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4
774화. 단서가 없다
“선배님?”
이영소는 깜짝 놀랐다. 그는 서겸이 직접 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저 사람은 불문 승려에게 발각될까 봐 두렵지 않은가?
그는 막 이렇게 묻고자 했다가 갑자기 서겸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천종은 ‘격물치지’의 능력이 있어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과 사물에 특별히 민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는 ‘천인합일’의 전치 능력에 속했다.
이영소는 서겸을 잘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한 셈이었다.
지난날의 서겸은 가라앉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물이었다면 지금의 서겸은 암류가 용솟음치는 해수면이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시행이 어젯밤에 어디에 있었지?”
‘내 침상 위에…….’
이영소가 말했다.
“줄곧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허칠안이 그를 일깨웠다.
“확실한가?”
‘네가 잠든 틈을 타서 낯부끄러운 일을 하러 나갔을 가능성도 있거든.’
이영소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에 저희는 자시 이각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게다가 너무 깊게 잠들지는 않았어요. 베갯머리에 있는 사람이 떠난다면 제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이영소는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 무의식적으로 시큰시큰한 허리를 주물렀다.
‘자시 이각? 정말 성 기능이 쇠약해졌구나?’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각 뒤에 북성 밖에서 모이세.”
그는 그림자가 되어 방 안에서 사라졌다.
“비밀스럽기는…….”
이영소는 즉시 방을 나서 시부의 총무에게 말 한 필을 달라고 했다. 그는 간선 도로를 따라 북성 입구로 줄곧 내달렸다.
* * *
두 사람은 단 일각만에 북성문 밖에서 모였다. 이영소는 서겸의 모습이 또 바뀌었다는 걸 눈치챘다.
허칠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설명하지 않고 암말을 채찍질하며 갔다.
“가자!”
이영소는 말채찍을 휘두르며 바로 따라갔다.
촌락에 가까워지자 허칠안은 말의 속도를 늦추고 장포와 망토 모자를 그에게 내던지더니 말했다.
“입게. 마을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네. 자네 영혼을 불러내 살인범이 누구인지 물어 밝혀내게.”
이영소가 변장을 마치자 허칠안은 몸을 돌려 말에서 내렸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암말과 이영소가 탄 말이 얌전하게 길가의 숲으로 들어가 숨었다.
‘쯧, 어수고의 능력은 정말 쓸모 있구나…….’
이영소는 부러워했다.
심고는 또 ‘수고’, ‘어수고’라고도 불렸는데 심고사가 자주 그걸 이용하여 독충과 맹수를 통제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을에 들어섰다. 목적지가 가까워졌을 때 허칠안은 소원 밖에 촌민이 가득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곧 슬피 우는 소리가 방 안에서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마당에 서 있거나 마당 밖에 서서 손가락질하며 귓속말했다.
허칠안은 어렴풋이 몇 마디 들었다.
“왕씨네 가족이 누구를 건드린 건가?”
“누가 알겠는가. 아이조차 놔주지 않다니. 살인범은 정말이지 양심이 털끝만큼도 없군.”
“에휴, 시현이 한 짓 아닌가? 분명히 그일 게야. 듣자 하니 이 자는 키워준 아버지조차 살해하는 미치광이더군.”
“아이고, 그럼 우리가 위험하지 않겠는가?”
그와 이영소는 마을 사람들을 밀어내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집 안에 간이 널빤지가 놓여 있었으며 세 식구가 그 위에 누워 있었다. 그들은 지저분한 백포를 덮은 상태였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널빤지 옆에 털썩 주저앉아 목 놓아 통곡했다.
젊은 부부 한 쌍이 집 안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은 평범한 무명옷 차림이었으며 두 손은 투박하고 얼굴은 까무잡잡했다. 딱 보니 중노동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젊은 부부는 허칠안과 이영소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약간 경계하였다. 더욱이 이영소는 장포를 걸친 데다 망토 모자를 쓰고 있었다.
