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6
786화. 봉인
허칠안은 두 번째 층에서 꼭두각시 항음을 불러와 그를 ‘서겸’의 모습으로 역용했다. 그런 뒤 두 사람은 부도보탑을 나서 지하실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어둠 속을 누비며 빠르게 내청에 이르렀다. 안에는 촛불이 밝고 밖에는 두 무승만이 자리를 지켰다.
허칠안은 항음을 보았고, 후자는 군대식 예의를 차렸다.
“Yes, sir.”
이러한 시체와의 상호작용으로 시고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다. 허칠안은 나중에 꼭두각시가 많아지면 그들이 만담하게끔 조종할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이 춤추면서 노래하는 토크쇼처럼 말이다.
푸른 장포를 입은 항음이 고개를 치켜들고 성큼성큼 어둠 속을 걸어나가 내청으로 들어갔다.
“누구냐!”
좌측의 무승이 소리쳤다.
그가 막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 했는데 처마 밑의 등롱 빛이 오는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놀랍게도 뇌주에 있을 때 나타난 서겸이었다.
‘털썩’하는 소리 사이로 무승 둘이 뻣뻣하게 쓰러졌고 사지가 마비되었다.
뒤이어 항음은 한 발로 내청 문을 걷어찼고 한 바퀴 둘러앉아 경문을 낭독하는 선사 그리고 양쪽을 지키고 있는 무승 여섯 명을 보았다. 또 포박된 처지의 이영소 세 사람을 보았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정심과 정연이 보였다.
“역시나 왔군요!”
정심이 웃었다.
정연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신처럼 빠르게 잔영을 끌어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항음 앞으로 돌격하였다.
“뉘우치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 법!”
항음은 양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떨군 뒤 여유롭게 말했다.
계율의 힘이 순식간에 퍼져 내청에 있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연은 역학 원리를 배반하는 자세로 관성을 무시한 채 돌아서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화경 무사가 뉴턴의 체면을 깎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었다.
“당신은 그쪽이 아닙니다, 당신은 항음 사형이군요.”
정연은 눈썹을 치켜올렸고 그의 신분을 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이 4품 무승은 다소 분노하였다. 시현도 그렇고 허칠안도 그렇고 하나같이 전부 꼭두각시로 위장하여 사람을 속이기 좋아했다.
항음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정연이 말한 바를 바로잡았다.
“아니, 저는 대명호반의 항음입니다.”
정연은 마치 그가 이렇게 대답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했다. 무승들이 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선사 곁을 지키던 중, 그중 한 명이 갑자기 무력하게 넘어지더니 사지가 노작지근하게 마비되었다.
그가 잠깐 기기를 운행하자마자 즉시 불처럼 뜨거운 고통이 전해졌다.
다른 몇몇은 바로 숨을 죽였다.
“독이 있군!”
정연이 양손을 앞으로 밀자 기기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쾅쾅 연이은 소리와 함께 내청 창문이 전부 열렸다.
“서 선배님이 우리를 구하러 왔소.”
이영소는 기쁨에 겨웠다. 그 역시 중독되어 사지가 노작지근하게 마비되었으나, 시행과 같은 밧줄에 묶였기에 일어설 수 있었다.
시행은 제때 숨을 죽인 덕에 독기의 침입을 받지 않았다.
“그가 그럴 수가 있나요?”
시행은 서겸의 실력에 관해 큰 기대를 품지 않았기에 정교한 버들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는 초범 영역의 선배님이오.”
이영소가 말했다.
시행은 언짢아했다.
“그럼 왜 피하려 하나요? 거지 같은 두 승려가 사문 어르신이 상주에 있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이영소는 말문이 막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서겸은 늙은 괴물이야. 이 점은 내가 확신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는 동안 나는 그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
이영소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비관적으로 변했다.
‘아니다. 서겸처럼 용의주도한 인물이 확신 없이 어찌 나설 리가 있겠는가. 그에게는 내가 모르는 비장의 패가 있는 거야!’
이영소는 즉시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는 어쩌면 이번 교전을 통해 서겸의 신비를 한 단계 더 들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독으로 우리가 내청에서 내몰고 이 기회를 틈타 시현을 빼앗아 오고 이영소를 구할 생각이군…….’
정심 승려는 테두리 안의 세 사람을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항음의 어깨 너머 문밖의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바라보더니 소리 높여 말했다.
“서 시주님, 기왕 오셨는데 어찌 현신하지 않으십니까? 불문의 선공은 맹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선사는 불문 체계 6품의 칭호로 이 품계는 전투력이 더해지지 않았기에 한 가지만 수련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좌선이었다.
3일 밤낮을 가만히 앉아 지내는 게 입문 단계였다.
선사가 선공을 높고 깊은 경지까지 단련하면 천지와 합치할 수 있으며 매우 현묘한 천지의 법칙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서역에서는 고승이 앉기만 하면 수년 내지는 수십 년이 지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서역 승려가 일단 좌선 상태에 진입하면 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며 외사(外邪)의 침입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어느 정도 방어력까지 얻었다.
지금, 십여 명의 선사가 진법을 조성하였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경문을 읽어 도인(度人)하는 척했지만, 사실 이영소 세 사람을 에워쌌다.
허칠안은 그들이 진법을 흐트러뜨리도록 압박하기 위해 독을 살포했다.
정심이 말을 내뱉자마자, 내청 안 모든 이의 시선이 줄곧 사방을 좇으며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는 서겸을 찾았다.
정연이 먼저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고 시선을 항음 발밑의 그림자로 던졌다.
그림자가 칠흑같이 어둡고 일그러지더니 비슷한 용모의 무명옷 남자가 뚫고 나왔다. 그는 손에 검을 한 자루 쥐고 있었는데 검집이 검은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검이 아니라 칼이었다. 칼집이 휘어진 각도가 크지 않아 언뜻 보면 검으로 착각하게 하는 모양새였다.
