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4
794화. 엇비슷한 두 집안의 혼인
왕호와 허영음은 방을 나와 마당에 이르렀다.
허영월, 왕사모, 두 새언니 그리고 왕 부인은 외투를 걸치고 처마 아래에 서서 구경했다.
중년 시위는 한 손에 칼을 쥐고 두 아이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힘을 겨루기 전에 제가 우선 여러분의 힘을 봐야겠어요.”
그는 말을 하면서 옆에 있는 돌의자를 가리켰다.
“의자를 옮기세요.”
아이의 소꿉장난은 그에게 있어 칼과 검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안전하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먼저 힘을 시험해보려 했다.
만약 차이가 너무 크다면 힘을 겨룰 필요가 없었다.
왕호는 먼저 돌 탁자로 걸어가 몸을 굽히고 탁자의 돌의자를 감쌌다. 그러더니 그는 기합을 넣더니 의자를 끌어 올렸다.
그는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핏줄이 섰다. 왕호는 열 보 걸어간 뒤에야 힘이 빠졌는데 왕 부인은 그 과정 내내 줄곧 옆에서 소리쳤다.
“천천히, 좀 천천히 걸어…….”
둘째 새언니는 칭찬했다.
“호아가 솜씨가 좋네요.”
첫째 새언니는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채 아쉬워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그래도 공부하는 게 좋지. 에휴, 본래는 저 애가 무예를 익히지 않았으면 했는데 확실히 기본 골격이 너무 좋거든.”
첫째 새언니는 스승도 없이 완곡한 표현으로 우월감을 드러내는 오묘한 이치를 스스로 통달했다.
중년 시위는 칭찬했다.
“공자님은 장차 앞날이 창창하군요.”
그는 뒤이어 허영음을 쳐다보았다.
“무리할 필요 없어요.”
허영음은 손에 있는 약과를 다 먹고 손바닥을 핥은 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돌 탁자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돌 탁자의 가장자리를 잡았다.
중년 시위는 ‘이게 아닌데’라고 막 말하려 했다가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돌 탁자는 마치 무게가 없는 기러기 털처럼 이 계집애의 한 손에 잡혀 머리 꼭대기까지 치켜 올라갔다.
이 계집애는 돌 탁자를 머리 꼭대기까지 들었다…….
한 손으로…….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첫째 새언니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약간 벌렸다. 그녀는 마치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을 받은 듯 온몸이 굳었다.
왕 부인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왕사모는 멍해졌다.
쿵!
허영음은 돌 탁자를 원래 자리로 내던진 뒤 언니를 어리바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싸워도 되나요?”
그녀는 다 싸운 뒤 돌아가서 계속해서 먹어야 했다.
“아니!”
“겨루지 마!”
왕 부인과 첫째 시누이가 동시에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때 허영월은 여전히 가난한 집 고운 딸의 무해한 모습을 유지한 채 열등감을 내비쳤다.
“영음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그저 힘만 있을 뿐이에요. 큰 오라버니도 그녀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첫째 새언니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입술을 움직였으나 말을 내뱉지 못했다.
‘이건…….’
왕 부인과 둘째 새언니 역시 말을 하지 않았다.
* * *
허신년은 저택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왕 재상과 작별 인사를 고한 뒤, 뒤뜰에 갔다. 그는 내청 입구에서 그곳에서 기다리던 두 자매와 저택에서 따라온 하인들이 선물함 한 더미를 받치고 선 모습을 보았다. 이건 왕가에서 준 선물이었다.
그는 내청에 들어오는 대신 먼 곳에 서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매들이 하인을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매 셋은 왕부를 떠났다.
허신년은 마차에 타서 여동생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기분이 어떻니?”
허영월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모 언니는 규칙을 중시하더군요.”
‘규칙을 중시한다고?’
허신년은 그녀를 막연하게 쳐다보았다.
허영월은 생긋 웃었다.
그녀는 그래도 좀 유감스러웠다. 만약 왕사모가 직접 나와 맞붙어 싸웠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 * *
허신년이 떠난 뒤, 왕 재상은 홀로 차를 한 잔 마시더니 내청으로 갔다.
이곳의 분위기는 다소 엄숙했다. 본처 왕 부인, 두 아들 며느리 그리고 딸 왕사모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딸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본처 왕 부인은 표정이 심각했다. 두 아들의 며느리는 실의와 낙담을 감추기 어려웠다.
