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5
795화. 포석을 깔다
“그자가 왔네.”
도난 금강의 한 마디에 피풍의 아래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뒤이어 도난 금강은 정심한테 들은 전말을 피풍의를 두른 자에게 말했다.
피풍의를 두른 자는 정신을 집중하여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들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한 뒤 말했다.
“일찍이 궁주께서 그자가 조만간 용기를 수집하러 강호에 들어올 것이라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그는 경성에서 용맥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강호는 새로운 기회지요. 궁주께서 용맥을 부수는 건 대봉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 외에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이지요.
일단 그가 그자 몸속의 용기를 되찾지 못하면, 전장을 바꾸어 강호에서 그를 사냥할 겁니다. 궁주께서는 신처럼 일을 예측하시며 신중하게 행동하여 진작에 이미 모든 걸 장악하셨지요. 대사님, 저희는 협력해도 무방합니다만.”
도난 금강은 그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자네는 일개 밀정인데 어찌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지?”
피풍의를 두른 자는 웃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도난 금강이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협력하고 싶은가? 그에게는 기운을 숨기는 방법이 있고, 역용 수법도 뛰어나 그를 찾기가 어렵네. 하물며 그를 잡는다니.”
피풍의를 두른 자는 몇 초간 잠자코 있다가 웃기 시작했다.
“때로는 사냥감을 포획하는 게 꼭 추격하여 잡는 건 아니지요. 뛰어난 사냥꾼은 함정을 만들 줄 압니다. 그를 상대하는 데에는 행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 용기 숙주를 이용하여 그를 끌어들이는 겁니다. 이 계획은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그의 지혜로 두 번은 어렵겠지요.
둘째, 그가 출몰할 가능성 있는 지역에서 간음하고 노략질하며 나쁜 일을 죄다 벌이는 겁니다. 무릇 그가 알게 되면 반드시 올 겁니다. 이 계획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요.”
“천기궁에서 용기 숙주가 나왔는가?”
도난 금강은 두 번째 조항을 바로 뺐다.
불문 금강은 살생을 꺼리지 않지만, 적, 악인, 혐오자 등등 죽여야 할 사람만 죽였다. 그들이 무고한 자들을 함부로 죽이면 스스로에게 마귀가 달라붙었다.
피풍의를 두른 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제가 얻은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옹주 무림대회가 곧 개막하여 군웅들이 모일 겁니다. 그는 무조건 참가하여 군중 속에 숨은 용기 숙주를 찾을 겁니다.
저희는 그저 용기 숙주 몇 명만 통제하면 됩니다. 그들이 옹주성에서 활동하면서 숙주 주변의 움직임을 주도면밀하게 감시하도록 안배하는 것이지요. 일단 그자가 현신하면 즉시 그물을 걷고 독 안에 든 쥐를 잡는 겁니다.”
호법 금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벗어났네. 어젯밤 충돌 중, 섭혼경(攝魂鏡)이 그의 원신을 흔들 수 없었네.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백회혈의 봉마정은 이미 제거되었어.”
피풍의를 두른 자가 침음했다.
“이렇게 보니 위기에 관한 3품 무사의 예감이 매복 난이도를 수직 상승시키는군요. 이 일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해서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제가 즉시 궁주께 전서를 보내 그의 의견을 묻겠습니다.”
* * *
이날 5명의 대오는 꼬박 하루 동안 길을 재촉하여 옹주성에 도착했다.
허칠안은 전생의 영민하고 소탈한 모습을 버리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영소도 마찬가지였다.
항음과 모남치라면, 일단 전자는 피풍의를 두르고 천을 두른 모자를 썼다.
암말조차도 어느 정도 위장을 했다. 허칠안은 암말의 말발굽에 흰색 염료를 칠하고 털을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그리하여 암말은 누런 말에서 흑마로 변했다.
허칠안은 그럼에도 암말이 너무 눈에 띈다는 걸 깨달았다. 대오의 유일한 허점이었다.
어쨌거나 사람은 역용할 수 있지만, 말은 역용하기에 어려웠다. 비록 대부분 사람들 눈에 말은 똑같이 생겼지만 말이다.
옹주성에 들어온 허칠안은 낯익은 길을 달려 옹주성에서 가장 좋은 객잔 중 하나인 불취거로 갔다.
하지만 손님이 꽉 차서 여분의 방이 없다고 했다.
