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8
798화. 낙옥형의 단검으로 인한 풍파 (2)
도난 금강은 생각이 번뜩이는 사이 눈에 띄는 금빛이 하늘가에서 스쳐오는 걸 보았다. 금빛은 마치 황금색 유성 같았다.
그가 금빛을 처음 봤을 때 그것은 아직 하늘 멀리 있었다. 그런데 도난 금강이 눈을 몇 번 깜짝이는 사이 금빛은 그의 눈앞까지 가까워졌다.
금빛이 겹겹이 넘실대며 선명한 형체를 호위하여 부도보탑 꼭대기에 내려앉았다.
그 형체는 어떠한 과분한 말로 형용해도 지나치지 않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가 없었으며, 피부는 눈보다 희었다. 미간의 주사 하나는 눈에 띄게 반짝였다.
그녀는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장포를 입고 연화관으로 머리를 묶은 채, 왼손에 총채를 쥐고 오른손에는 푸른 검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별을 머금은 듯 맑은 눈동자로 탑 아래의 도난 금강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낙옥형…….”
도난 금강은 소름이 끼친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다린 상대가 인종 도사 낙옥형이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인종은 검법으로 유명했으며 공격술에 있어서는 도문 3종 중 최고였다.
“낙옥형, 자네 인종 역시 불문의 일에 개입하려는가?”
도난 금강이 나지막이 말했다.
낙옥형은 붉은 입술을 움직였다.
“꺼지게. 아니면 죽어.”
도난 금강은 콧방귀를 뀌었다.
“인종 검법의 가르침을 좀 받아야겠네. 몇 번의 검으로 내 금신을 부수는지 봐야겠어.”
‘일각만 버틴다. 일각 내에 도정과 도범은 분명히 올 것이다…….’
도난 금강은 3품으로 승직한 이래, 지금껏 금신이 부서진 적이 없었기에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는 비록 낙옥형의 적수가 아니었지만, 상대방이 불문 호법 금강의 신체와 영혼을 부수려 한다 한들 그 일 역시 어디 그렇게 간단하겠는가.
그가 이 생각이 막 떠올리자마자 청봉을 꺼내는 낙옥형이 보였다. 이 검이 검집에서 나온 찰나, 천지 간에 검기가 가득 찼다.
지척 밖의 초목마저 모두 적병으로 보였다.
낙옥형은 철검을 쥔 손의 손목을 가볍게 돌렸고, 철검이 원을 그렸다. 그러자 온 하늘에 가득 찬 검영(劍影) 역시 이를 따라 원을 그렸다.
철검이 원을 다 그린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갔을 때, 수천수만의 검영이 하나로 겹쳐졌다.
“가라!”
여국사는 손에 쥔 철검을 내던졌다. 철검은 무지개가 되어 도난 금강을 향해 발사되었다.
이 순간 도난 금강은 검기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든다는 생각만 했다. 검기는 다스릴 수 없는 힘을 동반하였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힘이 미약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묵직하게 소리치자 어두운 금빛 피부 아래 근육에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핏줄이 서면서 9척 몸뚱이가 뜻밖에도 더 부풀어 올랐다.
도난 금강은 나지막하게 소리치면서 양손을 모아 철검을 잡았다.
그의 두 발이 지면에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다. 그는 끊임없이 뒤로 밀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산에 부딪혔다.
검세는 끊이지 않았고, 우르르 쾅쾅 소리 역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 높지 않은 산이 격하게 무너지면서 균열이 생겼다. 바위, 흙덩어리, 나무가 덩어리를 이루어 떨어졌다.
‘정말 강하다…….’
허칠안은 창가에 서서 이 광경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그는 이미 3품이었지만, 낙옥형이 나선 걸 보니 여전히 충격을 감추기 어려웠다.
아무렇게나 검을 휘둘러도 3품 금강을 이렇게 허둥대게 했다. 그는 기껏해야 완강히 저항할 뿐 반격할 수는 없었다.
‘국사의 수련 경지는 1품까지 한 도겁밖에 남지 않았군…….’
그가 속으로 개탄하던 그때 갑자기 창문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낙옥형이 창가에 서서 빛을 가린 뒤 냉담한 눈빛으로 그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아직도 안 가나?”
