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6
796화. 낚시
공손수는 말을 이어받았다.
“저희는 귀하보다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서 선배님의 신분이 궁금합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주저했다.
“시가 있는데 귀하께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시?”
이영소는 반문했다.
공손수가 설명했다.
“제가 서 선배님의 신분을 물었을 때 그는 직언하지 않고 시를 한 수 남기셨지요.”
“무슨 시요?”
이영소는 갑자기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캐물었다.
“득도한 지 800년이 되었는데 비검으로 사람의 머리를 취한 적이 없구나.”
공손수는 천천히 말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이 시를 다시 낭송해도 여전히 감추기 어려운 울림이 있었다. 이 시는 여전히 가슴을 벅차게 했다.
“득도한 지 800년이 되었는데 비검으로 사람의 머리를 취한 적이 없구나…….”
이영소는 중얼거렸다.
한참 뒤, 그는 미간을 문지르더니 남몰래 이를 드러냈다.
‘서겸 이 늙다리의 신분은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하군.’
내청 안 모든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이, 참새가 밖에서 한 바퀴 날은 뒤 다시 공손 산장으로 되돌아와 처마 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 참새는 마치 침묵을 지키는 보초병 같았다.
* * *
허칠안은 객잔 안에서 만족스럽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새는 공손가에 남아서 밀정 노릇을 하며 불문과 허평봉의 사람이 찾아오는 걸 막아야 해. 그렇지만 나는 그들이 공손가에 오길 바라기도 해…….”
이때 허칠안의 가슴이 울리고, 귓가에 비현실적인 용의 울음이 전해지면서 품에 있는 지서 파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용기 숙주가 근처에 있음을 감지하였다.
허칠안은 용기 두 개를 수집한 뒤, 현재 용기에 대한 감지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그는 주변의 크고 작은 십여 개 거리를 전부 감지 범위 내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용기 숙주의 존재를 또렷하게 감지하였다. 용기 숙주는 객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무림대회를 연 건 역시나 현명한 선택이었다. 불문 사람이 도착하지 않은 틈을 타 시간 차로 공격하여 옹주성에서 감지할 수 있는 용기를 전부 주머니로 거두어들여야지…….’
그는 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돌려 모남치와 흰 여우를 향해 말했다.
“나갔다가 빨리 돌아올게요.”
“응.”
모남치는 품에 흰 여우를 안고 창가에 서서 풍경을 보면서 대답했다.
* * *
허칠안은 황급히 객잔을 나서 용기의 신호에 의지해 동으로 꺾고 서로 돌아 거리와 골목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목표 인물을 보았다.
상대는 강호객 차림의 중년으로 온화하고 평온한 기색에 헝겊으로 감싼 무기를 한 자루 메고 홀로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북적북적한 군중 속, 적지 않은 강호객이 인파 틈에 섞여 있었다.
“원수를 찾는 척하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 용기를 빼앗은 뒤 바로 떠난다…….”
허칠안은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좁혔다. 그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림자 도약을 시전하지 않았다.
그와 상대 간의 거리가 3장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온화한 자태의 중년이 갑자기 돌아서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허칠안을 주시하며 말했다.
“자네 왜 나를 미행하는가?”
‘연신경이군…….’
허칠안은 그와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대신, 지서 파편을 더듬어 꺼내 거울 면을 이 자에게 겨누고 묵묵히 구결을 외웠다.
지서 파편은 충분히 거리를 둔 상황에서라면 구결과 호응하여 용기 흡수를 강행할 수 있었다.
이건 그의 독보적인 능력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이 용기 숙주의 손바닥에서 동시에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허칠안이 의아해하는 소리 사이로 용기 숙주이자 중년 도객 수중의 어느 법기가 산산이 부서지더니, 순수한 청광으로 변해 두 사람 사이에서 광문(光門)으로 응집되었다.
광문 가운데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사람 형체가 나타났다. 그는 9척 신장에 근육이 부풀어 올랐으며 머리 뒤에는 불의 고리가 있는 듯했다.
‘불문, 낚시?!’
허칠안은 뜻밖에 닥친 변고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허둥댄 뒤 즉시 상황을 깨닫고선 지서 파편의 거울 면을 거꾸로 돌려 뒷면을 두드렸다.