또 객잔을 몇 군데 찾았으나 여전히 객실이 없었다.
이영소는 ‘쯧’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옹주에서 지금 무림대회를 개최해서 성안의 객잔이 좋은 곳이든 구린 곳이든 전부 꽉 찼네요. 이상하네. 옹주처럼 4품조차 없는 곳에서 왜 무림대회를 개최할까요?”
옹주에는 4품이 있었지만 전부 관직을 단 조정 사람이었다. 강호에는 4품 고수가 전혀 없었다.
용신보의 뇌정, 공손가의 공손향양 모두 5품 화경으로 4품과는 고작 마지막 한 발 차이였는데 아무리 해도 이 턱을 넘을 수 없었다.
모남치는 말 등 위에 앉아 있었고, 흔들림에 따라 허리도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이 말을 듣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누군가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지.”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서 부인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모남치는 아마 ‘서 부인’이라는 세 글자가 아주 듣기 좋았던지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바로 이 자식이 제안했거든.”
‘?’
이영소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스쳤다.
‘옹주의 무림대회를 서겸이 마련했다고? 그는 어째서 지금껏 얘기한 적이 없지? 아니, 그가 이 무림대회를 무슨 의도로 조직한 걸까?’
성자는 서겸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영소는 눈치껏 궁금증을 참고 더는 묻지 않았다.
* * *
다행히 옹주성은 크고, 객잔은 그 수가 아주 많아 그들은 이리저리 찾다 보니 결국에는 그런대로 지낼 만하고 빈방이 있는 객잔을 찾았다.
허칠안은 이영소와 모남치를 데리고 입주한 후에 예전처럼 서재 옆에 앉아 다음 계획을 생각하였다.
‘옹주의 무림대회는 나한테 용기를 빠르게 수집하는 경로다. 하지만 불문, 무신교, 허평봉한테도 마찬가지지. 그들은 반드시 풍문을 듣고 올 것이다. 이 점은 이미 정심, 그들의 입을 통해 실증하였다. 불문의 다음 정거장은 바로 이곳이다.
반대로 추리하면, 불문과 허평봉 그들 역시 틀림없이 내가 이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바꿔 생각해서 만약 내가 그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허,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 용기를 수집하고 나를 상대하겠지……. 하지만 나는 천고의 ‘이성환두’ 능력이 있어 기운을 숨길 테니 망기술은 나한테 소용없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찾을까?’
허칠안은 미간을 문지르다가 갑자기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공손가와 용신보는 토박이니 그들이 내 스파이가 되어 정보를 캐내도록 해야겠다.’
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일어나서 방을 나와 이영소의 방문을 두드렸다.
“선배님?”
이영소는 문을 열고 몸을 옆으로 돌려 그가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탁자로 걸어가 물을 따르며 말했다.
“저 마침 봉인에 충격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용 누님은 4품 전봉이고, 저는 그 당시 막 4품에 들어섰기에 그녀와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했죠. 단시간 내에 봉인을 뚫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도문 고수가 저를 도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희는 언제 경성에 다녀옵니까? 제 사매는 지금 4품이니 그가 저를 위해 봉인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네 사매는 스스로 보호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네 사부한테 너 대신 봉인을 해제해달라고 해…….’
허칠안은 차를 마시지 않고 대뜸 말했다.
“나를 따라 외출하지.”
“어디 갑니까?”
이영소는 무의식적으로 캐물었다.
“가면 알 거야.”
이영소는 ‘아’하고 소리 내더니 돌아서서 방 밖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서겸이 따라오지 않자 그는 당황해했다.
“선배님?”
이때 활짝 열린 창문 밖에서 참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날개를 치며 이영소의 어깨 위에 떨어지더니 입에서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다.
“가지.”
이영소는 이렇게 오래 함께 지내면서 이미 설명하길 좋아하지 않는 서겸의 고인 풍격에 적응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더 묻지 않고 참새의 지도하에 옹주성을 떠났다.
* * *
이각 뒤, 그들은 18리 밖의 공손 산장에 도착했다.
공손 산장은 나무가 무성한 푸른 산 사이에 세워져 있어 봄에는 경치가 수려했으며, 엄동설한에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그들은 산기슭의 높고 큰 패방을 지나 계단을 올라 산장 대문 밖에 멈추어 섰다. 이영소는 문지기에게 공수하더니 말했다.
