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0
780화. 조우 (1)
뒤이어 주점 대문이 ‘쾅’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폭력에 의해 강제로 열렸다.
한 사람 형체가 주점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낡아빠진 옷을 입었으며 온몸에서 악취를 풍겼다. 마른 볏짚 같은 머리카락은 강물에 젖어 전혀 혈색 없는 얼굴에 달라붙었으며 두 눈은 혼탁하고 깊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더 많은 ‘동료’가 있었다. 그들은 차분하고 냉담하게 주점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언뜻 봐도 족히 사십여 구는 되었다.
보통 사람이나 다른 군현의 하층 강호인이 이 음산하고 무시무시한 이 광경을 보았다면, 아마 놀라서 가슴이 내려앉았을 것이다.
다행히 상주 인사는 산송장을 항상 보고 들어서 이런 것에 낯설지 않고 익숙하였기에,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그런 공포는 없었다. 그들에게 산송장은 산속의 늑대 떼와 차이가 없었다.
“형제들이여, 준비하게!”
진이가 크게 소리치고 발 옆의 바구니 안에서 큰 그물을 하나 쥐어 별안간 내던졌다. 그물이 산송장을 뒤덮었다.
뒤이어 그는 성큼성큼 걸어 손을 들고 칼을 내리쳐 주점 대문을 부순 산송장의 목덜미를 세차게 베었다.
푹!
칼날이 목덜미 쪽에 걸려 머리를 베어 날릴 수 없었다.
산송장은 철시의 무기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생전에 강호의 달인으로 정혈의 정제를 거쳐 신체와 정신이 보통 연정경보다 더 강했다.
산송장은 악취가 진동하는 입을 벌렸고, 누런 이로 진이의 목덜미를 물고자 했다.
‘그’는 덮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연기경 고수 이상이었기에 진이는 교묘하게 피하는 동작을 전혀 할 수 없었고, 마음속에서 절망적인 생각이 솟구쳤다.
‘대사님, 구해주세요…….’
진이는 속으로 미친 듯이 외쳤다.
바로 그때 산송장의 머리가 빙빙 돌며 날아갔다. 산송장은 몸이 갑자기 굳더니 땅바닥에 뻣뻣하게 쓰러졌다.
정연은 계도를 쥔 채 칼끝의 시체 물을 털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창문을 부수고 도망치십시오. 이 산송장들은 당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배후에 있는 자가 시체를 부리는 수법으로 품계에 들어서지 않은 이 밑바닥 인사들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위세를 부리지 않고 경고했다.
“대사님, 어서 염주를 써서 다른 동지에게 통지하십시오.”
정연은 상대하지 않고 달려드는 산송장 무리를 활 쏘는 자세로 맞이하더니 손을 들어 칼을 내리쳐 머리를 하나씩 베어 날렸다.
진이 등은 이 모습을 본 순간, 더는 망설이지 않고 대당 양쪽의 창문을 향해 질주하여 창문을 박차고 도망쳤다.
산송장은 그들을 추격하는 대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정연에게 달려들었다.
푹푹푹…….
머리가 하나 또 하나 날아다녔다. 산송장은 무승 정연의 칼 아래 힘을 단합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아주 잘 통제하여 5품 초기의 모습을 유지했다.
어쨌거나 단숨에 4품 전봉의 전투력을 드러내면 상대방을 놀라게 할 뿐이었다.
땅!
그는 단칼에 어느 산송장의 목을 베고, 마침내 파죽지세의 형세를 잃었다. 그 산송장의 머리는 날아오르지 않고 목덜미에서 눈을 자극하는 불똥이 튀더니 번쩍이며 사라졌다.
철시!
이건 철시였다.
머리가 잘리는 공격을 입은 철시는 정연의 칼날에 상관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그를 뒤에서 껴안더니 비린내 나는 입을 벌리고 정연의 목을 물었다.
우두둑!
누런 이가 깨져 날아갔다. ‘그’는 황금을 깨문 듯했다.
정연은 온몸이 금빛 찬란하여 마치 황금으로 주조한 조각상 같았다. 철시가 그를 껴안는 순간, 정연은 금강신공을 펼쳤다.
또 세 구의 산송장이 정연이 철시의 품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달려들어 길가에서 길을 막는 ‘동료’를 날려버렸다. 한 구는 정연의 목덜미를 감쌌으며 한 구는 그의 양다리를 감쌌고, 한 구는 그의 두 손을 반대로 비틀었다.
그는 꼼짝없이 묶였다.