“관아 사람이오.”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누가 당신들더러 제멋대로 시체를 옮기라고 했소? 살인범이 남긴 단서가 망가졌으면 어떡하오?”
그가 와서 한바탕 질문을 퍼붓자 젊은 남녀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이영소는 이 기회를 틈타 뒷방에 들어갔다. 역시나 살인 사건 현장이었기에 문을 닫았다.
허칠안은 젊은 사람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
“당신들 이 집안과 무슨 관계요?”
젊은 남자는 고개를 돌려 죽은 남자를 바라보더니, 어눌한 얼굴에 슬픔을 드러냈다.
“그는 제 형님입니다. 제 아버지가 그의 숙부이고요. 정오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가 금세 간 걸 봤다더군요. 그가 상황을 보러 왔는데 한참을 불러도 응하는 이가 없자 들어와서 보니 사람들이 이미 죽어 있었답니다…….”
그는 말을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허칠안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주위의 이웃을 불러주시오.”
젊은 남자는 문턱을 걸어 나와 마당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을 몇 차례 훑어보더니 사투리로 말했다.
“관아 나리께서 물을 말씀이 있다고 하시니 잠깐 여기로 와보게.”
그는 그중에 몇몇 이웃을 가리켰다.
이내 행랑어멈 두 명이 들어왔다. 모두 이웃이었다.
행랑어멈들은 약간 두려워하면서도 호사가들의 본성을 억제하지 못하여 계속해서 널빤지 위의 시체 세 구를 쳐다보았다.
“무슨 이상한 사람들이 이곳에 왔었는가?”
허칠안이 물었고, 곧 정오에 낯선 남자가 왔다는 것에 대한 대답을 얻었다.
“아침에 무슨 이상한 사람들이 왔는가?”
두 행랑어멈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고, 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을에 사람이 비록 많지 않지만, 장점이 있다. 만약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면 아주 눈여겨볼 테고, 저녁에 살해할 가능성이 더 높지…….’
그가 남몰래 생각하던 그때 이영소가 방 안에서 걸어 나와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영혼이 누군가에 의해 흩어졌습니다.”
이영소가 전음으로 말했다.
허칠안은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두 사람은 더는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마을을 떠났다.
이영소는 돌아가는 도중에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죠?”
“내가 그날 시현을 미행하다가 이곳을 찾았네. 시현이 바로 이 집에 숨어 있었어. 잠시 묵는 곳 중 하나인 셈이지.”
허칠안은 암말 등 위에 앉아 조망하며 말했다.
“그날 우리가 이곳을 연락 거점으로 삼아 서로 소식을 주고받자고 약속했네. 나는 그가 마도 대회에 가서 시행과 대치하도록 종용하여 기회를 빌려 그의 위치를 굳힐 작정이었네. 음, 그날 내가 심고로 고양이 한 마리를 조종하였는데 내 본체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떠난 뒤였네.”
그는 왜 시현의 본체를 찾아야 했는지는 생략하였다.
이영소는 비록 의혹이 있었지만, 자세히 묻지 않고 침음했다.
“하지만 시현이 오늘 마도 대회에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그러니까!”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확인하러 이곳에 온 것인데 그들이 누군가에 의해 멸구당했다는 걸 발견한 게지.”
“씁…….”
이영소는 한기를 마시더니 말했다.
“멸구한 목적은 시현이 마도 대회에 개입하지 않게 하려고?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멸구한 사람이 시현이 오늘 밤에 올 거라는 걸 알았다는 거지요.”
이 말은 허칠안을 일깨웠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어쩌면 시현이 쪽지를 받지 못하게 저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현을 겁주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무슨 말씀이시지요?”
이영소가 물었다.
“나는 시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네. 하지만 이 자의 성격이 좀 과격하다는 건 알지. 그가 상주에 남은 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배후의 진범을 밝혀내기 위함이네. 설령 내 쪽지가 없다고 해도 그는 아마 마도 대회를 틈타 억울함을 호소했을 것이야.”
