성이 나오기 쉬웠다.
게다가 조정에서는 곡물 생산지인 장주를 중요시하여 일부러 강호 세력을 억압하고 대형 강호 세력의 탄생을 철저히 막았다.
그리하여 장주의 무도는 자고로 번성하지 못했으니, 4품 고수는 매우 드물고 진귀한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중원을 거닐며 근래 상주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깊이 마음 아파하였습니다.”
정심이 천천히 말했다.
“애석하게도 대봉 조정이 불문 전교를 금지하여 대봉에 천재와 인재가 끊이지 않고 백성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유랑민이 도처에 널렸지요.”
그의 옆에 시립한 승려 둘은 양손을 합장한 채 목소리를 낮추고 불호를 외웠다. 사실이 바로 그러하다는 태도였다.
대봉이 좀 더 일찍 불문이 중원에 전교하게 했으면, 세상이 이렇게 혼세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또 몇 마디 한담을 나눈 뒤, 시행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정연이 말했다.
“이 사건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시현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아요. 사형께서는 계율을 쓸 수 있으니 시행 시주에게 묻는 건?”
“자네도 그녀를 의심하는가?”
정심이 미소를 지었다.
“사건 조사는 우리에게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 허칠안이 대봉에서 사건 해결의 기재라고 불리나, 그가 쓴 방법은 그저 기상천외할 뿐 쓸모없습니다.”
정연은 굽히지 않았다.
정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 시기에 시행 시주에게 물었다가 만약 사람을 그녀가 죽인 거라면 어떻게 할 건가? 만약 시부 위아래가 이미 그녀에게 장악당했다면, 우리의 이번 행동으로 시부와 적이 되는 걸세. 만약 계율로 물을 거라면, 내일 마도 대회에서 물어야 하네. 그리고 시현을 만나기 전에 나는 성급하게 일을 행하지 않을 걸세. 자네들도 명심해야 해.”
젊은 승려 몇몇이 이해하는 듯 마는 듯하며 다수가 막연해했다. 이에 무승 정연은 웃더니, 정심을 대신해 설명했다.
“전에 시행이 말하길 시현의 수련 경지가 뜬금없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했네. 아주 재미있지. 내가 급하게 사형에게 계율로 그녀를 시험해보라고 한 건 낱낱이 파헤치고 싶어서네. 그녀가 한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시현은 용기 숙주일 가능성이 농후하네. 하지만 그녀가 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당장 소란을 피우는 건 적절하지 않아. 내일이야말로 좋은 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