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87
787화. 단칼
정심이 구리거울을 뒤집어 허칠안에게 겨누자 거울 면이 즉시 그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런 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째서? 심고가 원신에 대항할 수 있나?’
정심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구리거울이 다시 영혼을 빨아들이도록 재촉했으나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정심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표정이 굳었다. 그는 허칠안에게 다른 수단이 있거나 아니면 심고가 늘어났다고 추측했다.
“무지하군요!”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제 원신의 강인함은 대사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의 원신은 지금 확실히 3품이었다. 어떠한 봉인도 되지 않은 그런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서 선배님은 역시 서 선배님이야.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이영소는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한숨을 내뱉었다.
시행의 눈에도 이에 따라 약간의 희망이 솟아났다.
“사형, 제가 하겠습니다!”
정연이 손가락을 들어 미간을 가볍게 두드리자, 금칠 한 점이 미간에서 반짝이더니 재빨리 전신을 헤엄쳐갔다.
순식간에 그는 매우 환한 금신으로 변했다.
원신을 빨아들일 수 없다면 무력으로 진압하면 되었다.
정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님, 고생하시게.”
그는 뜻밖의 이변이 없도록 진법을 유지한 채 허칠안을 속박했다. 비록 그는 정연을 더할 나위 없이 믿었지만 말이다. 3품 이하에서 정연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극히 드물었다.
정연이 전음으로 툭 터놓고 말했다. 그는 강호 산인처럼 굴었다.
“허칠안, 자네가 우리 불문의 금강신공을 믿고 대봉을 종횡무진하더군. 자네가 매우 견고한 신공으로 적을 상대할 때 만약 언젠가 마찬가지로 이 수법을 장악한 고수를 마주한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는 그저 단칼만 쓴다!”
허칠안의 대답은 전음이 아니라 정상적인 말이었다.
‘단칼? 무슨 단칼?’
이영소는 내청이 봉쇄되어 마침 곤란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허칠안의 말을 들으니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말했다.
“단칼에 네 금신을 부수겠다.”
비할 바 없이 자신감 넘치는 담담한 목소리가 내청 안에 울렸다.
‘단칼에 금신을 부순다고?!’
이영소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거칠고 포악한 시현조차 주의를 기울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반칙을 쓰고 싶은가?’
정심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 말이 그저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함이며, 허칠안에게는 한 단계 더 깊은 속셈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정연의 금강신공은 정상적인 4품 전봉 무사보다 더 강하다. 같은 수련 경지의 도문, 몽무가 직접 원신을 겨냥하지 않는 이상, 힘으로 금강신공을 부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허칠안의 심고술은 4품 고수의 원신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내가 옆에서 위협하고 있으니 정연의 원신을 감싸는 건 무방하다……. 부도보탑은 사조 법제 보살의 법보이니 허칠안이 동문을 상대하는 걸 도울 리는 없다…….’
온갖 생각이 정심의 머릿속에 스쳤다. 결국 그는 그 말이 실속 없는 허세라고 판단 내렸다.
“단칼?”
정연은 스스로 금강신공을 수련해낸 이래로, 그의 금신을 부술 수 있는 적수를 만난 적이 없었다.
동문 중에는 4품 무승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모든 이가 금강신공을 수련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은 수련 경지의 그 무승들은 정연의 금강신공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허칠안은 오른손에 태평도의 칼자루를 쥐더니, 기운을 무너뜨리고 감정을 거두었다. 그는 오랜만에 천지일도참으로 힘을 비축했다.
같은 시각, 정연은 승포를 걷어 올리더니 계도를 꺼내 허칠안을 향해 분노를 담아 내리쳤다.
쨍!
촛불이 환하게 켜진 내청 안, 사람들은 어두운 금빛 도광이 번쩍했다가 사라진 걸 똑똑히 보았다.
뒤이어 귀청이 떨어질 만한 사자 울음소리가 울렸으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혈기가 들끓었다.