그는 바로 더는 망설이지 않고 돌아서서 탑령에게 소리쳤다.
“대사님, 저희 빨리 철수하지요!”
부도보탑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유광이 되어 빠르게 멀어져 갔다.
낙옥형이 탑 꼭대기에 서서 옷자락을 펄럭이니 비할 바 없는 신선의 자태가 돋보였다.
* * *
부도보탑은 단숨에 반 시진을 날아 황량한 들판에 떨어졌다. 1층 대문이 열리자, 낙옥형은 사뿐사뿐 발을 들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국사!”
허칠안은 이미 1층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낙옥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했다.
“뇌주의 부도보탑? 왜 자네의 법기가 되었지?”
“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제가 법제 보살의 증표를 얻고, 보탑의 인정을 받아 당분간 저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내가 불법을 수행하지 않는 게 애석하군. 이 법기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니까…….’
그는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법제?”
낙옥형은 아름다운 두 눈썹을 찡그렸다.
“듣자 하니 법제 보살이 사라진 지 300년이 넘었고, 아란타 승려들도 그를 찾지 못한다더군요.”
허칠안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설명하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사실 그 증표는 제가 진북왕의 부장군 저상룡에게 얻은 것입니다. 제가 이 일을 숨겼어요.”
그들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3층에 올랐다. 낙옥형은 탑령 노승에게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했다.
“인종 이 계집애…….”
신수 단수가 쯧쯧댔다.
“수련 경지가 괜찮군. 2품 전봉이라니. 애석하게도 죽음과는 멀지 않았지만 말이야.”
자고로 인종 도사는 거의 1품이 없었다. 대부분 2품 전봉 때 업화를 제압하다가 더는 제압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천겁에 죽었다.
신수 단수가 말했다.
“나 대신 봉인을 해제해주면 천겁을 넘는 방법을 알려주지.”
허칠안은 한 마디로 정곡을 찔렀다.
“기운을 지닌 자를 찾아 쌍수하는 것?”
신수는 말문이 막혔고, 한참 뒤 헤 하고 소리 내더니 애써 어색함을 감추었다.
“녀석, 아는 바가 적지는 않군.”
‘대사님, 시대가 변했어요…….’
허칠안은 비웃었다.
“대사가 오백 년 동안 억눌려 있어서 소식이 뒤처진 거예요.”
신수는 기세를 바꾸어 표독스럽게 말했다.
“이 자식이 죽고 싶나?”
* * *
부도보탑을 나선 지 일각 후, 노을빛이 하늘에서 스쳐왔다. 그건 구반연대(九瓣蓮臺)였다. 어두운 금빛 피부를 지니고, 머리 뒤에는 불의 고리가 타오르는 금강이 그곳에 한 명 서 있었다.
이 금강은 용모가 더할 나위 없이 추했으며 눈빛은 사나웠다. 보통 사람은 그의 외적인 이미지만으로도 깜짝 놀라 두 다리가 풀릴 정도였다.
그는 태아 때 무슨 자극을 받아 이렇게 천하의 백성에게 미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지 저도 모르게 의심이 들게 하는 외모였다.
하지만 만약 서역 사람이라면, 한눈에 이자가 수라족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용모가 추하고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수라족 말이다.
수라금강(修羅金剛)의 옆에 있던 삐쩍 마른 노인은 양손에 꽃을 집고 가부좌를 튼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흰 눈썹이 볼까지 늘어졌으며 미간에는 사마귀가 있었다.
마침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도를 깨닫는 중인 듯했다.
수라금강 도범은 잠시 내려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도난 사제!”
몇 초 뒤, 난잡하게 어질러진 돌더미 사이에서 움직임이 전해졌다. 자갈이 굴러떨어지면서 도난 금강이 기어 나왔다.
그는 궁지에 몰린 모습이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서로 뒤섞인 가사는 참을 수 없이 남루했다. 어두운 금빛 피부는 칙칙하고 윤기가 없었으며 입가에는 금색 핏자국이 남았다.
