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6
776화. 검시
촛불이 집 안을 밝게 비추었으며 짙은 고기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세 명의 사나이는 탁자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앉아 고동갱(古董羹) 즉 훠궈를 먹었다.
시현이 지하실에 침입한 후로부터 시부는 이곳의 수비를 강화했다.
그는 밖에 인력을 더 파견했으며, 뿐만 아니라 집 안에도 밤낮으로 ‘주둔’하는 고수를 두었다.
허칠안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신을 집중하여 감지하였다.
“안에 세 사람 모두 연신경 이상의 무사다. 습격은 그들이 미리 내 존재를 감지하게 할 뿐이고, 밖에 있는 수위를 끌어들이겠지…….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무력만 믿고 들이닥쳤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비열한 무사가 아니니까.”
십여 초 뒤, 마당의 지반 아래 지하 동굴 안에서 단잠을 자던 쥐 한 마리가 깨어나 핏빛 눈을 떴다.
평범한 쥐가 아니었다. 그 쥐는 온몸이 전부 독이었으며, 호흡할 때마다 독소를 내뿜어 주변의 모든 생물을 감염시켰다.
* * *
집 안!
“시현이 왜 돌아오려는 건가?”
체구가 우람한 남자가 말했다.
“장로의 말씀을 들어 보니 시람을 찾는다는군. 이 미치광이가 시람이 죽어 지하실에 감춰져 있는 줄 알고 있네.”
다른 사나이가 고개를 저었다.
“시람은 그한테 납치당한 거 아닌가?”
그들은 막 대화를 나누던 중 ‘끽끽’ 우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보니 통통하게 살진 까만 쥐였다. 그 쥐는 벽 모퉁이의 그림자에 서서 새빨간 눈으로 세 사람을 묵묵히 주시했다.
세 사나이는 명색이 위험에 대해 아주 강한 예감을 지닌 무사로서, 쥐를 보는 순간 직감의 경고를 들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탁자에 기대어 둔 무기를 잡았다. 그대로 그들은 큰 소리로 외쳐 밖에 있는 수위에게 알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세 사람은 탁자 위에 축 늘어져 졸도하였다.
몇 초 뒤, 한 그림자가 탁자 밑에서 뚫고 나왔다. 허칠안은 한 바퀴 둘러보더니 귀를 기울여 마당 밖의 수위가 안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걸 확인했다. 그러고선 그는 돌아서서 지하실 입구에 이르러 무거운 돌 덮개를 끌어당겼다.
방 안의 세 사람이 중독된 독에는 강력한 마비 효과가 있었다. 그 독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기껏해야 며칠 허약해지고 나면 곧 회복할 수 있었다.
돌 덮개가 열리면서 어두컴컴한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허칠안은 준비한 초를 꺼내 불을 붙이고 등황색 빛을 든 채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늘어선 시체를 지나쳤다. 그는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놓이고 가장 쾌적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 조사가 중요했다. 그는 시체와 대화하며 상호작용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억누르고 지하실 깊은 곳에 있는 그 밀실로 직행했다.
시부에는 풍속이 하나 있었다. 시부 사람들은 족인이 죽은 뒤에 화장하거나 시체를 산송장으로 단련하게끔 가족에게 바쳤다.
이는 족인의 시체가 외부인에게 발굴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허칠안은 움직이기 전에 이미 이영소한테 정보를 얻었더랬다. 시건원의 시체는 시행이 산송장으로 제련한 뒤에 지하실에 두었다.
시행의 주장은 시가가 큰 변화를 겪었으니 가족의 평안을 호위할 힘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이 이유는 시가 사람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허칠안은 여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사심이 있다고 믿었다.
물론 시행의 생각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허칠안이 이번에 잠입한 건 검시를 위해서였다.
시체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었다. 상처 모양, 부상 상태 등등 잘 아는 자가 사건을 저질렀는지 아닌지 허칠안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이내 그는 지하실 깊은 곳의 그 밀실 밖에 이르렀다.
밀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허칠안은 손바닥에 자물쇠 심을 붙이고 힘을 주었다.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 심이 뒤흔들리더니 바로 날아갔고, 어슴푸레한 재가 되었다.
밀실 안에는 시체가 많지 않았다. 좌우로 각각 네 구가 있었는데 가발을 썼으며 전부 디자인이 동일한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다소 볼록한 가슴으로부터 그중에 세 명은 여인의 시체임을 알 수 있었다.
