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2
782화. 빈틈없는 방어
이영소의 음신이 시부에서 채소를 저장하는 어느 지하실 입구에 이르렀다. 곧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바닥에서 자는 모습이 보였다.
“선배님?”
그가 소리쳤으나 황갈색 고양이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문 뒤를 쳐다보았다.
이영소는 속으로 그 뜻을 이해하고 굳게 잠긴 문을 가볍게 지나쳐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는 빛이 없는 칠흑 같은 환경에서 가부좌를 튼 그림자를 ‘보았다’.
“선배님, 제가 이미 시중과 시해에게 물었습니다.”
이영소가 말했다.
그는 꿈속에서 질의응답 한 경과를 서겸에게 상세하게 전했다.
‘시현의 성격이 과격한 걸 제외하고 쓸모있는 정보가 눈곱만큼도 없네…….’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으나 겉으로는 침착하게 말했다.
“알겠네.”
이영소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작별 인사를 하고 갔다.
허칠안은 어두운 환경에서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가 채소를 저장하는 이 지하실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시부 남원과 거리가 멀지 않아 심고로 덮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구역의 모든 동물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그것들은 쥐, 뱀, 개, 고양이, 벌레 등등 많았다……. 그중 주력은 벌레, 쥐 그리고 뱀이었다. 그것들은 벽 구멍 속에서 생활하거나 지반 깊은 곳에서 살았다.
그것들은 수량이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은밀하였다.
고양이와 개라면, 그들은 집 밖에서 어슬렁거릴 수밖에 없었기에 알아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집 뱀은 동면에서 깨어나 어둡고 은밀한 구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쥐는 땅굴을 뚫고 나와 대들보 사이를 기어 다녔다. 벌레는 더욱이 대규모로 ‘행진’하였다.
이 순간 허칠안은 자신의 원신이 수많은 조각으로 분열되면서 조각마다 동물 한 마리와 대응되는 것 같았다.
“머리가 너무 아파. 기껏해야 5분 정도만 버틸 수 있겠어…….”
일반적인 상황에 심고사가 짐승 무리를 조종하는 건 간단하게 명령을 하달하여 짐승 무리가 적을 공격하게 부리는 것뿐이었다. 이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반면 허칠안이 지금 하는 일 같은 경우는 세밀한 조작에 속했다. 동물 몇 마리를 통제하는 건 문제가 없어도, 일단 수가 많아지면 원신에게 가는 부담이 극히 커졌다.
“남원 쪽에 뜰이 많지 않아 다행이야. 5분 후면 수확이 있든 없든 나는 통제를 중단하겠어…….”
* * *
이영소의 음신은 이탈한 지 오래라 소모가 너무 컸다. 그는 돌아온 후에 즉시 침상으로 기어 올라가 미인을 껴안고 깊이 잠들었다.
그는 정신이 몽롱한 중,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끄러워 깼다.
이내 이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은 시행의 다소 분노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무슨 일이지?”
“고고, 정신 대사와 정연 대사께서 돌아오셨는데 고고를 뵙겠다고 합니다.”
여종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행은 버들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기에 내일까지 기다리면 안 된단 말인가?”
여종은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했다.
“대사 두 분께서 시…… 시현을 데리고 돌아오셨습니다.”
‘시현?!’
이영소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내 곁에 있던 홍안지기가 잠시 침묵하더니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하는 말을 들었다.
“대사 두 분을 내청으로 모셔라, 바로 가겠다.”
시행은 말을 마친 뒤 바로 이불을 젖히고 매우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옥잠을 비틀어 단순하게 머리를 틀었다.
그녀는 이 모든 걸 마치고, 고개를 돌려 이미 눈을 뜨고 있는 이영소를 쳐다보았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아직 술기운이 남은 듯 피곤한 눈빛으로 눈썹을 문지르더니 말했다.
“행아, 나와 같이 갑시다.”
시행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다리지 못하고 말했다.
“저 먼저 내청으로 갈게요.”
