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3
773화. 흉악한 사건
지부 대인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부터 본 관아와 시가의 시행 고고, 그리고 자리에 있는 각 세력, 가족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지명 수배령을 내리겠습니다. 시현을 죽이는 자에겐 반드시 큰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각 세력과 가족이 잇따라 호응하였으며 밖에서 구경하던 강호 인사들은 흥분에 겨웠다. 그들이 마침내 악마를 제거할 수 있으리라!
일반 백성들에 비해 각지 파벌, 가족은 더욱이 시현을 없애고 싶어 했다. 무사의 왕성한 정혈은 시체를 키우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6품 동피철골인 무사라면, 바로 철시로 제련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전에 시현의 손에 목숨을 잃은 자들은 강호 인사가 많았다.
지부 대인은 손을 아래로 젓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행을 쳐다보았다. 시행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차양막에서 걸어 나와 단상에 올랐다.
시행은 과부였으며, 시부에서 또 흉악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기에 그녀는 오늘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옅은 화장을 했다. 도도하면서도 연약한 분위기는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뜻을 같이하는 여러분의 환호에 감사드립니다. 이 일은 시가로 비롯되었는데 뜻을 같이하는 여러분이 이토록 무수하니, 이 시행, 매우 부끄럽습니다.”
그녀가 막 말을 마치자 누군가 소리 높여 말했다.
“시현이 배은망덕하여 부친을 죽인 건데 시 고고와 무슨 상관이랍니까?”
“그렇습니다. 시가 역시 피해자이지요!”
시행은 읍하여 사의를 표하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 마도 대회는 관아, 시가, 황보가, 춘우당(春雨堂)에서…… 인력을 편성하여 각지를 순찰해서 반드시 시현을 찾을 겁니다. 자리에 계신 여러분도 제자들을 선발하고 배치하여 참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녀가 막 말을 마치자 누군가 말했다.
“시현 그 자체로 5품 화경이고, 또 전투를 돕는 철시 네 구가 있습니다. 순찰 소대가 그를 맞닥뜨리면 목숨이 위태로울 텐데 또 어떡합니까?”
시행이 고개를 돌려, 염주를 쥐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정심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시가에서 다행히 도울 수 있는 불문 고승을 모셔 왔습니다.”
자리에 있던 협객들은 즉시 정심 일행을 쳐다보았다.
승려들은 어색하게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웠다.
한 파벌의 우두머리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불문 고승? 이상하군요. 이 노인네는 상주에서 반평생을 살았는데 불문 사람을 처음 봅니다. 고승들께서는 어떻게 도울 계획이신지요?”
정심은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마주하자 목에 건 염주를 벗더니 말했다.
“이 염주는 빈승과 십여 년을 함께하며 경문의 세례를 받았고 날이 지날수록 영험이 생겼지요. 72알 염주는 하나입니다. 수색 소대는 각각 한 알씩 받으십시오. 시현을 맞닥뜨렸을 때 구슬에 기기를 주입하면 빈승이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눈이 빛냈다가 다시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부 대인이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여러 고승께서 먼 길을 오셨는데 수련 경지가 어떤지 모르니, 개의치 않으시다면 모두에게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행은 정심을 쳐다볼 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이 필부들은 그녀가 추천한 상대를 무례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문 승려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진정으로 믿고 복종하게 하려면 그저 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정심은 사제 정연을 쳐다보았고, 후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심하게 대열에서 나와 군웅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저를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는 마치 사실을 서술하는 것처럼 차분한 어조로 주제넘은 말을 내뱉었다. 자리에 있는 강호 인사들이 동시에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무사에게는 그야말로 적나라한 도발이었다.
정연이 말을 마치고 양손을 합장하니 미간의 금칠이 반짝이면서 빠르게 온몸을 뒤덮었다.
삽시간에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불상이 된 듯했다.
“이, 이건…….”
화려한 옷을 입은 한 우두머리가 잠시 살피더니 그다지 확신이 없는 투로 말했다.
“설마 불문의 금강신공인가?”
“듣건대 불문에 있다고 해도 금강신공을 수련해낼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던데.”