허칠안은 시체의 가발을 벗기고 식별을 거친 뒤 좌측의 세 번째 시체가 시건원임을 알아냈다.
재미있는 건 우측의 세 번째 시체는 이목구비가 또렷한 남자 시체였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영소의 묘사에 따르면 시행의 전남편이었다.
“쯧, 둘씩 마주 보고 있다니. 역시나 시행이 시건원에게 원한이 있군.”
허칠안은 시간을 끌지 않고 시건원의 시체를 걷어차고 회색 옷을 전부 벗겨낸 뒤 촛불을 들고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시건원의 가슴팍에는 봉합한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도처에 널리 퍼진 시반이 다른 상처의 흔적을 훼손했다.
허칠안이 촛불을 움직이니, 등황색 빛이 가슴에서 아래로 이동하다가 두 다리 사이에서 멈췄다. 그는 회색 옷으로 손을 감싸고 새알을 끄집어냈다.
“가랑이 부위의 기습은 배제!”
이 위치는 동피철골 무사한테 비교적 약한 곳이었다.
그는 촛불을 더 밑으로 움직여 시건원의 두 다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어둠 속, 허칠안의 눈동자가 약간 커지고 눈빛이 정지하였다.
시건원의 왼쪽 발에는 발가락이 여섯 개 있었다.
‘여섯 발가락? 시현?!’
이는 허칠안의 머릿속에 번쩍인 첫 생각이었다. 그는 이 때문에 충격받은 나머지, 머릿속에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서 냉정하게 사고할 수가 없었다.
몇 초 뒤 그는 침착해졌다. 허칠안은 숨을 깊게 들이쉰 뒤에 시건원을 자세히 살폈다.
여섯 번째 발가락은 분명히 기형으로 보였다. 새끼발가락에 바싹 달라붙어 난 모양새가 추하여 보기 흉했다.
그는 시건원의 얼굴을 쓰다듬어 역용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시체의 나이를 판단하려면 가장 직관적인 외모 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다.
예컨대 피부의 질, 골격, 치아 등 중년층과 청년층의 차이는 매우 컸다.
경험이 풍부한 허칠안은 이 시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말 시건원이군. 그도 발가락이 여섯 개라니, 재미있네…….”
허칠안은 시체의 입을 비틀어 열고 치아를 다 본 뒤에 ‘헤’하고 소리 냈다.
“발가락이 여섯 개인 시현, 시건원 역시 발가락이 여섯 개인 건 우연의 일치인가? 시건원에게는 의붓아들인 시현밖에 없다. 시현은 고아고, 아버지와 시건원은 관계가 없다. 그리고 시건원은 그 자체로 아들이 있고 딸이 있으며 의붓아들은 한 명뿐이다. 그렇다면 그 본인은 의붓아들을 널리 받아들이는 취미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 이건 본래 별거 아니니 시건원과 시현이 의기투합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발가락이 여섯 개라는 건 아주 재미있어. 시행 그리고 시부의 다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시건원은 한사코 시람을 황보가에 시집 보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시현의 부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야만 이익이 가장 극대화된다는 말 역시 합리적인 셈이지만 아주 단호했지.
하지만 딸을 의붓아들에게 시집 보내 사돈을 맺는다는 건, 의붓아들에게 철저히 목숨을 걸고 시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것이고 역시나 합리적이다. 딸을 의붓아들과 사랑하는 제자에게 시집 보내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만약 이 의붓아들이 사생아라면? 만약 시현이 시건원의 의붓아들이라면 두 사람 모두 발가락이 여섯 개라는 이렇게 뚜렷한 특징은 모든 이를 속일 수 없다.
시현이 시건원의 사생아라는 걸 시행이 알았나? 만약 알았다면, 그녀가 남매를 죽이고 시현에게 화를 전가한 건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극의 흐름대로라면, 시현은 결과적으로 분명히 시부의 후계자가 되고, 시가의 가주가 될 테니까.”
허칠안의 추리가 점입가경에 이르렀을 때, 그는 문득 불합리한 BUG를 깨달았다.
