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2
772화. 전멸
허칠안은 기억을 더듬으며 작은 촌락에 이르렀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 어젯밤 시현이 몸을 숨긴 그 집으로 갔다.
집안의 남자는 일하러 외출한 뒤였다. 마당에서는 젊은 부인이 옷을 말리고 있었으며, 열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찻잎을 따고 있었다.
모녀 둘은 낯선 사람이 손님으로 온 걸 보자 다소 긴장하고 경계했다.
젊은 부인이 머뭇거리더니 사투리로 말했다.
“누구를 찾으시죠?”
……허칠안이 말했다.
“표준어를 할 줄 아십니까?”
“제가 할 줄 알아요. 마을의 수재 어르신에게 배웠어요.”
여자아이는 약간 뽐내는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허름한 솜옷을 입고 있었는데 여러 번 바느질한 흔적이 있었다. 아마 영양실조 때문인지 안색이 약간 노랬다.
* * *
허칠안은 집에 들어가 앉아도 되냐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요구는 아주 실례이기 때문이었다. 집에 남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유언비어까지 생길 수 있었다.
물론 허칠안은 모녀 둘이 경계하며 긴장하는 이유가, 앞서 언급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에 꿍꿍이수작이 있기’ 때문인 걸 알았다.
“얘야, 시현을 아니?”
허칠안이 물었다.
여자아이는 이 말을 듣자 사람 자체가 어수룩해져서는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여자아이는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망연자실했다.
젊은 부인은 표준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딸의 표정이 굳은 걸 보자 즉시 이상함을 깨닫고 황급히 다가왔다.
허칠안은 몸을 웅크리고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이 틈을 타 심고의 능력을 발동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네 시현 숙부의 친구란다. 그가 어젯밤에 네게 말하지 않았니?”
그러자 여자아이의 눈에 이 낯선 아저씨가 즉시 친절하며 선량하고 무해한 사람으로 비쳤다.
“응!”
여자아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만약 낯선 아저씨가 그를 찾아오면 그가 한 말을 기억하라고 했어요.”
허칠안은 내친김에 쪽지를 그녀의 품에 건넸다.
“쪽지를 그에게 전해주렴.”
그는 말을 마치고 여자아이 손등의 동상 그리고 추위를 막을 능력이 거의 없는 얇은 신발을 보았다. 생각건대, 이 작은 발 역시 동상으로 가득할 듯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부스러기 은자 몇 알을 꺼내 쪽지와 함께 여자아이에게 집어주었다.
“은자를 가지고 사탕을 사 먹으렴.”
여자아이는 쪽지를 받았지만, 은자는 받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모친을 쳐다보았다.
젊은 부인은 입술을 오므렸고, 은자를 주시했다. 그녀는 은자를 갖고 싶긴 했지만 그와 서로 얽힐 엄두가 나지 않는 듯했다. 빈곤한 사람한테 이 부스러기 은전은 온 가족이 며칠 동안 고기를 먹고 아이에게 겨울을 나는 솜옷을 한 벌 사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윽고 젊은 부인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아이는 동상으로 뒤덮인 손을 뻗어 은자를 꽉 쥐었다.
* * *
허칠안이 즉시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 막 뜰을 걸어 나가는데 뒤에서 꼬마아이의 외침이 전해졌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쫓아오지 않고 집으로 뛰어 돌아갔다.
이내 여자아이는 햇볕에 말린 고구마를 한 줌 쥐고 쭈뼛쭈뼛하며 잘 보이려는 듯 건넸다.
허칠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말린 고구마가 보답으로 돌아왔다.
꼬마 소녀의 순간 눈이 반짝이더니 깨끗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더 물어볼 일이 있는데 네가 내게 대답하면 은자를 좀 더 줄게.”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아이는 생각하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과 네 아버지는 무슨 사이니?”
여자아이가 말했다.
“아버지가 제게 그를 시현 숙부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그녀는 아버지 세대의 지난 일에 관해서 알지 못했다.
“시현이 네 집에 얼마나 머물렀니?”
여자아이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적다고?’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네 생각에 시현 숙부는 좋은 사람이니?”
“음, 아저씨랑 같아요.”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아주 예민한 직감을 지녔다.