“이 승려는 재주가 좀 있군…….”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순식간에 울려 퍼졌다. 사방이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웅웅웅 들려왔다.
왕준이 중얼거렸다.
“내가 만약 금강신공을 수련해낼 수 있다면, 내가 바로 장주 제일 고수일 텐데.”
풍수는 오히려 다른 일을 떠올렸다.
“소문에 의하면 허 은라 역시 금강신공을 할 줄 안다던데…….”
이윽고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고, 왕준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선배님은?”
풍수는 그제야 그 ‘선배’가 진작에 자취를 감추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 * *
마도 대회 장소와 멀리 떨어진 어느 고공, 거대한 보탑이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 허칠안은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상하는 은색 띠처럼 구불구불했고, 논밭은 불규칙적으로 분포되어 있었으며 산천은 마치 높이 솟아오른 흙더미 같았다.
그는 지서 파편을 쥐고 부도보탑을 부려 주변 수십 리를 어슬렁거리며 순찰하였으나 금빛 용의 그림자를 아무리 해도 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정오가 가까워졌다. 허칠안은 결국 포기하고 은신처에서 보탑을 거둔 뒤 암말을 끌고 마도 대회 장소로 돌아왔다.
이곳은 막 해산한 참이었다. 잘 알려진 거물들은 마차를 타고 떠났고, 도보로 온 강호 산인들 역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선배님!”
허칠안은 풍수와 왕준을 또 마주쳤고,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불문 고승이 대회에서 자신을 한껏 드러냈다는 점을 알았다.
금강신공을 수련해낸 그 고승은 단상에 일각 동안 서 있었다. 앞뒤로 십여 명이 출전하였으나 미세하게라도 흔들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정말 대단한 금강신공입니다. 이런 고승이 개입하는데 어찌 시현을 없애지 못할까 걱정하겠어요? 불문은 정말 강합니다.”
왕준이 흥분하며 말했다.
풍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시현이 줄행랑을 칠까 봐 그렇지.”
* * *
허칠안은 객잔으로 돌아온 뒤 찻잔을 든 채 창가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마 자네 쪽지를 받지 못한 듯해.”
모남치가 분석했다.
“어쨌거나 그는 이미 떠났잖아. 어쩌면 며칠 뒤에야 한 번 다녀갈지도?”
“그럴 가능성은 있네요! 그런데 시현의 성격으로는 통상적으로 마도 대회처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요. 산송장을 조종해서 시행과 대치하면, 그에게는 기껏해야 산송장 한 구를 손해 보는 것이니 아주 보잘것없지요.”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줄곧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그가 뭘 걱정하고 있는 거지?”
시현이 나타나지 않자 허칠안은 이 기회에 용기를 뽑아내려는 계획이 허사가 될까 봐 마음이 약간 좀 불안하여 고심하다가 말했다.
“저 나갔다 올게요.”
* * *
그는 암말을 타고 성을 빠져나와 재빨리 달렸다. 암말은 관도, 논밭, 오솔길을 지나 그 작은 촌락에 도착했다.
허칠안은 촌락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시하면서 소원 입구에 이르렀다.
마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피비린내를 맡았다.
콰당!
허칠안은 마당 문을 발로 걷어차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세 구의 시체를 보았다.
그들은 피바다에 쓰러져 있었다. 남자의 시체는 탁자 옆에 있었고, 젊은 모친은 딸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모녀 둘 몸 밑의 걸쭉한 피는 말라 있었다. 두 사람의 시체는 침상 옆에 있었다.
시체는 차고 딱딱하여 죽은 지 오래된 듯했다.
시체의 분포를 보면 남자가 먼저 죽임을 당한 모양이었다. 질겁한 여인은 무의식적으로 딸을 꼭 껴안고 그녀를 보호하고자 했다가 같이 살해당한 것 같았다.
허칠안 이마의 핏줄이 하나씩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 * *
햇빛이 격자무늬 창으로 들어왔고, 먼지가 떠다녔다.
허칠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환경 속에서 말없이 방 안에 서 있었다. 한참 뒤, 이마에 섰던 핏줄이 비로소 가라앉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 없이 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탁자와 의자 등의 장식은 전투의 흔적 없이 온전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남자의 경동맥은 날카로운 무기에 베여 좌측 태양혈이 무너졌다.