“번거롭겠으나 서겸이 찾아왔다고 통전해주시오.”
문지기는 즉시 통전하러 갔다. 반각 뒤 올챙이처럼 배가 불룩하게 나온 살찐 모습의 중년 공손향양이 후계자로 정해진 공손수를 데리고 황급히 뛰쳐나왔다.
이영소를 본 찰나, 부녀 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공손향양은 공수하며 말했다.
“서 선배님은?”
이영소는 토박이 공손가가 서겸에게 아주 깍듯한 걸 직접 보았기에 모남치의 말을 조금 믿었다.
이영소는 서겸의 지시에 따라 ‘음’하고 소리를 한 번 냈을 뿐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 남자 성자는 공손수를 보고 꽤 놀랐다. 아주 괜찮은 소저였다.
물론 이는 미인을 감상하는 데 국한되었다. 성자는 지금 확실히 정분을 나눠 태상망정을 깨달을 정력이 없었다.
그는 공손향양의 안내를 받으며 산장으로 들어가 숯불이 타오르는 내청 안에 앉았다.
“선배님께서 오신다는 걸 알지 못해 접대가 소홀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공손향양은 인사치레의 말을 건넨 뒤 본론을 깊이 파고들었다.
“무림대회가 선배님의 뜻에 따라 거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옹주에 군웅이 모이니 비단 옹주뿐만 아니라 청주, 장주 이런 인접한 주(州)의 무림 인사 또한 와서 구경할 겁니다.”
“아주 좋군요!”
이영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겨루는 장소가 어디입니까?”
“옹주성 남서쪽의 대각장(大角場)입니다. 그곳은 본래 성 방어군이 주둔하는 병영으로, 연무장이 있는데 장소가 아주 널찍합니다. 지금 성 방어군이 주둔지를 바꿔서 제가 그곳을 잠시 빌렸습니다.”
이런 대규모 집회는 연무대 하나로 치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장소가 아주 중요했다.
병영은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또 충분히 널찍한 연무장이 있어야만 무림대회의 장소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영소가 물었다.
“저 대신 일 하나 처리해주십시오. 사람을 파견해 옹주성을 주시하다가 불문 승려의 자취를 발견하면 즉시 제게 보고해주십시오.”
공손향양이 말했다.
“좋습니다!”
이때 공손향양은 ‘서겸’ 어깨 위의 참새가 입에서 사람 언어를 내뱉으며 웃는 걸 들었다.
“공손 가주가 최근에 태평하게 지내는 걸 보니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이만 실례하지요.”
참새는 말을 마치고 날개를 퍼덕이며 내청을 떠나 하늘가로 사라졌다.
공손향양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이영소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방금…….”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서 선배님입니다.”
허칠안이 이렇게 한 주요한 이유는 천천히 움직여 이기기 위함이었다. 생각을 바꾸면 불문은 허평봉의 앞잡이일지도 몰랐다. 옹주에 이르면 현지 토박이를 찾아가 그들에게 성에서 서겸이라는 자를 찾게 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혹은 전투마를 거느린 작은 대오이거나.
바다에 빠진 바늘 찾기 역시 사람을 찾는 방법의 일종이었다.
지금 보아하니 공손가는 당분간 안전할 듯했다.
‘서 선배가 새 한 마리로 변했다? 아니, 새 한 마리를 통제한 것이지. 정말이지 괴상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수법이군…….’
공손수는 내심 더할 나위 없이 충격을 받았다.
공손향양은 미간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영소를 쳐다보았다.
“그럼 대인께서는…….”
이영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서 선배님의 가장 친한 벗이자 후배입니다.”
그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뒤 말했다.
“이번 행에는 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옹주성에서 좋은 객잔을 찾지 못했는데 공손가에 놀고 있는 거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손 산장이면 가장 좋습니다.”
이영소는 공손향양의 긍정을 얻으니 결국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공손 가주께서는 서 선배님을 어떻게 들추어내셨습니까?”
‘이건…….’
공손향양이 쓴웃음을 지었다.
“선배님께서 일찍이 저희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이영소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럼 공손 가주께서는 서 선배의 내력과 신분을 아십니까? 저는 떠돌아다니는 도중에 그와 알게 됐는데 선배님의 신분에 유난히 호기심이 많거든요.”
그는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해 자신의 호기심을 표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