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5
785화. 봉마정 제거
시행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그녀는 처음에는 승려들이 경을 읽는 소리가 웅웅대면서 시끄럽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빠져들더니 불법을 경청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시행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렇게 강요당하는 ‘인식’을 강제로 떨쳤다.
“이건 불문 선사가 사람을 계도하는 경문인데 이 경문을 들은 자는 점점 불문의 이념에 공감하고 모든 걸 고려하지 않은 채 불문에 들어서게 되오.”
이영소는 목소리를 낮추고 설명했다.
“본심을 지키고 시시각각 자아를 강조하며 우리의 즐거웠던 나날을 떠올리면 경문에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소.”
그는 말하는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현을 보았다. 두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이 망나니는 포악하고 하찮게 여기는 얼굴을 한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이영소는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집념이 깊은 사람일수록 도화되기 더 어렵소. 행아, 나를 사랑하오?”
시행은 토라져서 고개를 돌리고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사랑하지 않아요!”
* * *
허칠안은 산소가 부족한 지하실에서 촛불을 켰다. 그가 촛불을 응시하자 눈동자가 점점 풀어지고 생각도 이에 따라 흩어졌다.
“날이 밝기 전에 반드시 용기를 되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다고. 이번에 이영소조차 그들에게 잡혀가면, 아휴, 성자야, 내가 네게 누를 끼쳤구나……. 아니. 너 같은 쓰레기 남자가 천벌을 받은 거고 네가 나한테 누를 끼친 거지. 좀 곤란한데. 오늘 밤에 나선다면 나는 4품 전봉 둘과 실력이 보통이 아닌 승려들을 상대해야 하잖아.
정심과 정연이 이영소의 신분을 어떻게 안 거지? 또 언제 안 거지? 만약 그들이 아주 일찍 알았다면, 어쩌면 도난 금강은 이미 상주에 잠입하여 내가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해. 이 점은 처리하기 쉽지. 우선 항음한테 역용하여 나인 척한 다음에 떠보라고 해야겠다. 만약 도난 금강이 오지 않으면 나는 그저 정심과 정연을 해결하기만 하면 되고…….”
어두운 촛불 사이로 허칠안의 표정이 계속 변했다. 한참 뒤 그는 어떠한 결정을 내린 듯했다.
허칠안은 지서 파편을 꺼내 거울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부도보탑을 꺼냈다. 보탑의 금빛이 반짝이자 허칠안은 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곧장 3층에 이르렀는데 우선 보인 건 모남치와 작은 여우가 유쾌하게 놀고 있는 광경이었다. 모남치는 손에 은괴를 들고 왼쪽으로 던졌다가 오른쪽으로 던지기도 했다.
흰 여우는 높이 뛰어 은괴를 물었고 모남치의 손에 도로 가져다주었다.
사람 한 명과 여우 한 마리가 노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엇, 허 은라가 돌아왔어요.”
흰 여우는 즉시 은괴를 상대하러 가는 대신 여우 꼬리를 흔들며 뛰어올랐고 머리를 치켜들었다. 검은 단추 같은 눈에는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저희 나갈 수 있어요?”
“오늘 밤만 지나면 나갈 수 있어. 이제 그만 네 이모한테로 가자.”
허칠안은 여우를 가볍게 발로 차 왕비한테로 보냈다.
모남치는 황급히 손을 뻗어 여우를 잡았고, 흰 여우는 억울하게 한탄했다.
“그가 저를 무시했어요.”
‘나약하긴. 만약 영음이었으면 다시 한번 차달라고 요구했을 텐데…….’
허칠안은 탑령 노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신수 단수 앞으로 이르러 미리 준비한 발찌를 흔들어 소리를 냈다.
띵띵띵…….
낭랑한 방울 소리가 울렸고, 신수의 의식이 소생하였다. 악의와 광기로 충만하였다.
‘애완견을 소환하는 듯하네…….’
허칠안은 속으로 한 마디 비아냥거리더니 말했다.
“제가 대사를 도와 첫 번째 봉인을 풀겠습니다. 대사는 저 대신 백회혈과 단전의 봉마정을 풀어주십시오.”
신수는 ‘헤’하고 소리 내더니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어조로 말했다.
“내가 번복할까 봐 두렵지 않은가?”
