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1
791화. 국사의 전음
청주와 옹주의 경계에 있는 한 마을. 찬바람이 거리를 휩쓸며 스산하면서도 구슬픈 소리를 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걸환단향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채 지저분하고 오줌 냄새가 가득한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몸을 굽혀 벽 구멍에 손바닥을 펼쳤다.
거무스레한 큰 쥐 한 마리가 벽 구멍을 뚫고 나와 그의 손바닥으로 뛰어들었다.
걸환단향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내 쥐를 벽 동굴로 돌려보내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제 친구가 그러는데 그 자식이 막 이곳을 지나갔답니다.”
달밤 아래, 골목 양쪽의 처마에 여섯 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한가운데 선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젊은 남자로 온화하고 겸손해 보였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용맥 숙주답게 기운이 하늘을 찔러 언제나 우리 손에서 도망칠 수 있군요. 원상 동생, 그가 어느 쪽으로 도망쳤는지 좀 보라고.”
허원상은 눈동자에서 청광을 빛내더니 정신을 집중하여 멀리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동남쪽 요원한 곳에 금빛이 번쩍였다 사라지는 걸 보았다.
“옹주 방향입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초엽 도사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조망하는 자세로 웃으며 말했다.
“그 자식은 실력이 강하지도 않으면서 비열한 수법은 전부 정통했더군요. 음, 강호에서 힘들게 구르는 산수입니다. 옹주 그쪽에서 마침 무림대회를 개최하니 아마 다른 강한 세력을 이용해 저희를 해치우고 싶은 거겠지요.”
그들은 옹주로 가는 도중에 용기 숙주를 마주쳤다. 그 자식은 수련 경지가 강하지 않은 7품 연정경이었다.
그래도 직감은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로우면서도 골치 아플 정도로 수법이 다양해, 매번 그들의 손에서 아슬아슬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만화루의 류홍면은 허리를 비틀더니 빙그레 웃으며 초엽에게 말했다.
“딱 좋지 않나요? 옹주행은 어쩌면 저희가 상상한 것보다 수확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걱정거리가 있는 듯 생각에 잠겨 말을 하지 않는 희현을 힐끗 보더니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성주님, 어찌 걱정거리가 태산인가요? 차라리 오늘 밤 제가 성주님을 대신해 근심을 덜어드릴까요?”
희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님, 저 놀리지 마세요. 치명적인 여인인 류홍면의 명성을 누가 모르겠어요? 그래도 원괴는 아직 영계라서 누님이 길들이기에 딱 적합하지만요.”
허원괴의 표정은 차가웠다.
류홍면은 뛰어나게 아름다운 소녀를 훑어보더니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
“에이, 누군가 나를 찢어 죽일까 걱정일 뿐이지.”
허원상은 콧방귀를 뀌었다.
희현이 말했다.
“저는 그저 국사께 후수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쳐다봤다.
“불문도 그렇고 사천감도 그렇고 심지어 무신교도 이번에 용기를 수집합니다. 전부 3품 고수가 개입하지요. 유독 저희만 없습니다. 국사의 지혜와 계략으로 이걸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희현이 아래턱을 문질렀다.
“그에게 후수가 없다고 말한다면 저는 믿지 않을 겁니다.”
* * *
허칠안은 부적을 쥐고 대답했다.
“지금 옹주로 가고 있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었던 듯 입을 별렀으나 결국에는 침묵하였다.
“사흘 후면 옹주성에 도착합니다.”
“좋네…….”
부적의 빛이 꺼졌다.
‘온다, 온다. 국사가 나랑 자러 온다…….’
허칠안은 복잡한 심경으로 생각했다.
“선배님, 방금 누구입니까?”
이영소는 그 여인의 목소리가 유난히 매력적이라 놀랐다.
“평범한 자색의 여인일 뿐이네.”
허칠안 역시 성자 앞에서 은근히 잘난 척하였다.
‘애석하군. 보아하니 서겸의 취향도 좀 독특하던데. 미인을 좋아하지 않고, 평범한 자색의 여인 위주로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이영소는 “아” 하고 소리 내더니 더는 묻지 않았다.
‘이 자식이 어째서 더 묻지 않는 거지? 나는 아직 허세를 제대로 부리기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음.”
허칠안은 고개를 파묻고 길을 재촉하였다.