다음 순간, 정연의 무사 직감이 피드백을 주어 위험을 눈치챘다.
머리 위의 대들보에 검은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 형체가 달려들었다. 사람 형체는 손에는 기기가 감도는 쇠로 된 송곳을 쥔 채 정연의 두정골을 찔렀다.
곧 배후의 그자가 나타났다.
정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납의를 펄럭였다. 그는 더는 실력을 감추지 않았다. 사나운 기기가 마치 화약처럼 몸 안에서 터져 나왔다.
쿵!
철시 네 구가 순식간에 시체 덩어리로 폭발했다.
정연은 손을 들어 검은 옷 사람의 손목을 잡은 뒤, 맹렬한 업어치기로 그를 바닥에 세차게 내던졌다.
경악할 만한 동력의 거대한 울림 사이로 잘 다져진 지면에 균열이 생겼다.
정연은 검은 옷 사람의 복부에 주먹을 날려 상대방의 동피철골을 직접 격파하였다.
이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약간 굳었다. 왜냐하면 그가 상대방의 손목을 쥔 곳에 맥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연은 상대의 모자를 잡아떼었는데 안에는 면으로 된 수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면 수건을 잡아 뗄 필요가 없어졌다. 정연이 상대의 눈을 보니, 그 눈은 혼탁하고 공허한 게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기기가 있지만 맥박과 심장박동이 없다니…… 이건 철시보다 더 강한 꼭두각시다……. 계략에 빠졌어!”
정연은 즉시 반응이 왔다.
배후에 있는 자는 나서지 않았다. 그는 시왕(尸王)을 ‘산 사람’으로 위장하여 습격에 나섰다. 만약 자신이 방금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면, 자신이 5품 수련 경지임을 확실히 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배후에 있는 자는 바로 현신해서는 산송장과 협력하여 그를 포위해 죽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자신이 실력을 감췄다는 의미가 된다.
“의외로 묵직하군…….”
정연은 주점에서 걸어 나와 창망한 밤을 바라보았다.
그는 충분히 자신하는 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 * *
이영소는 촛불이 타오르는 따뜻한 침실 안에서 장포를 걸친 채 탁자에 앉아, 운동 후의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그는 막 아름다운 유부녀를 배불리 먹인 뒤, 시행에게 아직 여운이 남은 틈을 타 자신이 배고프다는 핑계를 댔다. 그런 뒤 이영소는 나가서 여종을 불러와 술과 요리를 데우는 걸 도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격한 운동 후에는 신체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배고픔이 동반되었다. 그렇기에 시행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시행은 나른하게 이불 속에 웅크리고 깊이 잠들었다.
이영소는 술을 몇 모금 마시고, 요리를 몇 입 먹었다. 그는 스스로 주량을 견디지 못하는 척하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잠깐 쉬었다.
음신이 슬그머니 떠나 대들보를 지나쳐 어딘가의 뜰로 나긋나긋하게 갔다.
그곳은 시건원 둘째 아들의 뜰이었다. 시건원에게는 아들이 총 셋 있었는데 장남은 병으로 소년 시절에 죽었으며, 차남은 수행에 천부적인 자질이 없어 가게를 관리했다.
* * *
시중(柴仲)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어 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검은 형체가 탁자에 앉아 자신을 등지고 있었다.
“거기 누구요?”
시중이 소리쳤다.
“중아, 나 네 애비다!”
그 사람 형체가 돌아서니 바로 시건원이었다.
“아버지?!”
시중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는 곁에 있는 여인을 확 밀치더니 큰소리로 시위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이곳은 네 꿈이란다.”
시건원이 설명했다.
“꿈이요?”
시중은 반신반의하며 한 마디 반문하더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렸다. 역시나 아프지 않았기에 이 꿈을 믿었다.
그는 마음이 좀 안정되어 말없이 중얼거렸다.
‘왜 내 꿈을 아버지가 나한테 알려야 하는 거지…….’
“중아, 내가 요 몇 년간 시현에게 아주 잘했는데 아버지가 편애한다고 탓하지는 않았니?”
‘시건원’이 물었다.
시중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시가는 무로써 발을 붙였지만, 저는 수행에 천부적인 자질이 없어 가족을 도와 가게를 관리하고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아버지께서 저를 중시하지 않는 것도 정상적입니다.”
‘시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시현을 중시했는지 아느냐?”
시중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시현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자질이 좋았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가족들 모두 아버지께서 혜안으로 천재를 찾아 돌아왔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는 말을 마치더니 분개한 기색을 드러냈다.