내청 안, 허칠안과 정연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정연은 계도를 높이 들었으며 허칠안은 여전히 칼자루를 쥔 채 전에 대치하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방금 도광은 그저 사람들의 착각일 뿐, 사실 두 사람 모두 칼을 쓰지 않은 듯했다.
정심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평소의 온화함과 차분함은 사라지고 얼굴 전체가 경악으로 가득했다……. 정연은 몸 표면이 금빛으로 뒤덮여 마치 균열로 가득한 도자기 같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금빛이 부스러기처럼 파스스 흩날렸다.
금강신공이 부서졌다.
정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앞쪽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퍼진 상처까지 얻었다.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너, 너…….”
정연은 허칠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입술을 열고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말하지 말고 한쪽에 가만히 있어라.”
허칠안은 그의 목을 졸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쿵! 정연은 내던져진 뒤에도 계속해서 뒹굴면서 바닥에 거듭 핏자국을 찍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몇 차례 발버둥 쳤으나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도의가 그의 생명력을 분쇄하며 정신을 소모했다.
내청은 순식간에 적막에 빠졌으며, 모든 이가 허칠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영소는 서겸이 도랑에서 엎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초범경의 이 늙은 괴물을 믿었다.
그는 서겸에게 어쩌면 정연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사실은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구주 제일의 신체 보호 신공이라 불리는 금강신공이 그의 단칼에 박살 났다니.
“그, 그가 정말 초범경의 강자라고?”
시행은 중얼거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정심을 쳐다보았다. 시행은 침착하고 여유로운 이 젊은 승려의 이마에서 뜻밖에도 땀방울이 흐르는 걸 발견하였다.
시행은 갑자기 상쾌함이 솟구쳤다.
“이게 바로 강자다. 이 자야말로 내가 되고 싶은 강자야…….”
시현의 얼굴에는 갈망이 가득했고,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정심이 포악하게 말했다.
“너, 수련 경지를 회복한 건가?”
평온한 그의 내면에 이 순간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눈앞의 이 광경은 그에게 허칠안이 수련 경지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2품 황제를 베어 죽여 풍문을 일으킨 그 허칠안의 봉인이 풀렸다!
‘수련 경지를 회복했다고?!’
이영소는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정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정심은 말을 마치고 더는 입을 떼지 않았다.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나를 누를 수 있는 자는 없다. 부처 역시 안 된다.”
‘왜냐하면 부처는 나를 억누르기 귀찮을 거거든…….’
그는 속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정말 시건방지군! 그는 어찌 감히 이렇게 얘기하는 걸까. 그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영소는 이 말 때문에 끊임없이 공상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서 선배님의 신분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무시무시할지도 모르오.”
‘이게 설마 아무렇게나 내뱉은 터무니 없는 말이 아니라고?’
시행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칠안은 칼을 짚은 채 모든 승려들을 업신여겼다.
“너희에게 지금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진법을 없애고 용기 숙주를 내게 넘긴다. 둘째, 내가 직접 진법을 가른다. 사상자는 논하지 않겠다.”
정심은 잠시 갈등하더니 탄식했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빈승과 모든 동문은 시주의 행동에 맡길 수밖에 없겠군.”
그는 즉시 선사들에게 진법을 철수시킨 다음 이영소와 시행의 결박을 풀게 했다.
선사들이 ‘우르르’ 정심의 옆으로 몰려갔으나 무승은 정연의 부상을 살피러 갔다. 그는 한 차례 검사한 뒤 한시름 놓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낮추고 한 마디 했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선배님!”
이영소는 홍안지기의 손을 잡은 채 기뻐하며 허칠안에게 달려갔다. 그는 뒷배가 있는 기분이 정말 좋다는 생각만 했다.
허칠안은 냉담한 표정으로 ‘응’하고 소리 내더니 돌아서서 정심을 쳐다보았다.
“스님, 물을 말이 있습니다. 이 중놈들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스님의 태도에 달렸습니다.”
정심이 나지막이 말했다.
