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78
778화. 단서 (2)
새벽녘에 이영소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촉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한 여인이 외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깼다.
“고고! 고고! 큰일 났어요.”
시행은 눈을 떴다. 도도하면서도 온유한 기질의 아름다운 유부녀는 나른한 자태를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랑, 가서 문 좀 열어줘요.”
이영소는 미간을 찌푸렸다.
“먼저 옷을 입으시오.”
시행은 고개를 젓더니 나른하면서도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한 일이 있다잖아요, 얼른 가세요, 얼른.”
여자는 옷을 입는 게 번거로운 편이었다.
이영소는 장포를 걸치고 문 옆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는 건 시평(柴萍)이라는 시가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깔끔하고 간편한 복장이었으며, 수련 경지를 동반했다.
시평은 초조함으로 가득한 표정이 되더니, 저도 모르게 더할 나위 없이 준수한 이영소의 얼굴과 반쯤 벌어진 장포 속으로 시선이 향했다. 근육질에 균형 잡힌 가슴이 소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시평은 억지로 자신의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예를 갖춘 뒤 문턱을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이때의 시행은 이미 흰 속옷을 입고 연두색의 복두로 가린 채 앉아 있었다.
“고고, 지하실에 또 누군가 난입했습니다.”
시평이 보고했다.
시행은 옷을 입던 동작을 멈추고 아주 침착하게 물었다.
“시체를 도둑맞았느냐?”
“아니요. 하지만 가주의 시체가 해부됐습니다.”
시평이 말했다.
시행은 손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녀는 시평을 내보낸 뒤 비단 치마를 다 입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희고 매끈한 손으로 옥잠을 비틀어 단순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뒤 말했다.
“이랑, 저 지하실에 가서 좀 볼게요. 아직 피곤하면 좀 더 주무셔요.”
이영소는 ‘오’하고 소리 내더니 갑자기 시행의 손을 당겨 붙잡았다.
그는 당혹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뒤, 시행의 뽀얗고 섬세한 뺨에 힘껏 ‘쪽쪽’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늘 함께할 것이오.”
시행은 얼이 빠져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에 물빛이 번쩍이며 아리땁게 웃었다.
방문이 다시 닫혔고, 이영소는 혼자 탁자에 앉아 시평이 보고한 일을 생각했다.
“시건원의 시체가 해부됐다고? 아마도 서 선배가 한 짓이겠지. 그가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거라고 했었으니까. 수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이영소는 갑자기 기대감이 솟구쳤고, 즉시 서겸을 찾아가 그에게 뭘 조사해냈는지 묻고 싶었다.
마침 그때, 잠기지 않은 방문의 틈이 벌어지더니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서 선배?”
성자는 황갈색 고양이가 방에 들어오는 걸 보더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기쁜 표정을 보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선배님 어째 오셨나요? 요 며칠 동안 안 만난다고 하신 거 아닌가요?”
황갈색 고양이는 입에서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다.
“자네한테 나를 만나러 오지 말라고 한 것이지, 내가 자네를 보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았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수상쩍게 생각하며 말했다.
“자네 어찌 나를 알아본 거지?”
“선배님이 예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심고로 고양이 한 마리를 통제하여 시부에 잠입했다가 시현을 마주쳤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뒤 성자는 황갈색 고양이가 그곳에 굳어 깊은 생각에 잠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뭔 말을 잘못했나?’
이영소는 표정이 망연했다.
‘빌어먹을, 나도 어느새 금련 도사의 취미에 물든 건가?! 아니, 나는 아니야. 그저 고양이는 아주 날쌔게 오고 갈 수 있고, 개는 근본적으로 시부에 잠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야……. 설령 잠입해 들어온다고 해도 승려한테 죽임을 당해 개고기 훠궈가 됐을 가능성도 있고…….’
허칠안은 복잡한 심경으로 중얼거렸다.
이때 이영소는 묻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너무 심오한 나머지 헤아릴 수 없는 선배가 갑자기 인생을 반추하니, 그는 감히 방해하기 어려워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내 허칠안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차를 따르게. 좀 갈증 나는군.”