“다쳤군. 지금 대봉에서 누가 자네를 이렇게 비참하게 때릴 수 있지?”
수라금강 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종 도사 낙옥형입니다.”
도난 금강이 대답했다.
도정 나한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뜨고 천천히 말했다.
“도난, 경솔하게 행동했구먼. 왜 나와 도범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또 매복을 했는가?”
도난 금강은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그 2품 술사 역시 불자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본래 발 빠른 사람이 먼저 목적을 달성한다고 생각하여 그전에 불자를 잡으려 했습니다. 제가 불자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어요.”
천기궁이 협력을 요청하여 도난이 승낙하였으나 그건 그저 헛발질일 뿐이었다.
그는 본래 그 술사가 나타나기 전에 불자를 사로잡고 싶었기에, 도범과 도정 두 동지를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자의 비장의 패를 시험해보았습니다.”
도난 금강이 덧붙였다.
“그는 도와주는 낙옥형이 있고, 사천감 손현기가 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고려해야 할 건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는가죠. 경솔하게 행동하여 상대방이 더 경계하게 된 점이라면, 용기 숙주가 계책입니다. 그가 아직 용기를 수집하고 싶어한다면 기회가 있지요. 기회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더 많이 있어요.”
도정 나한은 꽃을 쥔 채 우렁차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술사만이 술사를 상대할 수 있네. 천기궁과 협력해도 무방해.”
도난 금강은 존재하지 않는 눈썹(그는 눈썹이 없다)을 치켜올리더니 말했다.
“불문과 그 술사는 협의를 이루었습니까?”
도정 나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영소는 객잔 안 모남치의 방문을 힘껏 밀치고 조급해하며 말했다.
“방금 알아보니 예상한 대로 서 선배님이 마주친 상대는 도난 금강이었어요.”
모남치는 얼굴이 창백해져 무의식적으로 품에 있는 흰 여우를 꼭 껴안았다.
“3품 금강?”
“3품 금강?”
흰 여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반복하였다.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옹주성으로 돌아온 뒤, 얼마 전에 성에서 격전이 벌어진 일을 막 들은 참이었다. 백성 여러 명이 전투의 충격파에 죽고 백성 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먼 곳에서 관전하던 강호 인사의 말에 따르면 교전하던 쌍방 중, 한 명은 가사를 입은 승려였다. 그는 덩치가 크고, 피부는 어두운 금빛이었으며 눈썹과 수염 그리고 머리카락이 없다는 게 특징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생김새가 평범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었지만 동물을 부릴 수 있었다.
그는 정보를 더 알아내기 전에 모남치가 준 준 정보와 조합하였다.
그는 서겸이 3품 금강을 마주쳤음을 아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모남치는 절박하게 말했다.
이영소는 유감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모남치는 방 안에서 이리저리 서성대며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이영소는 그녀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예전의 서 부인은 마치 자신이 선녀인 듯 유유자적하게 굴었으며, 말하거나 일을 하는 것에 전부 게으름이 묻어났다. 그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를 제외하면, 그녀는 속세의 어떤 잡다한 일에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
‘후, 다행이군. 보아하니 서 부인이 서겸한테 꽤 마음을 쓰는 것 같아. 이게 가장 좋지. 그녀가 만약 줄곧 나를 염려한다면 조만간 서겸이 나를 죽일 거야. 에휴, 이 빌어먹을 매력 같으니라고…….’
두 사람과 여우 한 마리가 마음을 졸이던 중, 창문에서 푸드덕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들새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 입에서 사람의 말을 내뱉었다.
“안심하게. 나는 아주 잘 있어.”
이영소와 모남치는 문득 몸을 돌려 보더니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흰 여우 역시 놀라면서도 기뻤다.
“자네 지금 어떠한가? 다치지는 않았어? 추격에서 벗어났나? 그 대머리 꼭두각시는 옆에 있고?”
모남치는 일련의 질문을 던졌다.
들새는 머리를 쪼아대며 말했다.
“나는 아주 잘 있으니 객잔에서 안심하고 있으세요. 문제없을 거예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기다리시고요.”
뒤이어 들새는 고개를 돌리고 이영소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를 따라 성을 나갔다 오자고.”