왕 재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남이 불쾌했소?”
두 아들 며느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왕 부인이 망설이더니 말했다.
“나리, 저는 그저 우리가 허가와 인척 관계를 맺는 것이 마냥 밑지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첫째 새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요.”
그녀는 무예를 익히게끔 호아를 허부로 보내고 싶었다.
둘째 새언니가 개탄했다.
“사모가 신년에게 시집가는 건 엇비슷한 두 집안의 혼인이 될 거예요.”
그녀는 앞으로 허가를 좀 더 중시해야 했기에 자신의 우월감을 슬그머니 거두었다.
왕사모가 갑자기 말했다.
“아버지, 허씨 집안 소저가 저택에 공부하러 오는 걸 첫째 새언니가 허락했어요.”
왕정문이 반문하였다.
“무슨 문제가 있니?”
이런 작은 일은 그와 상의할 필요가 없었다.
왕사모는 여유롭게 말했다.
“약속한 일을 번복한다면, 큰 오라버니더러 직접 허부에 가서 말하게 할 거예요. 저는 이런 악인 역할은 하지 않을래요!”
왕 재상이 손을 내저었다.
“작은 일일 뿐이지.”
이때의 왕 재상은 아직 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왜 집안의 안식구들이 갑자기 패전하여서는, 투지를 완전히 상실하여 낙담한 모습이 되었는지 의아해했다.
* * *
허부로 돌아온 허영음은 허리 뒤에 두 손을 얹고 펼치더니 몸을 굽히고 돌격하였다. 그녀는 사부 리나를 찾아가 왕부에서 가져온 음식을 함께 먹었다.
한편 허영월은 동쪽 행랑채로 가서 어머니에게 보고하였다.
숙모는 딸이 돌아온 걸 보자 대놓고 물었다.
“괴롭힘당하지는 않았니? 왕부에서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았니? 억울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어?”
허영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 없었어요. 왕 부인과 두 형님 모두 아주 예의 발랐어요.”
숙모는 믿지 않아 딸의 이마를 콕 찌르며 말했다.
“너 이 계집애, 설령 괴롭힘당했어도 죽자고 참았겠지.”
그녀는 딸을 탁자에 앉으라고 손짓하여 부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왕가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알려주렴. 어미가 분석해줄게. 어느 부분에서 잘하지 못했고 어떤 부분은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말이야. 잘 기억하렴. 앞으로 시집가면 어미가 네게 가르쳐준 대로 시어머니를 대해야 해.”
허영월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머니도 그해에 이렇게 할머니한테 대했어요?”
숙모는 입을 삐죽였다.
“너 잊었니? 내가 네 아버지한테 시집오기 전에 네 할머니는 돌아가셨잖니.”
허영월은 탄식했다.
“어머니, 팔자가 참 좋으셔요.”
* * *
팔 척 신장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가사를 입은 도난 금강이 상주 시부의 중문 밖에 이르렀다.
“번거롭겠으나 시주께서 통보해주시지요. 빈승 도난입니다.”
체구가 우람한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였다.
이때 도난 금강은 모든 기운을 거두어 철탑 같은 몸뚱이를 제외하고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 그는 머리 뒤의 불 고리도 거두었다.
문지기는 겁에 질려 이 덩치를 쳐다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 대사께서는 잠시 기다리시지요…….”
* * *
정심과 정연은 소식을 듣고 모든 승려를 데리고 나아가 맞이하였다.
도난 금강은 애제자 정연을 보자마자 그의 부상 상태를 명확하게 알았다.
“도의가 몸속에서 끊임없이 생장하고 있어 소멸시키기에 어렵군. 그가 상처를 입힌 것인가?”
시행이 암암리에 정보를 누설한 뒤, 정심이 즉시 비법으로 도난 금강에게 통지하였기에 도난은 이미 허칠안이 상주에 있다는 걸 알았다.
정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부끄러워하며 했다.
“제자가 무능하여 불자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도난 금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들어가서 얘기하지.”
모든 승려는 시부로 들어가 대청 가운데에 앉았다. 정심은 상주에서 발생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도난 금강에게 알렸다.