“서 시주님, 할 말 있으면 물으시지요.”
허칠안은 항음을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조종하면서 계율을 시전하였다.
“거짓을 말하면 안 됩니다.”
계율의 힘이 내청 안에 그득했다.
허칠안이 물었다.
“이번에 불문에서 보살이 속세로 나왔습니까?”
정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도정 나한 그리고 도난, 도범 두 금강뿐입니까?”
“그리고 208명의 승려가 있습니다.”
“저 때문에 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도난 사숙과 저희는 옹주에서 만나기로 약조하였습니다.”
‘왜 동행하지 않고 옹주에서 만나려는 거지? 도난금강이 중도에 더 중요한 다른 일을 처리하러 간 건가?’
허칠안이 이 의문점을 묻자 정심이 답했다.
“소승은 알지 못합니다.”
허칠안은 다시 몇 마디 물은 뒤 몸을 돌려 시현을 쳐다보더니 탄식하였다.
“이아 일가는 당신이 죽인 건가?”
시현은 표정이 굳었으나 이내 회복하고 ‘헤’ 소리 내더니 말했다.
“저는 본래 그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지금껏 그들 일가 앞에서 ‘현신’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날 그가 마을로 돌아와 당신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이때도 저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 사람을 죽일 계획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아가 제게 말했습니다. 저에게 발가락이 여섯 개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착한 마음씨를 지닌 그 삼촌에게 알렸어요.”
시현은 갑자기 표정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마을을 나선 뒤 저는 그가 잠든 틈을 타 다시 이아 집으로 돌아가서 그녀 가족을 전부 죽였습니다. 그녀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으니 죽어 마땅하지요.”
칼을 짚은 허칠안의 손등에 핏줄이 섰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도 새 신발을 신지 않았다. 시현이 당신의 존재를 모르는가?”
“그는 당연히 모르지. 그는 겁쟁이라 진짜 자신을 마주하기를 거절했거든.”
이 시현이 냉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인격 분열증 환자군…….’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고개를 돌려 이영소를 쳐다보았다.
“이혼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가?”
이영소는 난처해했다.
“만약 제 수련 경지가 회복되면 그의 의식 세계로 들어가 그 인격을 제거할 수 있으나 지금은…….”
이때, 정심이 합장하며 말했다.
“불문이 그를 도와 인과응보를 깨끗이 없앨 수 있습니다. 서 시주께서 용기를 뽑은 뒤에 그를 불문에 넘기시면 됩니다.”
허칠안은 승려를 상대하는 대신 시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를 만나야겠다.”
시현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떨구었다. 그가 몇 초 조용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눈빛에는 망연자실함이 분명히 드러났다.
‘정말 모르는군…….’
허칠안의 심고는 이미 조예가 깊어져서 상대의 감정 변화만 감지해도 시현이 이 순간 멍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현은 불문 승려들을 쳐다봤다가 다시 허칠안 일행과 바닥의 핏자국을 보았다. 그는 이곳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거라는 걸 짐작했다.
“제가 바로 그날 밤에 마을에서 당신과 약조했던 황갈색 고양이입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시현은 두 손이 묶인 채 어리둥절해했다가, 이내 안색이 급변하더니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달려들었다. 그는 허칠안을 물어 찢을 작정인 듯했다.
이영소가 앞장서서 나서더니 시현의 뺨을 갈겨 바닥에 팽개쳤다.
시현은 목이 쉬도록 울부짖었다.
“왜 그들을 죽여야 했는가. 그들은 무고한데, 이 짐승 같은 놈…….”
“너야말로 짐승이지!”
이영소가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
허칠안이 천천히 말했다.
“시현, 모든 사람은 전부 당신이 죽인 겁니다. 살인자는 바로 당신이지요. 당신에게 이혼증이 있는 걸 압니까?”
시현은 분노하면서도 망연하였다.
“뭐라고?”
허칠안은 사건의 경위를 이 가엾은 자식에게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시현한테는 가혹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