그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모녀 둘의 사인은 동시에 날카로운 무기에 관통당한 것인 듯했다. 모친은 심장을 찔렸지만, 여자아이는 오른쪽 가슴을 찔렸다. 허칠안이 그녀의 머리를 만져본 뒤 진정한 사인은 두정골을 맞아 부서졌기 때문임을 확인했다.
그는 뒤이어 시체 세 구를 뒤척여, 그들 등의 솜옷을 걷어 올리고 시반의 응집 정도를 살폈다.
“사망 시간이 네 시진을 넘지 않는군. 아침에 살해당한 거야……. 아, 아니다. 어젯밤에 기온이 거의 2도였으니 만약 밤에 살해당했다면 실질적으로 사망 시간은 더 이를 거야.”
저온은 ‘신선도 유지’ 효과를 갖추고 있어 사망 시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비록 방 안에 싸운 흔적은 없지만, 이렇다고 면식범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걸 설명할 수는 없어. 보통 사람을 상대하는 건 사실 너무 간단해서 순식간에 죽일 수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무런 까닭 없이 누가 이 무고한 가족을 죽인단 말인가?
허칠안은 탁자에 앉아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똑똑 소리 사이로 그의 머릿속이 들끓는 듯했다…….
“나와 시현 외에 이곳을 아는 자가 누가 있지? 만약 아무도 없다면, 살인범은 시현 아니면 나다. 만약 누군가 이곳을 안다면, 왜 진작에 오지 않고 하필 내가 서신을 보낸 뒤에 사람을 죽여 입막음했을까? 목적은 시현이 아니라 마도 대회에 시현이 가는 걸 저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사람을 매복시켰다가 바로 시현을 없애면 더 좋은 거 아닌가? 그러면 사람을 죽여 멸구한 자가 시현? 이 역시 아니다.동기가 합리적이지 않아.”
허칠안은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내가 고양이로 변해서 시현을 미행하던 그날, 동시에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다면……. 시현이 내 미행을 발견했을 수는 없다. 산송장은 역추적 능력을 갖추지 않았거든. 하지만 나 역시 그 능력이 없지. 당시에 나는 그저 한 마리의 고양이였을 뿐, 본체가 아니었다. 만약 그날 밤, 누군가 몰래 우리 뒤를 따라왔다면…….’
허칠안은 갑자기 일어나서 방을 나섰고, 몸을 돌려 문을 꼭 닫았다. 그는 암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렸다.
* * *
이영소는 시부에서 두 손으로 뜨거운 찻잔을 받치고 달짝지근한 액체를 한 모금 마셨다.
새하얗고 매끄러운 잔에는 구기자가 가득 우려져 있어서 양이 많지 않은 차가 유난히 달아 보였다.
‘에휴, 하루하루가…….’
이영소는 탄식하였다.
도문은 초범하기 전에는 신체의 증가폭에 한계가 있어서 무사의 신체와 정신처럼 변태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반년 동안 동방 자매는 전력을 다해 그의 정력을 착취하였다. 그는 시시각각 빚진 상태에 처했다.
본래 그는 동방 자매에게서 벗어나면 제대로 정기를 키우고 예기를 모으며 정력을 비축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갖가지 이유로 인해 부득이하게 다른 홍안지기와 함께해야 했다.
문인천유부터 시행까지 전부 불타올랐다.
‘어쩌면 나는 무사 체계 수행을 시도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록 무사는 연기경 전에 동정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그건 근간이 없는 자들 얘기지. 일찍이 동정을 잃으면 기기를 단련할 수 없으니까. 내가 만약 수련 경지를 회복한다면, 4품의 법력으로 기기 단련을 강행하는 건 어렵지 않지. 음, 그래도 연정경부터 시작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신체를 단련하는 과정이 부족해서 아마 5품 화경에 들어설 수 없을 거야. 잠깐, 내가 무사의 길을 걷는 건 또 전투력을 위한 건 아니니까 연기경이면 충분한데…….’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갑자기 한 사람 형체가 찻상의 그림자 속에서 뚫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평범한 외모의 서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