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1
781화. 조우 (2)
삼수진 뒤의 산림에 한 사람 형체가 어두운 밤을 뛰어다니며 때로는 도약하거나 때로는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망토를 걸치고 있었는데 산골짜기를 뛰어넘다가 멈췄다.
미약하면서도 서늘한 달빛 아래, 산골짜기 옆 큰 바위 위, 청색 납의를 입고 허리춤에는 포대를 찬 젊은 승려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합장한 채 차분한 눈빛으로 검은 옷의 사람 형체를 바라보며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아미타불, 고해는 끝이 없어도 뉘우치면 구원을 받는 법.”
“서역 승려?”
피풍의를 입은 검은 옷의 인사가 모자를 벗고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기질이 온화하며 함축적이었으며 미간 사이에는 풀리기 어려운 응어리가 맺혀 있었다.
이 자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자 정심의 포대 안에서 불광이 은은히 비추었다.
정심은 포대를 열고 금빛 사발을 꺼냈다. 펄펄 끓는 금빛 사발은 맑고 투명한 불광을 비추었다.
그는 금빛 사발을 검은 옷 인사에게 조준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발 어귀에서 투명하고 맑지만, 눈에 자극적이지 않은 금빛을 내뿜어 시현의 몸에 비추었다.
정심은 금빛을 쳐다보았고, 시현의 몸속에 어렴풋이 굵고 단단한 용의 형체가 감겨 있는 걸 확인했다.
‘용기 숙주군…….’
정심은 금빛 사발을 거두고 검은 옷의 인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시주께서는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검은 옷의 인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시현입니다.”
‘시현이라…….’
정심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말했다.
“시주께서는 어째서 여기에 계십니까?”
시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반문하였다.
“대사께서는 또 어찌 여기에 계시는지요.”
정심은 금빛 사발을 거두고 수 장 밖에 있는 그를 응시했다.
“빈승은 사제 정연과 뱀을 굴에서 나오게 유인하고 있습니다. 불문 금강신공으로 소란을 피우는 배후의 자를 유인하는 것이죠. 빈승이 산까지 추격해 왔다가 시주님을 우연히 마주친 겁니다.”
준수한 외모의 승려는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 양손을 합장하고 자비로운 얼굴로 덧붙였다.
“아미타불, 시 시주님, 도살용 칼을 내려놓으시지요. 뉘우치기만 하면 구원을 받습니다.”
시현은 나지막이 말했다.
“알고 보니 대사 역시 다른 어리석은 자들처럼 저를 살인자로 인정하셨군요.”
정심은 안색 하나 변치 않고 합장한 자세를 유지하며 말했다.
“시주께서 만약 살인자가 아니라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요?”
시현이 대답했다.
“의붓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저는 음모에 휩쓸렸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저를 모함하고 있어요. 시람 역시 이로 인해 실종되었지요. 그녀를 찾고 배후의 살인범을 밝혀내기 위해 저는 줄곧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에 마침 대사와 마주친 거고요.”
그는 즉시 자신의 처지를 정심에게 상세하게 알렸다.
시현은 준수한 얼굴에 진심이 가득했으며, 말을 할 때 차분하게 정심과 눈을 마주치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었고 간절했다.
정심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그를 응시하더니, 그가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한 다음 말했다.
“사실 시주께서 결백을 증명하고 싶으면 더 단순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시현은 눈을 반짝이며 캐물었다.
“대사께서 말씀하시지요.”
정심은 천천히 말했다.
“빈승은 자신이 준수했던 계율을 시 시주에게 가할 수 있습니다. 출가인은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않으니 시주께서도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때 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시현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법 아주 좋습니다. 만약 제가 살인자가 아니라면 대사께서는 저를 대신해 증명해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제가 전에도 저를 믿길 원하는 사람을 만났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증오심을 내비쳤다.
“위선적이고 잔인한 그 악당이 무고한 세 식구를 살해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심은 이 말을 듣더니 물었다.
