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5
775화. 불합리한 동기
정심은 바둑돌을 두고 포대에서 고서를 한 권 꺼냈다. 책장을 뒤적이다가 어느 장에서 멈췄다.
“남강 시고부는 시체로 시체를 키우는 비술을 지니고 있네. 이 비술은 고를 키우는 비술을 모방하여 변화시킨 것으로, 산송장들이 서로 삼켜서 정수를 약탈하는데 결국에는 승자가 시왕(尸王)이 되네. 철시 위는 비시(飛尸)로, 비시는 위험에 대한 연신경 무사의 조기 경보와 역량에 대한 화경 무사의 극치 장악, 4품 무사의 ‘의(意)’를 갖추고 있지 않네. 하지만 비시는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을 다스려 비행할 수 있고, 전투력은 4품보다 약하지 않네. 심지어는 더 강하지. 그들이 충분히 많은 정혈을 약탈하여 몸속에 혈단의 전신을 응집해냈기 때문에 혈육이 재생하는 능력을 지닌 것이지.”
정심이 천천히 말했다.
“그렇게 많은 무사를 죽였네. 일부는 정혈을 빼앗기고, 일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 배후에 있는 자는 아마 비시 한 구를 제련하고 싶을 게야. 그는 단연코 금강신공을 수련해낸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정연이 웃으며 말했다.
“더욱이 제가 마도 대회에서 드러낸 수련 경지는 간신히 5품이었지요.”
그들이 막 대화를 나누던 차에 또 승려 한 명이 들어오더니 쪽지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정심 사형, 시부 집사가 서신을 한 통 건네며 문밖에 누군가 보내왔다고 하더군요. 이름을 똑똑히 대며 사형에게 주라고 요구했습니다.”
정심은 의구심을 품은 채 서신 봉투를 뜯었다.
* * *
허칠안은 객잔으로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모남치의 경계에 찬 목소리가 문 뒤에서 울렸다.
“나요.”
허칠안은 그녀의 목소리가 좀 이상함을 알아채고 말했다.
“문을 여세요, 무슨 일이에요?”
끼익.
방문이 열렸고, 모남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문 뒤에 서 있었다.
두 손바닥 크기만 한 흰 여우는 얌전하게 그녀의 발밑에 웅크리고 앉아 앳된 어린아이 목소리를 일부러 근엄하게 냈다.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어요. 대인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이모는 놀라서 침상 밑으로 기어갔을 거예요.”
“누군가 우리를 염탐한다고요?”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창가로 걸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휙 훑은 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염탐당하는지 어떻게 알았지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염탐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비록 3품 무사의 수련 경지가 봉인됐지만, 천고는 이 방면에서 더 민감하였다.
“자네가 간 뒤에 갑자기 흰 여우가 누군가 우리를 지켜본다고 말했어.”
모남치는 약간 무서웠다.
“하지만 내가 창가를 한참 지켜봤는데 염탐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는 못했어. 깜짝 놀랐잖아.”
허칠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흰 여우를 쳐다보았다.
“너 이 방면으로 천부적인 신통력이 있니?”
흰 여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 천부적인 자질은 잠행과 속도예요.”
허칠안이 의문을 제기했다.
“네 착각이 아니고?”
흰 여우는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직감은 지금껏 틀린 적이 없어요.”
“알겠어.”
허칠안이 말했다.
“둘은 잠시 부도보탑 안에 있으세요. 제가 최근에 사건을 조사하다가 확실히 이상한 일을 맞닥뜨렸거든요.”
그는 객잔의 심부름꾼을 불러와 건조품과 깨끗한 물 그리고 일상용품을 준비했다. 그런 뒤 그는 부도보탑을 들고나와 모남치와 흰 여우를 그 안에 거두어들였다.
허칠안은 이 모든 걸 마친 뒤 바로 떠나지 않았다. 그는 탁자로 걸어가 종이를 고르게 펼치고 습관적으로 시가의 사건을 복기하였다.
허칠안은 이전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분석하였지만, 시종일관 용기 수탈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사건 경위를 헤아리는 건 적당히 했었다.
오늘 세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허칠안은 용기를 잠시 제쳐두고 온몸과 마음을 사건에 투입하여 배후에 있는 자와 제대로 놀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미행하고 사람을 죽여 멸구하고 모남치를 감시하고? 좋아, 너와 놀아주지.”
그는 상당히 풍부한 형사 경험과 범죄 심리학 지식을 갖추었기에, 문제를 분석할 때 어느 정도 똑똑한 이 시대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예리했다.
“모든 근원은 20일 전 시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다. 죽은 사람은 시건원이고, 용의자는 의붓아들 시현, 목격자는 시가의 모든 사람을 포함한 시행이다. 살인 동기는 사랑! 주: 아가씨 시람은 실종되었다.”
허칠안은 붓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썼다.
“동기는 용의자가 아버지를 살해했음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다른 이유가 있거나 누군가가 모함한 것이다. 시행의 전남편이 시건원 때문에 죽었기에 마음에 원한을 품고 있다. 시건원의 아들들은 평범하며 가업을 계승할 힘이 없다. 그렇기에 시행이 최대 수혜자이자 충분한 살인 동기를 지니고 있다.”
허칠안은 이 말을 다 쓴 뒤, 총정리를 했다.
첫 번째 용의자 시현, 두 번째 용의자 시행.
그가 추측하기로는 시행이 시현보다 더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시현에게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이 있었다. 사건 수사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면 안 되는 법이었기에, 시현은 여전히 첫 번째 용의자였다.
