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0
790화. 큰 무덤
용맥이 숙주를 벗어나는 찰나, 정심은 무언가 감지한 듯 고개를 들어 대들보를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은 잇따라 고개를 들어 반투명하면서도 어느 정도 진실한 것 같은 용기를 보았다. 잘게 부서진 작은 용기와는 달리, 지금은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형태의 용맥은 애당초 바닥에서 뽑혔을 때 경성에서 목격한 백성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숙주를 찾은 뒤에는 용기를 볼 수 없었다.
허칠안은 장포를 사이에 두고 아랫배에 숨겨둔 지서 파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는 입술을 여닫으며 주문을 외웠다.
용기가 집을 뛰쳐나가 이곳을 벗어나려 하던 중에 무형의 힘에 의해 끌어당겨졌다. 그러더니 그것은 소리 없는 포효를 하며 지서 파편으로 달갑지 않게 뚫고 들어갔다.
이는 외부인의 눈에 마치 용기가 저절로 허칠안을 숙주로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시현의 이 용기가 지서 파편으로 파고들어서는 즉시 안에 있는 다른 용기와 융합되었다. 길이는 변화가 없었지만 용기는 더 단단해졌다.
동시에 허칠안의 ‘레이더’ 범위 역시 배로 늘어나 지금은 이미 상주성 1/3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만약 상주의 1/3을 덮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는 현실과 맞지 않게 중얼거리더니 즉시 시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를 죽인 데다 무고한 이들을 살육했으며 더욱이 세 식구를 살해하기까지 했다니. 이 진상은 시현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죽고자 하는 마음이 싹텄다.
그리고 허칠안에게 있어 인격분열은 의도적인 범죄가 아니었으므로, 그는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논할 수 없었다. 허나 마을 일가 전멸 사건은 시현이 한 짓이었으며, 정신병으로 인한 살인 역시 살인이었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변치 않았다.
그는 정신병이라는 이유로 시현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허칠안은 이렇게 복잡한 감정에 근거하여 시현의 자결을 막지 않았다.
시람은 시현에게로 달려들어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인과응보, 인과는 순환하는 법…….’
허칠안은 뒤이어 다른 원흉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시행, 당신의 상급자가 누구입니까?”
시행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모릅니다. 하급자는 상급자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데 이는 천기궁의 규칙입니다. 상급자와 하급자는 서신으로 왕래하고 만약 급한 일이 있으면 비둘기로 서신을 전합니다. 저택에 비둘기가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만약 상급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비둘기를 추적하셔도 됩니다. 저는 상급자의 신분을 알아보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추측하기에 비둘기의 목적지는 아마 제 상급자의 거처가 아닐 겁니다.”
‘하급자는 상급자의 신분을 모른다. 하지만 상급자는 대부분 자신 하급자의 신분을 알고 어느 구역의 정보 수집을 책임지는지 안다…….’
허칠안이 침음했다.
“다른 긴급 연락 방식은 없습니까?”
시행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첩자가 적의 손에 넘어갔을 때 뿌리째 뽑히고 더 깊게 연루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점은 정보가 뒤처지기 쉽지…….’
허칠안은 말을 이어갔다.
“천기궁의 정황을 말해보시지요.”
“천기궁의 첩자는 9등급으로 나뉘는데 저는 5품 밀정입니다. 하급자는 4품 밀정 둘인데 전부 장주에 있습니다. 하급자의 하급자는 저도 모릅니다. 이 역시 천기궁의 규칙으로 직속 하급자의 신분만 알 수 있습니다.”
시행은 숨기지 않고 계율의 영향하에 사실대로 정보를 털어놓았다.
‘전부 졸개들이다.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찾고 붙잡을 가치가 없다. 시행의 상급자라면 내가 나설 만한데…….’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가 불문의 승려들을 쳐다보았다.
‘안 돼. 최대한 빨리 장주를 떠나야 해. 도난 금강이 오겠다면 올 텐데 나한이 있을지도 몰라. 이곳은 오래 머물기에 적당하지 않아…….’
“당신은 어떻게 천기궁의 첩자가 되었지요?”
허칠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첩자를 어떻게 배양하고 기꺼이 자살하길 원하는 첩자를 어떻게 굴복시키는지 궁금했다.