“저 전에 시주님을 만났던 자가 누구입니까?”
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를 전혀 모릅니다. 그는 당시에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에 빙의하여 스스로 상주를 거쳐 가는 산수라고 칭했으며 시가의 사건에 의혹이 너무 많고 범인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했지요. 저는 이 자가 점점 마음에 들었고, 한 농가를 연락 거점으로 삼아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 세 식구가 그자에 의해 살해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외에 제가 그곳에 몸을 숨겼다는 걸 아는 자는 없으니까요.”
‘타향인이 이곳을 지나갔고, 황갈색 고양이에 빙의하였다라…….’
정심은 잠시 침음하더니 갑자기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을 내보이며 말했다.
“시 시주님,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현은 귀청이 울린다는 생각만 했다. 무수히 많은 무형의 힘이 그에게 더해졌고, 그는 진심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생각하였다.
사람이 만약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라고 칭할 수 없었다.
정심이 물었다.
“당신이 시건원을 죽였습니까?”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
정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대답은 전혀 뜻밖이지 않았기에 그는 곧바로 뒤이어 물었다.
“방금 산송장을 조종하여 삼수진을 습격한 자가 당신입니까?”
시현은 여전히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닙니다.”
정심은 이런 대답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으며,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스쳤다. 계율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기에 그는 캐물었다.
“시건원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압니까? 삼수진을 습격한 사람은 누구지요?”
시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는 시행 고고를 의심했습니다. 삼수진을 습격한 사람은 그녀와 한 패거리로, 바로 지금껏 나타난 적 없는 배후의 그자입니다.”
‘계율’ 법술이 잠시 남았지만, 정심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시 시주님, 불문은 마음에 자비를 품습니다. 기왕 오늘 밤 시주님과 마주쳤으니 복잡하게 뒤얽힌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해야겠군요. 같이 이 사건을 해결합시다.”
시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사께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요?”
정심이 말했다.
“시주님을 데리고 돌아가 시행 시주와 대치할 겁니다.”
시현은 한 걸음 한 걸음 후퇴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사님, 저는 ‘계율’의 시험을 견뎠고 마음에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습니다만, 대사님께서는 어떻게 스스로를 증명하실 겁니까?”
그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이아(二丫) 일가족이 몰살된 사건을 겪어서 타지인들을 향한 마지막 신뢰 역시 깡그리 사라졌다.
“대사께서 만약 정말 저를 위해 바로잡고 싶으시다면, 제가 산송장 한 구를 조종하여 따라갈 수 있습니다. 대사께서 상주 각지의 영웅호걸 및 관아를 소집하여 다시 한번 마도 대회를 여십시오. 제가 사람들 앞에서 사건을 제대로 얘기할 테니 그때 가서 대사께서는 저를 위해 증언해주시면 됩니다. 내일 제가 산송장을 조종하여 시부 밖으로 가겠습니다. 대사께서 정말 마음이 있으시다면 저희 내일 산송장으로 연락하시지요.”
시현은 말을 마치고 떠날 작정으로 숲속으로 물러났다.
“뉘우치기만 하면 구원을 받습니다!”
이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뒤에서 전해졌다. 그와 함께 무형의 충만한 힘이 시현에게 더해짐으로써 그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산골짜기 쪽으로 돌아가게 했다.
정심의 납의 소매 안에서 금실로 짠 밧줄이 나와 순식간에 시현을 묶었다.
시현은 이뿐만 아니라 단전 내의 기기가 그가 어떻게 이동해도 마치 고인 물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차이는 품계 하나에 불과했지만, 정심에게 있어 시현을 사로잡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 * *
삼수전 밖, 어두컴컴한 밤의 장막 아래에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무승 정연은 횃불을 손에 쥐고 아무런 미동 없이 길가에 서 있었다. 밤바람에 그의 얇은 승복이 몸에 딱 붙어 우람한 체구의 근육 윤곽을 그려냈다.
