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3
783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나?
내청 안에서 시행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사께서는 질문하십시오.”
이 말을 들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밖에 있는 허칠안은 거의 동시에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대답을 기다렸다.
정심은 양손을 합장하였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주님.”
그는 즉시 계율을 시전하여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시건원을 시주가 죽였습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형이지만 충만한 힘이 시행에게 더해졌다. 그녀는 사람은 응당 태어났으면 진실해야 하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사람 노릇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 상태에서 어떠한 거짓말도 내뱉을 수 없어 대답했다.
“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
‘시건원을 그녀가 죽인 게 아니라니……. 이, 이거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데? 그녀가 독을 주입한 뒤 재빨리 시건원을 공격해 죽이고 시현을 유인해서 죄를 뒤집어씌운 게 아니라고? 정심은 이미 계율을 써서 시현에게 물었으니, 누구든 이 일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만약 시행이 죽인 게 아니고 시현이 죽인 것도 아니라면 누구지?’
허칠안은 창문 아래에서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 사건이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심과 정연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둘 다 미간을 찌푸렸다.
‘시행이 죽인 게 아니었어. 나는 시행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고. 그럼 시건원은 누가 죽인 거지?’
이영소는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저 사건이 더 복잡하게 뒤엉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심은 나지막이 다시 물었다.
“상주 각지에서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제련한 자는 시주입니까?”
시행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니라 시현이 한 짓입니다.”
그녀는 ‘계율’ 법술이 더해진 상태에서 진실만을 말할 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있답니까?”
시현은 크게 화를 냈고, 감정을 다소 조절하지 못하며 말했다.
“당신에게 한패가 있잖소, 당신에게 한패가 있잖소!”
정심은 눈을 반짝이더니 계율 법술이 아직 남아있는 틈을 타 캐물었다.
“시주님의 패거리는 누구입니까? 시주님의 패거리가 한 짓입니까?”
시행은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말했다.
“저는 패거리가 없습니다. 큰 오라버니도 제가 죽인 게 아니고, 바깥의 살인 사건 역시 제가 한 게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않았다. 이건…….’
정심과 정연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상대방의 눈에서 의아함과 막연함을 보았다.
이쯤 되면 대체로 시행이 무고하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한패도 없으니 배후에 있는 자이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건 역시 이에 따라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시현은 중얼거렸다.
“이건 불가능해, 이건 불가능해…….”
그는 마치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했다.
허칠안은 창문 아래에서 생각에 잠겼다.
‘시행이 아니고, 시현도 아니다. 그렇다면 시람일 가능성이 매우 커……. 하지만 문제는 이 소저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타난 적이 없어서 단서가 너무 적어 판단할 수가 없다는 건데.’
허칠안은 경성에서 사건을 마주하여 머리카락이 벗겨질 정도로 별의별 궁리를 다 했던 때로 다시 돌아간 듯했다.
이영소가 갑자기 말했다.
“시람은요? 여러분이 시람을 잊은 건 아닙니까?”
시현은 이영소의 말을 듣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곧 혼란스러운 사고에서 벗어나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시람은 진작에 실종됐으니 네가 어떻게 모함해도 괜찮다 이거구나!”
시행이 말했다.
“저는 왜 계율이 시현에게 소용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큰 오라버니는 확실히 그가 죽인 거예요. 상주 살인 사건 역시 그가 한 짓입니다. 이건 시부의 모든 사람이 직접 본 것이고, 외부에서 그의 살인 행각을 목격한 사람 역시 적지 않습니다. 대사께서는 왜 믿지 않으십니까.”
정심이 말했다.
“시현이 빈승의 계율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는 확실히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또한, 앞서 시행 시주 당신의 언사에는 의문점이 아주 많습니다. 시현은 결코 본성이 그렇게까지 악한 자가 아닙니다. 어떻게 시람 시주의 혼사를 위해 은혜가 한도 끝도 없는 의붓아버지를 죽이겠습니까? 이보다는 몰래 도망치는 게 더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습니까?”
‘똑똑하군. 이 승려와 서겸의 생각이 일치했어…….’
이영소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시행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제가 좀 숨긴 게 있습니다……. 사실 시현, 그, 그는 우리 큰 오라버니의 사생아입니다.”
이 말은 마치 우레처럼 사람들의 귓전에 울렸다. 정심과 정연은 살짝 동요하였다. 아주 충격적이었다.
‘서겸의 말이 맞았어. 시현은 정말 시건원은 사생아였다……. 시행은 역시나 이 일을 알고 있었고…….’
이영소는 진작이 이 비밀을 알았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시현의 경우, 눈동자가 마치 강한 빛에 쏘인 듯 급격하게 수축하였고 얼굴은 돌조각처럼 굳었다. 멍한 눈빛과 멍한 표정을 통해 그가 이 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워 생각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행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어릴 적에 성격이 과격하였지요. 하여 큰 오라버니는 그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줄곧 숨기고 의붓아들로 삼아 곁에서 키운 겁니다. 그는 자라면 자랄수록 점점 자신의 여동생에게 사모하는 감정을 품었어요. 큰 오라버니는 방법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황보가와 혼인 관계를 맺어 최대한 빨리 시람을 시집보내려고 했습니다. 한데 생각지도 않게 시현이 이 때문에 마음에 원한을 품고 큰 오라버니를 죽였습니다. 성격이 이렇게까지 과격할 줄이야…….”
“헛소리!”
호통 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시현의 이마에 핏줄이 붉어졌다. 그는 머리끝까지 분노한 게 분명했다.