구차하게 변명하는 건 서겸의 컨셉에 맞지 않았다.
어쨌든 사흘 후면 국사가 오니, 그는 그때 가서 남들 앞에서 과시해도 늦지 않았다. 천종의 쓰레기 남자더러 무엇이 고품질의 미인인지 좀 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 * *
어젯밤 경성에는 폭설이 내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뜰 안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얕게 쌓인 눈은 꽃밭과 청석판이 깔린 지면을 뒤덮었다.
이른 아침, 숙모는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시끄러워 깼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곁에 있는 남편을 밀쳤다가, 그가 이미 일어나 당직하러 갔다는 걸 알아차렸다.
숙모는 정교한 눈썹을 찌푸린 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 앉아 허리를 폈다. 방 안에서는 숯불이 타올랐으며, 침실에서 잠을 자던 여종은 매 시진마다 수금탄을 일정 정도 더했다.
이런 숯은 태워도 연기가 조금도 나지 않고 도리어 솔가지의 시원한 향이 났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장공주는 한림원 서길사 허신년의 입장을 고려하여 사람을 시켜 궁중에서 황제가 사용하는 수금탄 30근을 특별히 보내왔다. 임안공주 역시 서길사 허신년이 맡은 바를 열심히 하고 노고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여 특별히 수금탄 30근을 보내왔다.
그래서 숙모는 황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좋은 물건을 사용했다.
숙모는 너무 기쁜 나머지 밥을 먹을 때도 허신년을 칭찬하는 데 주력하였다. 허신년이 오랜 시간 공부하고 내실을 다져 재상의 눈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두 공주까지도 그를 이렇게 중시한다면서 말이다.
숙부는 내심 숙모가 아직 너무 젊다며 비웃었다. 황제가 사용하는 물건을 공주가 하사하는 건 명분을 중시했기 때문이며, 허씨 집안에는 내놓을 만한 사람이 허신년 하나뿐이었다.
허신년은 그저 두 공주가 허씨 집안에 관심을 기울이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물론 숙부는 이 말을 숙모에게 전하지 않을 것이었다.
“시끄럽긴…….”
아름다운 부인은 얇은 속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몽롱한 표정을 곁들였다. 그녀에게는 소녀의 천진난만함이 다소 엿보였다.
쾅……. 숙모가 문을 밀어젖히자 찬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그녀는 몸을 덜덜 떨었고, 약간 남았던 잠기운이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본 순간 추위조차 잊었다.
정원 안에서 크고 작은 두 계집애가 마침 온 바닥을 구르며 눈 위에 흔적을 남겼다.
리나가 말했다.
“이게 바로 눈이구나. 나 평생 처음으로 눈을 봤어!”
허영음이 말했다.
“이건 제가 평생 동안 아주 여러 번 본 눈이에요.”
두 사람은 마치 두 눈사람처럼 온몸에 눈을 잔뜩 묻혔다.
“허영음!”
숙모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엄동설한의 날씨에 감히 이렇게 놀다니. 바보가 아니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들만 이런 짓을 했다.
깜짝 놀란 콩알이는 작은 머리를 치켜들고 숙모 쪽을 쳐다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안 되겠어요. 어머니가 저희를 발견했어요. 저희 빨리 가요!”
리나가 황급히 말했다.
“알겠어.”
그런 뒤 두 사람은 멀리 굴러갔다.
* * *
허영월은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잤다. 그녀는 밖에서 멍청한 여동생과 사부가 떠들어 대는 걸 진작에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 그녀는 왕부에 손님으로 가서 왕부의 안식구들을 상대해야 했으므로 제대로 꾸며야 했다.
“아가씨, 오늘 왕가에 가시는데 무슨 옷을 입으면 어울릴까요?”
여종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좀 점잖게 입어야지. 왕가는 호화로운 데 익숙하니, 우리가 괜히 화려하게 치장하면 그들이 속으로 우리 같은 돈 없고 세력 없는 집안은 과시하길 좋아한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잖아.”
허영월은 거울을 보며 화장하였다. 구리거울 속 소녀는 갸름한 얼굴, 큰 눈, 매우 입체적인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녀는 옅은 남색 상의와 풍성한 비단 치마를 입었으며, 겉에는 비단에 털을 덧댄 피풍의를 걸쳤다. 발에는 금실로 구름무늬를 수놓은 양가죽 장화를 신었다.