어두운 금색 물건이 지서에서 떨어졌다. 부도보탑!
현재 부도보탑은 그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비록 공격 효과가 평범하기는 하지만, 보살의 법보로서 충분히 견고했으며 방어력도 꽤 강했다.
그가 보탑에 들어가 그걸 부려 도망치기만 하면, 설령 금강이라고 해도 쫓아올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상대가 혹 쫓아온다 한들 쳐들어올 수는 없었다.
부도보탑이 떨어지는 과정에 허칠안은 손을 뻗어 잡았다. 동시에 의사 소통하는 탑령이…….
하지만 다음 순간 부들부채 같은 다른 한 손이 부도보탑을 잡았다.
허칠안은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사나이를 보았다. 그는 노란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가사를 입고, 목에는 굵은 염주를 걸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은 매우 발달했으며 머리 뒤에서는 불의 고리가 타올랐다.
그는 머리카락도 수염도 눈썹도 없어 머리 전체가 민둥민둥했으며 피부는 어두운 금빛으로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구리 조각상 같았다.
“아미타불, 빈승은 불자를 불문에 귀의시키러 왔습니다.”
도난 금강은 눈빛이 매우 공격적이었다.
쿵!
허칠안은 채 반응하기 전에 아랫배를 발로 차였고, 무시무시한 괴력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여 거꾸로 날아갔다. 그는 도저히 부도보탑을 꽉 쥐고 있을 수 없었다.
허칠안은 길가의 상점에 부딪혀 벽을 뚫고 대들보를 부러뜨렸다. 길가의 행인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
웅…….
도난 금강은 손바닥이 쿡쿡 쑤셨다. 부도보탑이 진동하면서 그의 아귀힘에 저항하였다.
설령 같은 불문 사람이라고 해도 부도보탑은 주인만 알아보기 때문에 그에게 통제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그가 아무리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해도, 부도보탑을 봉인하고 제압할 수 있는 법기를 내놓을 수는 없었다.
이 탑은 본래 이미 최고의 법기였으니까.
도난 금강은 즉시 가장 옳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허리를 비틀고 팔을 저어 부도보탑을 있는 힘껏 멀리 던졌다.
부도보탑은 검은 그림자가 되어 하늘가로 사라졌다.
난잡하게 어질러진 상점 안, 허칠안은 좌우를 두리번거렸고 계산대 뒤에서 멍하니 선 채 꼼짝 않는 상점 주인을 보았다. 상점 주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점원은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넘어진 장이 몸을 누르면서 부상을 입은 듯했다.
다행히도 사상자는 없었다.
‘도난 금강이 용기 숙주를 이용해 나를 낚았다고? 그는 내가 근처에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방금 그 광문은 어떻게 된 일이고? 전송은 술사만 지닌 능력 아니었나?’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으나 지체 없이 바로 튀었다. 허칠안은 암고 수법을 이용해 20장 밖에 있는 거리로 도약하였다.
그의 형체가 그림자에서 뛰어나왔고, 바로 주변의 상황을 똑똑히 인지했다. 강대한 기기가 위압하며 바짝 뒤따라오더니 9척 금강의 형체가 앞에서 응결되었다.
그는 주먹을 쥐고 세차게 내리쳤다.
허칠안은 한발 앞서 예측한 듯 머리를 기울여 피했다. 몸에 그림자 한 층이 물들자 그는 즉시 그 속에 스며들어 도망치려고 했다.
땅! 도난 금강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내리쳐 그림자 도약을 끊었다.
허칠안은 본래 이 주먹을 맞고 날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막 도약한 터라 도난 금강의 따귀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뒤이어 주먹세례가 휘몰아쳤다.
땅땅땅!
어두운 금빛의 주먹이 그의 몸에 끊임없이 내리쳤다. 충격파가 겹겹이 쌓여 거리에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했다.
허칠안은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그는 화경 능력을 지녔으므로 본래는 근거리 육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도난 금강 역시 같은 능력이 있었기에 쌍방은 역량상 같은 등급이 아니었다.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곤경에 빠졌으며, 이대로 연신 맞아 죽는 결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체계와 달리, 그의 신체와 영혼 역시 3품이었기에 도난 금강은 단시간 내에 허칠안은 때려죽일 수 없었다.