“시행, 당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지 마시오. 나는 어릴 적에 부모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의붓아버지께서 나를 가엾게 여기고 또 자질도 있으니 나를 거두신 것이오. 나를 헐뜯는 건 그렇다 치지만, 그를 헐뜯다니. 이 악독한 인간 같으니라고!”
무승 정연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시행에게 질문했다.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시행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입구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증거가 왔군요.”
뒤이어 내청 밖을 지키던 무승이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정연이 대문 방향을 바라보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겐가!”
문밖의 승려가 대답했다.
“정연 사형, 산송장이 다가왔습니다.”
정연은 시행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더러 들어오라고 하게.”
내청 문이 열리고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그의 두 눈은 쥐 죽은 듯이 적막했으며, 피부는 혈색 없이 창백하여 마치 살아 있는 송장 같았다.
그는 바로 죽은 지 스무날 된 시건원이었다.
“아, 아버지…….”
시현의 입이 떨렸다.
시행은 산송장을 조종해 자리에 앉힌 뒤 그 스스로 신발을 벗게 하였다. 그러자 여섯 개의 발가락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시선을 집중하여 보았고 시건원의 발가락이 여섯 개임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게 뭘 설명할 수 있는가?
시행이 말했다.
“시현 역시 발가락이 여섯 개입니다.”
정심, 정연, 이영소는 일제히 시현을 쳐다보았으나 그는 이미 멍한 눈빛으로 얼이 빠진 채 시건원의 여섯 발가락만 보고 있었다. 그는 얼굴의 핏기가 점점 가셨다.
준수한 선사가 물었다.
“시현 시주, 발가락이 여섯 개 있습니까?”
시현은 입술을 움직였으나 아래턱에 경련이 일었다. 마치 언어 기능을 상실한 듯했다.
정심과 정연은 그 말을 이해했고, 후자는 시행에게 질문했다.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행은 처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큰 오라버니가 의붓아들의 손에 죽었다고 하면 시가는 그래도 체면이 서는데 사생아의 손에 죽었다는 이런 추문이 밖에 전해지면 시가가 어떻게 장주에 발을 붙이겠습니까? 두 대사께서는 필경 외부인인데 제가 어찌 진실을 말할 수 있겠어요? 만약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다면, 저는 단연코 공개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다. 그저 성격이 과격하다는 이유로 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창문 밑의 황갈색 고양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연은 시행의 설명을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말했다.
“하지만 시현은 계율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사람을 죽인 자는 그가 아닙니다…….”
“아니네!”
정심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든 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4품 선사는 시현을 응시하며 말했다.
“줄곧 시주에게 묻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시주께서는 삼수진에서 배후에서 주모한 자를 추적하러 갔다고 말씀하셨죠. 그렇다면 시주께서는 배후에 있는 자가 삼수진을 습격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시현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순식간에 동공이 흩어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찌 압니까, 제가 어찌 알아요…….”
시현은 멍하니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끊임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과정은 대략 십여 초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혼잣말은 갑자기 나지막한 웃음소리로 변했고, 점점 높아지더니 결국에는 광기로 변했다.
시현이 고개를 들었다. 준수한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두 눈이 광기 어린 악의로 가득 찼다. 그는 우렁차면서도 허스키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사람을 죽인 게 바로 나거든!”
순식간에 그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했다.
“맞다. 시건원은 내가 죽였고, 상주 살인 사건 역시 내가 한 짓이다. 모든 건 내가 한 일이야!”
그는 신경질적으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 어머니는 늘 우울해 하셨지. 나를 부양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과로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해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거지로 전락하여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갖은 고생을 다 했으니 그는 죽어도 그 죄를 씻을 수 없다. 너희는 그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느냐? 나는 개만도 못하게 살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시람이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나는 과거의 원한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람조차도 내 곁에서 빼앗아 가려 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죽어 마땅하지 않은가? 죽어 마땅하지 않나!”
이때의 시현은 온화하고 준수한 그 인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혼증(離魂症)?’
이영소는 문득 모든 걸 깨닫고 말했다.
“그랬군. 그는 이혼증이 있습니다.”
‘인격분열증?!’
창문 아래에 있던 허칠안 역시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마침내 왜 이 사건이 그렇게 혼란스러운지 깨달았다. 모든 단계에 모순이 생기곤 했는데 이는 전부 시현이 둘이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시현은 당연히 시건원을 죽일 동기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출신을 아는 다른 시현은 동기가 있었으니, 그가 편집병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시현은 자신이 무고하다고 여겼다. 배후에 있는 자가 그를 모함하였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상주를 떠나지 않고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자 했다.
하지만 사실 그 배후에 있는 자가 바로 그 자신이자 다른 인격이었다.
여기서 사건의 앞뒤에 모순이 생겼다.
‘마을의 일가 전멸 사건 역시 그가 한 짓이었어…….’
허칠안은 드디어 이해했다. 시행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애당초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세 식구를 죽인 사람이 시행이라면, 왜 그 틈을 타 시현을 매복 공격하지 않았을까? 무고한 마을 사람 몇몇을 죽이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인격은 시현이 마도 대회를 참가하는 걸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살인자는 바로 그 본인이고, 모든 살인 사건 역시 그가 한 짓이기 때문에 그는 전혀 무고하지 않았다.
마도 대회에 가는 건 현재처럼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었다.
“아이고, 사당 쪽에서 진전이 생겼군…….”
황갈색 고양이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