‘오빠라고 부르면 좀 더 좋을 텐데. 어쨌거나 나는 영원히 18살이거든…….’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또 뭐가 있니?”
그는 아무렇게나 물었다.
“자주 악몽을 꾸고 멍하니 있어요…….”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더니 눈을 반짝였다.
“시현 숙부는 발가락이 여섯 개 있어요.”
허칠안은 약속대로 은자를 그녀의 손에 건네고 손을 흔들며 마을을 떠났다.
* * *
선사 정심은 시부의 뜰로 돌아와 무승 정연을 찾아 말했다.
“내가 조사해봤는데 그해 시행 시주 전남편의 죽음이 가주 시건원과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했네.”
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하게 말씀해보십시오.”
계율을 지닌 선사는 조사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대체로 식은 죽 먹듯이 해냈다.
비록 시행에게 계율을 시전하기는 불편한 일이었지만, 그와 절충하여 저택 하인에게 묻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심이 가장 많이 물은 정보는 시현의 일이었다. 시행에 관해서는 그저 겸사겸사 물었을 뿐이었다.
무승 정연은 사형이 생동감 있게 말하는 걸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만약 모든 게 시행의 거짓말이라면, 시현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용기를 얻은 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알고 보니 시행 시주가 부군을 잃었군요. 저는 그녀 곁에 있는 그 남자가 부군인 줄 알았습니다.”
정심은 침음했다.
“이 자에게 한번 물어봐야겠군. 아는 정보가 분명히 더 많을 게야.”
* * *
밤이 되어 숯불이 활활 타올랐다. 이영소는 몸에 비단 이불을 덮은 채 미인 유부녀를 안고 침상에 누워 있었다. 막 운동을 마친 두 사람은 온몸에 땀이 났다.
시행은 그의 품에 나른하게 웅크리고 동글반반하면서 새하얀 어깨를 드러냈다. 그녀는 손끝으로 이영소의 가슴팍에 원을 그리며 나태한 어조로 말했다.
“저를 조사하고 있다니요!”
이영소는 현자 타임에 빠진 탓에 눈동자가 약간 수축했으나 이내 평소와 같이 회복했다.
“나는 그대가 나한테 속이는 일이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소.”
시행은 탄식했다.
“이랑, 시가의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 이랑이 제 곁에 있기만 하면, 저는 만족해요. 저를 조사하고 싶은 건 이랑이 아니라 서겸이겠죠.”
‘행아의 직감은 역시나 이렇게 무서워…….’
이영소가 말했다.
“그와 상관없는 일이오.”
시행은 허리를 비틀어 잠을 청하는 자세를 취한 뒤 말했다.
“그의 몸에는 특수한 기질이 있어요. 제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는 그다지 진실하지 않고 사사건건 위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가 만약 이랑이 말한 것처럼 초범경(超凡境)의 고수라면 어느 정도 위장도 정상적이지요.”
그녀는 몇 초 멈칫하더니 또 말했다.
“서겸과 불문은 원한이 있지요?”
시행의 어조는 매우 확신에 찼다.
“어찌 그렇게 생각하오?”
이영소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승려들이 오자마자 바로 저택을 나섰잖아요. 이랑은 심지어 그들 앞에서 이름을 드러내길 꺼렸고요.”
시행은 도도한 표정으로 담담한 웃음을 지었다.
“그 승려 무리에는 4품이 둘 있어요. 이치대로라면, 서겸이 정말 초범경의 고수라면 어찌 그들을 두려워하겠어요? 다른 이유가 있거나 이 승려들의 배후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거지요. 맞죠, 이랑?”
‘더는 얘기해선 안 되겠다…….’
이영소는 몸을 돌려 미인 유부녀를 몸 밑에 압박하고선 웃으며 말했다.
“행아는 참 총명하오. 남편이 몹시 아끼겠소.”
* * *
이튿날, 새벽녘이 되자 허칠안은 암말을 끌고 나갔다. 말 등 위에는 모남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다그닥다그닥 상주성을 떠났다.
마도 대회는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백성들을 피하기 위해 상하에서 개최되었다. 강호와 백성은 언제나 구분되었다.