“잠깐, 만약 시현이 시건원의 사생아라면 시건원이 전혀 숨길 필요가 없잖아. 실력이 강한 화경 무사이자 한 집안의 주인이 사생아가 있는 게 뭐가 어떻다고? 완전히 떳떳하게 사람들 앞에서 공개할 수 있었지. 전혀 속일 필요가 없었다. 강호 세력 역시 명망 높은 집안의 개인사에는 참견하지 않는다. 그들도 예의상 염치와 명성을 고려해야 하니까. 무슨 이유가 있어 시건원이 어쩔 수 없이 시현의 신상을 숨기지 않는 이상 말이다.
시현은 분명히 자신의 신상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 않고선 자신의 친여동생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리고 만약 알았다면, ‘사랑을 위한’ 범행 동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시현을 만나 그가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제대로 물어보기만 한다면, 시건원을 죽인 범인을 아마 판단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중얼거리면서 한편으로는 지서 파편을 꺼내 뒷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태평도가 거울 안 세계를 뚫고 나와 ‘웅웅’ 진동 소리를 내며 억울함과 흥분을 모두 갖춘 심정을 전달했다.
그런 뒤, 태평도는 저절로 칼집을 벗어났다. 칼끝은 딩딩딩 하며 허칠안의 등에 부딪힘으로써 열정을 표했다.
“치지 마, 치지 마, 아파 죽겠어…….”
허칠안은 손바닥을 뒤집어 칼자루를 쥐었다. 그는 칼끝으로 시건원의 목구멍을 힘껏 그었다.
시건원은 철시로 달궈져 해부하려면 태평도처럼 절세신병이 있어야만 정확하고 예리하게 육체를 가를 수 있었다.
그가 해부하는 이유는 시건원이 죽기 전에 중독되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시가에는 4품이 없었다.
시현이든 시건원이든 아니면 시행이든 전부 5품 화경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사는 질기기로 유명했다. 설령 기습이라고 해도 단시간에 상대를 죽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일단 빠르게 죽이지 못한다면, 시가의 호위와 고수가 분명히 빠르게 반응하여 달려올 터였다. 이렇기에 ‘서재에 이르렀을 때 시현에게 죽임당한 가주를 발견하는’ 이런 상황은 벌어질 리가 없었다.
둘째, 시건원의 몸에 상처가 아주 많다.
시건원은 확실히 한순간에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는 방금 자세히 조사를 거쳐 치명적인 심장 상처 외에도 시건원의 몸에 내상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그가 죽기 전에 매우 격한 전투를 거쳤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치열하게 전투하면서도 또 재빨리 끝나는 현상이 생기는가?
이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시건원은 아마 반격할 힘이 거의 없었기에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그러면서 아주 빨리 동피철골의 방어가 깨졌고, 살인범의 칼에 죽었다.
합리적인 설명은 시건원이 중독됐다는 것이다.
그는 검붉은 피와 살을 가르고 목구멍 부위를 다 검사했지만 뚜렷한 중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위를 갈랐고, 마침내 흔적을 발견했다.
시건원의 윗주머니 안에 약간 까만 물질이 잔류해 있었다. 이 물질들은 독소와 위산이 반응한 후에 형성된 것에 가까웠다.
허칠안은 독고의 능력을 통해 1차 분석을 마쳤다. 그는 세 가지 독초의 성분을 분석하여, 시간이 너무 오래되면 곤란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세 가지 독초는 환각을 불러일으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했다.
“이건 복합성 독약으로 상당히 고급이다. 이 시대의 제약 수준은 좋지 않지. 복합성 독약은 대체로 단순하고 거칠게 몇 가지 독약을 혼합하는 건데,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냄새와 색이 생길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독을 주입했든지 간에 무사의 위기 예감과 예민한 후각, 미각을 속일 수는 없어. 이 독약은 아마 무색무취일 거야. 보통 사람은 이런 수준의 독약을 정제할 수가 없어. 두 종류의 직업만이 가능하다. 술사와 독고사. 참, 시행그녀가 이영소의 몸속에 정고를 심었지. 그녀는 정고를 구하러 남강에 간 적이 있다. 화경 무사를 무색무취로 독살할 수 있는 기이한 독을 하나 더 구하는 건 어렵지 않지.”
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저도 모르게 미간을 문질렀다. 이런 독약을 제련해낼 수 있다면 직접 시건원을 독살하는 게 더 간단명료하지 않나?
왜 하필 필요 이상의 짓을 하는 건가?
허칠안은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즉시 이유를 떠올렸다.
“당연히 독살해서는 안 되지. 독살했다면 사람을 시현이 죽인 거라고 어떻게 증명하겠어?”
이는 시현을 겨냥한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