“그 시행의 말에 따르면 ‘천기궁’ 첩자라더군요. 이미 상급자에게 불자가 저희를 죽이지 않았다고 통보했습니다. 첩자가 와서 일이 발각된 걸 발견하고 마구잡이로 죽일까 봐서요.”
정심이 최종적으로 정리하였다.
“애석하군.”
도난 금강이 아쉬워했다.
“내가 한 발 일찍 왔으면 불자를 사로잡아 가나수 보살의 당부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정연 옆으로 걸어가더니 손바닥으로 정연의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은은한 금빛 기기가 애제자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오장육부와 경맥에 남아 있는 도의를 흔들어 잘게 부수었다.
정연 신체의 모든 피부에 갑자기 균열이 생기고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끙끙 신음하며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콩알 크기만 한 땀방울을 뚝뚝 흘렸다.
“아주 포악한 도의군.”
도난 금강이 평가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옳지 않아. 이 도의가 없어지는 순간 다시 폭발할 걸세. 차라리 옥이 되어 부서질지언정. 불자의 4품 도의는…….”
정연은 큰 병이 갓 호전된 사람처럼 안색이 점점 붉어졌다.
그는 사부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이 도의가 어떠한데요?”
3품 금강은 ‘의(意)’가 없었다. 8품 무승은 바로 3품으로 승직하는데, 실질적인 수행 과정은 무사의 길과 같았다. 무승은 4품을 뛰어넘어 금강신공을 깨닫고 대성하여 바로 3품으로 승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사실 금강신공의 무적 방어가 바로 ‘의(意)’였다.
“이 의는 이미 포악함과 강직함으로 표현이 안 되네. 같은 경지의 사람이 그와 맞붙으려면 반드시 함께 화를 입을 준비를 마쳐야 해.”
도난 금강이 말했다.
“왜요?”
정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바로 그의 의니까. 절개를 지켜 죽을 뿐, 비굴하게 살지는 않는 것이지.”
도난 금강이 천천히 말했다.
정연과 정심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허칠안의 무시무시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불자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동년배 중 제일이었다.
“도난 사숙, 사숙께서 이번에 도정 나한, 도범 사숙과 무슨 일을 처리하러 가셨습니까?”
정심이 물었다.
도난 금강은 나지막이 말했다.
“본래 잠룡성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도중에 자네의 전서를 받고 되돌아왔네.”
‘잠룡성?’
정심은 정연을 보았다. 그는 정연의 눈을 통해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로 의문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용기를 수집하고 불자를 사로잡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까?”
도난 금강은 말이 없었다.
정심은 더 묻지 않고 상대를 떠보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앞으로 바로 옹주로 가나요 아니면 여기에서 며칠 더 기다리나요?”
도난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내일 아침 출발하지.”
* * *
밤이 되어 도난 금강이 시부 바깥뜰의 방 안에서 좌선하고 토납할 때였다. 방문에서 갑자기 ‘똑똑’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도난 금강이 천천히 말했다.
“들어오게.”
방문을 밀고 피풍의를 걸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체형을 보니 남자였다.
“도난 금강을 뵙습니다.”
피풍의를 두른 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자성이 풍부했다.
“자네가 천기궁의 첩자?”
도난 금강은 좌선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눈조차도 뜨지 않았다.
“바로 그렇습니다.”
피풍의를 두른 자가 대답했다.
“천기궁은 2품 술사의 것인가?”
도난 금강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피풍의를 두른 자는 속이지 않고 공손하게 말했다.
“궁주께서 용기 숙주를 찾으라는 임무를 하달하셨을 때 불문은 협력할 수 있는 친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왔지요. 궁주께서는 신처럼 일을 예측하셔서 지금껏 틀린 적이 없습니다.”
도난 금강이 좌선하며 대답하지 않자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용기가 불문에게 넘어갔어도 천기궁은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미 시부에서 살펴봤는데 아직 시행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저희 천기궁 사람이니 불문에서 관대히 여겨 그녀를 천기궁으로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도난 금강은 눈을 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행은 불문의 손에 없네.”
피풍의를 두른 자가 잠시 침묵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상주에서 뜻밖의 일이 발생했나 보군요. 금강께서 말씀해주시지요.”
방 안, 콩알만 한 촛불의 황갈색 빛은 5m 밖을 비출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