그녀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나 대갓집 규수의 기품을 풍겼다.
“물건을 챙겨주렴.”
“알겠어요.”
여종은 낭랑하게 말했다.
그녀는 즉시 여종을 데리고 방을 나서 내청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이때 허영음은 이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물로 목욕도 한 뒤였다.
콩알이는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이 두 개의 고기만두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예쁜 치마를 입어 꼬마 숙녀다운 분위기도 풍겼다.
다만 그녀는 청아하고 속되지 않은 언니와 함께 서 있으면 겨우 귀엽다고 한마디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숙모는 내청 안에 놓인 물시계를 보더니 재촉했다.
“출발할 때가 되었구나. 신년아, 여동생들을 잘 돌봐야 하는 거 잊지 말렴. 영월, 너는 괜히 너 자신이 누구도 괴롭힐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지 마라. 지금 네가 대표하는 건 너 자신이 아니라 허씨 집안이니까. 영음, 왕가에 가서 음식에 욕심부리거나 소란 피우지 말고. 알겠니?”
오늘 허신년은 휴가를 내고 왕가에 가서 왕 재상과 공무를 논의할 겸, 여동생들과 그곳에 같이 가고자 했다.
남매 셋은 밥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소금물로 입을 헹군 뒤에 허부를 나서서 마차에 올랐다.
마부는 단단한 얼음으로 뒤덮인 질퍽한 거리를 조심스럽게 갔다.
허부에서 왕가까지는 이 각이면 가는 거리였지만, 오늘은 도로가 미끄러워 가기 어려웠던 터라 그들은 반 시진 만에야 도착했다.
허신년은 마차에서 뛰어내린 다음 몸을 돌려 허영월이 내리도록 부축하였다. 허영음은 이미 다른 쪽에서 뛰어내린 뒤였다.
남매 셋은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왕부 깊은 곳으로 곧장 들어갔다.
* * *
침실 안, 왕 재상은 병풍 옆에 서 있었다. 왕 부인은 여종을 시켜 자기 대신 옷을 갈아입히게 했다.
“사모가 그 허씨 집안 아가씨가 만만치 않다고 했던 기억이 나오. 첫째 며느리는 지위나 재산을 따지고, 둘째 며느리는 옹졸하니 조금 이따가 사람을 만나면 유쾌하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옆에서 좀 지켜보시오.”
“그 두 아이가 그렇게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본분을 지킬 겁니다.”
왕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나리가 뜻밖에 이런 지엽적인 일로 마음을 쓰는 것이 좀 놀라웠다.
“나리, 허 대인 오셨습니다.”
한 하인이 방문 밖에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보고하였다.
“그를 서재로 모시거라.”
왕 재상은 구리거울 앞의 자신을 쳐다보더니 가슴 앞의 옷 주름을 어루만졌다. 그는 왕 부인을 보고 말했다.
“선물은 다 준비됐소?”
왕 부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내청 안, 왕사모는 찻잔을 받친 채 차향을 음미하면서 새언니 둘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잔소리를 들었다.
첫째 새언니는 이향함(李香涵)으로 부친이 호부 낭중이었다. 벼슬이 크지는 않지만, 은자와 결탁해 어느 정도 권세와 재력이 있었다.
둘째 새언니는 조어용(趙語蓉)으로 부친의 관직이 더 작았다. 그저 대리사 주부에 불과했다.
이치대로라면 사모의 둘째 오라버니가 장사를 하여 지위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가문은 왕가와 인척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사실 여기에는 두 가지 연원이 있었다. 왕정문은 관료 사회에서 굴곡을 겪으며 입신양명하기 전에 몇 차례 하락세를 탄 적이 있었다. 그중에 한 번은 정적의 모함에 빠져 죄를 얻고 투옥되었다.
조어용의 부친은 그 당시 대리사에 재직하던 중이었으며 왕정문과는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그는 은자를 써서 위아래로 뇌물을 주고 중재하여 결국에는 버텨냈더랬다.
첫째 새언니 이향함의 부친 역시 왕정문에게 비슷한 은혜를 베풀었다.
이러한 이유로 왕정문이 출세한 뒤에 두 새언니는 왕가로 시집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