목이 마른 건 그가 아니라 고양이었다. 하지만 배고프고 목마른 감각은, 그 몸에 빙의한 허칠안에게도 동시에 영향을 주었다.
이영소는 즉시 엎어 놓은 찻잔을 뒤집어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웠다.
황갈색 고양이는 여세를 몰아 들어오더니 탁자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바로 차를 핥는 대신 어수선한 침상을 쳐다보았다.
고양이의 후각은 인류의 수십 배에 달하기에 그는 설탕 냄새를 쉽게 맡았다.
허칠안은 정고의 부작용을 고통스럽게 감내하다 ‘허’하고 소리를 냈다.
“아주 자유롭고 유쾌하게 사는구먼.”
이영소는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우거지상을 하고 말했다.
“선배님, 언제 저 대신 정고를 꺼내주셨어요? 저 지금 매번 행아를 볼 때마다 저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어요. 머릿속에 온통 그녀 생각뿐이에요.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대기만 하면 달려드는 저를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는 말하면서 자신의 허리를 소중하게 껴안았다.
‘잘났네…….’
무표정의 허칠안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일이 해결되면 내가 자네 대신 자고를 제거할 것이네. 지금 없애면 경솔한 행동으로 상대방이 경계할 것이고 시행이 알아차릴 게야.”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겠군!’
이영소는 탄식하더니 다음에 단약을 정제하여 보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그는 지하실의 일이 떠올라 말했다.
“방금 어떤 이가 행아에게 통지하길 누군가 지하실에 난입하여 시건원의 시체를 해부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선배님, 선배님이 하신 겁니까?”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였어…….’
이영소는 옳은 답을 얻자 황급히 추궁했다.
“뭘 알아내셨습니까?”
“시현은 시건원의 사생아일 가능성이 농후하네.”
허칠안이 말했다.
그는 뒤이어 이영소가 눈을 크게 뜨고 낯빛이 급격하게 변하는 걸 보았다. 충격이면서도 감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 뒤, 이영소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확실합니까?”
“시현은 발가락이 여섯 개인데 시건원 역시 발가락이 여섯 개더군. 아마 유전이겠지.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교묘하게 일치할 수가 없네.”
이영소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
“어쩐지 그래서 시건원이 굳이 시람을 황보가에게 시집보내려 했던 거군요. 그는 시현과 시람의 혼사에 동의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는 갑자기 반응이 왔다.
“시현은 자신의 신분을 몰랐어요!”
이는 미루어 판단하기 어렵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사생아의 신분인 걸 알았다면, 시현은 시람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가 알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홧김에 시건원을 죽여 자신이 사생아라는 비밀을 숨기고 시람을 독차지하려고 했던 거죠.”
이영소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주먹을 날릴 때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추리는 논리에 부합해야 하는 법…….’
허칠안은 속으로 한 마디 빈정대더니 비웃었다.
“자네는 시현이 자신의 신분을 알았다고 어째서 단정하지? 또 시부에 시건원만이 그가 사생아의 신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어떻게 단정하지? 여섯 개의 발가락은 비록 비밀이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 어르신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네.”
이영소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황갈색 고양이는 차를 몇 모금 핥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시건원이 죽기 전에 중독된 흔적이 있네. 그렇기에 서재 안에서 죽임을 당한 게지. 독을 주입한 자는 아마 가까운 사람일 것이야.”
“선배님께서 의심하시는 자가…….”
허칠안은 질문을 던지는 이영소의 눈빛을 맞으며 고양이 머리를 끄덕였다.
“맞네. 내가 의심하는 건 시행이야. 그런 독은 보통 사람이 제련할 수 있는 게 아니네. 독고사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말이야. 시행이 남강에 가서 정고를 구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영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스스로 여인을 대할 때 아주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했다. 무릇, 정분을 나눴던 홍안지기들은 독특한 기질과 성격을 지녔으며 외모와 몸매도 빼어난 사람뿐이었다.
둘째로 성격 면으로 절대 간사하고 악한 사람이어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이 충돌하여 사랑을 속삭일 수 없었다.