허칠안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저한테 대사는 그저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대사께서 번복하셔도 됩니다. 저 역시 부도보탑을 불문에게 돌려줄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헤아려보시지요.”
신수는 표독스럽게 말했다.
“자네가 감히 나를 위협한다고? 고작 자네가?”
“쓸데없는 소리, 저와 협력하시든가 불문으로 보내지시든가 스스로 선택하시지요. 지금 상황은 500년 만에 찾아온 유일한 기회입니다. 뭐가 중한지 스스로 헤아리십시오. 대사께서 예전에 얼마나 대단했던 지금은 그저 죄인일 뿐이니 적당히 허세 부리시지요.”
허칠안은 시부의 압력으로 인내심을 잃었다. 그는 신수의 이 단수가 응석 부리게 두지 않고 바로 갈굴 작정이었다.
신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외부 세계에서 성가신 일이 생겼나 보군. 그렇지 않고선 들어와 나와 거래할 리가 없지. 자네 먼저 감정의 봉인을 자르게. 나는 반드시 일부 반응에서 벗어나야 봉마정을 풀 힘이 충분히 생기네. 허나 사전에 성명하겠는데 봉마정 아홉 개는 일체라서 잡아당기면 전신에 시동이 걸리지. 헤,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게야. 내가 비축한 힘이 두 개를 뽑을 수 있길 바라네.”
‘봉마정을 쑤실 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는 방금 속으로 말했다. 만약 신수가 번복하여 그 대신 봉마정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허칠안은 부도보탑을 불문으로 다시 보낼 방법을 생각하여 그가 영원히 나올 생각을 못 하게 할 작정이었다.
이건 단수에 대한 보복이었다. 더욱이 이 팔뚝은 속성이 사악하기 때문에 감정의 봉인을 자르면, 수십 년 뒤에 세상에 나올 터였다. 그렇다면 허칠안은 그걸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만약 신수의 다른 잘린 팔다리가 전부 이렇게 사악하다면, 내가 만요 공주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는데…….’
이 생각이 허칠안의 마음속에서 번쩍였다. 그가 지서 파편을 가볍게 두드리자, 거울에서 쇠도 아닌 돌도 아닌 소검이 떨어졌다.
그는 많지 않은 양의 기기를 소검에 주입한 뒤 그것이 쇠사슬을 쪼개도록 조종했다.
‘띵띵’ 소리와 함께 검광이 춤을 추고 아홉 개의 쇠사슬이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편안하군, 편안해!”
신수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자 충격으로 부도보탑이 격하게 흔들렸다. 모남치는 즉시 흰 여우를 안고 웅크렸다.
한참 뒤 신수가 말했다.
“옷을 벗고 오게! 내 힘이 일부 회복되었으니 봉마정 뽑는 걸 시도해봐도 되겠군.”
허칠안은 장포와 옷을 벗고 상반신을 노출한 채 단수에게 가까이 걸어가다가 무형의 어두운 금색 장막에 가로막혔다.
“아…….”
모남치는 낮게 소리치더니 근육 결이 선명한 허칠안의 상반신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는 척추, 심장, 앞가슴, 단전 등에 박힌 어두운 금색의 못을 보았다.
못 주위의 살과 피는 아물지 않았고, 또 온 힘을 다해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다. 마치 이미 못과 하나로 합쳐진 듯했다.
모남치는 비록 허칠안 심장 쪽의 못을 본 적 있었지만, 다른 곳은 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처음 본 것이었다.
흰 여우는 고개를 치켜올리고 모남치의 붉어진 눈가를 보며 말했다.
“이모, 어째서 우는 거예요?”
모남치는 인정하지 않았다.
“네 털이 너무 심하게 빠져서 내 눈에 들어갔잖니.”
“저는 털이 빠지지 않아요. 그냥 우는 거잖아요.”
흰 여우는 굽히지 않았다.
그런 뒤 흰 여우는 모남치에게 두피를 몇 번 긁히더니 굴복하고, 약하게 말했다.
“제 털이 빠졌어요…….”
신수의 왼팔에 핏줄이 도드라지고 근육이 팽창하여 힘을 끌어모으는 상태가 되었다.
허칠안은 무시무시한 힘이 이 팔뚝에서부터 재생하여 빠른 속도로 검지를 향해 응집되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검지를 번쩍 들어 허칠안의 아랫배를 가리켰다. 곧 어두운 금빛이 쏟아져 나왔으나 어두운 금색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선배…….”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탑령 노승을 아득하게 바라보았다.