정연은 귓바퀴를 살짝 움직이며 전방의 칠흑 같은 장막을 바라보았다.
이내 두 개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고 황갈색의 빛이 그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각각 같은 납의를 입은 정심과 어두운 금빛 밧줄로 묶인 시현이었다.
“이 자가 바로 시현이네.”
정심이 말했다.
정연은 ‘후’하고 한숨 내뱉더니 냉혹한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그를 잡았군요. 어떻습니까?”
정심은 무거운 낯빛을 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건원을 죽인 건 그가 아니네. 방금 산송장을 조종하여 마을을 습격한 자 역시 그가 아니야.”
정연은 아주 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찌 그럴 수가.”
정심은 먼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우리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어.”
그는 고개를 돌려 시현을 쳐다보았다.
정연은 즉시 사형의 뜻을 이해했고, 얼굴에 희색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는 전음으로 말했다.
“시현이 정말 용기의 숙주입니까?”
정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아홉 개의 용기 중 하나이네.”
그들은 용기를 추출할 수 없었고, 심지어 법기를 빌려야만 용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용기 숙주를 찾는 데는 규칙이 있었다.
용기 숙주는 단시간 내에 ‘행운’을 얻어 급부상하곤 했으며, 이들은 뜻밖의 만남을 갖거나 큰일을 냈으니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대봉 은라 허칠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심 사형과 정연 사제는 두 사람이 상주에 와서 시행이 마도 대회를 개최하고 시부의 사건에 관한 소문이 자자하다는 걸 들었을 때 시현이 용기 숙주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사형께서는 즉시 시현을 불문에 출가시켜 사부님이나 도정 나한에게 맡겨 그들이 서역으로 데리고 가게 하시지요.”
정연은 흥분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런 인물은 바로 거두어야 안심됩니다.”
정심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고개를 가로젓더니 진지한 얼굴로 전음하였다.
“내가 방금 시험해봤는데 이 자의 집념이 너무 깊어 바로 도화하기가 어렵네. 그를 도와 이 사건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이상 말일세. 또한, 사제께서는 잊지 말게. 허칠안 역시 상주에 있어. 나는 마침 자네와 이 일을 상의하고자 했네.”
정연의 낯빛이 숙연해졌다.
“지금 우리 앞에 두 가지 길이 펼쳐졌네. 첫째, 시현을 데리고 숨으면 기껏해야 이틀, 도난 사숙이 상주로 달려올 수 있네. 그때 가면 대세를 정할 수 있고, 허칠안 역시 놀라서 달아날 것이야. 둘째, 시현을 데리고 시부로 돌아가 시행과 대질하여 이 사건을 제대로 밝히는 걸세.”
정연은 이해했다.
“그리고 이영소 역시 시부에 있으니 반드시 온갖 방법을 써서 허칠안에게 통지할 겁니다. 저희는 이 기회를 틈타 허칠안을 낚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영소의 신분을 진작에 알아냈다.
정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비록 그가 여러 가지 고술을 어떻게 정통하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까다로워서 우리는 그를 찾을 수 없네. 이렇게 음모를 써서 제 도끼에 제 발등 찍히게 하는 수밖에.”
여기서 사형과 사제는 취사선택을 해야 했다. 용기 숙주가 중요한가 아니면 불자가 더 중요한가?
답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연이 전음으로 말했다.
“시현을 미끼로 삼아 시도해볼 만합니다. 허칠안은 수법이 이상야릇하지만, 진짜 전투력은 4품에 미치지 않으니 마침 이 기회를 빌려 그를 제압할 겁니다. 그가 만약 오지 않아도 우리는 손해가 아니니까.”
정심은 상의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 시현을 향해 합장하더니 말했다.
“시 시주님, 빈승이 지금 시주님을 데리고 시부로 돌아갈 겁니다. 제가 ‘계율’을 써서 시행 시주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그때 가면 진상을 밝힐 수 있을 겁니다.”
시현은 탄식하더니 정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게 선택권이 있습니까? 그저 대사께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