“그의 육신은 강해. 내 전봉 때보다 더 강해……. 불문의 3품 금강, 신체와 영혼이 3품 무사보다 한 단계 더 강하다. 하지만 ‘의(意)’가 없는 것 같은데.”
허칠안 역시 그저 얻어맞는 게 아니라 칠절고 수법으로 반격할 시도를 했다.
그는 정고, 독고를 차례대로 시도한 뒤 효과가 없다는 걸 알았다.
‘의지가 아주 확고해. 정고가 발산하는 기운을 흡입했는데도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이 나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어……. 독고도 소용없다. 중독된 흔적이 전혀 없어……. 반드시 그에게 벗어나야만 도망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금강신공이 흩어질 거야…….’
허칠안은 두 팔을 교차하여 상대의 주먹을 막은 뒤 통증을 억지로 참다가 갑자기 날카롭게 외쳤다.
이내 개 짖는 소리와 고양이 울음이 들려왔다. 거리에 수많은 개와 한데 모여 무리를 이룬 쥐들이 나타났으며, 집마다 돌 틈 사이에서 갈색 뱀이 한 마리씩 뚫고 나왔다.
그는 심고의 힘을 이용하여 근처의 동물을 불러들였다.
그것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개는 도난 금강을 물어뜯으려 했으며, 고양이는 뛰어올라 그의 얼굴에 달려들어 그의 시선을 막았다. 그리고 뱀과 쥐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이 밖에도 마차 몇 대가 거리에서 돌진해왔다. 말은 새빨간 눈을 하고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난 금강에게 달려들었다.
도난 금강은 허칠안을 잡고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 순식간에 거리에 금이 가더니 이와 동시에 그의 머리 뒤에 있는 불의 고리가 갑자기 팽창하였다.
이글이글한 기류가 한바탕 휩쓸었다.
펑펑펑!
고양이, 개, 쥐, 뱀이 잇따라 터지면서 거리를 붉게 물든 핏자국이 되었다.
그리고 허칠안은 마침내 이 기회를 빌려 도난 금강의 기세를 끊고, 한숨 돌릴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림자 도약을 시전하지 않았다. 이건 바로 끊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른 뒤 솟구쳐 뛰어올랐다. 이 순간 그의 손에는 검이 한 자루 늘었다.
태평도!
그가 엄지손가락을 튕기자 칼집에서 나오는 쨍그랑 소리 사이로 어두운 금빛의 도광이 번쩍하고는 사라졌다.
도난 금강의 가슴 앞에 눈을 자극하는 불꽃이 폭발하더니, 거대한 힘이 그를 밀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허칠안의 가슴 앞에 핏자국이 번졌다.
이 칼은 도난의 금강 신체와 영혼을 베는 대신, 머지않아 산산이 조각날 금강신공을 깨트렸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달성했다.
다음 순간, 그는 그림자가 되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흥!”
도난 금강은 콧방귀를 뀌더니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3품 금강의 원신은 아주 넓은 거리를 뒤덮을 수 있었기에, 허칠안의 그림자 도약은 그를 한 번에 벗어날 수 없었다.
하나는 쫓고 하나는 도망치면서, 그들의 전장은 성 밖으로 옮겨졌다.
허칠안의 목표는 아주 명확했다. 부도보탑이 사라진 방향이었다.
쌍방은 근 일각을 쫓고 쫓기며 옹주성에서 벗어났다. 성 밖은 건축물이 부족하고 시야가 넓디넓었다. 허칠안은 나무 그림자를 이용해 도약할 수밖에 없어서 도망치기에 매우 불리했다.
이런 상황에 추격하는 적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허칠안은 그림자 도약의 도움을 빌려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어 적의 추적을 끊었다. 적이 억지로 상대하려 해도 그는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그는 적의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금방 허칠안은 3품 금강을 마주했다. 3품 금강은 관성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는 꺾는 것과 직선으로 가는 것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허칠안은 도난 금강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직접 보았을 때 겨우 부도보탑을 발견했다. 그건 이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거대하고 높은 탑으로 변해 논두렁에 깊이 빠진 뒤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머리 뒤쪽에서 세찬 바람이 휙휙 불더니 난폭한 기기가 등을 밀었다. 마치 배고픈 늑대가 숨을 내뱉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