노승은 아무 말 없이 양손을 합장했지만, 다음 순간 어두운 금빛이 장막을 뚫고 허칠안의 단전으로 ‘쏟아졌다’.
뒤이어 그는 허공에서 ‘웅웅’ 주문을 외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곳에서든 촘촘하게 들려왔으나 무슨 언어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허칠안이 고개를 숙여 보니 하단전에 봉해진 못이 눈부신 빛을 밝히며 조금씩 피와 살에서 벗어나는 게 보였다.
봉마정이 뽑히면서 그의 몸에 있던 다른 봉마정이 이 순간 공명하기 시작했다. 심장에 난 상처에 균열이 생기고, 중단전 상처에 균열이 생기면서…… 여덟 개의 못이 마치 이어서 뽑힐 듯했다.
바로 이 순간, 허칠안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땀과 피가 섞여 흘러내렸고 너무 아픈 나머지 얼굴이 흉악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며 비인간적인 고통을 감내했다.
땅!
마침내 단전에 있던 못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낭랑한 소리를 냈다.
다른 여덟 개의 못은 다시 잠잠해졌다.
못이 몸속에서 뽑힌 순간, 무시무시한 기기 파동이 마치 제방이 무너진 홍수처럼 광폭하게 터져 나와 부도보탑을 다시 뒤흔들었다.
“알고 보니 3품 무사였군.”
신수는 ‘허’하고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기기가 이렇게 충만한 걸 보니 기초가 아주 탄탄하군.”
소모가 너무 컸던 듯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배어 있었다.
후, 후, 후……. 허칠안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끊임없이 헐떡였다. 남은 고통이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3품 무사의 강한 생명력은 이미 상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피와 살이 꿈틀거리더니 흉터 하나 남지 않았다.
“대사님, 사실 저 1년 반 전에는 연정 전봉이었습니다.”
허칠안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신수는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휴식 시간을 가졌고, 반 각 뒤 신수 팔뚝의 혈관이 다시 볼록해지고 근육이 팽창하더니 힘을 응집하였다.
이번에는 힘을 모으는 시간이 방금의 두 배였다.
신수가 말한 것처럼 봉마정을 뽑는 데는 그의 역량이 소모됐다.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팔뚝이 검지를 들어 어두운 금빛을 내뿜었고 이번에는 허칠안의 미간을 비추었다.
그는 대뇌의 이상을 감지하였다. 안에 있는 못이 헐거워지더니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하여 그의 머릿속을 뚫고 나오려 했다.
남은 일곱 개의 봉마정이 서로 호응하더니 다시 한번 상처에 균열이 생겼다…….
쾅!
허칠안은 영혼이 수많은 파편으로 폭발하였고, 이로 인해 모든 생각이 흩어지는 듯했다. 그의 의식은 끝없이 넓은 어둠 속으로 빠져갔다.
그는 이번에 통증조차도 감지하지 못했다.
한참 뒤, ‘영혼 파편’이 다시 모이자 그는 의식을 회복하였다. 얼굴과 몸이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다시 한참이 지나자 그는 마침내 회복하여 해탈 상태에 이른 듯 빈정댔다.
“고통이 늦게 올지는 몰라도 빠지지는 않는군.”
바닥에 못 두 개가 떨어져 있었다. 허칠안은 먼저 그것들을 거둔 뒤 그제야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신체의 변화를 감지하였다.
“단전의 봉인이 풀려서 기기가 움직일 수 있게 됐군. 비록 상단전과 임독이맥(任督二脈)의 혈 몇 군데는 여전히 봉인되어 있어 기기가 이 혈 자리를 지나갈 때 가로막힐 테지만, 그래도 드디어 일부 실력을 회복했어. 원신은 이미 완전히 풀렸고,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화면 포착’ 능력도 회복됐다. 이렇게 보니 도난 금강이 만약 근처에 있다면 내가 바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겠군. 음, 육신 혈기의 힘은 아직 사용할 수 없네. 사용할 수 있다면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한 주먹에 4품을 때려눕힐 수 있을 텐데.”
허칠안은 눈을 뜨고 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
“합심 즐거웠습니다.”
신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수는 힘을 소진하여 허칠안이 의식을 잃었을 때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