‘칼?’
이영소는 서겸이 무기를 쓰는 걸 모습을 보았다. 이는 그가 서겸에게 품고 있던 예전의 인상과는 달라 이영소는 바로 주의하기 시작했다.
정심의 눈빛이 약간 반짝이더니 양손을 합장했다.
“도살용 칼을 내려놓으십시오.”
계율의 힘이 내청을 뒤덮어 허칠안에게 더해졌다.
항음은 양손을 합장하였다.
“무효(無效)!”
계율의 힘이 즉시 형태 없이 사라졌다.
‘역시 계율만이 계율을 상대할 수 있군…….’
허칠안은 눈빛이 평온하였다. 그는 이미 도난 금강이 근처에 매복하지 않았으며 상주에 있지 않다는 걸 이미 확인하였다.
그럼 그는 딱히 꺼릴 것이 없었다.
계율이 효력을 잃었으나, 정심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서 시주님, 계략에 빠지셨군요!”
그는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오른손을 가볍게 털어 손목에 감긴 염주를 손바닥에 쥔 뒤 나지막이 말했다.
“봉인!”
십여 명의 선사가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들은 손목을 털더니 염주를 쥐고 일제히 말했다.
“봉인!”
잔잔한 물결 같은 금빛 층이 내청을 휩쓸더니 지면에서 갑자기 ‘만(卍)’자가 반짝였다.
시행은 귓바퀴를 살짝 움직이고는, 자신이 외부 세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이곳은 봉인됐어요.”
이영소는 굳은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심과 정연은 내가 저택에 있는 걸 진작 알았고, 서 선배가 용기를 빼앗으러 온 것도 알았소. 그전에 시현을 포함한 그 말들은 전부 미끼였고…….”
성자는 마음이 무거워져서 초조한 감정이 솟구쳤다. 지금까지 그는 서겸이 나설 때 전부 고술에 의존하여 귀신처럼 왔다 갔다 하던 모습만 보았다.
지금 그의 가장 큰 의지가 사라졌고, 이곳에 봉인되었다. 내청은 공간이 크지 않았기에, 설령 그가 그림자로 도약할 수 있다고 해도 단거리 스퍼트에 있어서는 무사를 따를 자가 없었다.
정심은 양손을 합장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용기 숙주를 미끼로 애먹이기만 하면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시주님이 창문 아래에 숨어있다는 걸 일찌감치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말을 내뱉은 이유는 시주님을 끌어내기 위함이었지요. 시현보다 저희는 시주님을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 봉인은 ‘소무색계(小無色界)’라고 하는데 4품 경계 안에서 그걸 깨뜨릴 수 있는 자는 아주 드물지요. 시주님을 잡기 위해 저희는 법기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소무색계’는 시주님만을 상대할 진법으로 마침 시주님의 고술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아미타불, 서 시주님, 저희를 따라 불문으로 돌아가시지요. 불문이야말로 시주님의 유일한 귀결점입니다.”
그는 무승 정연만큼 세찬 기세로 떠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기운이 온화하고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무승보다 더 오만해 보였다.
모든 것이 전부 지배하에 있었기에 무미건조했다.
허칠안은 천천히 다가오는 정연을 무시하고 먼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정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난 금강 역시 대사들께서 일부러 언급하여 나를 끌어낸 겁니까?”
정심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보잘것없는 재주일 뿐입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사들께서는 또 시현을 어떻게 잡았습니까? 왜 그가 반드시 대사를 습격하리라고 확신했지요?”
정심이 대답했다.
“남강 시고부에 한 가지 비법이 있습니다. 고를 키우는 법술로 시체를 키우는 겁니다. 살인자가 도대체 누구든지 간에 기왕 여러 차례 살인 사건을 저질러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단련했다는 건 절대 단순한 모함이 아니지요. 일부러 사제가 모습을 드러내 떠보게 했고, 역시나 시현 시주를 끌어들였습니다.”
시현이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이 세상은 전부 거짓입니다. 유일하게 힘만이 진짜지요. 힘을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됩니다. 아주 어렸을 때 저는 이 이치를 깨달았지요. 애석하게도 제 비시가 한 보 부족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4품의 실력을 보유하여 한 주(州)를 웅거하는 강자가 되었을 겁니다.”
장주에서 3품은 절대 무적이었다.
‘시고부의 비술에 이렇게 시체를 키우는 방법도 있군. 이건 정보가 부족한 탓이야…….’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연 무승은 여기까지 듣더니 참견했다.
“사형, 그와 헛소리할 필요 없습니다. 어서 그를 제압하시지요.”
정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목을 거꾸로 돌려 염주를 움켜쥐더니 말했다.
“봉인!”
허칠안의 발밑에서 ‘만(卍)’자 부호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은은한 금빛 회오리바람을 동반하여 그를 단단히 흡착시켰다.
뒤이어 정심은 누런 구리거울을 꺼내 손바닥에 거울 면을 문질렀다. 구리거울은 즉시 빛을 발했다.
“번거롭겠지만 서 시주님의 원신이 거울에 한동안 있어야겠습니다.”
이 거울은 영혼을 빨아들여 거울에 봉인할 수 있었다.
3품 이하는 요행으로 모면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불문이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봉인’ 영역의 법기, 법술 그리고 진법이었다.
정심은 허칠안의 진짜 품계를 아주 잘 알았으며, 마찬가지로 그가 봉마정에 의해 봉인된 것도 알고 있었다. 비록 원신은 3품의 질김이 있었지만, 3품의 위력은 없었다.
이 구리거울은 허칠안의 원신을 봉인하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