이 점은 위 공과 사람 구실 못 하는 자 모두 업계에서 최고였다.
위 공은 이미 죽었으니 그에는 더 물을 수 없었다. 사람 구실 못 하는 자는 그가 물으러 오면, 여세를 몰아 그에게 ‘고까운 가르침’을 한 수 주길 몹시 바랄 터였다.
허칠안은 이렇게 우회적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항음은 양손을 합장했다.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계율의 시간이 이미 지났기에 그는 다시 시전해야 했다.
시행은 내심 저항했지만, 입은 아주 정직했다.
“그건 10년 전, 제가 아직 출가하기 전에 시부의 어린 소저였을 때입니다. 그해 한여름, 제가 뜰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으며 ‘자질이 뛰어나구먼…….’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건 제가 처음으로 궁주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그는 눈처럼 흰옷을 입고 뜰 안에 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여종은 그를 보고도 알지 못했지요.”
‘사람 구실 못 하는 그자?’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평봉의 신분과 지위로 시가 같은 강호 세력을 방문하는 건 불합리했다. 더욱이 시행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현신해서 설교할 리는 없었다.
시행은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그에게 누구인지 질문하니 그는 자신이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보물을 찾는다?”
시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가 선조는 본래 남강의 노예였습니다. 그가 어릴 때 가족이 전멸당했고, 원수가 그를 남강에 노예로 팔았지요. 후에 기예를 익혀 상주로 돌아왔고 비로소 지금의 시가가 생겼습니다. 오늘날까지도 그해 시가가 왜 전멸당했는지, 선조는 왜 남강으로 팔려 갔는지 아는 자는 드뭅니다.”
시행은 잠시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가는 본래 수묘인(*守墓人: 묘지기) 가문으로 연대가 오래된 큰 무덤을 지켰습니다. 나중에 어찌 된 일인지 수묘인(*守墓人: 묘지기)의 신분을 버리고 상주에서 가문을 세웠지요. 그해 일가가 참혹하게 전멸당한 건 누군가 그 큰 무덤을 치자는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치대로라면, 수묘인(*守墓人: 묘지기)이라는 시가의 신분을 외부 세계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가족 중에 반역자가 생겼고 누설하였을지도 모르지요. 이는 백여 년 전의 일이나 그 속의 자세한 내막은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큰 무덤?!’
허칠안은 큰 무덤에 관한 공포증이 또 도질 참이었다.
옹주성 밖의 그 지하 궁전은 그에게 아주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나중에는? 허…….”
허칠안은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그 백의 사람이 큰 무덤에 들어갔습니까?”
불문 승려들은 이 일에 아주 관심이 많은 듯 인내심을 갖고 귀를 기울였다.
시행은 고개를 저었다.
“큰 무덤의 지도를 시가는 절반만 갖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남강 시고부의 손에 있었습니다. 궁주께서는 시가의 그 일부 지도만 가져가셨고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때 이후, 저는 천기궁의 첩자가 됐습니다. 현재의 제가 있는 건, 전부 천기궁이 요 몇 년간 저를 도왔기 때문입니다.”
‘허평봉이 신경 쓰게 할 만한 큰 무덤이면 안에 있는 물건이 분명히 예사롭지 않겠지. 지도 절반이 시고부의 수중에 있었으니 허평봉이 아직 큰 무덤 안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그리고 지도가 시고부의 수중에 있다는 건 그해 지도가 젊은 시절의 시가 선조 수중에 있었다는 의미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남강에 노예로 팔려 간 거지? 이건 불합리한데…….’
허칠안은 침음하더니 말했다.
“큰 무덤에 관해 또 아는 게 있습니까?”
“큰 무덤의 존재는 시가의 가주만이 알고 있습니다. 만약 궁주가 아니었다면, 저 역시 이 비밀을 몰랐겠죠.”
“그는 왜 이 비밀을 당신에게 말했을까요?”
“궁주께서 말씀하시길 큰 무덤을 열려면 수묘인의 피를 매개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허평봉이 시부의 시행을 첩자로 키워 바둑판의 바둑알로 삼은 것이군…….’
허칠안은 더는 묻지 않고 돌아서서 정심과 정연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조만간 천기궁의 상급자가 시부에 올 터이니 각 대사께서는 알아서 잘 처리하시지요.”