이영소가 하려던 말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
“좋소!”
시행이 방을 나선 뒤, 그는 바로 음신을 출동시켜 서겸이 있는 지하실을 향해 갔다.
* * *
야간 순찰하는 시위를 제외하면 시부 위아래는 대부분은 이미 휴식 중이었다.
남원의 저택엔 서적, 무기 및 각종 도구 그리고 사당이 있었다.
이 구역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허칠안은 2분이라는 시간만 써서 남원의 모든 방을 ‘염탐’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탐색하지 않은 곳은 사당뿐인데…….”
그는 뱀, 벌레, 쥐, 개미를 조종하여 사당을 향해 갔다.
이때 허칠안은 무언가 감지했다. 한발 앞서 바깥을 지키고 있는 황갈색 고양이가 이영소의 음신을 ‘보았다.’
다음 순간 성자의 음신이 지하실 문을 지나쳐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선배님, 정심과 정연이 시현을 잡았습니다.”
‘잘렸다!’
허칠안은 눈빛이 굳으면서 순식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렇게 짧은 한마디였는데도 그는 강렬한 위기감과 긴박함이 솟구쳤다.
‘어떻게 정심과 정연이 이렇게 빨리 시현을 잡을 수 있었던 거지? 합리적이지 않은데. 마을 일가 전멸 사건 이후, 시현은 더욱 조심스러워졌어. 설령 용기 레이더가 있는 나라고 해도 시현이 몸을 숨긴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하물며 정심과 정연, 그들이 망망대해에서 용기 숙주를 꿰뚫어 보기란 불가능했다.
‘틀림없이 내가 무언가를 놓친 것이다. 아니면 정심과 정연이 내가 모르는 기밀을 알고 있거나…….’
허칠안은 정신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네.”
이영소는 즉시 말했다.
“제가 먼저 가서 시행 쪽을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무슨 계획이 있으십니까?”
“자네 스스로를 잘 지키게.”
……이영소는 입꼬리를 실룩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지하실 문을 관통하여 사라졌다.
허칠안은 성자가 가자마자, 애먹는다고 생각하며 즉시 이를 드러냈다.
“정심과 정연은 4품 전봉이다. 선사와 무승의 조합은 기본적으로 같은 경지의 어떠한 체계가 고개를 들 수 없게끔 제압할 수 있다. 아마 유가 4품이어야만 입으로 불문의 계율에 반격하고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탑령 노승은 내가 보탑으로 불문 제자를 제압하고 격살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쓰는 건 괜찮지만 나는 지금 불문 승려를 건드려야 하니 부도보탑에 희망을 걸 수 없다. 시현은 아홉 개 용기의 숙주 중 하나로 절대 불문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행히 적은 밝은 곳에 있고 나는 어두운 곳에 있다. 그들은 내 존재를 알지 못해…….”
허칠안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즉각 결정을 내려 뱀, 벌레, 쥐, 개미의 절반을 잘라내고 나머지 절반을 조종하여 시부 사당을 계속해서 탐색하였다.
남아도는 원신은 황갈색 고양이를 조종하는 데 썼다.
지하실 밖, 나태하게 숙면하던 황갈색 고양이가 호박색 눈을 떴다. 그윽한 세로 눈동자의 고양이는 교만한 꼬리를 치켜세우더니 날카로운 화살처럼 달렸다.
* * *
어두운 밤, 시행은 시종을 데려오지도 않고 시가 족인들에게도 통지하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복도를 질주하였다. 쌩쌩 부는 찬바람에 처마 밑 양쪽에 매달린 등롱이 흔들렸고, 붉은빛이 그녀의 빼어난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 빛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는 보석처럼 밝게 빛났다.
그녀가 잠시 걸으니 내청이 보였다. 밝게 빛나는 촛불이 창문에서 새어 나왔다.
내청 밖에는 서역 승려 수십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미 주위를 금지구역으로 정한 듯했다.