“늑대를 제집에 끌어들였는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이런 화근을 데리고 돌아오다니.”
‘보아하니 그는 시현이 시건원의 사생아라는 진상을 전혀 모르는군…….’
‘시건원’은 이 화제를 몰아 탄식했다.
“아버지로서 이처럼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그날 그를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해. 애석하게도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그가 흉악하고 잔인한 자식임을 알아본 자가 없었잖니?”
시중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현은 성격이 과격해요. 그는 시람을 좋아하는데 아버지께서는 또 그들의 혼사를 동의하지 않으셨고요.”
이영소는 또 몇 가지를 질문한 뒤에 시중의 꿈에서 나와 나긋나긋하게 시가의 셋째 나리 시해(柴楷)의 뜰로 갔다.
밤이 깊었지만, 시해의 뜰은 여전히 등불이 환했다. 그는 마침 시첩들과 주령을 하던 중이었다. 이 요염하고 매혹적인 시첩들은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천을 걸치고 있어 속이 보일락 말락 했다.
시해는 겉모습이 꽤 괜찮은 공자로 연기경의 수련 경지였다. 젊은 시절 시건원의 엄한 가르침 덕분에 그는 무사가 ‘가장 견디기 힘든’ 나날을 넘겼다.
그는 연정경에 오르는 일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는 점점 타락하더니 여색에 깊이 빠졌다.
“한밤중에 아직도 자지 않다니…….”
이영소는 남몰래 욕을 내뱉더니 인내심을 갖고 밖에서 기다렸다.
마침내 그는 시해가 좌우로 껴안고 있던 두 명의 아리따운 시첩과 뒤를 따르던 두 명의 시첩, 총 다섯 명이 휘장을 젖히고 침상에 들어가는 걸 보았다.
이내 드리워진 휘장 내부에서 여인의 가냘픈 신음 소리가 전해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이 운동은 반 시진 동안 지속되다 어느덧 일단락되었다. 이영소는 매우 부러워했다.
“고작 연기경이 계집질을 맘껏 하면서 이렇게 많은 여인을 상대할 수 있다니…… 무사 체계도 꽤 부러울 때가 있단 말이지…….”
그는 또 잠시 기다렸다가 시해가 잠든 걸 확인한 뒤에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꿈속에 들어갔다.
* * *
시해는 정신이 몽롱한 사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어 눈을 떴다. 알고 보니 상대는 세상을 떠난 부친 시건원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거 아니었어요?”
시해는 자신의 뺨을 갈겼는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때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망할 놈!”
시건원은 심하게 욕을 퍼부었다.
“매일 주색에 빠져 방탕하게 생활할 줄만 알다니. 네가 만약 시현의 절반만 전도가 유망했다면, 이 아비가 구천에서 미소지을 수 있을 텐데.”
시해는 본래 꿈에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아주 즐거웠지만, 지금은 한순간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냉소를 지었다.
“그럼 저도 그처럼 전도가 유망해진 뒤에 아버지를 죽일까요?”
‘시건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얼굴빛을 부드럽게 띠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버지 역시 애당초 시현을 데리고 돌아온 걸 아주 후회한단다. 하지만, 너는 내가 왜 그를 데리고 돌아왔는지 아니?”
시해는 이 말을 듣고 망연한 기색을 드러냈다.
‘시건원’은 다시 물었다.
“너는 시현에게 무슨 특이한 점이 있는지 아니? 예를 들면 발가락이 여섯 개라던가?”
시해는 어리둥절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가 발가락이 여섯 개예요?”
‘시현은 자신의 발가락 기형에 아주 신경을 썼을 텐데, 어린 시절에 함께 지내던 짝조차 모른다고? 음, 이 두 친구의 관계가 좋지 않은 데에도 이유가 있을 거야…….’
이영소는 그가 ‘부친’의 발가락이 여섯 개인지를 알고 있는지 다시 물었다.
여전히 그는 부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시해는 시현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는 시현은 다른 이의 사생아로 자신에 대한 시건원의 총애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시현은 그와 둘째 형의 앞길을 빼앗았으며, 시현이 어린 시절 싸우며 하마터면 그들을 목 졸라 죽일 뻔했다고 말했다.
“저는 그저 그 자식 어머니가 기생집 여인이고, 사생아라고 욕했을 뿐입니다. 그가 하마터면 저를 목 졸라 죽일 뻔했어요.”
시해는 이렇게 얘기했다.
‘서겸이 한 말과 같군. 시현은 성격이 좀 과격해…….’
이영소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고, 작전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