그는 부도보탑을 불러내어 손바닥에 잡아끌었다. 1층 탑 문이 열리자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그러며 시행을 그 속으로 빨아들여 2층에 가두었다.
뒤이어 그는 이영소와 항음의 어깨를 누르고 그림자가 되어 시부를 떠났다.
내청은 적막에 빠졌다.
정심은 문밖의 짙은 밤을 바라보며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웠다.
‘그가 우리를 죽이지 않았어…….’
불문 승려들은 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면서도 당혹스러웠다.
“정심 사형, 지금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승려가 물었다.
정심은 의식을 잃은 정연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정연 사제가 휴식을 취해야 하니 우선 시부에 머무르면서 도난 사숙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그는 말을 마치고 시람을 훑어보았다. 그래도 그는 시가를 지켜야 했다. 이것이 불자가 그들을 놓아주는 조건이었다.
다만 이건 똑똑한 사람들끼리 마음으로 이해하는 바였기에, 그가 굳이 말로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밤, 허칠안과 이영소 그리고 꼭두각시 항음은 살을 에는 찬바람을 맞으며 성 밖의 관도 위를 걸었다.
성자는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전방을 주시하며 그를 비웃었다.
“정에 이끌리지 않고, 정에 묶이지 않고 초연하게 내려다보는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태상망정이지. 자네는 이묘진이 사도를 걷는다며 그녀가 한 사람을 위해 백성을 버릴 것이라 했는데 자네는 또 어떠한가?”
이영소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무언가 반박하거나 설명하고 싶은 듯 입을 벌렸으나 결국에는 침묵으로 끝났다.
한참 뒤,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는 모릅니다.”
허칠안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았다. 그는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갈등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더는 이영소를 비웃지 않았다.
이영소가 물었다.
“선배님께서는 시행을 어떻게 처리할 작정이십니까?”
허칠안은 조금도 꺼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사건을 정리해보자고. 자네는 시행이 왜 각지의 호걸과 관아를 초청하여 마도 대회를 열었다고 생각하는가?”
이영소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시현을 통제하려는 거지요.”
“맞네. 그녀가 시현을 자극한 건 시건원을 죽이기 위함이네. 나중에 시현이 시부를 탈출하여 상주에서 마구 살인을 저지른 건 아마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계획 밖의 일에 속하지. 그녀는 문제를 바로잡고 싶었거나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겠지. 그래서 그녀는 마도 대회를 개최한 게야. 다시 말해서 마도 대회는 그녀의 원래 계획에 없었어.”
시행의 계획은 사실 간단했다. 그녀는 출생의 비밀로 시현을 자극하여 시건원을 죽임으로써 남편을 죽인 원수를 갚으려 했다. 그런 뒤 그녀는 다시 시람을 이용해 시현을 통제하려 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 밤 시현은 직접 시부를 뛰쳐나왔다. 비록 그녀는 시현을 붙잡았지만, 나중의 살인 사건은 이미 시행의 계획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 마도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사건은 허칠안이 예전에 조사했던 사건보다 더 번거로웠다.
“나는 천기궁에 관한 일을 좀 더 이해하고 싶네. 그리고 그 큰 무덤은 장차 기회가 되면 탐색하러 가야 하네.”
허칠안이 말했다.
이영소는 잠시 기다렸지만, 후속 내용을 듣지 못하여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요?”
‘내가 그녀에게 사형 집행 유예를 선고했다고…….’
허칠안이 말했다.
“자네의 정인은 당분간 죽지 않을 걸세.”
그 큰 무덤은 틀림없이 위험할 터였다. 시행은 장차 도구 역할로 쓰일 수도 있었다. 만약 안에서 죽으면 그녀의 목숨이 거기까지인 셈이었다. 만약 그녀가 죽지 않는다면, 그는 시행의 수련 경지를 폐하고 이영소더러 천종으로 데려가 평생 감금하게끔 할 작정이었다.
이영소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더니 화제를 돌렸다.
“불문이 비록 얄밉게 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은 있더군요. 시가는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
“응.”
허칠안은 콧소리를 냈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부적을 꺼냈다.
부적은 어두운 밤에 은은한 빛을 발했다.
뒤이어 이영소는 부드러우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를 들었다.
“자네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