이건 강호인과 조정의 공통된 인식이었으나 일반 백성들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관아는 상하 기슭에 마당을 깔고 무대를 세우고 나무판을 설치하여 구역을 구분하는 등등 준비하였다.
무릇 미리 보고한 강호 세력은 차양막을 하나씩 분배받을 수 있었다. 보고하지 않은 세력과 강호 산인은 서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허칠안은 성에서 나온 뒤, 몸을 돌려 말에 올라 모남치와 함께 말 등에 탔고 다그닥다그닥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반 시진 뒤 마침내 마도 대회 개최지가 보였다. 이곳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종 무기를 갖춘 강호 인사와 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관병이 있었다.
강가는 바람이 세고 추위가 살을 에는 듯하였기에, 차양막 안에는 이미 여러 강호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칠안 같은 ‘산수’는 관병의 저지 밖에 저 멀리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
갑자기 뒤에서 놀람과 기쁨의 외침이 들려왔다.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보자 바로 그날 황폐한 산의 허물어진 절에서 ‘고난을 함께 한’ 왕준과 풍수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배경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저 허칠안이 그들이 속한 세력을 잊었을 뿐이었다.
“자네들이군.”
허칠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남치는 말 등에 높이 앉아 두 사람을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패도를 찬 왕준이 의아해했다.
“선배님의 신분이 있는데 어찌 들어가지 않으셨습니까?”
“그저 나는 구경할 뿐이오.”
허칠안은 아무렇게나 설명했다.
왕준은 여전히 검은색 경장을 입고 있었지만, 양식에 변화가 있었다. 그는 그날과 같은 옷은 아니었다.
풍수는 말끔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상반신은 소녀의 몸매를 부각하는 홑옷이었으며 아래는 긴 치마였다.
이 옷차림은 여인의 단정함과 부드러움을 드러내면서도 소탈했다.
“여러분!”
우렁찬 목소리가 퍼져 시끌벅적한 군중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수백 명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높은 단상에 서 있는 그 관원을 바라보았다.
“저자는 상주 지부예요.”
풍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부 대인은 무대에서 격앙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시현의 죄악을 통렬하게 비난했으며 상주, 나아가 장주 각지의 살인 사건에 몹시 애통해했다.
“이 자는 살육을 일삼으니 하루라도 빨리 없애지 않으면 상주가 평안할 수 없습니다. 여러 협객께서 오늘 이곳에 모여주셨으니, 실로 대의명분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악당 시현이 상주에서…….”
시부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스무날이 지났다. 그동안 ‘시현’이 도처에서 사람을 죽였는데 먼저 죽인 건 강호 인사였고, 뒤이어 총 세 파벌이 전멸했다.
시현의 손에 죽은 강호 인사는 족히 643명이었다.
시현의 손에 죽은 평범한 백성은 그 수가 더 많았다. 왜냐하면,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한 많은 자가 이 틈을 타 분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시현을 모방하여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달구거나 방에 들어가 사람을 해쳤다.
허칠안은 한참을 옆에서 듣고 나서야 ‘시현’이 뜻밖에도 장주 관내에서 이렇게 많은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 어쩐지 마도 대회 같은 풍파를 일으켰더라니!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게 고작 시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그를 남기기 위해서라고?’
명탐정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 속의 괴상함을 눈치챘다.
전에 그는 배후의 진범이 시현의 과격한 성격을 이용하여 모함하고 죄를 뒤집어씌웠으며, 시람을 ‘인질’로 삼아 시현을 붙잡은 뒤 제거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으면서 시현의 행방을 쫓지 못한다고? 그리고 내가 막 상주에 온 이튿날, 시현을 맞닥뜨렸지. 물론 용기 사이의 연결 덕분이었지만.’
다른 방면으로 보면 시현의 은닉은 그렇게 비밀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시현 본인도 그를 모함한 사람을 추적하던 중이었다.
만약 배후의 진범이 시현을 죽이려거든 어느 곳에서 살인 사건을 저지르기만 하면 유인하여 시현을 낚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했다는 걸 설명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내 추측이 틀렸거나 배후의 진범이 변태라서 시현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한다거나.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로는 판단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