시행이 가까이 다가와 내청 대문을 밀어 여니 정심과 정연이 의자 위에 앉아 있고, 어두운 금색 밧줄에 묶인 한 사람이 당내에 선 모습이 보였다.
“시현!”
시행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새하얀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두말하지 않고 시현을 향해 뺨을 날렸다.
“살생을 금합니다!”
정심은 적시에 계율을 시전하여 공격하고자 하는 시행의 생각을 가라앉혔다.
“시행 시주께서는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정심은 일어나서 양손을 합장하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저는 이미 불문 계율을 사용하여 시현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결코 시건원을 죽인 진범이 아닙니다. 또한, 그동안 상주에서 난동을 부린 자도 아니지요. 배후의 진범은 다른 사람입니다.”
시행은 눈을 굴렸고 세 사람 모두 자신을 주시하던 걸 알아차렸다.
“정심 대사께서는 무슨 말씀이신지요?”
시행은 버들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대사께서는 제가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고, 시부 위아래가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으며 상주 영웅호걸들이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고 의심하는 겁니까?”
무승 정연은 이에 따라 일어나 사람을 옥죄는 기세로 앞으로 나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가 이곳에 돌아온 게 바로 이 일 때문입니다. 불문은 무고한 사람을 징계하지 않으며 죄악을 저지른 어떠한 이도 놓아주지 않습니다.”
“보아하니 두 대사의 눈에 저희 시행이 죄를 저지른 사람인가 보군요.”
이때 내청의 문이 열리더니 검은 장포를 입고 더할 나위 없이 준수한 외모의 이영소가 문턱을 넘었다.
‘이영소…….’
정심과 정연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그의 진짜 신분을 잘 알았지만 애써 존재를 무시했었다.
‘정말이지 안하무인이군. 본 성자가 만약 전성기였다면 너희 둘을 가뿐하게 때렸을 텐데…….’
이영소는 자신이 무시당하는 듯한 기분에 속으로 한 마디 중얼거렸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시현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시현 형님, 오랜만입니다.”
이영소는 애당초 그와 시행의 사이가 좋았을 때, 시현과 몇 번 만난 인연이 있었다.
시현은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듯했다.
또한 이영소는 정연이 마침 가장 빠른 속도로 시현을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는 걸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리고 정심은 시종일관 양손을 합장하고 언제든지 계율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방어가 아주 빈틈없군. 설령 서겸의 암고 수법이라고 해도 두 사람 앞에서 시현을 납치해가는 건 어렵겠어…….’
이영소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구나!”
시현은 확실히 이영소를 알아보았고, 모든 걸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며칠 전에 나는 고고가 방탕해지고 타락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너였구나.”
시행은 표독스럽게 시현을 노려보았으나 두 고승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반문했다.
“대사님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정심이 말참견하였다.
“간단합니다. 빈승이 계율로 질문할 터이니 만약 시험을 이겨낼 수 있다면 시주님은 무고합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그는 말을 잇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이미 용기 숙주를 잡았기에 시가와 시행을 더는 꺼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수련 경지로는 상주는 둘째 치고, 설령 장주라고 해도 뒤집어엎을 수 있었다.
무승 정연은 시행을 응시하던 중 기세가 다소 강성해졌다.
모든 사람이 말을 하던 그때,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창 밑에 서서 귀를 쫑긋 세운 채 열심히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시현을 잡은 뒤라 불문은 이미 무언가를 꺼릴 필요가 없어졌지. 오만한 태도가 바로 드러나는군…….”
황갈색 고양이는 귀를 털어 소리를 듣고 위치를 분간했다.
그는 정심과 정연이 시현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걸 발견했다.
“설령 본체가 와서 그림자 도약으로 사람을 납치한다고 해도 현신하기 전에 무승 정연에게 발각될지도 모르겠군……. 씁, 보아하니 오늘 밤은 사람을 빼앗을 시기가 아니야.”
고양이 얼굴에 인간적인 수심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