허칠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받치고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십여 초 뒤, 그는 두 번째 단계의 사건 경위를 쓰기 시작했다.
“사후에 시현은 상주 심지어 장주 관내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일부러 강호 인사만 골라 손을 댔고, 후에는 백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 이는 사랑을 위해 아버지를 죽인 용의자의 행동에 부합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시현의 범행 동기와 나중에 상주에서 소란을 피운 행동은 완전히 모순됐고 불합리했다.
이건 단지 세 가지 상황에 지나지 않았다.
“결론: 시현의 살인 동기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고 번복할 수 있다. 시현은 모함을 받았고, 이 사건에는 다른 내막이 있다.”
허칠안은 사건 경위를 정리한 뒤 이어서 두 가지 의문점을 적었다.
“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 멸구한 자가 배후의 진범인가? 상주에서 연이어 살인 사건을 저지른 목적이 무엇인가?”
허칠안은 붓을 내려놓고 자세히 분석했다.
“만약 어젯밤에 사람을 죽이고 멸구한 자가 배후에 있는 자라면 그(그녀)는 시현을 그를 암살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배후에 있는 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 배후에 있는 자가 시행이라면 시현을 제거하고 마음이 후련해지면 안 되는 건가?”
여기서 또 모순이 생겼다.
이 사건에는 모순되는 점이 세 군데 있었다. 만약 시현이 살인범이라면 시부의 살해 사건과 나중에 벌어진 무자비한 살육 사건이 서로 충돌했다.
그러면 시행이 이익을 얻으려고 시현을 모함했다는 가능성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어젯밤 마을의 일가 전멸 사건은 또 한 번 ‘시행이 배후의 살인자’라는 추측을 막았다.
첫 번째 단계의 사건 경위는 시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시현으로 규정했다.
두 번째 단계의 사건 경위는 상주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용의자를 시행으로 규정하였다.
세 번째 단계의 마을 일가 전멸 사건은 또 시행이 배후에 있는 자라는 혐의를 덜어주었고, 사건의 경위를 더 복잡하게 했다.
“시람은? 시람은 어디로 갔을까? 가령 시행이 배후의 검은손이지만, 마을 일가 전멸 사건은 시람이 한 짓이라면 앞에 했던 추측을 번복할 필요 없이 가까스로 성립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시람이 이렇게 한 목적이 뭐지? 이런 추측은 하면 안 된다. 시람은 시종일관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와 관련된 단서도 없는데 이렇게 경솔한 가설을 세우면 나를 막다른 골목에 끌어들일 뿐이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분석했을 때 어렴풋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경력직 탐정의 직감이었다.
허칠안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는 이 과정을 십여 분 동안 유지하였다가 눈을 떴다.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생겼다.
혼란!
맞다, 시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혼란에 있었다. 곳곳에 모순이 있지만, 진정으로 그가 이상하다고 깨달은 부분은 동기였다!
“모든 모순은 동기가 불합리하다는 데 있다. 시현이 시건원을 죽인 동기는 합리적이지 않고, 마을 일가 전멸 사건의 동기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게 고작 시현을 남기기 위함이라는 동기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마치 대포로 파리를 잡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현이 만약 사랑에 푹 빠진 종자라면 분명히 시람을 위해 아버지를 죽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시람을 잘 감추기만 하면 이를 인질로 삼아 그는 상주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는 다른 내막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근본을 철저하게 캐내자. 시가부터 조사하기 시작해야겠어…….”
허칠안은 손을 털어 종이에 불을 붙여 재로 만들었고, 붓을 씻는 청자 물항아리에 아무렇게나 내던진 뒤 객잔을 떠났다.
* * *
반 시진 후, 객잔 주인장은 계산대에 앉아 주판을 만지작거리며 장부를 정리했다.
귓가에 온화하게 불호를 외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타불!”
주인장이 고개를 들어 보니 서역 사람의 특징을 지닌 승려였다. 그는 외출하기 편리한 납의를 입고 있었는데 침착하고 내성적으로 보였다.
“대사께서는 묵으실 건가요. 아니면 요기를 하실 건가요?”
주인장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상주에서 이런 고급 객잔을 반평생 운영하였는데 승려를 만나는 횟수는 손꼽을 정도였다. 중원에서 불문 승려는 ‘희귀한 사람’이었다.
젊은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고 온화하고 자애로운 어조로 말했다.
“빈승은 근래 가게에 남녀 한 쌍이 묵으러 들어왔는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남자는 청의를 입고 있고, 여인의 외모는 평범하며 탈것은 전투마입니다.”
이 승려의 말은 마치 사람을 복종하게 하는 힘을 가진 듯했다. 주인장의 가슴 속에 괴상한 기분이 솟구쳤다. 그는 마치 맞은편의 스님이 위엄 있는 아버지뻘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손님이 계십니다.”
주인장은 사실대로 말했다.
“만약 외모가 평범한 남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투마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대사께서 말씀하신 자가 누군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손님께서는 막 방을 빼고 떠나셨습니다.”
정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장.”
* * *
깊은 밤, 시부에서 한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은 채 잠행하였다. 순찰하던 수위의 불빛이 녹지대에 비친 그림자를 비틀었다. 그렇게 짧은 순간 잠행하던 이 그림자를 비추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림자는 잠잠하게 사라졌다가 더 먼 곳에 있는 어둠 속에 나타나 계속해서 목적지를 향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외진 소원에 이르렀다.
그는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원 근처에 수위가 적잖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연신경 무사도 꽤 많았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는 그렇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방향을 우회하여 소원 뒤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