설령 동방 자매라고 할지라도 살인을 즐기는 자들은 아니었다. 비록 뇌주에 있을 때 서겸과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지만, 그건 입장이 달라 싸움을 피하기 어려웠을 뿐이었다.
그가 인식하기로 시행은 꾀가 있고 야심이 있고 수완이 있고, 애수를 머금은 금정향 같은 기질로 애처롭고 가련하였다. 본질적으로 단순한 여인은 아니더라도, 절대 도덕성을 상실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사건을 깊이 조사하면서 이 점에 관해 점점 의심을 품었다.
“내가 온 건 자네와 한담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네.”
황갈색 고양이는 발톱을 들어 탁자를 툭툭 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이영소의 생각을 끊었다.
“선배님, 말씀하시지요.”
이영소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시건원이 왜 시현의 신분을 숨기려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영소는 어리둥절하다가 몇 초 지난 뒤에야 서겸의 말뜻을 이해했다. 세력 있는 가주에게 사생아는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왜 시현은 의붓아들의 신분으로 시부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키워진 걸까?
이영소는 침음했다.
“만약 시건원 때문이 아니라면, 문제는 바로 시현에게 있는 겁니다. 그의 출신에 비밀이 있을까요?”
황갈색 고양이는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답을 공개하기 전에는 어떠한 가설도 다 가능성 있네. 하지만 증명해야 함을 기억하세. 나는 도문 음신이 원고 시대에 성황신의 직책을 담당하여 전문적으로 사람의 영혼을 꾀어냈다고 기억하네만.”
이영소는 ‘음’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원고 시대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양간율법(陽間律法)이고, 하나는 음간인과지보(陰間因果之報)로 도문이 음법(陰法)을 장악하였지요. 하지만 후에 이 음법이 점점 쇠약해져 폐지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역사는 제가 천종 고적에서 본 겁니다. 하지만 줄곧 철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요. 선배님께서는 아십니까?”
서겸 같은 늙은 괴물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 모르는 많은 비밀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황갈색 고양이는 침음하더니 자신이 미라한테 얻은 비밀과 결부시켜 말했다.
“원고 시대에는 두 가지 수행법만 존재하였네. 하나는 무도고 다른 한 가지는 ‘도(道)’로 도문의 도이지. 도술 체계는 무사 체계보다 더 완벽하고 더 일러. 다시 말해 원고 시대는 도술 천하였네. 이게 바로 음법이 존재하고 성행한 환경이지. 하지만 점점 무도가 창성하기 시작했고, 남강 인족은 고술을 다듬어냈으며 부처는 이치를 실증하고 무신이 세상에 나오면서…… 도술이 더는 천하를 좌지우지하기가 어려워졌고 음법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추게 되었네.”
유가와 술사는 근대에 와서야 나타났다. 유가 성인은 이천여 년 전의 인물이고, 술사는 나라와 같은 연혁으로 600년 되었다.
‘원고 시대에는 무도와 도술밖에 없었다, 라……. 이제 음법의 출현을 이해할 수 있겠군. 나중에 각 체계가 세상에 나오면서 더 이상 도문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거군. 서겸은 정말 늙은 괴물이다. 이렇게 많은 비밀을 안다니.’
이영소가 개탄했다.
“저희 도문은 그해에도 더할 나위 없이 왕성하였습니다. 지금 쇠약해진 건 도문 3종뿐이에요.”
그는 한편으로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비밀을 좀 더 캐내고 싶어 서겸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본론을 얘기하자면, 도문의 입몽법술(入夢法術)은 아마도 몽무처럼 꿈속에서 심문하나 보지?”
이영소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하였다.
“몽무처럼 절대적으로 꿈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음신이 꿈에 들어가 영혼을 꾈 때 보통 사람만 꾈 수 있습니다. 혹은 자신과 품계 차이가 아주 큰 약자만 가능하지요. 심문 역시 상대가 보통 사람이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저더러 시행을 심문하게 하고 싶으셔도, 제 수령 경지가 아직 봉인이 풀리지 않은 건 둘째치고, 설령 전성기 때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시행은 5품 화경이라 4품 몽무가 나서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