허칠안이 분석했다.
“쪽지는 내가 추가한 보험이네, 하지만 가장 핵심은 아니지. 나 역시 어젯밤 시현이 반드시 올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네. 하지만 배후에 있는 자가 어떻게 시현이 어젯밤에 올 거라는 걸 확신했지?”
허칠안은 시현이 어젯밤에 산촌에 올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오지 않으면 쪽지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는 사람을 죽여 멸구한 동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 식구는 살해당했다. 이는 배후에 있는 자가 시현이 어젯밤에 올 거라는 걸 알았다는 의미였다.
이영소는 이해했다.
“쪽지는 핵심이 아니군요. 관건은 배후의 살인범이 시현이 어젯밤에 여기에 올 거라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그가 미리 세 식구를 죽이고 시현을 놀라게 하여 그가 자신이 그날 만난 신비로운 사람, 다시 말해서 선배님이 못된 생각을 품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했죠. 범인은 신중을 기해, 시현이 마도 대회에서 일을 망칠 생각을 꺾은 겁니다. 하지만 살인범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허칠안은 답을 줄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핵심 정보가 부족하네. 이 사건에서 시행과 시현을 제외하고 배후에 숨은 자가 더 있네. 그가 사방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게야. 이 자의 신분을 확인하면 진상은 거의 풀리네.”
이영소는 한 인물이 떠올랐다.
“시람일까요?”
이 인물은 지금껏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시건원이 사망한 그날 불가사의하게 실종되어 더는 소식이 없었다.
허칠안이 반문했다.
“그녀에게 이런 수련 경지가 있는가?”
“시람의 수련 경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마 4품에 이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5품에 이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녀가 실력을 숨기고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영소는 확신할 수 없었다.
허칠안이 말했다.
“요 며칠 동안은 나를 찾아올 필요가 없어졌네.”
“왜요?”
“나는 암암리에 사건을 조사하여 배후의 진범을 찾은 뒤에 죽일 걸세.”
허칠안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 * *
한 승려가 시부 마당으로 돌아와 정심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가 허락을 받은 뒤 문을 밀고 들어오니, 정심과 정연이 수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형 두 분, 시행 시주가 제게 상주성 서쪽 30여 리 밖에 있는 부두 마을에서 일가족이 전멸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강호 인사가 한 짓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전하라 했습니다. 관아에서는 ‘수색대’를 꾸려 상황을 살폈고, 이미 시현의 소행일 가능성은 배제했습니다. 허나 마을 사람의 말에 따르면 오늘 정오에 청의를 입은 남자가 마을에 왔었다고 합니다. 사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차림을 한 외부인 두 명이 마을에 들어왔고, 스스로 관아 사람이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아에서는 이미 확인을 거친 뒤였기에 이 두 사람은 관아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세 가족이 죽은 상태를 자세하게 얘기했다.
정심은 바둑돌을 만지다가 ‘툭’하고 떨어트리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다.”
그 승려는 합장하고 물러났다.
“아마도 강호 협객이겠지요.”
정연이 말했다.
그가 가리킨 건 사후에 온 관아를 사칭한 그 두 사람이었다.
“정혈을 흡수하지도 않고, 재물을 구한 것도 아닌데 왜 사람을 죽였을까?”
정심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하였다.
“어쩌면 원한에 의한 살인이거나 사도에 빠진 자가 혼란한 틈을 타서 한몫 챙기려는 걸지도요.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만약 이 일을 좀 빨리 해결하고 싶으면,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정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마도 대회 후, 관아와 몇몇 강호 세력은 황책(黃冊)을 참조하여 성안을 집마다 수색하였다.
지방 도시에서는 ‘수색대’도 입점하였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면, 상주 관아는 이미 적잖은 능력을 갖춘 셈이었다.
“오늘 밤 자네는 성을 나가 순찰하러 가게. 이목을 좀 끌어야 하네.”
정심이 말했다.
“네.”
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